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10 회 -- >
‘물론 처음 한 번에 바로 되지는 않겠지.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래도 작업 전에 여러 가지 주의사항을 많이 해주었잖아? 분명히 잘 될 거야!’
이것이 그의 판단.
과연 그렇게 될 지는 역시 해봐야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곧 사용한 마법.
(불.)
하지만 그 결과는 역시 나였다.
조용.
“휴우.”
장탄식이 절로 나왔다.
그래도 최소한 뭔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상황이 그렇지가 못했다.
조민우는 물론 낙담한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포기까지 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 작성하고 있는 목차에 실험 결과를 넣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리고 곧 바로 지금 작업을 차분하게 인내를 가지고 반복을 시작했다.
결과는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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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료 실험 결과 내용
DS 마법진 A 시료 1 실패 아예 동작하지 않음.
DS 마법진 A 시료 2 실패 동작은 하는데, 물맛이 좀 괴상함.
DS 마법진 A 시료 3 실패 동작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혹시나 해서 맛 본 물맛에 짠 맛(?)이 느껴짐.
‘정말 짜증나는 군.’
(중략)
DS 마법진 A 시료 16 성공 그런데 물맛이 좀 떨어진다고 느껴짐.
DS 마법진 A 시료 17 성공 역시 물맛이 좀 떨어진. 다만 16번 시료보다는 그 결과가 훨씬 좋음.
DS 마법진 A 시료 18 실패 이건 판단하기가 정말 애매함. 놀라운 것은 외견 동작상으로 보면 실패인데, 물맛에 변화는 생김. 물론 그 맛이 그렇다고 해도 정상적이라는 이야기는 아님.
DS 마법진 A 시료 19 성공 그런데 물맛이 너무 괴이해서 먹기 어려울 정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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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19번 시료까지 실험한 결과였다.
놀랍게도, 아니 불안스럽게 예측했지만 그 결과는 실패였던 것이다.
“.......”
조민우는 잠깐 동안 이 실험 결과물을 보고는 고민에 빠져야 했다.
벌써 19개야. 이건 정말 심각하군. 이 결과만 봐서는 도저히 양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되잖아?
틀린 추측이 아니었다.
지금 결과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물론 꼭 하려면 못할 것은 없었다.
‘다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그것도 아무에게나 이 일을 맡길 수도 없어. 그런데 내가 죽자고 이 일만 매달릴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그야말로 앞뒤가 완전히 가로막힌 형국.
하지만 아직 남은 것이 하나가 있었다.
솔직히 뭐 기대는 하지 있지 않았다. 그래도 그 결과 확인은 꼭 필요했다.
그는 곧 바로 마지막 조각을 갈아 끼우고는 이미 수차례에 걸친 실패 때문에 맥 빠진 태도를 한 채 천천히 DS 마법진을 보고는 곧 바로 소리쳤다.
(불.)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놀라운 변화 한 가지.
화르릉.
갑자기 불길이 천정을 향해서 마치 폭발하는 화산처럼 무시무시하게 치솟아 오른 것이었다.
그리고 이 불길은 이제까지 마법 불과는 좀 다른 현상 하나를 가지고 있었는데, 급격하게 허공을 태우면서 곧 바로 조민우를 덮친 것이다.
-으악, 뜨거워.
조민우는 물론 곧 소매 한 자락이 불이 붙자 마치 꼬리에 불이 붙은 조랑말처럼 난리를 피우면서 실험실 내를 뛰어다녔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자 곧 바로 한 가지를 떠올랐다.
‘제길 물 마법이 있었잖아!’
(물.)
촤아아.
치이익.
놀라운 것은 여기에 있었다. 마법불이 곧 바로 꺼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뭐, 뭐야? 이놈은?’
정말 당혹스러운 상황이었다. 더욱이 불이 팔 쪽 전체 번지면서 살 갓이 화끈화끈하기까지 했다.
조민우는 순간 위기감을 느끼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곧 반사적으로 여기에 대항할 수 있는 마법 주문을 사용했다.
