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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더 할 말이 있습니까?”
“그,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좀 확인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무슨 뜻이죠?”
“그게 뭔가 오해의 소지도 있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괜히 잘못 알고 행정 처리를 했다가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가 있으니까요.”
“뭐 그렇다면 한 번 알아보세요.”
이상이었다.
그는 이 말을 끝으로 그냥 손짓으로 최상렬 과장을 쫓아 보내 버린 것이다.
“가보세요!”
실로 자존심 상할 일.
그는 내심 화를 삼키고는 일단 물러나야만 했다.
‘두고 보자, 아무것도 아닌 일로 허장 성쇠를 부렸다면 완전히 매장시켜 줄 테니까!’
5장 DS X 판로
조민우는 물론 최상렬 과장이 도망치듯 나가는 것을 지켜보고는 이내 집무실 의자에 앉은 채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고심을 해야 했다.
이미 느낀 것이지만 한국에서 사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 새삼 깨달은 것이다.
‘사실 이 정도는 약과지. 오히려 앞으로 성장한 후에 생기는 문제가 더 커.’
이것이 문제였다.
다만 정성일 부장은 이런 그의 내심을 알지 못하기에 다소 우려스러운 표정이었다.
“저기 사장님, 아무래도 좀 지나친 것 아닐까요? 괜히 공무원과 이런 식으로 싸워봐야 좋을 것이 없어 보이는데요?”
당연히 나와야 할 질문.
“왜요? 제가 이런 행동을 한 것이 궁금한 가 봐요?”
“솔직히 그렇습니다. 아무리 봐도 지금 행동을 사장님의 과거 모습과는 좀 너무 다릅니다. 당시에도 화가 나면 심하게 행동하는 면이 있었지만 지금처럼은 아니었습니다.”
조민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생각이 있기에 이렇게 한 겁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지금 우리 DS에서 가장 큰 문제는 DS X 양산 숫자 자체가 제한이 있어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따라서 현재 가장 우리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가격을 더 올리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 매출이 늘지를 않습니다.”
“아, 그럴 수도 있겠군요.”
꽤나 놀란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DS 생산 관련해서는 조민우가 전부 도맡아했기에 아직은 정성일 부장이 제대로 업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었다.
‘더욱이 DS X 양산 비밀 자체를 모르니, 당연히 생기는 한계이겠지.’
막상 자신이 DS X 생산 자체 수량이 제한이 있다는 것과, 실제로 그것을 생산하면서 몸을 경험한 것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서 생기는 문제였다.
그래서 이런 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그에게 분명히 해둘 필요는 있었다.
“지금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사실 심각한 문제입니다.”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따라서 제 개인적으로는 지금 판로에 다시 고민해보고 싶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판매를 중단할 수가 없어요. 만약 그렇게 되면 정말 소비자의 반발이 무섭다고 봐야 할 겁니다. 사실 그게 가장 큰 문제이거든요.”
“그렇다는 말씀은.......”
조민우는 여기까지 설명을 한 후에 곧 자신이 떠올린 계책을 떠올리고는 그야말로 영화 속에 나오는 악당 같은 음흉한 미소를 흘리면서 한 가지 제안을 내 놓았다.
“흐흐흐, 이번 의약청 공무원 감사를 명분으로 삼아서 아예 DS X 판매 자체를 중단시켜 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런데 향후에는 어떻게 하시려고요?”
“외국 유통 업체를 통해서 일본이나, 대만을 포함한 아시아 쪽에 파는 것이 어떨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것도 가격을 좀 많이(?) 올려서, 예를 들면 200,000-300,000만원 사이로 해서 팔면 나쁘지 않는 선택이 되겠죠?”
“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꽤나 괜찮은 선택이었다. 차라리 저런 식으로 외국에 판로를 돌려서 어느 정도 자본을 구축하는 것이 오히려 국내 내부의 여러 가지 다양한 정치적인 압박을 피할 수도 있는 까닭이었다.
그리고 보면 교묘한 방법이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지금 당장에는 누구도 알기가 어려워 보이는 일이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
대구 식품의약품의약청 3층.
