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8 회 -- >
조민우는 바로 상황을 눈치 챘다.
“설마 그 분들 대다수가 손해를 본 겁니까?”
“네, 그렇게 된 셈이죠. 그런데 팔고 싶어도 마땅히 팔 사람은 없었죠. 그래서 다들 반쯤 포기하고 땅을 내놓았습니다.”
“대략 몇 평정도 됩니까?”
“전부 합쳐서 대략 삼십만 평정도 됩니다.”
“그러면 그것 전부 매입한다면 대략 30억?”
“그런 셈이죠.”
그는 어차피 부동산 투기(?)에 흥미를 가진 상황이기에 혹시나 해서 질문했다.
“혹시 좀 더 싸게는 안 됩니까?”
중계자를 혀를 차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아 그것은 도저히 안 됩니다. 지금 이 가격에 매입하는 것도 지금 땅 주인과 협의를 해야 합니다. 솔직히 그 가격에 삼십만 평을 구입하는 것은 여기가 아니면 대학민국 어디에서고 아예 불가능할 겁니다. 여기가 가능한 이유는 땅 주인 대다수가 단기성 호재(?)를 노린 부동산 투기꾼이기에 가능한 거죠.”
조민우는 영 마음에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다.
“흐음, 그래요?”
부동산 중계업자는 이 모습에 혀를 끌끌 차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정말 대단한 젊은 친구야. 이 가격에 매입해도 그냥 완전히 날로 먹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설마 그 가격에서 더 떨어트리고 싶다니.
“네, 그건 정말 말이 안 됩니다. 비록 이곳이 대구 근교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곳이 엄연히 대구 내에 존재하는 곳입니다. 더욱이 이곳에서 멀지 않은 다른 지역으로 가는 도로가 뚫려 있죠. 사실 그런 것을 감안하면 그렇게 나쁜 요지는 아닙니다.”
조민우는 그래서 더욱 의혹이 생겼다.
“그러면 여기 땅 값은 왜 이렇게 싼 겁니까?”
부동산 중계업자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그를 이끌고 밖으로 나와서는 아예 한 쪽을 막고 있는 산자락을 가리켰다.
“저기 산자락 보이죠? 저 천한산이 문제죠. 저 놈이 길을 완전히 막아 버렸기에 지형적으로 아예 이쪽으로 오는 길 자체가 막혀서 차량이 꽤나 멀리 돌아가야 합니다.”
흐음, 그랬던가? 확실히 저 산이 지금 보니 조금 문제이기는 해. 아예 저 산 때문에 꽉 막혀서 다른 것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니.
“그렇다면 저 산자락에 터널만 뚫렸다면 이곳은 아마도........”
“그러면 완전히 초대박이죠. 그렇게만 되면 멀리 돌아서 고속도로를 탈 필요도 없이 국도로 바로 빠져서 대구 쪽으로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요.”
“아!”
과거에 몇 번 들었던 사실이지만 조민우는 잘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새삼 알자 탄식했다. 그 당시에는 딱 부동산 투기(?)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기에 완전히 남 일처럼 보일 탓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당장 자신이 이곳에 삼만 평의 땅주인(?)이 될 입장이니, 자연스럽게 피부로 완전히 체감해서 관심을 가진 것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한 가지 의혹을 느끼자 곧 바로 질문했다.
“그러면 저기 터널을 뚫린 후에 이 근처가 전부 그 혜택을 입는다고 보면 제가 보기에는 삼십만 평은 넘어 보이는 것 같은데요?”
“아, 물론입니다. 전부 수혜를 입는 지역까지 다 합치면 백만 평 가까이가 되기는 합니다. 그런데 나머지 지역은 전부 황무지에 가까워서 큰 의미가 없죠. 그래서 아예 배제를 해버린 셈입니다. 괜히 사장님에게 권해봐야 제 욕만 들을 테니까요.”
조민우는 의외로 눈빛을 반짝였다.
이것 봐라. 그렇다면 가격이 더 저렴하다는 이야기가 되잖아?
“혹시 그 가격이 대략 얼마 정도인지는 알 수가 있을까요?”
“얼마 안 됩니다. 대략 칠십 만 평정로 잡으면 아마 삼십억 정도면 충분히 매입이 가능할 겁니다.”
“허어, 그 정도 밖에 안 됩니까?”
“아, 사장님, 당연하죠. 저 땅을 매입해서 도대체 어디에 쓸 수가 있겠습니까? 저기에는 농작물도 자라지 않습니다.”