(물.)
촤아악.
물론 이번에는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마법 주문을 반복해서 사용했다.
(물.)
(촤아악.)
하지만 일부분만 진화될 뿐이었다.
놀랍게도 타오르는 불길이 쉽게 꺼지지 않은 것이다.
‘뭐야? 도대체가?’
결국 그는 어쩔 수 없이 뛰어다니면서 물 마법을 사용했는데, 어느 정도 진화가 된 것은 대략 이십 여 차례 정도사용하고 나서였다.
(물.)
(물.)
중략.
(물.)
치이익.
“휴우.”
조민우는 이마에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으면서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는 안색을 찌푸렸다. 설마 이런 일까지 생기기라고는 상상도 못한 탓이다.
아니 도대체 어째서 그렇게 독한 불이 생겼는지 알 수가 없었다. 더욱 답답한 것은 그 원인을 알 길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하아, 이것은 어쩔 수가 없겠군. 결국 DS 문자를 어느 정도 익히지 않으면 답이 없겠어.’
그의 판단이었다.
나름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직면한 문제는 이것이 아니었다.
‘결국 전부 실패군.’
그는 물론 시료 중에 시료 17번의 결과가 그나마 제일 좋다는 것을 확인하자 이것이라도 일단 분석을 해봐야 했다.
일단 가장 먼저 한 작업은 제 1차 DS 마법진 조각 A와 비교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온 결론 한 가지.
‘흐음,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해. 하지만 세밀하게 잘 보면 표면 처리에 차이가 있어. 마무리 하는 부분에서 약간 달라진 것 같아.’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으음, 그렇다면 완전히 제1차 DS 마법진과 거의 동일할 정도로 제작을 해야 한다는 말인데, 그게 정말 가능할까?’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다고 해야 했다. 제조 공정상에 나오는 불량인데, 그것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가 않았다.
더욱이 지금은 수작업이 아닌가?
애초부터 그런 차이는 존재한다고 봐야 했다.
조민우는 여기서 한 가지 다시 추가적인 결론을 내릴 수가 있었다.
‘지금 봐서는 초기 모양과, 아니 정확히는 금반지에 나온 그 문양과 아주 동일하게 만들면 돼. 문제는 지금 내가 설비도 없어. 아니 설사 설비가 있다고 해도 그럴 수가 없다는 거야. 그 설비를 다루는 자들의 입을 모두 봉할 수는 없을 테니까.’
어떻게 보면 비관적인 결론이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여기서 끝내지는 않았다.
자신의 이런 추정이 정말 맞는 지 확인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결국 나머지 시료 19개를 다시 한 번 일일이 조사하면서 꼼꼼하게 확인을 해보았다.
‘일단 이 결과만이라도 마무리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리고 다음 결론을 내리자!’
***
다섯 시간 후.
조민우가 확인 작업을 끝낸 것은 얼마나 확인을 거듭했는지 눈이 아파서 앞이 침침해질 무렵이었다.
‘끝났군.’
간단한 결론.
그리고 천천히 자신이 얻은 결론을 하나하나 정리해 보기 시작했다.
‘일단 먼저 문제가 되는 것은 DS 문자의 정밀도야. 울퉁불퉁한 것도 지금 봐서는 문제가 되. 그리고 그것은 금 조각 세공 역시 마찬가지야. 어떤 경우에는 잘 다듬어져 있는데, 어떤 것은 좀 불규칙하게 되어 있어.’
이것이 물론 끝이 아니었다.
다듬어진 것 역시 문제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휴우, 다듬은 것 역시 지금 봐서는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 같아. 그거야 사람이니 당연한 것이겠지. 더욱이 명인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자기만의 특성이라는 것이 있을 테니까.’
그런데 이것은 정말 문제였다.
사람마다 습관이라는 것이 있다.
아무리 해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난관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설사 사람이 아닌 기계가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인 까닭이었다.
‘지금 봐서는 금을 어느 정도의 온도, 어느 정도 냉각 시간, 어느 정도의 마무리를 하는냐에 따라서 다시 표면에 갈라지는 것이 전부 달라. 그렇다고 한다면.......’
