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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머지 땅 주인이 그 가격에 넘겼습니다. 그래서 사장님만 특별한 가격에 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수십억에 구입한 땅을 겨우 일억에 팔라니. 그런데 그 가격에 팔고 있다고?
<그 새끼들 전부 미친 거 아냐? 비록 개발이 늦어졌다고 해도 그 천한산에 터널이 뚫리는 것은 시간문제야!>
이렇다고 하는데, 뭐라고 해야 하나?
김형명은 다소 극단적인 반응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했다.
<뭐 싫으시면 어쩔 수가 없죠. 그러면 이 사장님 땅만 제외하고 진행하겠습니다.>
사람 마음이 간사한 것이 여기에 있었다. 상대가 그냥 포기해버리자 이 사장은 조금 전처럼 계속 다혈질적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정말 다른 땅 주인이 전부가 겨우 그 가격에 팔겠다고 해?>
<네, 그렇지 않으면 현금에 거기에 묻혀 버리니까요. 다들 팔고 싶어서 파는 것은 아니죠. 솔직히 그건 이 사장님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십억을 잘만 굴려도 이십 억 버는 것은 여반장 아닙니까?>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 사장이 실제로 그 때문에 천한산에 ‘천’자만 떠올려도 치를 떠는 까닭이다.
이제까지 그가 투자한 어떤 대상에서도 이렇게까지 손해를 본 적은 정말 없었다.
생각할수록 혈압만 올라가고, 오히려 신경성 질환만 더 생길 뿐이었다.
제길 이러다가 내 건강을 오히려 더 해치겠어. 하지만 그 가격에 천한산 땅을 판다라.......
정말 내키지 않았다.
의혹이 떠오른 것은 그 순간이었다.
가만 그 땅을 사려는 놈은 도대체 누구지? 완전히 쓸모가 없는 땅이잖아?
<이봐, 김 사장!>
<네?>
<그 땅을 사려고 하는 친구는 도대체 누구인가? 내가 알기로 완전히 쓸모가 전혀 없는 땅일 텐데? 설마 개발 호재가 생겨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
역시 이 질문을 할 줄 알았어. 확실히 다른 땅 주인과는 좀 틀리다니까.
<아 그 친구가 부모에게 유산을 좀 물려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돈으로 마땅히 할 일은 없고, 그렇다고 딱히 할 줄 아는 것도 없어서 그냥 묻어두려고 하는 것 같더군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였다. 수십 억 원을 그냥 황무지에 묻어두겠다니.
<허어, 완전히 미친놈이군!>
<하하하, 저도 몇 번이나 설득을 했죠. 차라리 다른 땅을 알아봐주겠다고. 그런데 그 친구가 욕심은 참 많습니다. 굳이 필요가 없어도 땅만 넓으면 된다는 친구이니까요.>
이명훈 투기꾼은 딱 이 말만 들어도 대충 감을 잡았다. 간혹 어떤 이들 중에 땅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이 있다는 아는 까닭이다.
<쯧쯧, 무슨 말인지 알겠군.>
<사장님도 대충 알아들었을 테니, 굳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겠죠?>
<그건.......>
하지만 이명훈은 여전히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이성적으로 팔아야 된다는 것은 알지만 본능적으로 이 땅을 팔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라는 감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감각을 방해한 것은 이제까지 그를 괴롭힌 천한산 노이로제였다.
제길 한국에 그 땅만 있나? 일단 포기할 것은 과감히 포기하자. 어차피 거기 아니라도 강남에 좋은 땅은 얼마든지 있어.
<좋네. 내 명의로 해서 지금 즉시 바로 그 계약을 진행해주게!>
<알겠습니다.>
10장 실마리
김형명은 다소 어려운 난관이 있을 거라 생각한 이명훈이 생각보다 쉽게 넘어가자 내심 쾌재를 불렀다. 나머지 땅 주인은 이명훈 보다는 간단하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아는 탓이다.
이제는 나머지는 일도 아니지!
그렇다면 굳이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그는 곧 바로 땅 주인 다음 명단을 확인한 후에 곧 바로 전화기를 들었다.
<저기 사실은 천한산 관련해서 땅을 구입하려는 분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 천한산 땅 시가가 요즘 들어서 너무.......>
-그 땅을 그 가격에 내놓으라고? 야이, 미친 새끼야! 너 똘 아이 아냐? 이 개새끼가 지금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처음에는 이런 반응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어느 정도 가벼운 이야기로 흥분을 가라앉힌 후에 이명훈 사장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반응은 거의가 비슷했다.
