소설리스트

현대 마법사-83화 (83/397)

< -- 83 회 -- >

그녀가 이런 생각을 하는 별 다른 이유가 없었다.

자신이 워낙에 유명해서 웬만한 대학생은 거의 자신의 강의를 최소한 한 번씩은 듣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그녀는 기억력이 정말 좋아서 출석을 부를 때 한 번 확인한 학생의 얼굴을 거의 기억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학생은 없었다.

그렇다면.

‘박사 과정인가?’

참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조수연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그가 테이블 위에 잔뜩 올려놓은 책을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서 흥미를 가졌다. 바로 자신이 지금 연구하는 분야와 그다지 큰 차이가 없는 탓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아직도 룬 문자가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확실히 비밀이 많죠?”

“?”

그녀의 앞에 앉아서 관심의 대상이 된 사람, 정확히 조민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앞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깜짝 놀랐다.

그녀의 놀라운 외모 때문이었다.

뭐 기본적인 것은 최현주나, 민현진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그녀들과 차이가 나는 점이 있다면 백옥같이 고운 살결이었다.

거기에 하얀 치아를 살짝 드러내 보이면서 보조개가 가득한 웃음에 가슴이 울렁거릴 정도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인상이 깊은 것은 세상의 이치를 어느 정도 달관한 것과 같이 깊고, 그윽한 눈빛이었다.

그것은 결코 자신이 아는 두 여인이 보여줄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살 떨리게 정말 예쁜 여자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야. 그런데 좀.......,부담스럽군.’

조수연은 감히 자신이 먼저 말을 했음에도 상대가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하자 잠깐 그를 쳐다보았다.

꽤 흥미가 생기네. 나에게 이런 반응을 보인 남자는 근 십년 이내 본 적이 없었는데........

생각할수록 특이한 남자였다. 이제까지 자신을 쫓아다녔던 남자를 다 헤아리면 국적 불문하면 아마 천 명은 족히 넘었을 까닭인 것이다.

그런데 저 생뚱맞은 표정.

귀차니즘을 여실히 드러내었다.

“하지만 룬 문자가 확실히 재미가 있죠. 보다보면 정말 그런 일을 가능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특히 마법진과 같은 일도 가능하다는 그런 생각이 가끔 들고요.”

“.......”

조민우는 딱 봐서는 정상적으로 보이는 여자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듣자 어떻게 해석해야 판단하기가 어려워서 일단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여전히 망설여졌다.

기품이 달랐던 것이었다.

“혹시 들어봤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조수연이라고 해요. 혹시 어느 교수님 밑에서 박사 과정을 밞으시죠?”

조수연? 이름만 달랑되면 내가 알 것이라고 생각한 건가? 건방져서 그런 가? 아니면 원래부터 유명한 건가?

하지만 아무리 떠올려 봐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혹시 사람을 잘못 보신 것 아닌가요?”

“아, 초면에 정말 미안해요. 실례되는 것은 압니다. 다만 지금 보고 있는 책을 보는 분을 한국에서 보자 너무 반가워서 생겼어요.”

“아!”

조민우는 그제야 여인의 반응이 이해가 되었는지 감탄을 터트렸다.

물론 조수연은 자신이 다소 지나친 행동에 대한 변명을 위해서라도 그 책에 대한 것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책은 통상적으로 이집트, 인도, 유럽, 로마 문화에 존재하는 모든 문자를 어느 정도 이해를 해야지, 볼 수가 있는 책이에요. 그 정도 책을 보는 사람은 미국 MIT 대학에서도 흔치가 않죠.”

“헐? 그래요?”

조민우는 간단하게 대답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그가 지금 보고 있는 책을 보기 위해서 들인 시간은 불과 이 주일(?)을 조금 넘긴 까닭이었다.

“물론이죠. 그렇지 않으면 제가 이렇게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죠. 솔직히 한국에 와서는 서로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이 정말 없거든요. 뭐 미국에 있을 때 비슷했지만.......”

그냥 하는 말 같아도 그렇지가 않았다. 눈빛에 떠올라 있는 쓸쓸한 눈빛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벗이 없는 것은 한탄하는 눈빛이었다.

그는 그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질문했다.

“미국에서 있었나 봐요?”

