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마법사-118화 (118/397)

< -- 118 회 -- >

(나도.)

(마찬가지.)

(당연하지.)

(역시 여자가 낳아!)

“.......”

조민우는 귀에 들리는 이 따위 소리에 자존심이 살짝 상했지만 개의치 않고는 그녀의 허리를 부드럽게 앉고는 곧 바로 골목길을 따라서 걸음을 옮겼다.

‘일단 가까워지는 것이 우선이야. 호텔에 바로 가자고 하면 거부감을 가질 것이 분명해. 그렇다면.......’

“우리 비디오방 가자.”

“네? 비디오방요?”

“응, 가서 근사한 영화(?) 한 편 봐. 그것이 좋을 것 같아!”

무슨 얼어 죽을 비디오.

뻔한 속셈.

그런데 최현주 역시 그의 꿍꿍이를 아는지 모르는 지 처음에는 망설이는 척 내숭을 떨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야 말았다.

“알았어요.”

***

경한 대학 정문 맞은 편 커플 비디오 방 입구.

조민우는 이미 최현주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전혀 짐작할 바는 아니었다.

따라서 비디오방 입구에 와서도 잠깐 머뭇거리는 그녀를 보았지만 의도적으로 강하게 나갔다.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 우리는 어차피 조용히 영화만 편하게 보고 나오는 것이잖아? 서로 만나는 남녀 끼리 같이 들어가서 영화한 편 보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면 그건 오히려 문제가 있는 거라고!”

소위 말하면 노골적인 오빠 믿어!였다.

그런데 최현주는 바보가 아니었다. 샐쭉이 그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휴우, 이 멍청이 오빠를 사람을 완전히 물로 아는 건가? 정말 모르고 하는 소리인가? 날 보고 그 말을 믿으라고!’

물론 그런 생각할 입장은 추호도 아니었다.

지금 입고 있는 옷 꼬라지(?)만 보고 그런 생각을 해야지!

당연히 이런저런 내숭을 떨었지만 그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알았어요.”

고개를 살짝 숙여서 수줍은 모습을 잠깐 보였다.

소위 말해서 부끄러워요!

하지만 조민우는 모른 척 시치미를 떼고는 그녀의 허리를 부드럽게 앉은 채 커플 비디오 방으로 들어갔다.

‘흐음, 일단 현주부터 확실히 해두자. 그리고 나면 호텔이나, 모텔 같는 것이 편하겠지. 아니 그냥 내 집에서 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지. 그 다음 나머지 애들은 한 사람씩 차분히 공략하는 거지!’

나름 자신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는 최현주 먹는 것(?)에 급급해서 미처 한 가지를 깜빡하고 있었다.

바로 김동인이었다.

***

김동인, 물론, 그의 패거리는 원래 당구를 치려고 했었지만 초미니 핫팬츠를 하고 있는 최현주가 만난 남자가 조민우라는 것을 알게 되자 꽤나 큰 충격에 빠져서는 그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저럴 수가 있다는 말인가?

이건 정말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더욱이 최현주가 누구인가?

그녀는 전자과뿐만 아니라, 공대 전체를 통틀어서도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미인 중에 미인이었다.

그야말로 초 절정 미인인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겨우 복학생 찌꺼기 하나에게 저런 모습을 보여준다는 말인가?

이것은 재학생 체면에 도저히 용납하기가 힘든 일이었다.

내심 이가 으드득 갈렸다.

도저히 그냥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었다.

김동인은 결국 어쩔 수 없이 조민우의 뒤를 따라야 했다. 그런데 그가 더욱 충격을 받은 것은 그 다음에 있는 일이었다.

‘비, 비디오방이라니!’

소위 말하면 탈선의 온상인 곳이다.

어, 어떻게 최현주가 저런 몰지각한 곳에 들어갈 수가 있다는 말인가?

충격에서 헤어 나오기가 어려웠다.

더욱이 초미니 핫팬츠를 걸치고 저기에 들어갔다면 무슨 생길지 그 결과는 너무도 분명했다.

그것만 벗기면 팬티.

그 다음은.......

그런데 웃기는 것은 옆의 동행이 더 가관이었다.

(휴우, 이거 이미 너무 늦은 것 같아.)

(그러게 저 정도면 이미 게임 오바인 상황이잖아?)

(빌어먹을 정말 부럽네. 어떻게 현주같은 영계랑 저런 곳에 들어갈 수가 있다는 말이야? 사람 미칠 것 같아. 아니 정말 환장하겠어.)

(도대체 현주는 무슨 생각으로 복학생 따위에게 몸을 주려는 거지!)

“.......”

김동인은 이야기를 들을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고, 대화가 더해갈수록 미칠 것만 같았다. 이대로는 도저히 참을 길이 없었다.

