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마법사-86화 (86/397)

< -- 86 회 -- >

휴우.

(자식 부럽지!)

(나쁜 새끼!)

박진민은 내심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이미 과거에 마지막에 헤어질 때 조민우하고 서로 감정싸움을 한 바탕(?)하고 헤어진 것이 그제야 기억난 것이다.

그 때 대학원 나와 봐야 아무짝에 쓸데가 없다고 했던가? 그럴 바에는 차라리 취업이나 하라고? 나쁜 새끼, 석사 입학한 날에 그런 소리를 하면 좋아할 놈이 어디 있겠어!

하지만 그것은 그의 입장일 따름이었다.

조민우 처지는 좀 달랐다. 그는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석사 입학 후에 하도 사업의 위험성에 대해서 계속 토로하면 사람 열 받게 한 박진민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홧김에 한 말이었다.

결국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한 것이었다.

하지만 항상 시비는 이놈이 먼저라는 것이 문제지.

그래서일까?

말이 고울 리가 없었다.

“너 어차피 여기 있어서 온 것 아냐? 가서 빨리 용건이나 봐. 난 우리 수연씨와 좀 바빠서 그래.”

말을 하면서 스리슬쩍 그녀를 다시 끌어 앉은 조민우.

아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 그러면서 은근히 그녀의 볼과, 목에 부드럽게 피부를 서로 맞대면서 그 야릇한 감각을 즐겼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역시 조수연의 반응이었다.

그녀 역시 그다지 싫어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즐기는 분위기였다.

살짝 달아오른 눈빛, 거기에 부끄러움으로 살짝 붉힌 얼굴, 고혹적인 입술은 뭐 하나 자극적이지 않는 곳이 없었다.

박진민은 바로 두 사람 코앞에서 있었기에 속이 그야말로 뒤집혀서 폭발할 지경이었다.

“저, 저기.......”

하지만 조민우는 냉정했다.

“야아, 빨리 가봐. 나 바쁘다고 하잖아!”

“.......”

박진민은 잠깐 울화가 치밀어 올라서 도서관 천정을 올려다보면서 한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에게 그다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니 싫다고 대놓고 말하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이만 으드득 갈면서 뒤로 물러나야 했다.

나중에 두고 보자!!!!

그는 힐끗 그의 뒤 모습을 살펴보다가 다소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생각해보니, 내가 좀 지나친 것 같기는 하다.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몇 년 만에 만나 동기 놈인데, 이런 식으로 처리하다니.

“사이가 나쁜 친구 분인가 봐요?”

하지만 조민우는 코앞에서 들린 음성에 화들짝 놀라서 얼굴을 돌려다가 그녀의 입술이 바짝 닿을 거리까지 좁혀지자 다소 당황했다.

“아, 그건.......”

“뭐 솔직히 의도가 영 좋지가 않아서 기분이 나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만은 용서하죠!”

따끔한 질책.

하지만 말과 행동은 완전히 따로 놀았다.

그리고 떨어지지 않았으니까.

쯧쯧, 이 아가씨는 내숭이 은근히 장난이 아냐. 하긴 그래서 오히려 더 마음이 편한지도 모르겠어.

조민우는 그제야 조수연이 다른 두 여인과는 달리 너무 가볍지도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는 않는 분위기라는 깨닫자 새삼 눈길이 갔다.

더욱이 백옥처럼 하얀 목선을 바로 코앞에서 보자 하체가 흥분으로 불끈 용트림하는 것은 당연했다.

조수연이 의도(?)적인지 알 수는 없지만 실수로 몸이 살짝 미끄러지면서 그의 하체 부위에 손을 딱 얹다가 그의 성난 물건을 움켜잡은 것은 딱 그 순간이었다.

콱.

헉?!

조민우는 기겁했다. 자신의 물건을 명주 고름 같은 그녀의 손길이 잡자 정말 놀란 것이다. 조수연은 물론 뒤 늦게 사실을 알아채고는 얼굴을 붉히면서 손을 거두었다.

“미, 미안해요.”

“아, 아니에요. 뭐 제가 조금 전에 한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하지만 조수연은 힐끗 그의 성이 반짝 난 물건을 힐끗 쳐다보았다가 조민우를 잠깐 쳐다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왜 그래요?”

