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5 회 -- >
“그건 여기 수성구 지역 근처에만 범위가 좁혀져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 쪽 담당자와 협의한 결론에 따르면 지금 결과를 보고 대한민국 전국뿐만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일괄 구매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
조민우는 뜨악한 표정으로 입을 살짝 벌렸다. 잠깐 얼추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려본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전국 패밀리마트에 공만 해도 하루 소진 물량이 대충 짐작이 간 탓이다.
하루 팔리는 물량이 20병만 잡아도 매일 120,000개가 되는 건가? 돈으로 환산하면 120억?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한 달이면 무려 3,600억이다.
그 다음은 굳이 계산할수록 머릿속만 복잡할 것이다.
다만 이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산술적인 대량 구매는 힘들 겁니다. 워낙에 가격이 고가라서 어느 정도 가격 저항이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DS X 가지는 기본적인 매력이 있습니다. 따라서 최소한 연간 2,000-3,000억 정도의 매출은 확실히 보장 된다 봅니다. 다만 문제는.......”
“끄응, 생산 물량이군요.”
“네.”
상황은 그야말로 물건이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었다.
조민우는 그제야 지금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일은 대충 대충 취미삼아서 어영부영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절박하게 매달려야 했던 것이다. 그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중앙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해야 했다.
‘제길 짜증나는군.’
***
삼일 후 경한 대학교 중앙 도서관 3층 열람실.
“어머, 또 뵙네요? 우리 너무 자주 보는 것 아닌가 모르겠어요?”
말은 참 점잖은 데, 입고 있는 옷은 영 아니었다. 화사한 원피스는 의외로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좀 노골적인 면이 있었다. 그렇다고 대학 내에서 입고 다니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문제는 속옷이 간간히 보인다는 것 정도?
더욱이 조수연같이 아름다운 미인이 저런 원피스를 입고 있자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덕분에 조민우 역시 얼떨결에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크흠,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옷이 좀 멋지네요!”
다소 뼈가 있는 말인데.
“어머, 고마워요. 아무래도 조민우씨가 어떤 옷을 좋아하는지 몰랐어요.”
노골적인 들이밀기.
속이 너무 뻔히 보이는 수작이다. 그런데 미인이 하면 무죄라는 말은 그냥 나온 말은 아니었다.
“제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
“어머, 그래요? 정말 고민을 많이 해서 고른 옷인데, 정말 다행이에요.”
이렇게 두 사람은 일단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 번 첫 만남에 비해서는 바람직한 관계였다.
다만 조민우도 한 가지 점은 여기서 걸고 넘어졌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우리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 사이이잖아요? 아무리 봐도 다른 사람들이 알면 문제가 좀 될 것 같은데요?”
“그건 상관없어요!”
“네?”
“민우씨 나이가 있어서 괜찮아요. 만약 대학교 신입생 같으면 문제가 좀 되겠지만 아마 복학생 맞죠?”
“복학생이죠.”
“그러니, 상관없죠. 저랑 나이도 비슷한 것 같은데, 스승과, 제자? 말도 안 되는 소리에요!”
별 것 아니라는 태도이다.
하지만 조민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의 앞에서 언제라도 옷을 벗을 준비가 되어 있는 조수연이 강단에서 강의하는 모습을 떠올리자 몸이 흥분으로 짜릿했다.
물론 그는 이내 인상을 찡그렸다.
생각해보니, 내가 변태 같잖아?
딱히 변태라기보다는 모든 남자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것뿐이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다른 남자에게 이런 기회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얼마 있지 않아서 곧 알 수가 있었다.
***
박진민 역시 어떻게 보면 병역특례로 대학에 남은 경우였다.
그는 특히 성격적으로 질투심이 강하고, 잘난 척하기를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는 조민우가 사업을 시작해서 성공했을 때만 해도 정말 배가 아팠다.
그것은 당시에 그가 아예 동문회를 외면한 것만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조민우가 사업이 망했다는 소식이 듣고는 한 달 내내 기뻐했다.
그의 인생에 있어서의 최고의 기쁜 날이었다.
그리고 조민우에 대한 기억은 깡그리 잊었다. 굳이 자신과 볼 기회도 없을 뿐 아니라, 지금 정신없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탓이다.
그런 그가 음성인식 관련된 프로젝트를 맡은 것은 마냥 운이 좋아서가 아니다. 그가 있는 연구실 지도교수가 신호처리 분야로 유명한 사람인 탓이다.
