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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마법사-96화 (96/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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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정성일 부장은 바보가 아니기에 다소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의혹을 느낀 채 입을 다물었다.

‘사장님은 정말 내가 그 말을 믿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런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어차피 말해봐야 그 결과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서 확인까지 한 마당.

차라리 모른 척 해두는 것이 좋았다.

다만 가슴 한 구석이 쓸쓸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나마저 믿지 않는다?

조민우가 이런 그의 심사를 모를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마법에 관해서는 아직도 누구에게 말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었다.

‘아니 시간이 지나도 비슷하겠지.’

“그러면 부탁을 좀 합니다.”

다소 강압에 가까운 부탁이지만 거절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으음, 알겠습니다.”

***

권용민 사장은 오늘따라 기존에 주문 받은 금 가공 작업에 자꾸 실수가 발생하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이거 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 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이기수 과장은 이런 그의 심사를 알아본 듯 위로해주었다.

“그렇지 않죠. 제가 보기에 권용민 사장님이 너무 일을 많이 해서 그런 겁니다.”

그냥 하는 말일까?

그렇지는 않았다.

두 사람이 앉아 있는 작업실은 거의 오십 평이 넘을 정도로 넓었는데, 사방 벽으로 쭉 이어진 테이블에는 별의 별 특이한 물건이 많았다.

대다수는 과거 작업하는 중에 남긴 금 가공 작업 결과였다.

하지만 이 뿐이 아니었다. 금을 가공하기 위해서 이곳저곳에 간격을 두고 놓인, 가공 장비들은 딱 봐도 아주 특수하게 주문된 것이라는 것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두 사람이 있는 뒤편에 전열장에 쭉 나열해 있는 특이한 형태의 금반지, 마디마디마다 아주 정교한 문양이 따로 새겨진 특수한 형태의 금목걸이였다.

그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얼추 봐도 수십 개를 넘어갔다.

그런데 이 결과를 딱 봐서는 기계로 한 것이 아니라, 수작업으로 했다는 것은 권용민 사장이 한창 작업에 여념이 없는 금목걸이 한 부위만 봐도 간단히 짐작이 가능했다.

두 부위가 거의 유사한 까닭이다.

겨우 갓난 애 손톱의 사분이 일도 안 되는 크기에 정교하게 수놓아진 꽃문양이 확대된 것을 보면 한 편으로 신기하기만 했다. 그런데 아쉬운 사실이 있다면 그런 꽃문양 한 쪽이 살짝 비틀려 있다는 점이었다.

실수였다.

어떻게 보면 그렇게 대단한 실수는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권용민 사장 입장에서는 좀 달랐다.

내가 비록 작업 양이 많은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일 년 전 만해도 이 보다 한배 반 가까이 되는 작업양을 해도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

이것은 다르게 표현하면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봐야 했다.

그러면 왜 그런 현상이 생긴 것일까?

나직이 중얼거렸다.

“흥미를 잃었기 때문일까?”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권용민 사장은 항상 오늘도 밤늦게 까지 옆에 붙어서 하나라도 더 기술을 배우려고 기를 쓰는 이기수 과장을 보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좀 신뢰가 간 것이다.

“아무래도 같은 일만 계속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흥미를 잃은 것 같아.”

그는 곧 이제까지 권용민 사장이 작업했던 양을 한 번 쭉 떠올려보았다. 도대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작업을 했는지 헤아리기조차 어려웠다. 그런데 그 대다수가 단순히 대량 생산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명인의 손길을 요구하는 수작업이었다.

따라서 그런 작업을 수백 회, 아니 수천 회를 반복하면?

지치셨구나.

“아, 그럴 수도 있겠군요.”

“쯧쯧, 왜 뭐가 마음에 들지 않아?”

“아뇨,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만 사장님 그런 이야기를 하시니, 좀 이상해서입니다.

굳이 부인할 사항은 아니었다.

하긴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은 오래 들어와서 처음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

어떻게 보면 너무 반복적인 일 때문에 생긴 매너리즘이라고 봐야 했다.

그런데 역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도 이제는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한 까닭이었다. 사실 자신이 대기업을 퇴직하기 전에 따로 지금 하는 금 가공 일을 어느 정도 습득까지 했었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두기가 무섭게 이 일에 매달렸다.

