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마법사-87화 (87/397)

< -- 87 회 -- >

“여기 들어 있거든요. 어때요? 하시겠어요?”

어이가 없었다.

“정말 철저하시네요!”

그는 피식 웃었다.

“조수연씨라면 제가 이렇게 하는 행동이 지나치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아실 겁니다.”

조수연은 새삼 조금 전에 살피던 DS 문자를 쭉 떠올리고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그건 사실이에요.”

“그렇다면 좋죠?”

이렇다고 하는데, 뭐라고 해야 할까?

“치이, 그렇게 하세요!”

하지만 조민우는 냉정했다. 그는 이미 여자에게 뒤통수를 맞아본 경험이 있기에 애초부터 그녀를 믿지 않았다. 아 그렇다고 그녀를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것은 기본적인 신뢰의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그는 곧 바로 USB에 들어 있는 계약서 사본에 살짝 수정을 가해서 그녀에게 서명을 받았다.

스르륵.

“좋습니다.”

그는 이렇게 확인이 끝난 후에야 비로써 다시 문서를 주었다.

“이제부터 한 번 제대로 해보세요!”

“.......”

계약이 끝나자 너무 깔끔한 행동에 조수연은 샐쭉한 표정으로 그를 째려보았다. 다만 그녀도 현실적인 상황을 모를 정도는 아니기에 어쩔 수 없이 수긍하고야 말았다.

‘하긴 그런 일이 있었다면.......,그럴 수도 있겠지.’

9장 부동산 투기(?)

조민우가 물론 조수연에게 DS 문자 관련해서 주고 싶어서 준 것은 아니었다. 그가 비록 여자에게 간간 우유부단한 면모를 보이지만 바보는 아니다.

근 이주 정도 이 문제를 붙잡고, 계속 고민을 거듭하자 그가 내린 잠정적인 결론이 있는 탓이다.

이거 단 시일 내로 되지가 않아. 지금 딱 봐서는 문자 패턴을 일일이 찾아서 해석하고, 그것을 토대로 아예 이 구조 체계를 완벽하게 이해를 해야 해.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몰라 그가 다른 일은 모두 재처 두고 여기에만 집중한다면 다른 문제이다. 하지만 그게 그렇지는 않았다.

이런 시기에 우연히 만나 조수연.

그것은 어떻게 보면 필연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이 DS 문자 해석과 관련해서 아마 외부 의외를 맡겼을 지도 모르겠어. 전체를 모두 보여줄 수는 없어. 하지만 일부씩 나누어서 일을 맡기는 방법은 있으니까.

조민우의 생각은 이러했다. 따라서 그녀가 이런저런 꽁수를 사용해서 자신에게 부탁하는 것에 대해서 이미 어느 정도 마음속으로 승낙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계약서까지 작성해서 일을 맡기 이상 굳이 그녀를 더 의심하지는 않았다.

지금 자신이 당면한 문제 해결에 바쁜 탓이다.

***

조민우는 이처럼 계약서까지 작성해서 그녀에게 일을 맡기 후에는 더 이상 DS 문자 관련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조수연은 달랐다. 그녀는 어차피 한국에 온 이례 대화 상대가 없기에 중앙 도서관에서 그를 만나는 재미가 솔솔 했던 것이다.

더욱이 자신과 대화가 될 정도로 높은 지성을 가진 이가 경한 대학교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는 흔치 않았기에 더욱 간절했다.

“어? 오늘은 안 왔네.”

이것이 첫날의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시간이 흘러도 큰 변화가 없었다.

***

다음날이 되자 그녀도 이번에는 하는 기대를 가졌다.

“오늘은 왔겠지?”

웬걸?

조민우는 그야말로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1, 2층 열람실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보지 못하자 어이가 없었다.

설마 나에게 더 이상 볼일이 없다는 거야? 그, 그렇지는 않겠지.

어느 정도 자신의 미모에 자신을 가진 그녀이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 삼일이 지나고, 사일이 지나서, 일주일이도 흘러도 상황이 변화가 없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정말 너무 한 것 아냐? 이 남자는 일을 맡겨놓고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아?

정말 사람 열받게 하는 남자였다.

하지만 그놈의 자존심이 무엇인지 괜히 먼저 전화하기는 망설여졌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기를 붙들고 기다려보기도 했다.

물론 소용 없는 짓이었다.

