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91 회 -- >
피식. 뻔히 보이는 수작. 남자들이 하는 행동은 너무 판에 보인다니까. 마이클 이 사람은 정말 생각을 하고 말을 하는 것일까?
차만 이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굳이 이것 말고는 그를 압박할 말은 꽤나 많았다.
<마이클은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에요. 과거 수연이 일도 있지만 그 보다는 마이클이 지금하고 있는 논문 자체가 좀 문제가 있어서 밀만 교수님이 벼루고 있으니까요.>
이것은 또 무슨 소리? 밀만 교수가 나를 노리다니?
<그게 정말이야?>
<이제는 계집질(?) 그만하고, 자신의 일이나 열심히 하세요. 잘못하다가는 박사 학위를 받기도 어려울 테니까!>
<......>
마이클은 그녀의 마지막 섬뜩한 눈빛에 질려서는 이내 입을 다물어야 했다.
‘제길 정말 성격하고는!’
***
제니퍼는 가소로운 눈빛으로 그의 이모저모를 한 번 살핀 후에 냉정하게 한 마디 하고는 돌아서버렸다. 그녀는 물론 자신의 냉정한 태도에 마이클이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는 것에 만족하고는 창가에 있는 자신의 자리에 가서는 곧 바로 노트북을 켰다.
삐익.
가벼운 소리와 함께 화면이 켜지자 늘 습관대로 오늘 온 E메일부터 먼저 확인했다.
에구, 이놈의 스팸메일. 정말 그렇게 지워도 끝이 안 보이네.
짜증스럽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스팸메일은 마치 바이러스 같아서 끝도 없이 증식하는 놈과 비슷했으니까.
다만 그녀는 무심결에 마구잡이로 지우는 중에 실수 한 메일을 지운 후에 아차 했다.
어라? 이거 수연이 메일이잖아?
그녀는 곧 바로 이메일 복구를 한 후에 메일 내용을 확인해보았다.
보자 잘 지내고 있냐고? 그래, 나는 잘 지내지. 그런데 애가 웬일로 갑자기 이렇게 메일을 보낸 것일까? 학교를 그만 두고 나서는 통 연락이 없었잖아?
호기심이 생기자 자연스럽게 그녀가 보낸 메일 내용이 궁금했다. 그런 그녀의 눈에 뜨인 마지막 문구는 꽤나 의미심장했다.
-나 지금 보낸 이 다섯 문자와 관련된 해독 작업을 하고 있어. 혹시 여유 되면 한국에 와서 나 도와줄 생각 없어?
웃기시네, 수연아, 말이 되는 소리를 좀 해야 지. 내가 무엇 때문에 그 아시아의 촌 동네(?)에 가서.......가만 이게 뭐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메일에 동봉된 문제는 불과 다섯 개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 패턴이 도저히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특이한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흥미를 느꼈다. 아니 그녀는 단순히 관심만으로 끝내지 않았다.
제니퍼는 곧 바로 습관적으로 자신이 바로 언어 해석 프로그램에 그 다섯 문자를 그대로 올려서 해독 작업을 실행 시킨 것이었다.
클릭.
촤르르.
순간 컴퓨터 화면에는 곧 자신의 만든 프로그램에 따라서 곧 바로 기존에 MIT 서버에 있는 다른 문자와 대조작업이 시작했다.
아마 MIT 슈퍼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니, 대충 한 반나절 정도면 되겠지?
그녀는 이렇게 해서 어느 정도 마무리를 끝내고는 곧 바로 이메일 그냥 닫아 버렸다. 이제는 관심이 없어진 것이다.
아니 사실은 조수연에게는 관심이 있었지만 한국이라는 나라에는 그다지 흥미라 잃지 않았다.
‘그래도 예의상 답장은 한 편 보내줘야겠지?’
탁탁.
***
제니퍼는 이렇게 자기 기준에 비추어봐서 친절하게 메일까지 보낸 후에는 조수연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렸다.
다만 이런 그녀가 그래도 계속 흥미를 가진 것이 있었다면 조수연이 보낸 다섯 가지 문자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 역시 그렇게까지 솔깃하지는 않았다.
정확히는 너무 바빴다. 그녀는 한가한 조수연과는 달리 지금 해야 할 일이 산더미(?)같이 밀려있는 탓이다.
아마 그녀가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상태에서 조수연이 보낸 문자를 자세히 봤다면 이렇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았다. 이제 복학한 후에 밀린 일처리 때문에 정신이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문자 해독을 해 놓은 그 결과마저 무시한 것은 아니었다.
삐익.
-미확인 문자!
‘끝났나? 어? 이게 뭐야?’
