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20 회 -- >
그는 풋내기 총각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떤 여자와도 이런 기분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자신의 영육이 최현주의 것과 섞이는 그 기분.
그것은 도저히 몇 마디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기묘한 감정이었다.
‘이건.......’
조민우는 그 기쁨을 누리면서 헤어 나오기가 쉽지가 않았다.
그런데 이것은 그만 그러냐?
그렇지는 않았다. 최현주 역시 눈을 감은 채 그와 품에 꼭 안겨서는 그저 그 감각을 즐길 뿐이었다.
도저히 다른 생각은 나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저 자신의 모든 것이 조민우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아, 섹스가 이런 거였나?’
물론 그렇지는 않았다.
섹스는 섹스일 뿐이다. 다만 두 사람은 섹스를 목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사랑을 느끼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것뿐이다.
어디까지나 서로 상대에 대한 것을 마치 말처럼 느낀 것뿐이었다.
그리고 시간은 이렇게 흘러만 갔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흘러가자 그녀의 그곳이 말라버렸다는 것이다.
당연히 고통은 더욱 심해졌다.
“아, 따, 따가워요.”
“그래?”
조민우는 미적미적 거리는 상황 때문에 자신이 결국 절정에 오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딱 봐서는 이미 좋은 기회는 그야말로 물 건너간 상황이었다.
‘어휴, 이래서 초짜는 싫다니까!’
최현주 역시 그것을 느꼈는지 곧 바로 사과했다.
“미, 미안해요.”
“아니 현주가 사과할 일은 아니지. 뭐 분위기가 이렇게 되어 버렸으니 어쩔 수가 없지.”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리자 그 다음 두 사람 사이는 이내 썰렁해져 버렸다.
바로 조민우가 그렇게 염려하던 상황이었다.
***
조민우는 결국 최현주를 끌어안은 채 그저 그녀의 나신 촉감을 즐기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놀라운 것은 평소라면 그녀도 발끈한 일이지만 그렇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그녀 역시 다소 안쓰러운 표정으로 조민우를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오빠는 못했죠?”
“응? 괜찮아. 난 현주가 좋아하면 그걸로 좋아. 그리고 이렇게 현주 몸을 주물럭거릴 수도 있잖아!”
“치이, 변태!”
하지만 그다지 싫은 표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품속으로 꼭 안겨서는 그저 그의 체온을 느낄 뿐이었다.
두 사람은 이미 비디오 화면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곧 영화는 끝을 향해서 다와 가자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그리고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역시나 최현주 팬티였다.
조민우는 자연스럽게 침대 위에서 일어나서는 걸린 팬티를 벗기고는 의아스러운 표정을 한 채 잠깐 그곳을 쳐다보았다.
색깔이 동일해서 잘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곧 사람 엄지손가락처럼 생긴 특이 몰래 카메라 하나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아니 그는 그럴 정도가 아니라 곧 바로 그것을 잡아서 뚝 분리시켰다.
딱.
‘무, 뭐야? 이거 정말 감시 카메라잖아?’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그것은 옆에서 지켜보던 최현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 오빠, 그게 뭐에요?”
“감시 카메라야.”
“네? 저, 정말요? 그러면 우리 두 사람을 카메라로 찍었다는 말인가요?!”
그는 이내 딱딱한 표정을 한 채 곧 바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건 지금부터 확인해야 봐야지.”
***
조민우는 물론 곧 바로 어느 정도 옷을 추스르자 감시 카메라를 들고는 비디오방에서 나왔다.
그런데 그는 굳이 자신이 먼저 비디오 방 관리양을 추궁할 필요가 없었다.
“저, 저기 손님, 죄, 죄송합니다.”
만약 남자였다면 일단 아가통을 날리고 시작했을 테지만 여자라서 그럴 수는 없었다.
더욱이 옆에 최현주가 보고 있지 않은가?
막 울려고 하는 여자를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그는 곧 감시 카메라를 보여주면 차분하지만 상대를 억압하는 투로 말했다.
“뭐 제가 굳이 더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본인 스스로 잘못알 잘 알고 있으니, 그렇다면 이건 어떻게 처리할 겁니까? 그냥 모른 척하고 넘어갔으면 좋겠다! 이런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그, 그건.......”