<어머, 정말이에요? 이 사장님이 땅을 매도하겠다고 결정했다는 말이에요?>
<제가 전화 번호 불러들이죠. 한 번 직접 확인 해보시기 바랍니다.>
<아, 아니에요.>
간단한 대답.
하지만 내심만은 달랐다.
크, 큰일이잖아? 이명훈 사장이 손을 뗀다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그 땅에 개발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말이잖아?
그것은 정말 큰일이었다. 그나마 작은 희망을 가지고 기다렸는데, 이런 상황이 되자 그냥 방치할 수는 없었다.
물론 김형명은 눈치가 빨랐다. 대충 분위기 파악하자 슬쩍 끌어 당겼다.
<뭐 정 사모님이 싫으시면 어쩔 수가 없죠. 사모님 땅만 제외하고 바로 진행하죠.>
<자, 잠깐만요. 아, 도대체 사람이 왜 그렇게 급한 거에요? 제가 언제 거절한다고 그랬어요?>
<어? 그래요? 하지만 사모님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말이 길어질 것 같아 보이자 상대는 말을 끝까지 듣기도 귀찮은 결국 결론을 내고 말았다.
<좋아요. 저도 팔죠.>
김형명은 그제야 활짝 미소 지었다.
<정말 잘 선택하신 겁니다. 솔직히 말해서 제가 그 땅 매입하려는 고객님에게 말리기까지 했으니까요. 그런데 고집이 좀 있는 분이라서 어쩔 수가 없게 된 거죠.>
하지만 상대 입장은 좀 달랐다.
<하아,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말아요. 그 땅을 지금 그 가격에 팔면 얼마나 손해인줄 아세요?>
<하지만 현금으로 가지고 있으면 그 손실을 어떻게 해서라도 줄일 수가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맞지 않겠습니까?>
<아, 몰라요. 이제 정말 두 번 다시 그 쪽에는 얼씬도 하기 싫으니, 그냥 알아서 바로 처리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
이렇게 해서 시작한 설득 작업.
김형명도 처음에는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 생각했는데, 간단하게 풀려가자 어느 정도 안도할 수가 있었다.
이 정도라면 나머지는 식은 죽 먹기야!
그런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중간에 완강한 반대도 있었던 탓이다.
<야아, 미친 새끼야, 전화 끊어!>
뚝.
이런 반응도 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이런 상황을 마주하자 다소 당황하기는 했지만 인내를 가지고 나머지 땅 주인 작업에 몰입해갔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심하게 반대한 땅 주인의 반응은 거의가 비슷했다.
<그게 정말이야? 이명훈 사장하고, 정명자 여사가 땅을 팔았다고?>
<물론입니다. 그래서 제가 권유를 드린 셈이죠. 그 분들이 다 판 마당에 그렇게 고집 피울 이유가 없을 것 같아서요.>
<야아, 새끼야, 그런 사실은 진작 이야기해야 할 것 아냐!>
쌍욕을 튀어나왔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야기를 드리려고 했는데, 사장님이 그 전에 전화를 끊었지 않습니까?>
<끄응, 알아. 하지만 문제군. 그 가격에 땅을 판다라? 정말 미치고 환장하겠군.>
겉으로 탄식.
하지만 이런 상황이 되면 게임은 거의 끝났다고 봐도 무방했다.
<투자를 하다보면 손해를 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냥 올해 액땜했다고 생각하시죠.>
이 말을 듣자 결국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하아, 알았네. 바로 진행하게.>
<알겠습니다.>
물론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아직 남아 있는 땅 주인이 생각보다 많은 탓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런 과정과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
김형명도 시간이 흐르자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속이 많이 상했다. 다만 그도 어느 정도 백만 평 땅 매입 설득 작업이 끝나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이거 중간에 고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생각보다 운이 좋았어. 겨우 이주 만에 마무리가 되다니.
단순히 운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정확히 시기가 잘 맞았다.
만약 일 년 일찍 이런 설득을 벌였다면 오히려 먹혀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천한산 땅 주인 대다수가 어느 정도 포기한 마당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나마 어느 정도 현금을 주겠다는 제안은 생각보다 달콤한 유혹이었다.