결국 그는 석사 2년차이기에 어쩔 수 없이 음성인식 관련해서 연구를 해야 했는데, 당연히 음절과 관련해서는 관련 언어학 계열 책을 찾아봐야 했다.
박진민이 중앙 도서관 삼층을 찾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중앙 도서관 열람실 한 쪽에 아예 책은 쌓아 놓은 채 묘령의 미인(?)과 노닥거리고 있는 놈을 보자 이를 으드득 갈았다.
나쁜 새끼들. 꼭 이렇게 신성한 도서관 열람실 물을 흐리는 놈이 있다니.
그런데 그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바로 같이 자리한 여인의 놀라운 미모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딱 시선을 그녀에게 고정 시킨 채 이모저모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가 특히 관심을 가진 것은 역시나 가슴이었다.
비록 푸른색 원피스 때문에 확연히 볼륨감을 느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잘록하게 튀어나와 있는 그 곡선만으로 마른 침이 그냥 넘어갔다.
4학년 때 여자 친구와 헤어진 이래로 싱글로만 쭉 생활해 왔던 남자이기에 하체가 뻐근할 정도로 용트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었다.
‘끄응, 정말 괜찮은 여자다! 도대체 저런 여자랑 같이 있는 남자는.......어라? 가만 저 놈은 어디서 많이 본 놈 같은데?’
당연히 기억날 수밖에 없었다.
조민우와 같은 고등학교 동기였으니까.
더욱이 고등학교 3학년 같은 반이라면 것까지 감안하면 바로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다. 다만 몇 년 만에 보는 것이라서 바로 알아보지 못한 것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자 곧 알아챘다.
‘저, 저거 서, 설마 조민우잖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가 아는 조민우는 분명히 사업 실패 후에 연락이 완전히 끊어진 탓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중앙 도서관 3층에 웬 묘령의 여인과 자리를 같이,.......하는 것이 아니라 입술을 바짝 붙을 정도로 가까이 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그 당사자인 조민우 역시 당혹스럽기는 매 한가지였다.
이집트 고대 상형 문자 몇 가지 패턴과, 마야 상형 문자와 유사성을 살피는 중에 아예 얼굴을 입술 박치기 가능할 정도로 들이밀자 오히려 얼굴을 뒤로 빼야 했다.
그런데 상대의 반응이 가관이었다.
“왜 그러세요? 제가 한 말이 이상한 가요? 제가 보기에 충분히 두 문명이 관련이 있을 수가 있다고 보여 져요.”
아니 두 문명 문자 유사성과, 입술을 들이미는 것과 무슨 관계야! 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남자 입장에서 할 말이 아니었다.
“크흠, 하지만 근거가 너무 부족하지 않아요?”
하지만 조수연은 근거 없이 자기주장을 펴는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 그녀는 테이블에 늘어져 있는 책 중에 두꺼운 ‘마야 상형 문자 해석’이라는 책을 펴서는 거기에 복원되어 있는 문자를 몇 개를 찾아서 거기에 대한 설명을 세세하게 하면서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었다.
“여기 나오는 마야 문자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다들 그 뜻을 잘 몰랐어요. 그런데 밀턴 교수라는.......(중략)해서 어느 정도 골격을 잡은 겁니다. 그리고 여기 있는 이집트 문자 중에 보면 이 부분이 이 상형 문자의 패턴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죠?”
이어지는 설명은 끝도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자세히 몇 번이나 봐도 일반인은 도저히 이해하기가 힘든 부분이었다.
각 복원된 상형 문자를 일일이 전부 해독해서 그것으로 다시 재조합해서 설명해놓은 것인 탓이다.
하지만 조민우는 결코 지루해하지 않았다. 그는 묵묵히 설명을 들으면서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사실 그도 이런 연구 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만약 혼자 이 일을 계속 진행하려면 최소한 몇 년은 걸린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탓이다.
으음, 확실히 쉽지가 않아. 하긴 조수연 같은 천재 언어학자들이 몇 년에 걸쳐서 연구해서 겨우 성과를 낼 정도의 분야잖아? 내가 아무리 금반지의 능력을 빌어서 능력이 올라갔다고 해도 이 분야만큼은 어쩔 수가 없어.
확신이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다른 분야도 이와 같지 않을까?