결과는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아예 손님 자체가 없었지.’

덕분에 이년 동안은 이 금 가공 사업은 적자에 적자를 봤고, 도저히 견디다 못해서 이 사업을 결국에는 접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 때 자신을 도와준 한 사람.

‘정성일이지!’

비록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해도 자신이 힘들 때, 개인적으로 따로 영업을 해준 것은 그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그 당시에는 많지 않는 고객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자신이 일어설 수 있는 출발점으로 적합했다.

차임벨 소리가 들린 것은 바로 이 순간이었다.

딩동.

“나가 보게.”

“알겠습니다.”

***

오랜 만에 만난 정성일은 그다지 과거에 비해서 큰 차이가 없었다.

“여어, 잘 지냈는가?”

말하는 투도 여전했다. 그리고 저 능글 하면서도 여유로운 표정 역시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권용민 사장은 이렇게 밤늦은 시간에, 물론 전화로 이미 약속까지 한 것이지만, 자신의 친구가 방문한 것만으로 만족하고는 가볍지만 힘 있는 악수를 청했다.

꽉.

“오랜 만이야.”

“아파, 이 친구야.”

“오, 그래? 하긴 내가 요즘 들어서 이 일을 하면서 생각보다는 힘이 강해진 것 같아.”

하지만 정성일 부장은 오히려 그런 그가 걱정스럽기만 했다.

“이제는 좀 마음의 여유를 가질 때가 되지 않았나? 자네도 이제는 돈도 좀 벌지 않았나? 꼭 이렇게 일에만 매달려 있는 모습은 좋지 않은 것 같아.”

“왜 나 혼자 이렇게 일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아니, 뭐 꼭 그런 의미가 아니라, 이제는 너무 그렇게 혼자 끌어 앉고 사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그래. 자네도 스스로 생활의 여유를 가져야지.”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런데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았다. 아직도 과거 사업하면 크게 대인 앙금이 너무 심하게 남아 있는 까닭이다.

“하아, 그런 이야기는 그만 하게. 그나저나 어쩐 일로 자네같이 바쁜 사람이 이곳에 왔나?”

정성일 부장 역시 이런 그의 태도에 굳이 더 이상 개인적인 일을 내세우지 않았다.

“참 부탁할 일이 있어서 그래. 잠깐 이것 좀 봐줄 수가 있겠는가?”

그는 간단한 대답과 동시에 곧 정교한 치수와 함께 나와 있는 타원형에서 일부 조각만을 드러낸 문양을 보여주었다.

딱 봐도 전체가 아니라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것이 의뢰라는 것 정도는 알았다. 하지만 도면 한 쪽에 나와 있는 치수를 확인하자 자연스럽게 의문이 떠올랐다.

‘뭐지? 15cm라고? 이것도 일부인 것 같아, 그러면 전체 치수를 합치면 크기가 작지 않잖아? 아니 왜 이런 것을 나에게.......’

“자네 설마 금으로 이것을 만들어 달라는 이야기는 아니겠지?”

참으로 눈치가 빨랐다. 이래서 의뢰를 주기가 편한 것이다. 그리고 그가 단순히 고등학교 동창이고, 과거 자신이 도와주었기에 이곳을 찾은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맞네, 전부 금으로 가공했으면 하네.”

이것을 전부 금으로?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의뢰였다.

“이봐, 농담이겠지? 금 재료비만 해도 얼마나 들어갈지 알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건가? 아니 그 뿐이 아냐. 이 정도 가공이라면 들어가는 의뢰비 역시 그렇게 만만치 않아.”

“한 2,000-3,000만원 잡으면 되지 않겠나?”

간단하게 한 말이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권용민 사장은 그제야 상황을 알아채고는 황당한 표정을 한 채 다시 제안 받은 도면을 세세히 확인을 해 봐야 했다. 그런데 역시 다시 몇 번을 살펴도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 하나.

“좋아, 그것은 그렇다고 하지. 그런데 이게 도대체 무슨 용도인가?”

“나도 몰라.”

“뭐? 수 천 만원 자리 의뢰를 맡기면서 그 용도를 모른다고?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정말이네.”