저 정도 책을 볼 정도의 실력이라면 자신을 숨길 이유가 없었다.

“네, 저는 MIT 나왔거든요. 그기도 보면 세계적인 천재들만 보여 있다고 하지만 막상 세상에 변화를 줄만한 연구를 하는 이들은 그렇게 많지가 않아요. 겉 멋만 들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저는 그렇게 봐요.”

가볍게 MIT를 비하(?)하는 말이었다.

겨우 지방 국립대에 턱걸이(?)만 하고 있는 조민우로써는 정말 부담스럽기만 한 말이었다.

“그렇다면 혹시 대학생이 아닌?”

“아, 언어학과 조교수로 있어요. 그러시는 분은 무슨 박사 과정을 밞고 있으세요?”

“.......”

끄응, 이거야 원, 기절하겠군.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진심을 말해야 하나?

아니면 거짓을 말해야 하나?

사실 뭐 숨기고 말고가 없었다.

“전 사실 전자과 재학 중인 학부생입니다.”

“네?”

뭐 딱 봐서는 당황하는 것 같군. 하긴 놀랄 만도 하겠지. 공돌이 주제에 이렇게 교양 있는 과목(?)을 보고 있으니, 어지간할까?

“이건 그냥 취미삼아서 보고 있는 겁니다. 사실 전공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지, 지금 보고 있는 책들이 단순히 취미로 본다고요? 이것 언어학 박사과정조차도 보기가 버거울 정도로 어려운 내용인데요?!”

귀찮게 하는 군. 계속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하다가는 또 꼬이겠다.

“그냥 대충 책 내용만 살피는 겁니다. 솔직히 뭔 내용인지 몰라요.”

그런데 조수연 눈치는 꽤 있었다. 그녀는 테이블에 놓인 노트에 적혀 있는 문자 노트를 곧 발견하고는 그것을 손으로 가리켰다.

“설마 이것도 모르고 적은 내용.......잠깐, 어라? 이, 이것은 도대체 뭐죠?”

조민우는 정말 곤혹스러웠다. 설마 이렇게까지 예민한 반응을 보일 지는 예측 못한 탓이다.

“그건.......”

하지만 조수연의 호기심이 생각한 것보다는 만만치 않았다. 그녀는 재빨리 그에게 눈짓으로 한 후에 가볍게 부탁했다.

“이것 좀 살펴봐도 되겠어요?”

“그건.......”

“부탁에요.”

간절한 애원.

조수연의 고혹적인 눈망울에 담겨 있는 것은 진심으로 호소하는 감정. 그것은 마치 남자에게 사랑을 애절하게 갈구하는 모습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제발요!”

이제는 눈물마저 글썽일 것 같은 분위기.

조민우가 이런 상황에서 거절할 정도로 여자에게 차가운 놈은 아니었다. 더욱이 자신이 들고 있는 문자 정리한 것 한 번 보여주는 것을 가지고 생색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보세요!”

“가, 감사합니다.”

간단한 한 마디와 그녀는 조민우가 가지고 있는 노트를 뺐다시피 한 후에 세세하게 문자를 살폈다.

처음에는 그녀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강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는 입을 살짝 벌렸다.

룬 문자와 비슷하지만 룬 문자는 아냐. 그리고 이 문자는 현재 지구상의 어떤 문자와도 맞지가 않아. 그렇다고 새로이 발견된 문명의 문자란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그래서 조수연은 이제 완전히 조민우를 망각 한 채로 자신의 앞에 있는 문자 노트를 일일이 들춰 가면서 하나하나 세심하게 확인했다.

스르륵.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녀의 입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체, 체계가 있어. 이건 그냥 단순히 막 만들어진 문제가 아냐. 부, 분명히 언어학의 일반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충격적인 발견이었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 기록되어 있지 않는 새로운 문자의 발견.

그것은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도, 도대체 이것을 어디서 찾은 거죠?”

구구절절 절박한 의미가 담겨 있는 질문. 의미가 꽤 담겨 있었다.

이거 설마 저 문자가 뭔지 대충 알아챘나?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으음, 하긴 이 조수연씨 능력이라면 못할 것도 없겠군. 그렇다면 뭐라고 둘러대야 하나. 으음, 보자, 으음, 그러니까. 아,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찾은 겁니다.”