무슨 의미일까?

해석하기에 따라서 참 의미가 많이 담겨 있었다.

그는 어떻게 말을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대수롭지 않게 행동했다.

“그냥 생리적인 현상이에요.”

“저 때문이에요?”

“으음, 글쎄요.”

“킥킥, 저도 숙맥 아니에요. 너무 그렇게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요.”

“호오, 그래요?”

“당연하죠. 제 나이가 몇 인데요? 알만한 것은 다 아는 나이죠. 민우씨 남자 나이면 솔직히 섹스에 흥미를 안 가지는 것이 이상하죠.”

하지만 조민우는 이런 에로틱한 분위기에 의외로 근엄한 척 했다.

“그렇다고 해도 남녀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마음이죠. 마음이 없는 섹스 관계라면 그것은 어디까지 쾌락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건 그래요.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조민우씨가 하니, 영 미덥지가 못해요!”

“흠흠, 조금 전에 일은 어디까지나 생리적인 사고였어요. 솔직히 딱 그 순간에 손으로 만진 것은 조수연씨잖아요?”

“치이, 뭐에요? 그래서 제가 잘못했다는 건가요?”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뭘 잘못했다는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것은 조민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도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하고 대화를 나누는 중에 이야기가 괴상하게 흘러가자 잠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뭔가 서로 좀 대화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전 그렇지 않는데요?”

“하지만 전 잘 이해가 안돼요. 갑자기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조수연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다시 슬쩍 그의 얼굴에 가져다대면서 간단하게 말해주었다.

“그 때는 그냥 남자가 져주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에요. 알았어요?!”

“......”

조민우는 영 대화가 서로 엇나간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그런가 하고 넘어갔다. 그가 그냥 그녀 이야기를 들은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그러면서 계속 간간히 피부접촉을 시도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녀의 몸에 익숙해졌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편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자 그런 감정이 희석된 것이었다.

‘신기하네.’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녀와 같이 알게 된 지는 그렇게 길지가 않았다.

불과 며칠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그녀와 가까운 진 것은 사뭇 이상하기만 했다.

다른 두 여인의 경우만 해도 어느 정도 감정적으로 가까워지는데, 걸린 시간이 몇 달 정도인 것에 비하면 확실히 이상했다.

조민우는 물론 시간이 흐르자 곧 한 가지 사실을 어림짐작했다.

나와 성격이 비슷해.

확신이었다. 그는 이런 결론을 내리자 이전처럼 조수연에 대해서 경계하기보다는 오히려 친구라는 생각을 가지고 가벼운 시선으로 한 번 지켜봤다.

조수연 역시 이제는 이런 그의 내심을 읽기라도 했는지 이전과는 달리 편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흐음, 이야기가 딴 데로 갔는데, 어서 빨리 나머지 분석을 계속해야죠.”

하지만 조민우는 어차피 마음에 여유가 생기자 곧 한 가지를 걸고 넘어졌다.

“사실 한 가지 말한 것이 있어요.”

“네?”

“이 문자 관련해서는 지금 당장은 외부에 알려서는 좀 곤란해요.”

나름 그녀 자존심을 생각해서 심사숙고 후에 나온 말이었다. 그런데 조수연의 반응은 생각도 못할 정도로 의외였다.

“그거야 당연하죠. 이렇게 귀중한 자료를 아무런 준비도 없이 외부에 공개할 수는 없죠. 아하, 그 때문에 자꾸 저를 경계했나 보군요.”

알았던가?

“그건 아니에요.”

“쯧쯧, 마음에 없는 말 하지 말아요. 설마 제가 바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니겠죠? 전혀 알지 못하는 여자가 자신이 중요한 자료를 계속 보여 달라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죠.”

조민우는 의외로 속 시원하게 내심을 털어놓자 이제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것은 일부 사실입니다.”

어떻게 보면 부담스럽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조수연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오히려 붉은 혀를 뱀처럼 살짝 내밀면서 요염하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제 도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겠죠?”

기가 막힌 지적이었다.

“맞아요.”

