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90 회 -- >
어쭈구리, 그냥 넘어가겠다고? 좋아, 내가 이번만은 그냥 넘어 가준다. 그나저나 DS 사장이었다니, 정말 이 사람 다시 보겠는 걸?
이전과는 새삼 다른 시선을 그를 볼 수밖에 없었다.
겨우 학부생 주제에 하는 일이 너무도 뜻밖인 탓이다.
따라서 말투 역시 이전에 비해서 한결 부드러워졌다.
“사실 문제가 좀 생겼어요.”
“네? 문제라뇨?”
조수연은 곧 자신이 가지고 있는 DS 문자를 한 장씩 넘기는 것이 아니라, 쭉 펴서는 마치 모자이크 퍼즐 놀이를 하는 것처럼 맞추었다.
“지금 보면 알겠지만 이 DS 문자는 단순히 평면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에요. 서로 서로 전체적으로 입체적인 문양을 그리고 있어요.”
“.......”
조민우는 순간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어야 했다. 사실 그가 그린 DS 문자도 따지고 보면 저 마법진을 따라서 그린 것이 사실인 탓이다.
놀랍군. 단순히 그 문자열만 가지고 저런 특성을 파악했다니.
물론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 보면 이 DS 문자가 의미가 없는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아요. 명확한 의미와 패턴을 분명히 가지고 있죠.”
조수연은 이 설명과 동시에 DS 문자에서 하나하나 유사한 것을 지적하면 차분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사실 저도 이 문자의 의미를 처음에는 알지 못했죠. 그래서 결국 컴퓨터에 스캔으로 입력한 후에 비슷한 패턴을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맞춘 거에요. 그러다가 나온 것이 바로 이 패턴들이죠.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어요.”
“네? 문제라뇨?”
“여기 연결 부위의 DS 문자를 보면 정확히 그 의미가 맞지가 않아요. 여기 나온 것은 딱 몇 개의 문자일 뿐인데, 이렇게 해서는 서로 연결이 되지 않거든요.”
“그건.......”
조민우는 말을 하려다가 곧 입을 다물어야 했다. 바로 금반지가 가지는 효능 때문에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마법진에 관한 기억이 바로 떠오른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연결 문자를 착각했다는 것도 금방 알아챘다.
제길 너무 비슷해서 하나의 문자로 취급했는데, 그것이 문제였군. 하지만 이것을 가지고 틀린 문자열로 찾아내다니.......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었다.
‘가만 그렇다는 이야기는 DS 문자를 지금 해독하고 있다는 이야기잖아?’
“혹시 그 부분만 교정하면 이 DS 문자의 뜻을 알 수가 있겠어요?”
조수연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한 채 어깨를 으쓱했다.
“당연하죠!”
조민우는 새삼 놀라서 탄식했다.
“놀랍군요!”
“호호호, 제가 이래 뵈도 이쪽 분야에는 아무래도 경험이 많으니까요.”
자화자찬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았다.
그녀는 그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이렇게 되자 굳이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잠깐만 그 표를 다시 줘보세요. 제가 다시 교정을 해줄 테니까요.”
“뭐에요? 그러면 이거 잘못된 문자였던 거에요?!”
다소 목소리가 바로 올라갔다.
하지만 조민우도 여기에 대해서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제가 실수로 그렇게 된 겁니다. 정확히는 문제가 너무 복잡했죠. 그래서 그리는 것만으로 쉽지가 않았으니까요.”
그녀는 그 때문에 고생한 기억을 떠올리고는 발끈하려다가 이내 흥분을 가라앉혔다.
“하긴 이 DS 문자가 워낙에 복잡하니,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는 대화를 거듭할수록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가자 그제야 만족했다.
“네, 제가 그런 점은 바로 보완해서 다시 드리죠.”
“알았어요.”
조수연은 이렇게 간단히 마무리 한 후에 그가 일어서려고 하자 다소 아쉬웠다. 그런데 그녀가 조민우를 먼저 잡기에도는 또한 난감했다.
자존심 때문이었다.
정말 무슨 남자 매너가 이 모양이야? 이 정도 해주면 최소한 뭔가 대접이라도 해줘야 하지 않아!
내심 이런 소리를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마침 조민우가 자신을 째려보는 그녀의 따가운 시선을 느낀 후에, 한 마디 한 것은 바로 이 순간이었다.
“왜요? 무슨 할 말이라도?”
순간 당황했다. 마치 자신의 속마음을 들킨 것이 여간 불편하기만 했다.