계약이 끝나고 나자 전혀 연락을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조수연은 결국 이를 갈면서 DS 문자 해석에 집중해야만 했다.

‘어디 한 번 두고 보자!’

***

조민우는 물론 조수연이 자신을 씹는 지에 대해서 솔직히 잘 모르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녀에 대해서 신경 쓸 틈이 없었다.

통장에 생각보다 현금이 넘쳐나자 그것을 가지고 앞으로 일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했던 것이다. 바로 DS X로 벌어들인 단기 수익금 때문이었다.

그것 외에 규칙적으로 계속 들어오는 수익 역시 만만치 않았는데, 회사 감각 상각으로 나가는 비용을 제외하고라도 꽤 되었던 것이었다.

“으음, 오늘까지 단기 순이익이 45억이라고요?”

“네, 기존에 판매되는 것도 있지만 계약금으로 받은 금액 역시 무시 못 합니다.”

조민우는 뜬금없는 계약금 이야기에, 조수연과의 일이 생각나서인지 찔끔했지만, 곧 의아했다.

“계약금으로 받은 금액이요?”

정성일 부장은 새삼 업체의 태도가 기억나는 지 피식 웃었다.

“아 그게 업체들이 좀 불안들 한 가 봅니다.”

꽤나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업체 입장에서는 불안해 할 이유가 지금까지 상황만 보면 전혀 없는 까닭이다.

“불안요?”

“하하하, 그게 요즘 들어서 DS X 수급이 불안 했지 않습니까?”

물론 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조민우가 최근 들어와서는 DS 알파 규명 때문에 물량 자체를 줄이면서 생긴 현상이었다.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는 겁니까? 하다보면 수급이 줄 수도 있는 거죠.”

“그거야 사장님 생각이죠. 업체 입장에서는 갑자기 물량이 줄어버리면 당장에 고객들의 난리가 빗발치지 않습니까? 그러면 당연히 문제가 됩니다.”

쯧쯧,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 아니 겨우 DS X 며칠 못 먹는 것 때문에 저런 문제가 생긴다는 말인가?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정성일 부장은 그제야 조민우가 좀 뭔가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자 이 부분에 대해서 걸고 넘어갔다.

“솔직히 저도 DS X를 요즘 복용 아니, 자주 사용합니다. 그런데 제 경우에만 해도 따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와이프에게 구박이 장난 아닙니다.”

조민우는 더 이해하기 어려운 상대의 반응에 눈살마저 찌푸렸다.

“무슨 말이에요?”

“밤일 때문이죠!”

“아!”

그는 그제야 어느 정도 상황을 이해하고는 기가 찬 표정이었다. 설마 조루, 또는 정력 문제하고 관련지어서 생각할지는 몰랐던 탓이다.

그런데 다음 제안은 더욱 더 놀라운 것이었다.

“그리고 패밀리 마트에서 2년 정식 계약을 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허어, 그래요?”

“네, 아마 그것도 좀 고민을 해보여야 할 겁니다. 좌우지가 그런 식으로 계속 계약 요청이 들어오는 상황인데, 어차피 기존 업체들은 계속 공급이 되는 상황이라서 그들과는 따로 6개월 계약을 하고 20% 정도는 현금으로 미리 받았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처럼 흑자가 난 겁니다. 그리고 이 정도 현금이면 앞으로의 사업 구상에 꽤 도움이 될 겁니다.”

조민우는 새삼 놀라워서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호오, 정말 수고가 많았습니다.”

“허어, 제가 뭐 한 것이 있습니까? 어차피 DS X 조제법도 제대로 모르는데요!”

“하하하, 그것은 차후 알게 될 겁니다. 참. 그렇다면 저도 한 가지 제안할 것이 있어요.”

“네? 뭐죠?”

“아, 말이 나왔으니, 직접 가서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조민우는 간단한 말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곧 사무실, 아니 자신의 집 한 쪽 건물을 나와서는 저 멀리 보이는 넓게 펼쳐져 있는 농작 지와, 천한산(天寒山) 중턱을 가리켰다.

“지금 저기 보이는 대지가 대략 다 합쳐서 삼만 평 정도가 됩니다.”

삼만 평.

확실히 작은 면적은 아니었다. 농지와, 산자락을 걸쳐 있어서 다소 그렇게까지 쓸모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무시하기에는 쉽지가 않는 숫자였다.