“호호호, 알고 있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조민우씨가 싫어하면서도 계속 거절하지 못할 리가 없었겠죠. 그리고 사실 지금 이 일은 조민우씨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단언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민우도 자존심 때문에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그건 아닙니다. 딱히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겠죠? 설마 이 일을 붙잡고, 이 년, 삼 년 낭비할 시간이 있어요? 제가 보기에 조민우씨는 이 일만을 하는 사람 같아 보이지 않거든요.”

“어? 그건 어떻게 알았죠?”

“딱 보면 알죠. 조민우씨는 언어학 관련된 사람은 결코 아니에요. 다만 능력이 있기에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것뿐이니까요.”

“.......”

조민우는 대화를 거듭할수록 그녀의 뛰어난 혜지에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 천재라는 말을 본인 스스로 하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경력만 봐서는 세계적인 천재였다. 그런데 막상 대화를 거듭하자 그것을 확연히 느낄 수가 있었다.

나와는 좀 틀려. 이 사람은 정말 타고난 천재다. 만약 도움을 얻을 수만 있다면........

하지만 공짜로는 힘들 것이 분명했다.

“원하는 게 뭐죠?”

그런데 조수연은 의외로 눈빛을 의미심장하게 반짝였다.

“제가 원하는 것은 그 무엇이라도 해줄 수가 있는 건가요?”

“.......”

조민우는 어이가 없어서 입을 다물어야 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대사인 탓이다.

이 말은 정말 귀에 익잖아? 도대체 어디서 들어보았을까?

조수연이 자신이 할 말에 생뚱맞은 표정을 하고 있자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킥킥, 아니에요. 으음, 원하는 것이라, 그것을 꼭 지금 말해야 하는 것은 아니겠죠?”

“그건 아닙니다.”

말을 하면서 기분이 찜찜했다. 무슨 장난도 아니고, 말투가 영 신통치 않았다. 꼭 도움이 필요만 하지 않다면 그냥 무시해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었다.

“다만 가능하면 지금 좀 속 시원하게 말해주는 것도 좋겠죠.”

“그건 생각해볼게요!”

딱 잘라서 거절이다.

조민우는 이래서 똑똑한 여자는 딱 질색이지만 일단 넘어갔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만큼은 꼭 확인이 필요했다.

“지금 보고 있는 문자, DS 문자는 솔직히 지금 당장은 어느 누구에게도 공개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사실 여기에 문제가 있어요.”

“왜요? 설마 제가 외부에 이 정보를 누출할까 그러는 건가요? 제가 그렇게 신뢰가 가지 않아요?!”

꽤나 차가운 반응.

하지만 조민우는 의외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전처럼 우유부단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차갑기만 했다.

“수연씨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과거에 제가 하던 밑에 부하 직원이 회사 기밀을 빼돌린 후에 그것이 계기가 되어서 부도가 난 적이 있습니다. 제가 그런 경험까지 한 마당에 무조건 믿을 수만은 없습니다.”

의외로 냉정하면서도 선을 분명히 하는 말이었다.

조수연은 살짝 자존심이 상했지만 한 편으로 오히려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분명한 태도.

질질 끌지 않고 확실히 마무리하는 모습.

딱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상이다.

그녀가 그렇다고 여자에게 냉혹하게 행동하는 모습마저 원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어느 정도 절제하는 그런 모습이 좋은 것뿐이다.

그리고 사정이 있다면 그런 것 정도는 감안해주는 것이 맞았다.

“하아, 그런 일이 있었어요?”

조민우는 어차피 괜한 오해를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이런 점을 명확히 해두었다.

“제가 한 때는 사업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그 때 있었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한 것뿐입니다. 이건 그냥 제 혼자만의 생각으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알겠어요.”

“그러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네? 뭘요?”

미안스럽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계약서를 작성했으면 합니다.”

계약서라니, 무슨 계약서. 고작 겨우 문자 몇 개를 보는 것을 가지고 계약서라니.

“네?!”

“아무래도 이런 것은 확실히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아 지금 당장이라도 계약은 가능합니다.”

조민우는 곧 바로 자신의 가방에 들어있는 USB 메모리 스틱을 꺼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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