“아, 아뇨, 그런 것은 아니고요. 다, 다만 그것을 해주면 아마 얼마 있지 않아서 해독이 가능할거에요.”
처음에는 더 할 말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 말을 듣자 한 가지 깜빡한 것을 떠올렸다.
“참, 얼마 있지 않아서라고 했는데, 기간은 어느 정도 걸릴 것 같은 가요?”
조수연은 잠깐 손가락으로 자신의 해야 할 일을 한 번 쭉 떠올려 보았다.
기본적인 문자 패턴을 찾았지만, 그것을 가지고 다른 완성된 문자를 통해서 분석한 후에 하나하나 찾아들어갔을 때 작업량을 대충 계산해본 것이다.
그리고 나온 대답.
“아마, 한 10개월? 아나 넉넉하게 1년은 잡으면 될 겁니다.”
1년이라니!
조민우는 그냥 하는 말에 대충 일-이주일 정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말을 듣자 바로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헐? 그게 무슨 말입니까? 1년이라니요? 아니 얼마 있지 않아서 해독이 가능하다고 했지 않습니까? 그러면 길어야 한 달 아니었습니까?”
“어머, 무슨 소리에요? 그게 정말 빠른 겁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적어도 2-3년은 잡아야 해요. 그것도 저같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연구팀이 전담했을 때 가능한 시간에요.”
이렇다고 하는군.
그러면 뭐라고 해야 할까?
조민우는 어이가 없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조수연은 처음에는 조민우의 반응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금방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맞아, 이 사람은 언어학자가 아니지. 하긴 그렇다면 경험이 없으니. 이 쪽 분야 일을 잘 모를 수가 있겠어.
“네, 그게 사실입니다. 솔직히 전혀 인류 문화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정체불명의 문자를 해독하는 거잖아요? 오히려 그 정도 걸리는 것만 해도 엄청나게 빠른 겁니다.”
솔직히 현실적으로 맞는 이야기였다.
어떻게 보면 조민우가 금반지의 능력 때문에 갑자기 자신의 능력이 좋아지면서 미처 보통 연구진이 하는 것에 대해서 간과했기에 생긴 오해였다.
제길 그럴 수도 있겠어. 다른 일반인은 금반지를 가진 것이 아니잖아?
“하지만 그러면 정말 문제네요.”
“네?”
조민우는 물론 그녀가 살짝 자신을 쳐다보면서 의혹의 표정을 짓자 곧 바로 대답할 수는 없었다.
자신도 어느 정도 정리가 필요했다.
DS 문자.
어떻게 보면 단 몇 마디 말로 끝낼 문제가 아니었다.
이것이 되지 않으면 앞으로 계속 자신이 DS 물품을 일일이 계속 노가다(?)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럴 수만은 없었다.
‘그렇게 되면 내 개인 생활 자체가 없어지잖아? 그런 식으로 계속 살수는 없어!’
이것이 문제였다.
따라서 무려 1년씩이나 걸려서 DS 문자를 해독할 바에는 아예 다른 방안을 강구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DS 문자 해독을 포기해야 했다.
다만 그도 이런 사실을 조수연에게 있는 그대로 털어놓을 수만은 없었다.
“제가 그 해독 작업이 바로 필요합니다. 만약 1년씩 걸리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합니다.”
조수연은 대화를 거듭할수록 그의 어조 속에 담겨 있는 급박함을 느끼고는 안색을 찌푸렸다. 도저히 타협이 불가능한 이야기인 탓이다.
“하지만 그것은 세상 어느 누구라도, 아니 어떤 천재라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에요.”
무조건 부정적인 이야기.
조민우는 답답해서 결국 최선의 답안에 대해서 한 번 다시 문의했다.
“만약 최대한 기간을 당긴다면 얼마 정도면 가능하겠어요?”
“최대한으로 한다고 해도 10개월 이하로는 줄이기가 힘들어요. 조민우씨는 지금 그 문자 해독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모르기에 그런 일방적인 요구를 하는 겁니다. 안 되는 것은 안 됩니다.”
“전혀 방법이 없다는 말인가요?”
조수연은 이야기가 길어지면 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자 단호하게 소리쳤다.
“당연하죠. 저 혼자로는 도저히 불가능해요!”
혼자는 안 된다고? 가만 그렇다면 둘은 가능하다는 말인가?
“혹시 다른 사람과 같이 하면 기간을 줄일 수도 있나요?”
“그건.......사람에 따라서 틀려요.”