조민우는 이 이야기를 듣자 일단 한 가지 확인이 필요해서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있던 정성일 부장을 쳐다보았다.
“정 부장님, 60억 정도까지 현금이 가능할까요?”
“DS X 물량이 좀 더 있으면 가능은 할 겁니다. 정 급하면 은행에 대출을 하면 될 겁니다. 그래봐야 십오억 내외이겠지만요.”
“호오, 그래요?”
하지만 정성일 부장도 그가 뭘 원하는 지 느끼는 바가 있기에 이의를 제기했다.
“설마 저 칠십 만평 땅을 추가로 구입할 생각이라면 전 반대입니다. 아마 취득세도 무시 못 할 겁니다.”
조민우는 과거 경기 지역에 공장부지 매입과 관련해서 지난 사업 기억 중에 몇 가지 사실을 떠올리고는 바로 반박했다.
“그런데 그 땅에 생산 시설을 설립하게 되면 세금 혜택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그러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건.......”
말이 안 됩니다!라는 마지막 말을 정성일 부장은 결코 삼키고야 말았다. 조민우의 두 눈에 떠 오른 강한 열의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사장님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조민우는 물론 여전히 부정적인 정성일 부장의 분위기를 알아보았지만 무시했다.
일단 확신이 선 것이다.
지금 딱 봐서는 DS X 뿐이 아니야. 만약 조수연씨가 하고 있는 DS 문자 해독만 끝나고 나면 그것으로 얼마든지 DS X, DS 생수를 비롯한 다양한 물품을 대량으로 생산할 길이 열린 거야. 그렇게 되면 기본적인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일도 아니지. 그 정도가 된다면 여기에 종합 연구 단지를 설립하는 거야.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아예 대구 지역 위성 도시로 발전시키는 거지!
아무리 소년이여 야망을 가지라지만 이것은 좀 터무니없는 생각이었다.
글쎄, 이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가능할까?
불가능할까?
사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말도 안 되는 망상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만 이것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
만약 DS 문자 해독이 끝나서 정말 DS X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면, 그리고 시간이 좀 더 흐른다면,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꿈을 그래도 꿀 수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조민우는 여기에 대해서 비록 아직 결과는 나오지는 않았지만 조수연의 그 놀라운 미모가 아니라, 혜지에 가득한 눈빛을 떠올리고는 확신했다.
충분해 돼.
자기 나름의 추측이었다.
따라서 그의 말은 정해져 있었다.
“이곳 백만 평을 전부 매입하고 싶습니다.”
중계자 업자는 입을 깜짝 놀라서 입을 살짝 벌렸다.
“네? 노, 농담이시죠?”
“아뇨, 진담입니다. 그렇게 진행을 좀 해주세요. 어차피 이곳 주변에 땅 주인을 잘 아실 테니, 잘 좀 부탁드립니다.”
“그건 문제가 안 됩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 권해드리고 싶지 않아서요. 누가 보면 저보고 부동산 사기 친다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조민우는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그건 절대로 아닙니다. 제가 뜻한 바가 있기에 이 땅을 매입하려는 것뿐입니다.”
이렇다는데.
계속 부정할 수가 있을까? 부동산 중계업자 입장에서는 거래를 터주면 그 때문에 생기는 복비를 받는다. 따라서 거래를 하는 것이 이익이다. 당연히 그럴 수는 없었다.
“사장님 뜻이 정 그렇게 확고하다면 제가 바로 진행해보죠.”
“그러면 바로 연락주세요.”
“네.”
***
부르릉.
부동산 중계업자는 조민우가 찬 차량이 저 멀리 떠나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그가 사라진 후에도 시선을 떼지 못했다.
도대체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아무리 생각해도 잘 이해가 안 된 탓이다.
그가 보기에 조민우가 완전히 미치지 않았다면 저런 행동을 할 수가 없다고 보았다. 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어차피 그거야 내가 고민할 바가 아니지. 고객이 그런 요구를 했다면 들어주면 그 뿐이잖아?
어떻게 보면 당연한 생각이었다.
다만 그가 도의적인 관점에서 망설여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땅 넓이는 무려 백만 평이지만 그 중에서 필요한 것은 그야말로 오만 평도 채 되지 않는 곳이다.
정말 필요가 없는 땅이었다.
그런 땅을 몽땅 구입하려는 조민우를 말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저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나온 이상 별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난 최선을 다했잖아!
중계업자는 결국 마음을 굳히자 곧 땅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다.
