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97 회 -- >
정성일 부장 역시 딱 이주 만에 작업이 끝난 작품을 보고는 새삼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
“정말 수고했네! 내가 이래서 자네에게 일을 맡기기를 잘한 거지.”
하지만 상대는 바보가 아니었다.
“쯧쯧, 실없는 소리는 그만 해. 이미 나머지 부분은 다른 사람에게 맡긴 것 정도는 나도 예상이 가능하니까.”
찔끔.
괜히 미안했다.
그런데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도 솔직히 결과가 나온 물건을 보기 전까지는 조민우가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랐던 것이었다.
아니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주의마저 주었다.
“여기에 관한 자료는 전부 삭제해주게. 혹시라도 기념으로 찍은 사진 역시 마찬가지이고.”
어떻게 보면 지나친 요구였다. 그런데 그다지 이 점에 대해서 항의하지 않았다. 이미 어느 정도 느끼고 있는 탓이었다.
“진담으로 하는 소리인가?”
“물론이네.”
“왠지 그럴 것 같더라고 했어. 어쩔 수 없지. 뭐 자네의 부탁이니까. 다만 한 가지 알고 싶은 것이 있는데, 도대체 이게 뭔가? 아니 뭐 정말 대답하기 꺼려진다면 간단하게 힌트라도 주면 안 되나?”
정성일 부장의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나도 모르네!”
“.......”
으음, 이 친구 표정만 봐서는 거짓말은 아냐. 그렇다면 이 일을 맡긴 그 조민우라 친구가 뭔가 알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에이, 관두자. 괜히 이런 쓸데없는 일에 정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겠지.
그런데 이런 태도는 당연했다.
먹고 살기 바쁜 입장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반응인 까닭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
정성일 부장은 곧 바로 나머지 작업을 맡긴 명인에게 그 결과를 전부 일일이 받으면서도 그들에게 동일한 조건을 내걸었다.
-자료를 모두 파기해주게!
물론 여기에 대한 반응은 거의 권용민 사장의 행동과 비슷했다.
-꼭 그래야 하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자네에게 앞으로 의뢰는 절대로 없네!
이렇다고 하자.
나올 반응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아니, 이 친구가 도대체 왜 그래? 누가 하지 않겠다고 하는가? 어 그 친구 성격 한 번급해!
이런 상황이었다.
따라서 마무리는 그다지 큰 문제가 없었다.
더욱이 여섯 명의 명인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DS 마법진 조각을 사사로이 공개할 사람도 아니었다. 다들 믿을만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설사 그것을 공개한다고 해서 사용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조민우 조차 아직 이 DS 마법진의 정체에 대해서 잘 모르는 까닭이다.
다만 정성일 부장만큼 일단 깔끔한 일 마무리에 꽤나 만족했다.
‘확실히 믿을 만 한 친구들에게 맡기기를 잘했어. 그렇지 않았다면, 혹시나 해서 이것저것 따져가면서 고민을 해야 하잖아? 사실 이거 관리하는 것만 해도 쉽지가 않을 테니까.’
그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물론 있었다.
‘도대체 사장님은 이것으로 뭘 하려고 하는 것일까? 아니 도대체 이것의 용도는 무엇일까?’
물론 지금 당장은 아무리 고민해 봐도 답을 전혀 추측할 수가 없었다.
2장 DS 마법진의 비밀
정성일 부장은 특히 자신의 의뢰를 맡긴 후에 DS 마법진 여섯 조각을 모두 모은 장본인이기에 그 전체적인 결과를 보고는 꽤나 흥미를 가졌다.
일단 조민우에게 넘기기 전에 그 역시 자기 혼자 잠깐 살필 기회까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DS 마법진 조각에 손을 댈 수는 없었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사장님이 알면, 괜히 신뢰만 잃겠지.
따라서 직접적인 확인을 할 수가 없기에 이런저런 관찰자 관점에서 DS 마법진을 세밀하게 살펴보기만 할 따름이다.
하지만 그는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더욱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 물건이 의미하는 바가 있기는 있는 것 같아. 그런데 나도 이런 형태의 물건을 어디에서고 본 적이 없다는 말이야.’
이것이 문제였다.
