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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마법사-105화 (105/397)

< -- 105 회 -- >

이제 와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남상민 차장은 어쩔 수 없이 돌아가자마자 결국 정식 공문을 작성해야 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참으로 애매모호했다.

조사를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불분명하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그것이 아니었다.

* DS X 관련된 모든 조사 내용은 대구 식품의약품의약청장에게 권한을 전적으로 위임한다. 따라서 향후 DS X관련된 사항은 김창우 청장이 알아서 전결 처리를 해야 한다. 다만 문제 소지가 있었는데, 누락 시에는 향후 담당자에게 일괄 책임을 물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었다.

“.......”

물론 이 공문을 제일 마지막에 받은 사람은 최상렬 과장은 기가 차서 입을 다물었다.

‘흐음, 실수하면 결국 내가 모든 것을 책임을 다 뒤집어쓰라고?’

생각할수록 짜증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김창우 청장의 반응이었다.

“자네도 이제는 어느 정도 경험이 많지 않은가? 이 정도 공문 처리는 충분히 가능하리라 보네.”

바로 책임 전가였다.

“하아, 정말 너무 하십니다.”

“그건 자네 하기 나름이겠지. 이번에 자네의 역량을 한 번 지켜보겠네. 위기는 기회란 사실을 잊지 말게나!”

“.......”

그냥 짜증나서는 이 말을 끝으로 사무실 밖으로 나가 버렸다.

‘공무원 새끼들!’

***

조민우 집무실.

최상렬 과장은 다시 만난 조민우에게 함부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그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를 못한 까닭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만은 없었다.

당연히 평소와는 달리 눈치를 살펴야 했다.

‘이거 도대체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군. 전에 하는 행동 봐서는 영 아니었어.’

그런 정도가 아니었다.

지난번의 기억을 다시 떠올려 보면 느낄 수 있는 것이 얼마든지 DS X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가 있었다.

그것도 그냥 하는 엄포가 아니었다.

여기에 문제가 있었다.

본인 스스로가 문제가 있어서 중단하면 별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만약 식품의약품의약청에서 강제적으로 중단시켰다고 떠버리면 좀 다른 문제였다.

‘그렇게 되면 내가 가장 직접적인 책임을 지겠지?’

그건 정말 곤란했다.

“저기 조민우 사장님.”

조민우는 옆에서 정성일 부장이 좋게 끝내려는 의도인지 손짓으로 계속 주의를 주는 상황에서도 그다지 표정 변화가 없었다.

“말해 봐요.”

삐딱한 의도.

의도적으로 상대의 감정을 건드리는 말투.

최상렬 과장도 사람이기에 화가 서서히 치밀어 오르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도 한 번 정도는 다시 한 번 시도해보는 것이 좋았다.

“으음, 뭔가 서로 오해가 있는 듯합니다.”

“오해라? 그 참 말은 편하게 하시네요. 저는 도대체 그 쪽에서 무슨 소리를 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네?”

“이봐요. 최상렬 과장이라고 했죠?”

“그, 그건 그렇습니다만.......”

조민우는 의도적인지, 아니면 아예 감정이 상해서인지 차가운 눈빛을 번쩍거렸다. 자연스럽게 그가 이제까지 고수 체득한 것은 아니지만, 뭐 삽질(?)로 인해서 몸에 배인 마력 일부가 흘러나왔다.

휘이잉.

바람 한 점 없는 집무실이 서늘한 기운이 퍼져갈 정도였다.

섬뜩.

최상렬 과장은 그 기운을 정면에서 받고 있기에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고는 한 걸음 물러나야 했다. 그리고 차갑다 못해서 얼음장 같은 말이 나온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솔직히 하려고 하던 것을 진행 하세요. 우리도 그 쪽에서 원하는 대로 따라 준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제 와서는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불필요하게 왜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하느냐 말입니다!”

말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조민우의 손바닥이, 아니 정확히는 바람 마법이 발휘되었다.

파아앙.

쩌쩍.

집무실 책상 위에는 금이 쩍쩍 가면서 퍼져나간 소리는 사뭇 살벌하다 못해서 무섭기까지 했다.