‘보자, 이 사장에게 먼저 전화하는 것이 맞겠군.’
***
이명훈 사장은 정확히는 수백억 대에 가까운 자산을 가지고 있는 한국 전체를 통 털어서 이 바닥에서는 꽤 알려진 소위 말하는 큰 손이었다.
다만 그가 주로 하는 것은 주식이나 이런 쪽이 아니라, 주로 땅, 건물, 아파트와 같은 부동산 분야에 특화되어 있었다.
실제로 그는 대한민국 전 지역에 많은 땅과,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
그런 건물 중에 강남이나, 압구정, 삼성동 근처의 아파트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실로 가볍게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이처럼 그야말로 부동산 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가 항상 마음에 걸리는 문제 하나가 있었다.
바로 천한산 근처에 매입한 십만 평에 가까운 땅 때문이었다.
박민구 그 새끼는 분명히 나에게 철저히 약속까지 하고서 뒤통수를 쳐? 개새끼, 어디 다음 국회의원 선거 때 한 번 두고 보자. 내가 아주 방해를 확실히 놔 줄 테니까.
생각할수록 이가 갈리는 일이었다. 사실 천한산 계획은 단순히 운이 좋아서 진행된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가담자(?)가 머리를 맞대고 해서 나온 계획 중에 하나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가 무려 십만 평에 가까운 그 쓸모없는 땅을 구입할 이유가 없는 까닭이다.
다만 지금 생각해도 아쉬운 것은 여전했다.
제길 거기에 터널만 뚫렸어도 최소한 스물 배 이상의 시세차익은 볼 수가 있었을 텐데!
스물 배?
그 정도가 아니었다.
터널이 뚫리는 순간에 조민우가 살고 있는 집 근처는 그야말로 노다지 변하는 것은 확실히 되는 탓이다. 그러면 거기에 이것저것 많은 업체가 생겨날 수가 있는 까닭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물류에 관련된 업체들이다.
이명훈 사장은 실제로 이것을 단순히 추측한 것이 아니라, 여러 물류 업체 실무자에게 뇌물까지 줘서 정보를 취합해서 내린 결론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천한산을 돌아서 들어오는 유류비가 너무 많은 까닭에 업체 입장에서는 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 쉬었다.
제길 지금 생각할수록 속만 쓰리군.
이런 그가 전화를 받은 것 딱 이 때문에 쓰린 속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위스키를 살짝 마실 무렵이었다.
지이잉.
지이잉.
‘이 시간에 누구지? 가만 이 사람은 김형명 부동산 중계업자잖아? 웬일이지?’
받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김형명씨?>
<아, 이 사장님, 안녕하세요.>
<당신 전화 때문에 기분이 더 나빠져서 안녕하지 못합니다만?>
<하하하, 아 이거 정말 죄송합니다. 아마 천한산 땅 때문에 그러시겠죠?>
<말하면 잔소리 아니오? 내가 손해 봐도 좋으니, 그 땅을 팔아달라고 한 지가 몇 년이나 지났는지 아시오? 그런데 도대체 결과가 뭡니까?!>
근 몇 년 만에 전화를 했는데, 시작부터 따가운 질책부터 듣자 김형명 중계업자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데 그가 뭐라고 따지기는 정말 그러했다. 대충 그가 얼마나 많은 손해를 봤는지 아는 까닭이다.
‘아마 대충 날린 금액만 해도 수십억은 족히 넘을 테니, 이해를 해줘야지. 하지만 지금 조민우 사장이 제안한 금액에 팔면.......’
솔직히 망설여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 조민우에게 제안한 금액대로 팔면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까닭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입을 다물 수는 없었다.
<저기 그 땅을 매입하겠다는 사람이 나와서 이렇게 전화 드린 겁니다.>
<뭐, 뭐야? 정말인가?>
<네, 그런데 문제가 좀 있습니다.>
<무슨 문제?>
<그 매입자가 현금이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그 분이 제안한 가격이 만 평에 일억인데, 가능할까요?>
<뭐야? 당신 미쳤어? 만 평에 일억이라고! 내가 거기 구입 가격이 얼마인지나 알고 그런 헛소리를 하는 거야!!!>
<.......>
김형명은 귀가 따가운 정도로 비명에 가까운 고함 소리에 잠깐 입을 다물어야 했다.
그런데 그도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솔직히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는 것을 인정한 탓이다.
다만 그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다고 판단하자 한 가지 사실을 말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