최상렬 과장은 다른 공무원과는 달리 생각이 전혀 없는 공무원은 아니었다.
그는 이해하기 어려운 조민우의 반응에 의혹을 느끼고는 곧 DS X에 대해서 조사를 해보았다.
이것은 그가 다른 업체에 했던 행동과는 확실히 좀 다른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철저하게 해두는 것이 좋겠지. 괜히 쓸데없이 분란을 만들었다가 나중에 잘리면 곤란해.’
이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DS X에 대해서 조사하면서 곧 몇 가지 알게 된 놀라운 사실.
그 중에 가장 주목을 받을만한 것은 역시나 성기능 활성제였다.
‘허어, 이게 이런 효과가 있었어?’
처음에는 감탄이었다.
그런데 인터넷에 서핑을 통해서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되자 이것은 곧 놀람으로 바뀌었다.
‘설마 성기능 불능에 가까운 환자에게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완치는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이 정도의 기능이라면.......어, 엄청나군.’
그리고 곧 나온 결론.
‘제길 이런 제품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판매 가처분 중지 명령을 내렸다가는 큰일 날 뻔했잖아!’
큰 일 정도가 아니었다.
일단 민원이 떼거지로 들어온다고 봐야 했다.
뭐 일,ㅡ 이십 명 정도야 어느 정도 자신의 선에서 처리가 가능했다. 그런데 그 숫자가 백 명을 넘어서, 천 명에 가깝다면 좀 다른 문제였다.
물론 자신이 잘리지는 않겠지만 잘못하면 퇴직할 때까지 독도(?)같은 외딴 섬으로 좌천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개새끼가! 설마 이런 수작을 부렸어!’
생각할수록 조민우 사장에 대해서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잘못했다가는 자신의 인생 종(?)칠 뻔한 상황.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그는 곧 김창우 청장을 찾은 것이다.
“지금 상황은 어떻게 보면 조민우 사장이 뭔가 다른 의도를 가지고 악의적으로 저희를 이용한다는.......”
조용히 듣기만 하던 김창우 청장.
대답은 의외로 무관심하기만 했다.
“흐음, 그래?”
오히려 답답해서 소리까지 쳤다.
“이대로는 곤란합니다!”
김창우 청장은 건방지게 큰소리까지 치는 최상렬 과장의 반응에 피식 웃었다.
웃기는 친구야. 하긴 이대로 진행했다가는 확실히 일을 처리한 이들이 모두 책임을 지겠어.
그것은 안 될 말이었다. 거기에는 자신의 책임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대다수 책임은 자신보다는 최상렬 과장이 지게 되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상급 기관에 정식 공문을 요청했으면 합니다. 그게 있으면 우리 하급 기관에서는 아무런 책임이 없으니까요.”
이것만으로 부족한 지 한 가지 사항을 더 추가했다.
“이 DS 판매 가처분 명령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받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하하, 알았네. 내가 한 번 요청해보지.”
최상렬 과장은 그제야 잘못했으면 자신이 매장당할 뻔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내심 욕심을 퍼붓고는 곧 사무실에서 사라졌다.
‘제길 정말 세상 무섭다니까!’
하지만 김창우 청장 역시 이런 상황은 솔직히 예측을 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단순한 중소 기업하나 문 닫게 하는 것 정도로 보았으니까.
‘그나저나 그 남상민 차장이 무슨 반응을 보일 지가 궁금하군.’
***
남상민 차장은 물론 별 다른 생각이 없었다. 사실 겨우 DS X 판매 금지를 내리는 일 정도는 정말 어떻게 보면 개미 한 마리 죽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본 것이다.
‘이런 일이 많을수록 수익이 짭짤할 텐데......’
하지만 그도 김창우 청장에게 자초지정에 관한 연락을 받자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었다.
<으음, 그게 정말입니까?>
<물론이네. 아 나는 자네에게 유감이 없어. 얼마든지 자네가 내린 요구를 들어줄 상황이니까. 다만 그것을 정식 공문 형식으로 해서 내려줬으면 해.>
정식 공문으로 내려달라고?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그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청장님의 정식 서명이 필요해. 그런데 만약 그게 문제가 터지게 되면.......청장님이 잘리겠지. 아마 그렇게 된다면.......’