조민우는 반쯤 포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눈빛을 반짝였다.
“가능은 하다는 이야기는 결국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이야기군요? 아니 하기에 따라서 충분히 현실적으로 된다는 이야기겠죠?”
조수연도 처음에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데 그녀는 말을 하는 중에 한 가지 기억을 떠올리고는 수긍하고야 말았다.
“적어도 저 정도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옆에서 보조를 해줘야 가능해요. 더욱이 그 자신은 스스로 일을 하면서 해줘야 하는데, 그런 사람은.......있군요.”
조민우는 잘은 모르지만 된다는 이야기에 쾌재를 불렀다.
“오, 보세요. 세상에 안 되는 일은 없다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이 DS 문자에 대해서 알게 될 텐데, 괜찮겠어요?”
그는 바로 이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그거야 조수연씨가 어떻게 해서라도 해결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저요? 글쎄요.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하면 저와 같이 한국에서 일을 하면 되기는 해요.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힘들꺼에요.”
“아니 왜요?”
“제 일을 도와줄 말한 친구가 지금 미국 MIT에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제가 비행기 표와, 숙박비를 전부 제공해도 안 될까요?”
“그건.......한 번 알아봐야 해요.”
“그러면 그렇게 한 번 진행해주세요.”
“하지만.......”
탁.
그는 이야기가 계속 길어지자 그녀의 어깨에 떡 하니 양 손을 올려놓고는 단호하게 소리쳤다.
“부탁입니다!”
“그렇지만.......하아, 알았어요. 한 번 알아보죠. 하지만 기대는 하지 마세요.”
꽤나 맥 빠진 소리였다. 하지만 그는 강한 눈빛을 반짝이면서 간단하게 마무리했다.
“하지만 조수연씨는 분명히 할 수가 있을 겁니다.”
“.......”
조수연은 너무도 밝은 광채로 반짝이는 그의 두 눈을 보고는 입을 다물고야 말았다. 그녀도 조민우에 대해서 알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곧 깨달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조민우의 어떤 일도 가능하다는 열정을 보고는 한 가지 사실을 새삼 느낄 수가 있었다.
‘나, 남자가 의외로 멋있잖아?’
***
제니퍼는 미국 MIT 대학에서도, 언어학 분야 관련해서는 손에 꼽힐 정도로 뛰어난 전문가였다.
이 말은 어떻게 보면 미국 전체를 통틀어서도 꽤나 이 분야에서 명성을 알리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녀의 나이가 겨우 이십대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MIT 대학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천재 중에 한 사람이었다.
이 때문에 그녀도 다른 천재들처럼 꽤나 괴팍한 면이 좀 있었다.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마든지 학기 내에 휴학을 해버리고 잠적해버리는 것이 일수였다.
-좀 쉴게요!
하지만 누구도 그녀를 터치하는 이는 없었다. 다만 이것을 명분으로 삼아서 도저히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일을 맡길 뿐이었다.
탁.
<마이클, 여기 있어요.>
마이클은 삼십 초반의 스포츠 스탈의 단발머리에, 귀걸이까지 해서 다소 특이한 느낌을 주었지만 전형적인 백인 남성이었다.
그는 자신이 무려 3개월에 걸쳐서 끙끙 앓다고 포기한 일의 결과가 불과 일주일도 채 안 돼서 나오자 환호했다.
<오? 제, 제니퍼, 저, 정말이야? 벌써 다 끝났어?>
<마야 문자는 기본적인 골격만 알면 해독하기가 가장 쉬운 문자 중에 하나에요. 그러니 그렇게 빨리 해결한 것은 아니죠.>
웃기는 소리였다. 이 문제를 무려 몇 개월 동안이나 풀지 못한 자신을 바보란 말인가? 그도 MIT 학부 때만 해도 천재 소리를 듣는 사람이었는데, 자존심이 정말 상할 일이었다.
하지만 차마 심한 소리를 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은근한 눈빛으로 제니퍼의 늘씬한 몸매를 우선 살폈다.
역시 올해 미스 유니버스 진은 그냥 운이 좋아서 한 것이 아니라니까. 진짜 외모하나는 끝내 준다니까. 다만 좀 성격이.......
그런데 그렇다고 지금처럼 확실한 기회를 그냥 놓칠 수는 없었다.
<제니퍼, 내가 내 일 도와준 기념으로 이번 주말은 근사하게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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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죠?
이런 결론?
네, 저 스스로 신기하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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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쓸게 없어서 현대 마법학을 만들었지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