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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가 째려보자 다들 시선을 피하기에 급급할 따름이었다. 바로 일전에 많은 이들이 있는 보는 앞에서 보여준 무력 때문이었다.
특히 한 사람을 완전히 얼어붙게 만든 그 능력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노골적인 압박에 다들 어느 정도 자제하는 분위기를 보자 무조건 그들을 압박할 수만은 없었다.
따라서 곧 분위기가 가라앉자 자연스럽게 다음 수순으로 넘어갔다.
바로 오늘 들은 강의 내용이나 정리하려고 노트를 펼쳤다.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내용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확실히 금반지 때문인지, 이해력과, 암기력이 생각보다 많이 발전했어. 이제는 그냥 보고 있어도 웬만한 것은 쉽게 눈에 들어오는 군.’
특이한 변화였다.
요즘 들어서 DS 마법진에 정신이 빠져 있기에 간과한 것이기도 했다.
조민우는 새삼 자신의 능력 변화 하나에 대해서 확연히 느끼자 그것을 차분하게 감안하면서 강의 노트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내용은 PN 반도체에 대한 설명이었는데, 이미 거기에 관한 수학적인 의미, 뿐만 아니라 전기적인 지식에 대해서 완벽하게 이해,
그리고 심지어 시뮬레이션까지 된 마당이기에 막히는 것이 없었다.
‘휴우, 이건 정말 쉽게 되는 군. DS 마법진도 이런 식이 되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득 떠오른 아쉬움.
하지만 이내 지금 DS 문자를 분석하고 있는 이들의 능력을 떠올리자 마냥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었다.
솔직히 두 사람의 능력은 지금 자신과 비교해서 그렇게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더욱 뛰어나다고 봐야 했다.
그런 그들조차 버벅 거린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까닭이다.
이것은 그 자신의 능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DS 문자 규명 자체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봐야 했다.
‘하긴 그렇게 보는 것이 맞겠지. 그나저나 조수연하고, 제니퍼 설득을 잘 해야 할 텐데.......’
사실 이게 가장 큰 근심거리였다.
일단 첫 타는 제니퍼인데, 과연 잘 될지는 솔직히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만난 느낌만 봐서는 특히 제니퍼는 동업자와, 섹스 파트너에 대한 구분이 분명하다는 느낌이었다.
‘미남계로 유혹해도, 우리 회사에는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봐야 할까?’
조민우는 본능적으로 새삼 이런 느낌을 받자 기분이 좀 이상했다.
결국 자신의 성적 매력으로는 제니퍼를 납득시킬 수 없다는 것이 되는데, 그것은 어떻게 보면 남자의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 주말에 만나서 아예 위에서 꽉 눌러줘서는 두 번 다시 날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되는데.......’
생각할수록 이런 자신의 처지가 한심스러웠다.
하지만 그의 상념은 딱 여기까지였다.
***
지이잉.
지이잉.
‘누구지? 설마 제니퍼인가?’
조민우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액정에 떠 있는 전화번호를 확인해보았지만 처음 보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핸드폰에는 잔잔하지만 상대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음성이 울려 퍼졌다.
<아, 조민우 사장님, 핸드폰 이죠?>
<그렇습니다. 저기 실례지만 누구신지?>
<일단 갑자기 전화 드려서 죄송합니다. 저는 한성 제약 영업 3팀에서 일하고 있는 김영민 부장이라고 합니다.>
한성 제약이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저기 혹시 전화를 잘못 거시건 아닌가요? 한성 제약에서 저에게 전화할 이유가 없을 텐데요?>
<하하하, DS를 경영하고 있는 조민우 사장님이라면 전화를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그 분에게 전화를 한 것이니까요.>
<네? 정말요?>
<뭐 어차피 전화로 길게 통화할 내용이 아닙니다. 일단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하는데, 언제 시간이 괜찮겠습니까?>
<으음, 시간이라.......으음, 지금도 괜찮기는 하지만 그 쪽은 서울에 있지 않습니까?>
<아, 회사는 그렇죠. 하지만 저는 지금 경한 대학 정문에 와 있습니다.>
정말 뜻밖의 이야기였다.
전화를 건 곳이 바로 대학 입구에서 걸었다니.
‘이것만 봐서는 바로 만나서 협의를 나눌 생각이었나 보군. 이해할 수가.......아니지, 설마 DS X 때문에 전화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 더욱이 제약 회사라면.......’