관리양은 이내 입을 다물었다.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확신이 잘 서지 않은 까닭이다.
그런데 이것은 자신이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는 일이었다.
“저, 저기 제가 그건 주인아저씨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
이거 내가 귀찮아서 그냥 넘어갈 것이라 생각하나?
“외람된 이야기입니다. 이런 몰래 카메라로 남의 사생활을 찍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 잘 알 텐데요?”
“그, 그건 정말 죄송합니다.”
관리양은 간단하게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허리를 구십 도로 구부려서 그야말로 정중하게 사과를 거듭했다.
하지만 조민우가 그렇다고 해서 이것을 그냥 방치할 수만은 없었다.
“좋아요. 그러면 주인아저씨에게 지금 전화해서 한 번 문의를 해봐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바로 경찰에 신고해버릴 테니까요.”
의외로 강수.
최현주가 안쓰러워서 그의 팔을 붙잡고는 고개를 내저을 정도였다.
허나 택도 없는 소리.
(안 돼. 이건 버릇을 이번에 확실히 고쳐 놔야 해. 우리야 운이 좋아서 카메라를 발견했지만 다른 커플도 그럴 것 같아? 그들은 그야말로 선의의 피해자라고!)
(하, 하지만.......)
(설마 우리 두 사람 장면이 녹화되어 인터넷에 돌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 그건 아니에요.)
(잠깐만 있어 봐.)
조민우는 어느 정도 최현주를 확실히 했다고 판단하자 다시 관리양을 압박했다.
“계속 그러고 있을 겁니까?!”
“자, 잠깐만요.”
물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전화를 걸어야 했다.
-네, 저, 저기 사장님, 저인데요.
-오, 김수미 학생, 갑자기 왜 전화한 거야?
-저기 사장님이 설치 해놓은 감시 카메라가 한 손님에게 발각되었거든요. 그런데 그 손님이 지금 경찰서에 신고하겠다고 했어요.
-뭐?! 저, 정말이야?!
-네.
-그,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고 했어?
-부탁을 했죠. 그런데 손님이 막무가내에요. 당장에라도 신고를 하겠다고, 아무래도 사장님이 직접 오서야 할 것 같아요.
-끄응, 여긴 부산이야. 당장에 거기까지 어떻게 가? 잠깐 혹시 그 손님에게 부탁을 해봐. 원하는 것은 다 들어준다고. 필요하면 돈으로 배상이라고 하겠다고 해. 한 50만 원 정도는 가능하니까.
-잠시만요.
김수미는 곧 바로 조민우에게 사장에게 들은 제안대로 말해주었다.
“저기 저희 사장님.......(중략)합니다.”
당연히 조민우는 발끈했다.
“지금 제가 당신들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려고 이렇게 난리를 부린다고 생각합니까?!”
“그, 그건.......”
그녀는 다시 말을 더듬었다.
아니 이번에는 눈물까지 보였다.
결국 최현주가 너무 안타까워 보여서 다시 나섰다.
“오빠, 너무 그러지 마요. 저 언니는 솔직히 잘 모르잖아요.”
“흥, 무슨 소리, 딱 보고도 몰라? 지금 봐서는 열심히 감시 카메라 화면을 보고 있는 분위기였는데!”
눈치도 빨라요.
뜨끔.
‘남자가 정말 쫀쫀하네!’
김수미는 내심 좁쌀만 한 조민우 간을 보고는 욕설을 퍼부었지만 그렇다고 내색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조민우 역시 부담이 되기는 매 한 가지였다. 최현주의 눈치 때문이었다. 물론 이번에 확실히 이런 업체 습관을 단단히 고쳐주고 싶었지만 차마 최현주 첫 경험(?)을 나눈 추억이 될만한 자리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 수만은 없었다.
“하아, 좋아요. 그러면 당신들이 다시는 이런 짓을 안 한다는.......아니, 내가 지금 핸드폰으로 증거를 찍은 후에, 바로 감시 카메라를 모두 치우기 바랍니다. 만약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면 내가 바로 신고를 하겠습니다. 아시겠어요?”
당당한 발언.
그리고 협박이었다.
그녀는 잠깐 사장과 통화를 끝낸 후에 곧 바로 조민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 알겠습니다.”