그것은 정말 뜻밖이었다. MIT 서버 내에 있는 자료에는 거의 지구상의 모든 문자 패턴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니 설사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해도 유사한 패턴은 나와야 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다. 놀랍게도 유사한 패턴조차 전혀 없었던 것이었다.
제니퍼는 깜짝 놀라서 다시 이 문자 해독에 몰입해야 했다.
그녀는 이 해독 작업에 기존에 자신이 하던 모든 일을 팽개치고는 무려 일주일이나 집중 투자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알게 된 놀라운 사실.
<이, 이럴 수가 이, 이건 이제까지 밝혀진 적이 전혀 없는 문자잖아?>
그것은 정말 충격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제니퍼와 같은 천재에게는 좀 다른 문제였다.
그녀가 이제까지 언어학 분야를 연구하면서 얻어온 결과를 전부 엎어버리는 놀라운 결과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날 딱 맞춰서 다시 날아온 조수연의 이메일 하나.
-까꿍 놀랐지?
<.......>
‘이 기집애가!’
생각할수록 짜증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무시할 수는 없었다.
결국 이메일로 급하게 이 사항에 대해서는 문의를 한 번 해야 했다.
-도대체 이 문자 정체가 뭐야?
그런데 놀라운 것은 메일을 보내기가 무섭게 조수연에게 답장이 온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좋았다. 하지만 그 내용이 좀 문제가 될 뿐이었다.
-No Comment!
화가 나지만 이런 대답에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너 정말 그 따위로 나올 거야? 그럴 거면 뭐 하러 나에게 메일로 보낸 거야?
하지만 다시 날아온 대답은.
-No Comment!
우씨, 이 기집애가 사람 환장하게 만드네, 나랑 지금 장난 하는 건가?
-너 정말 계속 이렇게 나오면 진짜로 앞으로 재미없어? 앞으로 아예 연락은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반응은 역시나 한결같았다.
-No Comment!
<.......>
제니퍼는 도대체 조수연이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가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아니 원하는 것이 있으면 뭐라고 말을 해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이런 식으로 반응을 보이면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정말 짜증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가지 다른 답장을 보내 보았다.
-갈까?
-응!
-.......
‘으이구, 사람 정말 성질나게 만드네!’
이것으로 상대가 원하는 것은 확인이 되었다.
떡밥만 달랑 던져 놓고는 그것을 물기만을 바라는 낚시꾼의 태도.
딱 그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것에 대한 것은 또 다시 한 번 확인이 필요했다. 미국에서 한국까지 가는 것이 이웃집 방문처럼 간단한 것이 아닌 까닭이다.
-진담으로 하는 말이야? 내가 정말 한국에 까지 가서 그것을 확인해 볼 의미가 있는 거야? 너 좀 진진하게 대답 좀 해봐!!!
-당연히!
상대의 반응은 실로 확고했다.
이것은 분명한 뭔가 있지 않고야 이런 반응이 나올 수는 없었다.
제니퍼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했다. 지금 당장 다시 휴학 하는 일이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닌 까닭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DS 문자에 대한 호기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더욱 땡긴 것이 사실이었다.
고민을 다소 길었다.
그런데 이런 갈등에 대한 답은 사실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아, 어쩔 수가 없나? 분명히 지금 봐서 이 다섯 개의 문자만 봐도 간단한 것이 아냐. 만약 이 문자가 정말 이제까지 인류 역사에서 밝혀지지 않는 문자라면 꽤 큰 의미가 있어!’
이것이 그녀의 결론이었다.
그렇다면 그녀의 다음 행동을 아주 간단했다.
그녀는 곧 바로 밀만 교수 자리에 간단하게 며칠 쉰다는 통보만을 달랑 남긴 후에 곧 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 기집애 속이기만 해봐라. 그냥 안 놔둘 테다!’
11장 DS 문자 해독
조수연은 미국에서 한국에 올 때 몇 번 이용한 인천공항이 그렇게 썩 낫 설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마 그것은 미국에 있을 때 이곳저곳으로 많이 이동하면서 비행기를 많이 타서 그런 것이 아닌 가 그런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녀도 누군가 마중하기 위해서 이렇게 공항에 나와 본 것은 처음이기에 기분이 참으로 싱숭생숭했다.
특히 자신의 간간히 쳐다보는 남자들의 시선을 느낄 때마다 더욱 그러했다.
더욱이 어떤 놈은 자신의 전신을 이곳저곳을 살피는 음흉한 눈빛이 정말 역겹기까지 했다.
오늘은 오랜 만에 자신의 친구인 제니퍼를 만나는 날이기에 특히 부담 없이 가벼운 청바지에, 면 티만 살짝 해서인지 유난히 몸매가 눈에 뜨인 탓이다.