최상렬 과장 역시 알게 모르게 조직 폭력배를 봐 왔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기에 마른 침까지 삼키면서 뒤로 물러나야 했다.

꿀꺽.

‘제, 제길 보통 놈이 아니었잖아?’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얼굴은 아니라고 해도 그렇게 튀지 않는 조민우였다. 그런데 지금 보인 모습은 그런 것과는 전혀 무관했던 것이다.

조민우는 스스로 기세를 잡았다고 생각하자 그냥 있지는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여기서 깨끗하게 마무리 합시다. 알았습니까?”

당혹스러운 음성.

“그, 그건 안 됩니다.”

답답한 말투.

하지만 그는 마치 이제까지 이놈의 공무원 때문에 쌓인 원한을 그대로 담아서 터트렸다.

“허어, 사람 환장하게 만드시네요. 이봐요. 도대체 뭘 어쩌자는 말입니까?!!!”

“.......”

최상렬 과장은 안색이 시퍼렇게 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조민우는 이런 그를 보면서도 결코 그냥 물러나지를 않았다.

“자 쓸데없는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요. 이제 그만 가보세요. 전 당신들의 요구에 따라서 DS X 판매를 중지시킬 테니까요. 그리고 그 시정 조치 사항은 바로 붙여 놓으시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을 시에는 경찰에 고소하겠습니다.”

이건 완전히 협박 수준.

최상렬 과장은 그제야 상황을 알아채고는 내심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그도 대충 조민우가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 지 그제야 알아챈 것이다.

‘아마 DS X 판매 금지를 이미 고려하고 있었어. 다만 그러지를 못했는데, 계기가 생기자 저런 나올 거야. 제길 이거 정말 된통 걸렸네.’

상황이 이렇다는 것을 알자 그냥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었다.

-사장님, 그것은 오해입니다.

-제가 다시 상부 기관에 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행정 오류로 지시가 잘못 내려왔다고 합니다.

-따라서 우리 식품의약품의약청에서 결코 가처분 금지 명령을 내린 적이 없었습니다.

-만약 근거도 없이 저희 식품의약품의약청 핑계를 대면 그거야말로 명예훼손죄에 해당됩니다.

-그러니 그만 고정하시기 바랍니다.

뭐 이런 내용이었다.

조민우의 반응은?

당연히 그와는 반대였다.

-웃기는 개소리 하지 마.

-이제 와서 그 따위 소리라고?

-너희 씹 새끼 같은 종자들이 있으면 우리나라 기업이 제대로 경영을 못하는 거라고.

-지랄 꼴깝을 떨어라.

-니미 시팔 새끼가 미친 것 아이가?

“.......”

최상렬 과장은 처음에는 호소를 하다가 이런 이야기를 듣자 입을 다물고는 욕설을 감수해야만 했다.

자신이 이제까지 공무원 생활 20년 동안 이렇게까지 비참한 경우는 그야말로 처음이었다.

솔직히 뇌물은 아니더라도, 이제까지 받은 접대 횟수가 도대체 얼마이든가?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겠다.

지금 이 상황은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조민우의 결론은 여전하기만 했다.

“야아, 개새끼야, 쓸데없는 아가리 그만 닥쳐. 우리는 이대로 진행할 것이니까!”

최상렬 과장은 결국 그에게 애걸복걸해야 했다.

“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 절대로 이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 싫다고 하잖아!”

“사장님, 제발 부탁합니다. 흑흑흑, 집에는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 둘이 있습니다. 이대로 터트리시면 저는 지금 하는 일을 그만 둬야 제발 부탁합니다.”

그리고 이것의 반복이었다.

두 사람의 옥신각신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었다.

그것은 조민우의 억척스러운 고집 때문이었다.

“.......”

정성일 부장은 처음에는 옆에서 조민우에게 주의를 주려고 하다가 이 광경을 보다가 입만 벌린 채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도대체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에고 모르겠다. 사장님이 확실히 과거와는 많이 달라지셨어. 과거에는 이렇게까지 모질지는 않았는데.......’