그렇다고 봐야 했다. 그리고 그는 처음에는 캐드 개발 역시 마냥 쉽게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이 결과만 놓고 보자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골치가 아팠다.
하지만 조수연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뭔가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의 몸에 바짝 몸을 들이밀었다.
가까웠다.
코가 거의 닿을 정도였다.
의도적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융기한 유두가 살짝 그의 가슴을 자극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 아니 그녀는 의도적인 슬쩍 유두로 그의 가슴을 살짝 비비기까지 했다.
뭉클.
“.......”
조민우는 정말 뜬금없는 상황에 멍하니 조수연의 살짝 달아오른 얼굴을 보면서 입을 다물었다.
촉촉이 달아올라 있는 눈빛.
뭔가 갈구하는 그런 모습.
뭐 섹스 경험이 많은 남자라면 모를 리가 없는 모습.
그는 과거 단란주점에 꽤나 가본 적이 있기에 모를 리가 없었다.
꿀꺽.
마른 침이 그냥 넘어갔다.
사실 조수연은 단란주점 같은 곳에 질 떨어지는 여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여인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남자를 달아오르게 만드는 색기가 물씬 넘쳤다.
‘처녀일까?’
알 수는 없었다. 그런데 눈빛에 담겨 있는 은근한 붉은 색조와, 홍조만 봐서는 부끄러워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다만 조민우도 한 가지 사실은 분명히 확신할 수가 있었다.
미국에서 무려 20년 넘게 생활을 해온 조수연이 과연 섹스에 대해서 금기로 생각하느냐? 아니면 개방적으로 생각하느냐에 대한 판단이었다.
‘그곳은 13살만 되어도 성관계를 한다고 하잖아? 그렇다면 개방적으로 생각하겠지!’
누구나 할 수 있는 당연한 생각이었다.
그는 이런 판단을 내리자 도저히 참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노골적인 제안을 하기에는 참 애매했다.
그래서 절충적으로 나온 제안 한 가지.
“저기 우리 술이나.......”
***
조민우 입장에서는 정말 많은 고심에 끝에 나온 말이었다. 그리고 그는 분명히 이 말에 대해서 그녀가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한 잔 같이 하면서.......”
그런데.
탁.
그는 말을 끝까지 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 그의 어깨에 손을 떡하니 얹으면서 절묘한 순간에 얄밉게도 끼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야아, 너 설마 조민우?!!!
놀라운 것은 조수연의 반응이었다.
“아!”
아쉬워하는 눈빛.
아깝다는 그런 의미.
조민우는 탄식을 거듭하면서 결국 자신을 방해한 놈을 쳐다보면서 눈을 부릅떴다.
“어떤 놈.......어라? 넌 박진민?”
“야아, 맞구나, 너 정말 살아 있었어! 우와, 진짜 반갑다. 여기서 네 놈을 보게 되다니. 네가 얼마나 네 걱정을 한 것인지 알아? 도통 연락이 되어야 연락을 할 것 아냐?!”
호들갑을 떨면서 소란을 일으키는 모습은 너무 지나쳤다.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딱 두 사람의 분위기를 완전히 망가트리고 있는 것이었다. 실제로 한층 달아오른 두 사람 분위기는 이내 사늘하게 가라앉아 버렸다.
조민우는 물론 기분이 엿 같았다. 조수연과의 사이가 털어져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박진민 저놈이 원래 질투심이 강해서 과거에도 자신을 꽤나 성가시게 한다는 것을 아는 탓이다.
벌써 몇 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여전하다니.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르는 군.
순간 감정이 복 받혀서 조금 전과는 생각을 확실히 달리 했다.
그가 조수연에 관심이 전혀 없지만 않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그녀를 조금은 이용할 필요는 바로 느낀 것이다.
스르르.
눈치를 살피면서 어차피 바짝 붙어 있는 그녀의 늘씬한 허리를 앉는 것은 그다지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그녀의 반응이 문제였다.
이거 빰이라도 맞는 것 아냐?
슬쩍.
하지만 그것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그녀는 오히려 오른쪽 가슴에 슬쩍 기대기까지 한 것이다.
이런데 무슨 걱정이 필요한가?
조민우는 아예 대놓고는 그녀의 부드러운 살결을 음미하면서 향긋한 체향을 코로 쭉 들이켰다. 그리고는 자신을 쳐다보면서 질투심에 눈이 붉게 달아오른 놈에게 가볍게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