그도 흥미를 가지자 이런저런 다른 다양한 고고학적이 유물을 살펴보았지만 DS 마법진과 관련된 것은 전혀 없었다.
-그런 문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결국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포기다!’
어쩌면 당연한 결말이었다. 그리고 그는 곧 예정대로 수순에 따라서 조민우를 찾았다.
‘뭐 사장님이 알아서 하시겠지.’
***
조민우는 물론 어느 정도 이제는 수익이 탄탄해서 여유를 가져야 하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이전에 비해서 더욱이 정신없이 바빴다.
물론 바쁜 이유는 별 다른 것이 없었다. 바로 원하는 부동산 구입을 위해서 부족한 자금이 당장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무리를 해서라도 DS 제품 생산에 전력을 다해서 매달려야 했다.
죽으라고 매달렸다.
진짜 죽을 뻔했다.
“하악, 하악, 하악! 저, 정말 미치겠다. 도, 도저히 이제는 못하겠다!”
방바닥에 벌렁 나뒹굴어 있는 그는 안색이 초췌하다 못해서 좀비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있었다. 그야말로 정신력을 한계까지 쥐어짰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안쓰러워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얻는 것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DS 생수 생산량이 좀 늘어났어!’
그런데 이것을 꼭 좋아할 일만은 아니었다. 자신이 이제까지 생산한 DS 생수 양을 고려하면 오히려 점점 퇴보하고 있다고 봐야 했다.
따라서 고민이 자연스럽게 되었다.
‘도대체 왜 더 이상 DS 생수 양이 이전처럼 계속해서 같은 비율로 늘어나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사뭇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었다. 지금까지는 분명히 정신력을 사용하면 할수록 거기에 비례해서 산술적으로 DS 제품이 늘어난 까닭이다. 그런데 서서히 그런 현상이 정체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조민우는 이 문제에 대해서 아주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만 했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이제부터 벌어들이는 수익은 결국 이 정체 물량에 제한된다는 의미야. 그렇다면 DS 사업 자체가 크게 위축될 수가 있어.’
이것이 문제였다. 더욱이 이제는 DS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이미 DS X같은 경우에는 너무 가격을 많이 올려서 생각보다 소비자의 비난이 심한 까닭이다.
‘휴우, 답답하네.’
비록 DS 마법진 의뢰를 맡기고, 거기에 큰 기대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만약을 위해서 자신 스스로가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을 늘이는 작업은 꼭 필요했다.
그런데 지금처럼 정체는 곤란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퇴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결국 비록 지쳐서 손가락 하나 까닥할 힘이 없었지만 이 문제를 가지고 계속 고심을 거듭해야 했다.
뭔가 분명히 돌파구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이런 사색은 좁은 범위에서 답을 찾지 못하자 점점 범위를 넓혀갔다. 그리고 그것은 곧 DS 마법진에 대한 생각으로 바뀌었다.
DS 마법진.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히 금반지로 인해서 생긴 이미지를 그대로 구현할 것에 불과했다.
딱히 이유가 있어서 한 것은 아니었다.
본능적으로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사실은 다른 대안이 없었지.’
이것이 가장 현실적인 문제였다.
조민우는 얼마 있지 않으면 정성일 부장에 의해서 DS 마법진 구현이, 뿐만 아니라 조수연에 의해서 DS 마법진 해석이 끝난다는 것 정도는 이미 확신했다. 그래서 더욱 그냥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지금은 두 가지 일이 끝나도 아무런 실마리가 없기에 그 두 가지 결과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었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얻지 못하자 자신의 꼴이 참으로 우스웠다.
‘과거 화학자가 산소 발견하지 못한 것을 우습게 생각했잖아? 그런데 지금 내 꼴을 보면 그와 비슷하지. 어떻게 보면 그 당시 화학자들에게 산소란 매우 어려운 것일 수도 있었겠지.’
나름 타당한 결론이었다.
산소를 발견한 라부아지에가 살았던 1775년에만 그렇게 지금이 비해서 화학 지식의 체계화가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었다.