아예 입을 다물자 조금 태도를 바꾸었다.

“혹시 무슨 국립 박물관이나 이런 곳에 전시할 의도인 건가? 무슨 기념 이벤트 형식으로 말이네.”

그럴듯한 추측이었다.

그런데 정성일 부장은 고개를 내저었다.

“나도 진짜 몰라. 우리 사장님이 이것을 진행하라고 하신 것 외에는.”

“뭐? 자네 사장? 그게 무슨 소리인가? 새로 들어간 그 회사 사장 말인가?”

사실 이 말이 나오자 정성일 부장도 원래는 더 이상 언급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쌓인 것이 자연스럽게 터져 나왔다.

“아니 전 회사 사장님이지. 조민우 사장님이라고 전에 내가 말을 한 것 같은데?”

“조민우라면.......아, 그 젊은 사장 친구 말이군. 자네가 그토록 입이 닮도록 칭찬한 그 사장 말인가?”

“하하하, 그래, 맞아.”

가볍게 웃으면서 한 말.

하지만 권용민 사장은 자연스럽게 그에게 들었던 몇 마디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 회사는 부도났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자네도 지난 동창 모임에서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면서 울었지 않았나?”

울기는 뭘 울어. 아 참 이 친구는.

“쯧쯧, 뭐 그런 기억까지 하고 그래. 그 당시에는 부도가 났지. 그런데 다시 재기를 했어. 덕분에 이제는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정도이니까.”

놀라운 말이었다. 망했다고 들은 기억이 그다지 오래되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벌써 말인가? 아니 사업 망하고 나면 자본금이 완전히 바닥나서 쉽지가 않을 텐데?”

“그게 그렇게 되었네. 하아, 그 이야기는 나중에 술 한 잔하면서 하자고. 지금은 이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으음, 알겠네.”

간단한 대답.

하지만 권용민 사장은 그제야 자신이 받은 의뢰가 결코 장난삼아서 하는 제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더욱 의아하기만 했다.

‘도대체 이것으로 뭘 하려는 것일까?’

물론 지금 당장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는 바로 이 일을 시작했다.

***

권용민 사장은 조민우의 DS 마법진에 대한 의뢰를 받자 다른 주문을 전부 내 팽개치고는, 아니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전부 떠넘긴 후에, 곧 이 작업에만 매달리기 시작했다.

물론 이유는 간단했다.

‘정말 신기하네. 도대체 이 문자의 정체가 뭐야? 이런 문자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잖아?’

간단하게 생각한 호기심.

꼭 이렇게만 끝내지 않았다.

그도 과거에는 한때 대기업에서 일을 한 적이 있는 사람이기에 그 경험을 살려서 따로 한 번 조사를 병행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 결과.

-이런 문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가 물론 이렇게 엉뚱한 일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었다. DS 문자 정체에 대해서 조사를 하면서도 일을 하는 것에 소홀히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이 일에 깊이 몰입해갔다.

그것은 본능적으로 이 문양에 뭔가 많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물론 그 이유는 스스로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DS 마법진 하나하나 완성하면서 더욱 깊어만 갔다.

단순히 도면으로 봤을 때와는 달리 삼차원으로 만들어진 DS 마법진은 이와는 천양지차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 아름답다!”

그것은 단순히 아름답다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금으로 만들어진 DS 마법진에서 나오는 빛은 서로 교묘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그것이 섞이자 도저히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일 들 정도로 황홀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당연히 옆에서 지켜보면서 일을 간간히 도와주던 직원들은 모두가 놀라워했다.

(저게 도대체 뭐야?)

(나도 몰라. 어디 박물관 이벤트 기념으로 내놓은 작품이라고 하더라고.)

(우와, 그래? 그러면 저거 돈 좀 되지 않을까?)

(이 바보야,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잖아? 저것을 보고도 느끼는 것이 없어?)

(하긴 저런 물건 의뢰를 받는 것만 해도 어떻게 보면 대단한 일이겠지!)

틀린 이야기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이 DS 마법진의 전체 모양이 외부로 알려져서는 안 되는 진정한 이유였다. 그리고 조민우의 판단이 정확히 맞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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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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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서서히 한계인듯....

한 편씩 쓰니까.

글만 힘들고......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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