결론은.......
‘도저히 양산은 불가능하다는 말인가?’
툭.
조민우는 어처구니가 없는 마지막 결론에 힘이 쫙 빠지자 한창 정리에 여념이 없던 펜을 한 쪽에 던져 버렸다.
그리고 그는 실험실 한 쪽 구석에 놓인 소파에 벌렁 누웠다.
맥이 다 빠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방법이 전혀 없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자체가 문제였다.
‘일단 저 DS 마법진 제작만을 전문으로 할 사람이 필요해. 그리고 그 사람은 DS 마법진 자체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어야 하겠지. 그 다음이 사실 가장 큰 문제이겠지.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저걸 하루아침에 할 수가 없다는 거야. 적지 않는 세월 동안에 꾸준히 실험을 반복해서 가장 적절한 DS 마법진을 만들어 내야 해.’
일단 이것이 최종적인 요약이었다.
문제는 여기에 큰 맹점이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DS 마법진, 아니 금반지의 비밀 일부를 말해줘야 한다는 거야. 특히 마법에 관해서 비밀을 알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조민우는 솔직히 이것이 더 불안했다.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하면 자신의 인생이 파멸로 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도 있는 까닭이었다.
생각을 해보라.
만약 미국 CIA에서 이 DS 마법진 비밀을 알게 되면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할까?
지금이야 조민우가 가진 한계 때문에 겨우 DS X만 생산할 뿐이지, 국가적인 규모로 연구를 한다면 그 연구 분위와 산업 전반에 걸친 파급효과가 어마어마할 것이 분명했다.
‘휴우, 그것 자체가 싫은 것이 아냐. 문제는 그자들이 그런 힘을 가지게 되면, 나를 그냥 두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문제겠지. 일테면 토사구팽(兎死狗烹)이겠지?’
단순한 추측?
그렇지는 않았다.
조민우는 이미 이런 경험을 L 그룹을 통해서 직접 몸으로 경험을 해본 사람이다. 그 당시에 만든 원천기술은 DS 마법진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였다.
그런데도 그 정도였다. 아마 DS 마법진의 비밀이라면 살인도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건 아니야.’
그는 결국 이 문제 때문에 별의 별 고민을 다 거듭해야 했다.
하지만 전혀 방법이 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바로 자신이 알고 지내고 있는 네 여인.
‘흐음, 그냥 네 사람에게 임신이나 시켜서 내 부인으로 만든 후에 이 일을 맡기는 것을 어떨까?’
망상이었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자신도 알고 있었다.
오죽하면 이런 생각까지 했을까!
그렇다면 자신이 한 실험은 그야말로 단순한 삽질이었을까?
그렇지는 않았다.
그런 그의 눈에 실험실 책상 위에 DS 마법진 A 조각 20개가 보인 것은 운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소파에 누운 채로 딱 보이는 것이 바로 그것인 탓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비록 결과는 실패인 것은 맞아. 하지만 저것을 통해서 얻은 것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야. DS 마법진에 변화를 주면 얼마든지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잖아? 비록 DS 마법진을 만들지는 못했어. 하지만 다른 마법진이라면 어떨까? 마법진에 따라서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처음에 그냥 무의식중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워낙에 DS 마법진 실패 경험을 많이 했기에 자연스럽게 연상이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만큼은 그렇게 썩 부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아직 확인해보지 않았다는 것이 더 정확했다.
그는 확신이 서자 곧 바로 소파에 일어났다.
벌떡.
‘한 번 확인 해보자!’
***
조민우는 물론 기본적으로 금반지를 활용하는 것으로 다시 시작해야 했다.
불, 물 마법은 너무 복잡해서 일단 배제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다면 다른 마법이 뭔가 있을지 부터 검토를 해야 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라이트 마법이군. 그렇다면 빛이 되겠지?’
확신이 서자 머뭇거릴 이유는 없었다.
곧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금반지를 다시 활용한 것이었다.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