충분히 그럴 만 했다.
자신이야 장비가 부족해서 제대로 DS X에 대한 분석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한성 제약 정도의 회사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고 봐야 했다.
그렇다면.
굳이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바로 보는 것으로 하죠. 오늘은 제가 좀 여유가 됩니다.>
<어? 그래요?>
<대학 정문 맞은편에 보시면 3층에 커피숍이 하나가 있습니다. 거기서 뵙죠.>
<네, 알겠습니다.>
***
조민우는 곧 바로 통화를 마친 후에 만약을 대비해서 최현주에게 간단하게 문자 한 통을 날린 후에 대학 정문 쪽으로 향했다.
다소 거리가 있기는 했지만 그렇게까지 많이 걸리지는 않았다.
딸칵.
따르릉.
커피숍은 아주 오랜 전에 잠깐 온 이후로 처음 왔었는데, 새삼 출입구 방울 소리가 깨끗해서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물론 그는 자신에게 전화한 두 사람을 커피숍 내부에서 굳이 찾을 필요가 없었다. 딱 맞은편에 양복을 입은 두 사람이 눈에 들어온 탓이다.
그는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다가갔는데, 한 사람은 인상이 후덕해서 대화하기가 편한 삼십대 후반의 사람이었다면, 다른 한 사람은 너무 경직되어서 다가가기가 꽤나 불편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왼쪽은 전화한 사람 같고, 오른 쪽이 아마 기술 자문 때문에 나온 연구원 같군.’
그렇다면 일단 우선 주도권을 잡는 것이 좋았다.
“혹시 전화하신 김영민 영업......”
예상대로 후덕한 인상의 김영민 영업 부장이 곧 바로 나섰다.
“아, 안녕하세요. 제가 김영민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저희 한성 제약 연구소 신약 연구팀 팀장으로 있는 최명우 연구원입니다.”
“그렇군요.”
조민우는 자연스럽게 그의 맞은편에 앉은 채로 두 사람을 잠깐 쳐다보았다. 물론 그는 굳이 자신이 뭐라고 하지 않아도 김영민이 주문을 하는 것을 묵묵히 지켜볼 따름이었다.
그리고.
“이거 생각보다 사장님 연세가 어려 보입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아, 특별한 오해를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저 지금 나이에 DS와 같은 사업체 경영자라는 것이 놀라워서 한 말이니까요.”
“흐음, 말씀은 고맙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과는 관계없는 이야기는 굳이 할 필요가 없을 것 같군요. 제가 단도직입적으로 묻죠. 어떻게 DS X에 대해서 알고 이렇게 연락을 한 겁니까?”
김영민 영업 부장은 힐끗 최명우를 쳐다보았다.
자연스럽게 최명우 연구 부장이 나섰다.
“그건 인터넷에서 사용자들의 의견을 보고는 제품에 대해서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제약 회사 나름으로 조사를 해보았고요.”
역시나 예상한 이야기였다.
솔직히 조사를 해보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봐야 했다.
김영민 영업 부장 역시 이미 이런 이야기에 대해서 묵과가 되어 있는 지 그다지 놀란 표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조민우는 좀 달랐다.
“조사라면.......혹시 DS X에 대해서 따로 성분 조사를 한 겁니까?”
“당연합니다. 저희가 원하는 것은 바로 그 DS X의 조제법과, 기술에 관련된 포괄적인 법적 권리, 즉 라이센스(License)이니까요. 조사를 해보지 않고야 이런 요구를 할 수가 없겠죠?”
사실 이런 점은 이미 그도 예상한 바였다.
DS X과 같이 성기능 장애에 효과가 있는 제품은 그다지 많지가 않는 까닭이었다.
더욱이 효과적으로 여기에 비할만한 것은 세상에 거의 없다고 과언이 아니었다.
따라서 누군가 이 DS X에 대해서 연구, 조사를 통해서 추적할 것이라는 이미 예견된 사실이었다.
다만 그 과정이 생각보다 빨라진 것뿐이었다.
조민우는 이미 이런 것에 대해서 복안을 해두었지만 새삼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이 DS X의 비밀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노릴 것이 분명한 까닭이었다.
‘이거 돌아가면 보안을 좀 더 강화해야겠어. 물론 지금 안전하기는 하지만 영화에서 보는 장비들을 가지고 들어와서는 중요한 내부 DS 마법진만 달랑 훔쳐 갈 수도 있잖아? 물론 그게 무엇인지 안다면 그렇겠지만.......’