그는 일단 허락이 떨어지자 곧 바로 핸드폰 카메라로 감시 카메라와, 김수미의 증언을 담은 후에 냉정하게 한 마디 해주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에 와서 또 이런 일이 있는 것을 확인하면 바로 경찰서에 이 동영상 파일을 넘길 겁니다.”
“하아, 알았어요. 감시 카메라는 전부 치우도록 할 게요.”
여기까지가 마지막이었다. 마지막은 그다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깔끔하게 마무리는 짓은 것이다.
더욱이 최현주도 이렇게 어느 정도 타협을 보자 그렇게까지 기분 나빠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다만 조민우는 그녀와 첫 경험(?)을 이런 비디오방에서 했다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뭐 지금은 어쩔 수가 없지.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
2장 DS X의 비밀
조민우는 비디오 방에서 감시 카메라 때문에 다소 사소한 일을 경험하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자신이 원한 바를 이룰 수가 있었다.
드디어 최현주와 관계를 맺었다는 것.
다소 좀 불편하기는 했지만 그렇게까지 기분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그녀의 첫 남자였다는 것.
그것만 떠올려 봐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덕분에 대학 생활 역시 DS 마법진 연구 때문에 혼란을 잠깐 겪었지만 이내 정상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소소한 대학 생활.
항상 옆에서 쫑알거리면서 귀찮게 하는 최현주.
뭐 그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흐음, 이대로 사는 것도 나름 의미는 있어.’
그는 이 때문에 그럭저럭 보통 사람과 비슷한 생활을 기본적으로 누릴 듯 보였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선후배들은 이런 그를 시기도, 질투도, 그리고 부러워하기까지 했다.
‘제길 정말 부럽군.’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
L 그룹 기획 실장실.
“흐음, 그게 무슨 소리인가? 아직까지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니?”
박용운 팀장은 삭막한 기획 실장의 말에 평소와는 달리 고개를 푹 숙이고는 눈치만 살폈다.
“DS 본사에 일단 사람을 들여보내는 것에는 성공을 했습니다. 그런데 적응할 기간이 아무래도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건 이미 보고를 받았지. 내가 묻고자 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지 않은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나?”
“아? 그 쪽에서 부탁한 것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뭐? 진행 중이라고? 그건 또 무슨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야?”
“저도 그 쪽에 문의를 해봤는데요. 아무래도 조성 검사에 시간이 좀 걸린 거라고 합니다.”
“조성 검사? 아니 그자들이 무슨 조성 검사를 이제까지 했다고 그래? 그냥 독성 물질이 약간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적당히 하면 되지!”
좀 이상한 말이지만 그런데 현실은 이것이 사실이었다.
박용운 부장 역시 이런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다.
솔직히 그래서 답답한 것은 바로 그였다.
“그런데 대구 쪽 담당자 말에 따르면 명확한 증거가 없이 제품 판매 금지를 내리게 되면 자신들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택도 없는 소리야.
타앙.
“야, 박부장! 너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야?! 우리가 언제 그런 소리를 들어가면 이 일을 했어?”
그런데 박부장도 여기에 대해서는 분명히 해두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이 문제는 신중하게 가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DS X가지는 효력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성기능 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에게는 그야말로 보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아직은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기획 실장은 결국 다시 질문해야 했다.
“그게 뭔 말이야?”
“DS X가 좀 과장해서 말하면 아예 성관계가 불가능한 환자도 어느 정도 일시적으로 성관계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걸 구입하는 고객들이 만약에 의약품 관리청에서 불분명한 이유로 판매 금지 명령을 내렸다는 것을 알게 되면.......그들 선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불똥이 여기까지 튈 수도 있습니다.”
“허어, 그걸 말이라고 하나?”
“아뇨, 만약 경찰 조사까지 들어가는 상황이 생긴다면 충분히 감안해야 할 일입니다.”
끝까지 강경한 태도.
기획 실장 역시 대충 박용운 부장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에 의아스러웠다.
‘이 친구는 의외로 소심한 면이 있어서 이렇게까지 확정적으로 말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잖아? 그렇다는 이야기는 정말 DS X 효능이 그렇게 대단하다는 말인가?’
“그걸 확실한 수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