***

다섯 시간 후.

조민우도 어지간하면 이런 식으로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DS X 판매 금지를 내리고 싶었는데, 의외로 상대가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자 그럴 수가 없었다.

뭐 독하게 마음먹고 우기면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게 좀 애매했다.

최상렬 과장이 벌써 DS 내에서 정식 공문을 내려 보냈다면 다른 문제이나, 지금은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막말로 잡아떼면 별 다른 소용이 없었다.

결국 타협을 해야 했다.

“좋아요.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말입니까?”

“그건.......”

할 말이 없었다.

그가 원한 것은 조민우가 알아서 DS 판매 중지를 내리는 것이다. 그런데 딱 봐서는 그게 쉬울 것 같아 보이지 않은 것이다.

결국 지금 당장에 선택할 길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는 철 밥통 공무원.

머리를 연기가 나도록 잔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가만 조사기간이 딱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잖아? 그것이 일 년이 될 수도 있지만, 십년이 될 수도 있는 일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더할 나위가 없었다.

“저기 사장님.”

조민우는 험악한 인상을 한 채 째려봤다.

“말해 봐요.”

“그렇다면 한 가지 제안을 드릴 것이 있습니다. 혹시 오해는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타협하자는 이야기인가? 그래도 일단 이야기는 들어보고 하는 것이 맞겠지. 설마 그렇게까지 욕을 얻어 처먹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

“제안? 뭐죠?”

“사실 뭐 사장님도 대충 짐작하시겠지만 제가 이 일을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닙니다.”

“서론 빼고요!”

“아, 죄, 죄송합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제가 지시 받은 것은 DS X 판매 가처분 명령입니다. 그런데 그게 언제까지라는 이야기는 전달 받은 바가 없습니다.”

조민우는 뭔가 좀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는 지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말이에요?”

“다시 말해서 DS X 관련된 조사를 하는 것이 1년이 걸리던, 10년이 걸리던 거기에는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흐음, 그렇다는 이야기는 설마 그 조사를 100년 동안이라도 하겠다는 말입니까?”

“바로 그겁니다!”

“......”

그는 기가 차서는 최상렬 과장 얼굴을 이모저모 살펴야 했다. 설마 이 따위로 잔술수를 굴릴 지는 상상도 못한 까닭이었다.

하지만 마냥 그를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하긴 어떻게 보면 나쁜 제안만은 아니야. 저 치도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상급 기관에 지시를 받았을 테니까. 결국 그 놈이 L그룹에게 무엇을 받았겠지. 차라리 이 정도로 끝내는 것이 좋을 수도 있겠지. 아니 오히려 이런 기회를 잘만 이용하면.......’

“흐음, 그래요?”

“네, 사장님! 제발 이 번 한 번 부탁을 드립니다.”

조민우는 슬그머니 한 마디 했다.

“맨입으로요?”

“네?”

“크흠, 설마 저보고 아무것도 없는 것이 없는데, 전혀 효용가치가 없는 일을 하라는 것은 아니겠죠?”

“하, 하지만 DS에서 결코 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저 시료를 좀 저희에게 주기적으로 넘기기만 하면 되는 것인데요?”

“허어, 며칠 전에 분명히 여기 내부 시설 감사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 그거야 가벼운 산책(?) 정도 하는 겁니다. 뭐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참 아 다르고, 어 달랐다.

이거야 원 정말 뭐라고 하기가 참 애매한 상황.

조민우는 정말 내심 욕설이 치밀어 올랐지만 공무원이라는 입장을 이해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좋아요. 뭔 그렇다면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하는 것이 좋겠군요. 아마 식품 관련해서는 그 쪽에서 이 대구 내에 모든 것을 관할한다고 해도 맞는 거죠?”

“그건 맞습니다만.......”

“그렇다면 향후 DS에서 출시되는 제품 관련되는 아주 사소한 공문 내용이라도 따로 우리 측에서 전달해주기 바랍니다. 이게 저의 제안입니다.”

“그건 해드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왜 그런 일을 하시려는 것인지요?”

“지금과 같은 상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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