더 볼 것이 없었다.
자신이 이 자리에 계속 붙어 있는 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은 까닭이었다.
이건 상황이 달랐다.
지금 자신이 한 일은 어디까지나 용돈(?)을 벌기 위해서 가볍게 처리한 것이다. 그런데 그 때문에 자신의 밥줄이 끊어진다?
도저히 그냥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결국 그는 청장에게 가서 이 상황에 대해서 보고부터 해야 했다.
하지만 상대는 역시 노련한 정치꾼.
자신의 의견 보다는 오히려 상대방의 의중부터 먼저 물었다.
“흐음, 자네 생각은 어때?”
상대를 높여준다? 그렇지는 않았다.
‘제길 말 한 번 잘못하면 내가 덤탱이를 썬다. 그럴 수는 없지.’
“이건 좀 곤란 합니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보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경민 차장에게 뭐라고 할 텐가? 내가 이 문제는 확실히 해결해주겠다고 몇 번이나 확언을 해줬는데? 더욱이 자네도 알겠지만.......”
슬며시 자신이 받은 것을 회피하는 청장.
“그건 아무래도 그 쪽에 양해를 구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다음 부탁을 그냥 해주는 것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흐음, 나는 괜찮아. 하지만 그 친구가 과연 그냥 넘어가려고 할까?”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좋아, 그러면 자네가 알아서 마무리 하게.”
“네.”
여기까지는 순탄했다.
솔직히 잘못되고 말고가 없었다.
원래 공무원 조직이 보면 자신에게 해가 되는 문제가 생기는 무조건 회피하는 성향이 강한 까닭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 사항부터는 좀 달랐다.
***
서울 힐튼 호텔 커피 숍.
조경민 차장은 요 근래까지 박용운 부장에게 매번 치이면서 힘들게 살아왔는데, 오늘 만큼은 좀 달랐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좀 힘들 것 같습니다.”
“힘들다니요? 지금 저랑 농담하자는 말씀입니까?”
“그, 그건 아닙니다.”
다소 말을 더듬은 대답.
하지만 남상민 차장은 내심 욕설이 치밀어 올랐다.
이 새끼가 오늘 따라 왜 이렇게 깐깐해. 정말 사람 짜증나게 만드는 군. 대충 이 정도하면 알아들을 만도 한 일인데.
물론 조경민 차장은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아직 제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군요. 이번 일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만약 잘못되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심각한 분위기.
“으음, 무슨 뜻입니까?”
“잘못되면 저도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그런데 저희 L 그룹에서 남상민 차장을 그냥 가만 둘 거라고 지금 생각합니까?”
분위기가 너무 싸늘했다.
웬만해서는 좋게 넘어가려고 했지만
“그건 다시 돈을 돌려주겠습니다.”
꼬리를 말았다.
그런데 조경민 차장은 생각보다 단호했다.
“그건 돈을 돌려줘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라도 지금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겁니다. 만약 그렇지 않게 되면.......그 결과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일테면 협박.
“.......”
남상민 차장은 공무원 생활 수십 년 만에 처음 경험하는 생뚱맞은 압박에 어이가 없었다. 이런 상황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이다. 일단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 지 확인이 필요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뭐 숨기고 말고가 없습니다. 회사 윗선에서 그 DS가 사라지기를 원하는 겁니다. 사실 이제까지 남상민 차장에게 이런저런 많은 선물이 간 것도 전부 이런 일을 위해서 마련한 겁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못하겠다고 하면 저희 회사 입장에서는 황당하겠죠?”
“그건.......”
“아, 저에게 아무리 설득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잘 모르시겠지만 최근에 준 선물을 가져간 것에 대해서 근거 사진은 이미 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만약 제대로 의뢰를 끝내지 않으면 아마도.......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겁니다. 단적인 예로 그 사진 하나를 스포츠 신문에 익명으로 흘리는 것도 한 방법이겠죠? 그렇게 되면......”
마지막으로 말꼬리를 슬쩍 흐렸다.
“......”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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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이러면 짜증 안 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