다행이라면 한 친구가 다른 제안을 한 것이다.

“당구는 그냥 때려치우고, 술이나 마시러 가자!”

“좋아.”

이것이 제안이었다.

물론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아니 다른 의견을 내놓을 의욕조차 없었다.

그것은 김동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아, 정말 답답하네. 세상은 왜 이렇게 불합리한 것일까? 현주같은 애는 나랑 사귀야 정상이잖아?’

나름 세상에 대해서 한탄하는 김동인이었다.

***

조민우는 물론 세상이 참 공평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비디오방에 들어와서 비디오를 고를 때만 해도 그다지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간간히 수상한 시선으로 째려보는 아르바이트 직원의 눈길도 그다지 관심 밖이었다.

비디오방에서 곧 있을 육체의 향연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충분할 따름이다.

그리고 마치 우연히 고른 비디오는 그런 분위기와 참 잘 부합되는 것이었다.

“애마부인?”

“응, 부인이 말 타는 이야기야. 일종의 승마라고 해야 할까?”

‘으이구, 오빠는 도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것이 정말 먹힌다고 생각해?’

내심 한 마디 솟아 붙이고 싶었지만 순순한 눈빛으로 물끄러미 자신을 쳐다보는 조민우을 보고는 맥이 탁 풀려서는 고개를 끄덕이고야 말았다.

“알았어요.”

12장 비디오방

비디오 방 108호실.

놀라운 것은 비디오방 안내양이 뜻밖에도 가장 비디오방 안쪽의 으쓱한 곳으로 안내해주었다는 사실이다.

‘흐음, 여긴 정말 죽이네, 방음시설은 당연할 것이고,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잖아?’

이것이 겉으로 봤을 때의 소감.

하나지만 안으로 들어간 그는 입을 살짝 벌렸다.

핑크색으로 도배되어 있는 비디오 방 내부는 그야말로 호텔이나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소파 역시 은근히 붉은 색깔이 되어 있어서 괜히 사람 기분을 들뜨게 만들었다.

“제가 특별 서비스 해드리는 겁니다. 두 분 오붓(?)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아 참고로 이 방은 다른 방과는 특별하게 안쪽에서 잠굴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창가에 커튼마저 치면 완벽히 밀실이 되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웬만한 비명을 질러봐야 외부에서 전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방음시설이 잘 되어 있지요. 그야말로 완벽하게요!”

조민우는 세상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고맙습니다.”

“천만에요.”

“아, 그리고 벽 쪽에 보시면 콘돔(?)은 따로 서비스를 넣어두었습니다. 그럼 전 이만!”

“.......”

그도 이 뜨거운 말에는 입을 다물고는 영 엉뚱한 구석이 있는 점원을 잠깐 째려보았다. 뭔가 하는 짓을 봐서는 수상한 구석이 좀 보이는 까닭이었다.

실제로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고, 친절하게 조언 받은 대로 창문 커튼까지 한 후에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수상한 것이라도 있나 싶어서 찾아야 했다.

최현주는 그렇지 않아도 무안한 마당에 ‘콘돔’이라는 말을 듣고는 아예 부끄러운 지, 아니면 정말 부끄러운 척을 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기가 죽어서 조용히 서 있다가 이런 모습을 보았다.

“오빠, 왜 그래요?”

조민우는 한 쪽에 놓인 스피커를 살짝 들어 올린 후에 이리저리 돌아보면서 툴툴거렸다.

“혹시 뭐가 있나 싶어서.”

“뭐가요?”

“아, 설마 몰라?”

“네? 무슨 소리에요?”

“간혹 보면 몰래 카메라로 촬영하는 놈들이 있어. 그놈들이 몰래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거든.”

“헐? 정말요?”

최현주 역시 이미 반쯤 각오하고 있는 마당이었지만 이런 말을 듣자 정말 깜짝 놀랐다.

이건 정말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그 역시 괜한 불안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 마디 해주었다.

“아, 말이 그렇다는 거야. 그리고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

스르륵.

그는 간단하게 대답을 하고는 곧 바로 이곳저곳을 전부 한 번 다 돌아보았다. 심지어 비디오방 벽면이나, 그것도 아니면 뭔가 초소형 카메라가 있는 것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두르지는 않았다.

그리고 아무리 찾아봐도 딱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었다.

‘이거 내가 괜한 의심을 한 것 같군.’

조민우는 결국 아무것도 찾지 못하자 풀썩 소파에 앉고는 피식 웃었다.

최현주 역시 다소 지나친 그의 행동에 눈빛을 반짝이다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처음부터 침묵을 지켰다면 어색할 분위기가 이미 깨어진 것이다.

그 역시 이런 그녀를 사양하지 않았다.

아니 부드럽게 그녀의 허리를 앉은 채 자신의 몸 쪽으로 끌어당겼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벅지가 몸에 느껴졌다.