그것을 견딜 땅 주인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물론 끝가지 버틴 이도 있었지만 무려 팔십만 평에 가까운 땅 주인이 허락을 해버리자 버틸 수가 없었다.
이미 대세를 땅을 파는 분위기로 흘러가 버린 것이었다.
결국 그 역시 어느 정도 작업 진척이 마무리에 가까워오자 더욱 진행 속도를 올렸다.
‘자 이제 얼마 안 남았어. 힘내자!’
***
조민우는 물론 이런 김형명 중계업자가 어떻게 땅 매입을 하는 지에 대해서 잘 몰랐다.
정확히는 그것을 알 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았다.
가장 기본적으로 걸리는 것은 역시 DS X, DS 산소 때문이었다.
특히 백만 평 땅 매입과 관련해서 돈이 좀 모자라기에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여기에 매달려야 했다.
“헉헉헉! 에고 죽겠다!”
안색이 시퍼렇게 변해서 방바닥에 풀썩 누워 있는 그의 상태는 속된 말로 시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바로 한 가지 문제가 남아 있는 탓이다.
“이거 정말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쌍심지를 한 채로 두 눈을 시퍼렇게 광화를 번뜩이는 조수연의 모습은 사뭇 무서웠다.
그는 여자의 이런 섬뜩한 모습은 처음이기에 오히려 당황했다.
제길 왜 이렇게 화가 난 거지?
“무슨 일 때문에 그래요?”
“아니 일을 맡겼으면, 최소한 도와주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이건 공짜로 부려먹으면서 어떻게 무려 삼주 동안이나 코빼기도 보이지 않을 수가 있어요? 이건 정말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전 도대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는 말이에요! 아니 그리고 전화를 했는데, 왜 받지를 않은 거에요?!”
조민우는 딱 이 말만 듣고는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 지 금방 알아챘다.
“아, 미안해요. 회사 일 때문에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어요.”
응? 이게 무슨 소리야?
“회사일이라뇨? 학부생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아, 학부생 맞아요. 다만 부업으로 작은 사업(?) 하나를 하거든요. 그 일 때문에 요즘 정신이 없어서 그래요.”
부업이라니? 이것은 웬 생뚱맞은 소리야? 정말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네.
“자세히 말해주면 안 돼요?”
조민우는 딱히 내키지는 않았지만 조금 전에 그 무시무시한 얼굴을 떠올리자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여자가 무섭기는 이번이 처음이야. 하여간에 얼굴 예쁜 애들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니까.
“DS라는 업체인데요. 주로 DS 생수를 만들어서 파는 일을 하는 사업이죠. 제가 그 일을 지금 좀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정신이 없었던 거죠.”
“DS 생수?”
처음에는 뭔가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이 무엇인지 금방 떠올릴 수가 있었다.
“호, 혹시 그 패밀리 마트에서 파는 DS X라는 것도 만들어 파는 업체?”
조민우가 오히려 놀랐다.
“어라? 어떻게 알았어요? DS X는 그렇게 많은 시제품이 돌지 않아서 이 근처에서나, 아니면 다른 곳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치이, 당연하죠. 제가 그거 한 병 구한다고 얼마나 생고생한 줄 알아요? 대구 시내를 이 잡듯이 뒤져야 했으니까요.”
“허어, 그래요? 그렇게까지 필요하지는 않을 텐데.......”
“그건 조민우씨가 잘 몰라서 그래요. 그 약, 아니 DS X가 저같이 정신노동자의 정신적인 피로를 풀어주는데, 즉효에요.”
이건 그도 생각 못한 결과였다.
“그렇게 효과가.......아, 좋을 수도 있겠군요.”
“저도 저희 숙모님이 우연히 사 놓은 것을 보고 가격을 안후에 DS 욕을 무지 했거든요. 세상에 물을 10만원씩 파는 놈들이 어디 있냐구요!”
“.......”
조민우는 내심 욕설을 퍼부었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그냥 입만 다물어야 했다.
조수연은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의 의견을 피력함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데 먹고 나서는 정말 충격을 받았죠. 도대체 그런 약을, 아니 물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설마 조민우씨가 그 회사의 사장이었다니!”
조민우는 이렇게 상황이 흘러가자 그제야 안도하고는 슬쩍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거 다행이군요. 아 그런데, 제가 부탁한 진행을 어떻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