하지만 정성일 부장은 역시 경험이 많은 사람답게 당장 문제를 제기했다.

“설마 저 땅을 구입하려고 하시는 것은 아니겠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좀.......”

조민우는 그제야 눈빛을 반짝였다.

“물론 쓸모가 없는 땅이죠. 하지만 솔직히 요즘 들어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굳이 제가 서울에 본사를 차리고, 공장을 경기 쪽에 만드는 과거 방식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저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여기 대지를 잘 보세요. 얼마든지 이곳을 개발해서 아예 새로운 연구 단지를 설립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안 듭니다.”

“!”

정성일 부장은 다소 생뚱맞은 제안에 깜짝 놀랐다. 정말 어이가 없는 탓이다.

지금 딱 봐서는 그냥 농지, 산, 숲, 그리고 황무지만 눈에 보이는 곳을 향해서 이런 식으로 말을 하다니. 하지만 그는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리자 그렇게 생각할 수만은 없었다.

하긴 물을 팔아서 DS를 여기까지 끌어올린 분이니, 다른 사람과는 좀 남 다른 면이 있겠지. 하지만 확실히 과거와는 정말 많이 달라졌어. 이전에만 해도 이렇게까지 엉뚱(?)하지는 않으셨는데.......

조민우도 물론 이런 그의 내심을 전혀 모를 리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상하게 본능적으로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이렇게 해서 만약 DS 연구 단지를 이곳에 세우게 되면, 당연히 땅값을 오르겠지? 그러면 지금 얻은 부동산은 그야말로 대박이잖아?!

이것이 그의 진정한 노림수였다. 그리고 그는 정성일 부장이 그렇게까지 반대하지 않자 이 방향으로 밀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렇게 하죠.”

***

정성일 부장은 물론 그렇게까지 조민우 제안이 마음에 든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막상 반론을 펴고 싶어서 뭔가 근거가 부족했다.

더욱이 조민우는 지금 그야말로 맨땅에 삽질해서 그냥 물장사(?)만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

일단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가 보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딱 봐서는 가격이 얼마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은 일부 사실이었다.

“호오, 사장님, 삼 만평을 전부 구입하시겠다고요?”

조민우는 자신을 반기는 부동산 주인의 모습에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때는 돈이 좀 부족해서 힘들었지만 지금은 상관이 없습니다.”

응? 이게 무슨 소리야? 그 때는 분명히 은행 융자를 끼고 한 조건이었잖아?

“네?!”

“아, 지금은 제가 수중에 돈이 좀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냥 현금으로 바로 그 땅 전체를 한 번에 매입할 생각입니다.”

“네? 아, 아무리 그 땅이 가격이 저렴해도 3억이나 되는데요?”

조민우는 피식 웃었다.

“운이 좋아서 그 돈을 마련했습니다. 왜 뭔가 다른 문제라도?”

이것 봐라. 만약 현금으로 매입하겠다면 전혀 다른 문제지. 가만 그 쪽 땅은 전부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잠깐만 좀 기다려 주시겠어요?”

“그러죠.”

앞머리가 살짝 벗겨진 오십대 초반의 중계업자는 이내 자신의 자리로 후다닥 가서는 기존에 요청이 올라온 땅 현황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조민우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 본 후에 부동산 내부 건물을 한 번 쭉 돌아보았다.

뭐 그렇게까지 특이한 모습은 그다지 없었다. 다른 부동산 모습과 비교해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벽 한 쪽에 걸려 있는 이 지역 정밀 지도 역시 다른 부동산에 가면 흔히 볼 수가 있는 모습이었다.

다만 그는 그 지도를 보자 천한산(天寒山)의 산세 전체를 한 번 쭉 볼 수가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삼만 평은 넘어 보였다.

“이 천한산 전체는 몇 평정도 됩니까?”

“아, 그 전체요? 잠깐만요. 아마 그게 대략 삼십만 평 정도가 될 겁니다.”

“호오, 생각보다 넓네요.”

“네, 그렇지요. 아, 차, 찾았습니다.”

부동산 중계업자는 곧 한 가지 파일철을 들고 와서는 그에게 내밀었다.

“사실 전에 소개시켜드린 그 땅 주인 외에, 이 천한산 주변에 개발 관련해서 호재가 뜨자 많은 사람들이 이곳 주변에 땅을 매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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