하지만 그런 확률은 매우 적었다.
솔직히 그 비밀에 대해서 아는 이도 아직 세상에 아무도 없는 까닭이었다.
그렇다고 무시할 수는 없었다. 만에 하나라도 그런 사태를 막아버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자연스럽게 한 가지 사항은 곧 바로 추진해야 했다.
‘두 여인이 문제군. 필요하다면 강제로 납치라도 해야 할 판국이야!’
일단 그 문제는 향후에 다루어야 할 상황.
지금은 당면한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렇다면 한 가지 묻고 싶군요. DS X의 성분을 조사 해봐도 나오는 것이 별로 없을 겁니다. 그런데 DS X에 대한 권리를 요구한다? 좀 앞뒤가 맞지 않는 말 같습니다만.......”
탁.
하지만 그는 이내 입을 다물어야 했다.
김영민 영업 부장이 노란 색으로 되어 있는 특급 비밀 노란 파일철 하나를 내밀었기 때문이었다.
굳이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자신이 여유가 있었다면 조사를 해야 할 상황인 탓이다.
‘아니 고맙다고 해야겠지. 이렇게 DS X의 정체 대한 것을 알 수가 있으니까. 그런데 과연.......’
오히려 흥미가 생겼다.
자신이 장비와, 인력이 없어서 하지 못한 의혹.
그것 하나가 드디어 풀리는 상황인 까닭이다.
스르륵.
“.......”
하지만 조민우도 곧 파일철을 하나하나 넘기다가 전자 현미경에 나온 X의 뚜렷한 사진을 확인하고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으음, 저, 정말 특이한 놈이군. 검은색 구형 모양으로 되어 있다니.’
너무 놀란 까닭이었다.
설마 DS X의 효능과 관련된 물질이 있는지 몰랐던 것이다. 아니 추측을 했지만 과연 어떤 형태인지 알지 못했다는 것이 정확했다.
막연한 심증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었다.
1L에 0.0022mg의 무게.
크기는 놀랍게도 옹스트롱 단위였다.
‘어쩐지 알 수가 없다고 했어. 이렇게 작은 크기에, 무게가 저 정도이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지.’
X의 사진을 보자 자연스럽게 한 가지 의문이 자연스럽게 풀렸다. 비록 자신이 한 것은 아니라고 해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딱 이런 순간을 기다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X의 사진을 완전히 뇌리에 박힐 수 있을 정도로까지 새심 하게 확인을 거듭했다.
실제로 머릿속에 완전히 암기가 되었을 정도에서야 시선을 거두었다.
‘흐음, 일단 X의 구체적인 관점을 명확히 했으니, 이것을 토대로 나머지 기존에 했던 추측과 하나하나 맞추어 가면 될 것 같아.’
하지만 이런 상념을 거듭하자 다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바로 한 가지 의문이었다.
‘문제가 있군.’
바로 이렇게 작은 단위로 어떻게 그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특히 불, 물, 미끌 마법을 일으키는 요인은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다.
아쉬운 것은 여기에 있었다.
그것에 대한 실마리가 될 수 있는 DS X에 대한 설명은 지금 자신이 받은 보고서에는 더 없다는 점이다. 물론 그럴 리가 없을 것이다.
“설마 이것이 전부라는 것은 아니겠죠?”
“네? 무슨 말씀이신지?”
조민우는 피식 웃었다.
“겨우 이 정도 조사로 끝낸 것이 아니라고 전 생각합니다. 분명히 몇 가지가 더 있었겠지요? 그렇지 않고야 여러분이 뜬금없이 대구까지 내려올 이유는 없으니까요. 뭔가 바로 행동으로 옮길 정도로 절박한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할까요?”
눈을 차갑게 번뜩이면서 뭔가를 요구하는 조민우의 모습은 확실히 만만치 않았다.
최명우 연구부장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김영민을 살펴야 했다. 그 다음 내용은 자신도 함부로 말할 수가 없는 까닭이었다.
그런데 그건 김영민 영업 부장이라고 해도 다른 것이 없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제약 회사에서는 이 정도로 결과만으로도 충분히 메릿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조민우 사장님을 뵈러 온 것이니까요.”
조민우는 일단 상대를 압박해서 뭔가 알아내려고 한 것인데, 이런 상대의 반응에 눈살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