더욱이 그 때문에 자신이 가장 자랑하는 가슴이 오늘 따라 유난히 툭 튀어나온 모습 때문인지 에로틱하기까지 했다. 따라서 남자들의 시선이 끊이지 않자 오히려 불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상관은 없었다.
뭐 이런 시선은 한두 번 받아 본 것이 아니잖아?
그래서 더욱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조민우였다.
조민우씨의 경우에는 좀 예외이기는 해. 그 사람은 특이하게도 나 같은 초 절정 미녀를 찬 밥 대우하는 남자이니.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조민우의 반응이었다. 그 때문에 그녀는 제니퍼를 기다리는 시간이 그렇게까지 지루하지 않을 정도였다.
이런저런 상념 중에는 별의 별것이 다 있었다.
심지어 호텔에 가서 조민우와 뜨거운 사랑을 하는 장면까지 있었으니.
어처구니가 없는 망상이었다.
‘어머, 내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
스스로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때 들려온 한 소리.
-어? 너 조수연 맞지?!!!
조수연은 곧 금발에 화사한 미녀 한 사람이 간이용 여행 가방을 끌고는 자신의 코앞에서 쳐다보는 모습을 본 것이다.
그녀는 곧 망설이지 않고는 곧 그녀의 양손을 잡고는 환호했다.
<우와, 제니퍼다. 드디어 왔구나! 정말 반가워!>
폴짝폴짝 뛰면서 꽤나 반기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제니퍼는 시작부터 불만이었다.
<반가운 것 좋아하네!>
<킥킥킥, 아직 화났어?>
<그걸 말이라고 했어? 야아, 어떻게 미국에서 한국까지 오라고 할 수가 있냐? 나 같으면 그냥 메일로 대답을 해줬겠다!>
제니퍼는 비취색 눈망울이 참으로 매혹적인 금발미녀였다. 물론 몸매는 말할 것도 없었다. 서양인의 전형적인 체형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서인지 눈에 확연히 드러나 보였다.
가늘고, 길게 쭉 뻗어 있는 하체도 하체이지만, 상체마저도 길어서 확실히 동양인과는 좀 달라보였다.
조수연 역시 반갑기는 했지만 다시 두 눈으로 이런 그녀의 몸매를 보자 질투심이 생겨서인지 새침한 표정으로 툴툴거렸다.
<하여간에 제니퍼 몸매 하나만큼은 정말 끝내줘.>
<실없는 소리는 좀 그만 해!>
시작부터 틱틱거렸지만 이제는 노골적인 툴툴거리는 제니퍼.
하지만 조수연은 그런 모습조차 너무도 좋았다. 미국에 있을 때 가장 자신의 위안이 된 친구이자, 동료인 탓이다.
제니퍼 역시 퉁명스러운 표정을 보였지만 내심으로 역시 정말 그녀가 반가웠다.
하지만 그것은 그것이고, 이것은 이것이었다.
<빨리 그거나 보여줘!>
<그래, 알았다!>
***
조수연 역시 오랜 만에 만났는데도 불구하고 성격이 예민한 그녀가 그렇게 마음에 든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녀는 그런가 하고 넘어갔다.
원래 제니퍼는 좀 그런 다혈질적인 성격이 있는 까닭이다.
다만 한 가지 점에서 만큼은 그녀를 인정했다.
‘머리지!’
그녀 자신도 누구에게 뒤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제니퍼만큼은 자신이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야 할 일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바로 일단 작업에 임하기 전에 조민우가 이미 철저하게 당부한 몇 가지 서약은 필히 받아야 했기에 두텀한 계약서 사본을 곧 그녀에게 내민 것이다.
<이건 또 뭐야?>
<비밀 계약서야. 지금 보고 있는 DS 문자에게 관한 것은 외부로 누출시키면 민형사상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지. 여기 최고 벌금만 해도 2,000만 달러 정도라고 되어 있으니, 아마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야.>
어이가 없었다.
<뭐야? 지금 나랑 농담하자는 거야? 도대체 그 문자가 뭐기에 그 따위 소리를 하는 거야? 아니 고대 문자를 확인하면 왜 이런 것까지 작성해야 하는 거야?>
<싫으면 어쩔 수 없지.>
한국까지 왔는데, 싫으면 포기하라고?
정말 어이가 없는 이야기였다.
<지금 그게 말이라고 해?>
============================ 작품 후기 ============================
여러분이 잘 몰라서 그런데요.
이 부분이 사실 좀 어려웠습니다.
글의 고비 중에 하나였죠.
8-10권 까지는 아마 술술 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