라부아지에가 1777년에 제출한 논문에서 ‘모든 산은 공기 내에 특정 성분에 의해서 생성된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것이 바로 그리어스로 ‘산을 생성하는 것’이라는 뜻에서 산소의 어원이 된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그 역시 당시에는 이를 알지 못했다. 다만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서 설탕과, 산소가 반응하면 옥살산이 생성되는 등 여러 물질과 반응하여 산을 생성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현대 시각에서 보면 들어맞지 않으나, 산소산을 설명하기에는 적합할 뿐이다.
‘그렇게 보면 나도 라부아지에나 비슷하잖아? 지금까지 DS 제품의 근원을 찾지를 못했으니까. 그렇게 보면 이 DS 제품의 근원 역시 그 당시에 기술력이 떨어져서 산소를 발견하지 못한 것처럼, 찾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어떻게 보면 과거 역사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자신을 돌아본 생각이었다. 그리고 전혀 틀렸다고 하기는 힘들었다.
조민우 역시 이 부분까지 추리를 끝낸 후에 자신의 생각이 전혀 틀리지 않다고 확신하고는 당시 라부아지에가 이후에 했던 활동 내용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았다.
‘그는 당신 자신의 발견과, 연소 연구를 종합하여 ‘생명의 공기’는 화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이것들이 사실은 모두 산소였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라부아지에는 이런 생각을 기초로 1777년에 다시 논물을 제출해서 플로지스톤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물체가 불에 타기 때문에 물체에는 플로지스톤이 존재하고, 물체가 타는 이유는 플로지스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 것은 순환 논법이라고 비판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1785년에 물의 분석과, 합성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게 된다. 특히 이 실험은 30명 이상의 과학자 입회하에 진행되었다. 바로 고열을 이용해서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리했고, 반대로 수소와, 산소 기체를 이용하여 물을 합성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서 그는 물은 원소가 아니라, 두 원소의 화합물, 특히 당시 플로지스톤의 정체라고 추정되는 수소가 포함되었다고 확신했다.
이것이 바로 플로지스톤설을 반증할 근거였다.
조민우는 여기까지 고민을 통해서 꼭 자신을 일단 라부아지에라고 가정해보았다.
‘그렇다면 내가 아직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 가능해지겠지. 일단 내 스스로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 말자. 세상에는 현대 과학으로 해명할 수 없는 일이 많잖아?’
우선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았다.
자연스럽게 다음에 떠오른 것은 바로 DS 제품의 근원에 관한 것이었다. 여기서 나올 수 있는 추리는 산소 발견과 비슷하게 추측해보면 간단했다.
‘지금 내 능력, 아니 내가 가진 장비로도 발견하기 어려운 미지의 물체라고 봐야 되겠지? 그렇다면 이전에 이미 정의한 이 DS 알파가 문제겠지?’
이렇게 딱 다시 한 번 고민하고자 DS 알파는 마치 산소와도 너무도 흡사했다. 당시 라부아지에가 산소를 발견하지 못한 것처럼 자신도 그럴 수가 없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나온 의문 하나가 있었는데, 바로 DS 알파를 발견할 수 없는 이유에 관한 것이다.
‘도대체 DS 알파는 어느 정도의 크기일까? 얼마나 작기에 발견할 수가 없는 것일까?’
이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이것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까지 자신이 한 결과에 대한 설명이 전혀 되지 않은 까닭이다.
조민우는 여기까지 추론을 통해서 확신하자 한 가지 사실을 곧 알 수가 있었다.
바로 DS 알파의 흐름에 관한 것이겠지? 이것을 제어하는 것은 결국 내 정신력, 바로 의지력하고 관련이 있는 거야. 어떻게 보면 무협 소설에서 말하는 상단전(上丹田)의 작용이라고 봐야겠지.
여기까지 일단 추론을 하고 나서는 다시 한 번 천천히 빠진 것이 있나 확인해보았다.
없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바로 자연스러운 나오는 의문 하나.
DS 알파를 영향을 미치는 정신력의 근원은 어디일까?
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뇌이겠지?’
분명히 이전에 이와 비슷한 고민을 했었는데, 여기까지 오지 못했는지, 아니면 여기까지 오고 나서는 생각을 멈추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전에 비해서 한 걸음 나아간 것은 분명했다.
조민우는 여기서 이제는 뇌, 바로 인간의 뇌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했다. 뇌 모양이나, 조직은 사실 자신이 알고 있는 전문 지식의 범위를 넘어서기에 확신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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