그리고 붉게 물들어 있는 최현주의 얼굴까지.

눈을 반쯤 감고는 두려움 반, 기대 반을 하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참으로 고왔다.

하지만 한 편으로 더욱 남자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면이 있었다.

‘휴우, 현주가 의외로 이런 점은 좋은 것 같아. 다른 여자들은 너무 자신만만하거나, 아니면 좀 차가운 면이 있잖아? 거기에 비해서 너무 성격이 온순한 것 같아.’

그의 최현주에 대한 판단이었다.

실제로 그녀는 장난꾸러기 같은 면이 많았지만 한 편으로 감정적인 면모 역시 많았다. 특히 지금 모습을 잘 보면 그런 경우라고 봐야 했다.

평소라면 다소 까탈스러워야 하는데, 오늘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조민우도 이런 점은 다소 의아스러웠다. 보통 이런 곳에 들어오면 내숭을 떠는 것이 일반적인 까닭이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그렇다고 해봐야 문제가 될 만한 것은.......민현진이군.’

확실히 민현진은 좀 문제였다.

알게 모르게 꽤나 적극적이었다.

아마 회사 일로 만나는 분위기가 아니라 이렇게 두 사람만 데이트 한 상황이 생겼다는 그 결과는 너무도 뻔했을 것이다.

‘뜨거운 여자일 것 같아.’

하지만 이내 냉랭한 눈빛을 받자 흠칫했다.

최현주의 눈빛이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달라져있었다.

“무슨 생각했어요?”

목소리마저 달라졌다.

그리고 아마 곧 분위기마저 바뀔 것이다.

조민우는 그렇게 놔둘 수는 없었다.

“아 DS X 양산 때문에 그래. 아직도 계속 미궁 속에 빠져드는 기분이라서.”

“흥, 거짓말 하지 마요. 딱 다른 여자 생각을 한 것이 분명한 데!”

눈치는 귀신이라니까. 새삼 느끼는 사실이지만 이놈의 여자들 눈치는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하지만 그도 만만하지는 않았다.

“뭔가 또 오해를 하고 있군. 솔직히 말해줄 께.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테니.”

“네? 무슨 말이에요?”

조민우는 담담하게 자신의 일 진행 일부, 아니 그냥 목표로 하고 있는 타켓을 떠올렸다.

“그 DS 양산 관련해서 검토를 하는 사람이 여자야. 사실 지금 생각한 것은 바로 그 연구원에 대해서 고민했지. 뭐 여자는 여자지.”

“정말요?”

“당연하지. 어차피 그 직원을 채용하면 보게 될 텐데, 내가 뭐 때문에 거짓말 해.”

당당한 태도.

최현주는 영 믿기지 않았지만 이렇다고 무조건 의심할 수만은 없었다. 다만 그녀도 한 가지만큼은 꼭 확인은 필요했다.

“그 연구원도 미인이에요?”

“맞아. 윽.”

간단하게 대답했지만 이내 옆구리에 느껴지는 통증에 고통스러운 신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이것이 기회였다.

조민우는 슬그머니 그녀를 품에 더욱 당겼다. 그리고는 슬쩍 손을 내려서 그녀의 허벅지를 부드럽게 애무했다.

“하아.”

가벼운 신음 소리.

적절한 타이밍.

그는 자신의 혀를 살짝 벌어진 그녀의 입술 속으로 집어넣으려 했다.

그런데 그녀는 의외로 이로 꽉 다물고는 열어주지 않았다.

‘응? 이건 또 뭐야?’

황당한 상대의 반응이었다.

도대체 뭐하자는 수작인지 알 수가 없었다.

조민우는 키스하면서 슬그머니 감은 눈을 뜨자 자신을 째려보는 최현주와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그런데 그녀의 눈에는 의외로 완강히 보였다.

아직은 안 된다!

‘아니 도대체 뭐야? 여기까지 와서는 키스가 안 된다니!’

황당한 일이었다. 결국 어떻게 해야 할지 혀만 그녀의 입술에 떡 하니 걸친 채 머리를 굴려야 했다.

도대체 어떻게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 역시 이제까지 적지 않는 여자, 정확히는 돈이 목적인 여자들만 만나왔지만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인 탓이다.

그리고 떠올린 한탄.

‘하아, 생각해보면 날 진심으로 좋아해서 만난 여자는 이제까지는 한 사람도 없었잖아? 그나마 중간에 사귄 여자는 내가 한창 잘나갔을 때였으니, 내가 아니라 돈보고 만난 거라고 봐야 해. 실제로 사업이 망하자 단숨에 도망쳤잖아?’

후회였다.

그리고 여인의 마음을 얻는 것.

확실히 그런 면에서 자신은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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