“인터넷 사이트요? 어떤 사이트요?”

“기억이 잘 안나요.”

“제발 저에게 그 사이트 주소를 제발 알려주면 안 될까요?”

간절한 애원이었다. 필요하다면 자신의 몸까지도 내놓을 정도로 절박한 분위기였다.

그냥 해본 말에 이런 반응이라니. 정말 꽤나 흥미를 가졌나 보네.

그런데 이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애초부터 전자과를 전공했다. 이 때문에 그는 인류 역사에 새로운 문자의 발견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제대로 느끼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조민우가 바보는 아니다. 상대의 반응이 저렇게까지 절박한 모습을 보자 계속 이런 분위기를 간과할 수는 없었다.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이거 진짜 곤란하게 되었네. 이제 와서 거짓말 했다고 말하지는 못하잖아? 그렇다고 인터넷 사이트를 알지도 못해.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 괜한 문제를 만들었다고 자책했지만 이미 떼는 늦었다. 결국 뭔가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했다.

“지금 하고 있는 것 때문에 당장은 안 됩니다.”

“아, 미안해요. 그러면 기다릴 게요.”

“하지만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릴 텐데요?”

조수연은 약삭빠르게 한 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괜찮아요. 전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보던 것을 보세요. 다만 제가 그 동안에 이것을 계속 보는 것은 상관없겠죠?”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러면 기다릴게요.”

“.......”

조민우는 상대의 집요한 요구에 어이가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딱 봐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여인이었다. 아마도 이것은 딱 한 가지 유추가 가능했다.

그만큼 저 문자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마냥 틀렸다고 보기는 힘들어. 나도 그 문자를 만들어 낸 이 반지의 정체를 모르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결국 조수연 때문이라도 지금 보고 있는 책을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라도 처음부터 다시 하나하나 들여다봐야 했다.

‘저 내용을 다 보고 나면 알아서 떨어져 나가겠지.’

***

조민우가 생각하기에는 조수연이 여자인 입장에서, 특히 생판 처음 보는 남자를 만난 입장에서 그렇게까지 도가 지나친 행동을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곧 자기 볼일을 볼 것이라 판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이런 결론이 틀렸다는 것을 안 것은 정확히 열람실이 끝날 저녁 08:00시가 되었을 무렵이었다.

‘헐? 벌써 시간 다 된 거야?’

도대체 얼마나 깊이 몰입했는지 시간의 흐름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더욱 놀란 것은 바로 조수연이었다.

그녀는 시간이 끝났다고 판단하자 쾌재를 부르면서 곧 바로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어서 가요!”

“.......”

그는 거머리처럼 달라붙는 조수연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왕 부담스러워서 입을 다물었다. 다만 그도 한 가지는 우려가 되어서인지 살짝 자신의 노트를 빼앗다.

“아.”

조수연은 물론 아쉬운 표정이었다. 지금까지 봤던 문자 내용만 봐서는 대충 어느 정도 체계 몇 가지는 눈에 들어온 탓이다.

“미안 합니다. 워낙에 개인적으로 중요한 자료거든요.”

“하지만 인터넷 사이트에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사람 일은 알 수가 없죠. 만약 그 사이트가 모종의 이유로 폐쇄 당했을 수도 있잖아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답답한 조수연은 개의치 않았다.

“그건 괜찮아요. 그러면 빨리 저에게 그 사이트나 좀 보여주세요.”

“가죠.”

***

조민우는 어쩔 수 없이 그녀와 동행해서는 중앙 도서관을 나와서 정문으로 가면서 적당한 사이트 하나를 미리 염두에 둬야 했다. 이대로는 도저히 답이 보지 않은 탓이다.

그리고 그가 한 가지 미처 생각 못한 것은 조수연이 이렇게까지 저 문자에 집착할지 몰랐다는 점이다.

“그런데 저 문자가 그렇게 대단해요?”

“무, 물론이죠. 지금 딱 봐서는 그야말로 하나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교한 체계를 가지고 있어요. 다만 시간이 없어서 저도 다섯 가지 패턴을 찾은 것뿐이에요.”

“다섯 가지 패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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