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26 회 -- >
조민우는 자신의 팔을 붙잡고 애걸복걸하면서 자신이 어느 정도 인상을 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기술자를 보고는 그제야 흡족한 미소를 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굉장히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복잡한 일도 아니고, 아주 고난이도의 기술을 요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지금 보고 있는 설비 사방을 3m 두께 강판(?)으로 이곳을 전부 완전히 막아버린 후에 다시 용접해버리면 됩니다.”
간단해 보이는 말이지만 결코 그렇지는 않았다.
3m 강판이 무슨 애 이름도 아니고, 그냥 붙인다고 붙는 것이 아닌 까닭이다.
용접을 하려고 해도 일반적인 용접기로는 아예 먹히지 조차 않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여기에는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처지.
기술자는 바로 그런 관점에서 자신들을 피력했다.
“하하하, 사장님, 걱정 마십시오. 저희 회사 직원들은 대다수가 대형 조선소에서 경험이 수십 년 이상이나 된 베테랑입니다. 이 정도 일이라면 문제가 없을 겁니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것은 나중에 사장님도 저 내부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김민우는 이내 별것 아니라는 듯했다.
“아, 그건 상관없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저를 포함해서 그 누구도 저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게 끔만 하면 됩니다.”
이렇다고 하네.
솔직히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기술자 입장에서는 그다지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끄응, 알았습니다.”
‘도대체 이 사장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가 없군.’
***
조민우 사장 집무실.
일단 여기까지 해서 만약의 경우에 대한 대처까지 해놓았다.
지금 저 작업이 끝나면 자기가 알기로 북한에서 핵미사일이 날아와도 아마 저 곳은 무사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DS 마법진 관련해서는 신경 꺼도 되겠지.’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곧 바로 DS X에 대한 고민에 빠져 들어가야 했다.
물론 자신의 책상에 있는 노트에 그려진 화면은 정확히 한성제약의 김영민 영업부장이 자신에게 보여준 그 사진과 거의 일치하는 그림이었다.
보면 볼수록 신기했다.
아니 저기에 담겨 있는 비밀이 궁금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마나라고 할 수가 있잖아? 바로 마나의 본질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할 수가 있게 된 것이지.’
하지만 조민우는 이내 한 가지를 떠올리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것은 왜 이제까지 X에 대한 비밀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느냐 하는 점이다.
이제까지 많은 화학자들이 산소, 수소, 질소와 같은 물질에 대해서 끊임없이 연구를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그 과정 중에 저 X에 대한 것도 드러나야 해야 했다.
그런데 그렇지가 못했다.
아직까지도 마나, 기에 대한 것은 제대로 된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운이 나빠서?
‘그건 절대로 아냐. 화학 분야만 해도 근대에 와서 급격히 발전을 거듭했잖아? 정말 대기에 X라는 물질이 존재했다면 찾지 못했을 리가 없어.’
그렇다면 왜 이제까지 X에 대한 것이 밝혀지지 않은 것일까?
처음에는 쉽게 답을 찾을 수가 없었지만 얼마 있지 않아서 한 가지 가정을 하자 간단하게 결론을 내릴 수가 있었다.
‘대기에는 X가 없다! 라고 가정하면 어떨까?’
그렇다면 말이 되었다.
대기에 X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누구도 비밀을 밝혀내지 못했을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그러면 지금 저기에 나타나 있는 X는 뭐라는 말일까?
처음에는 답을 쉽게 추측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고민해도 연관관계가 쉽지는 않은 까닭이다.
덕분에 이 문제가지고 다시 반나절을 고민해야 했다.
***
다음날 오전.
조민우는 비록 하루를 낭비하기는 했지만 이런저런 고민 끝에 겨우 어제 질문에 대한 답을 쉽게 가정할 수가 있었다.
‘바로 금반지 때문이겠지. 정확히는 숙주의 뇌파가 대기 속의 어떤 물질을 X로 변환시켰다고 봐야 해. 만약 그렇다면 X를 평시에는 찾을 수가 없었겠지. 그렇다면 과연 X의 원래 물질은 무엇일까?’
사실 이것이 가장 큰 의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에는 답을 낼 수가 없는 질문이기도 했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말이다.
‘아쉽군.’
그도 이렇게 답답하다는 생각은 처음이었다.
결국 이렇게 되자 다시 주된 관심의 초점이 된 것은 바로 이 X였다. 바로 지금까지는 X가 성기능 장애에 주로 효과를 주었다는 점에 관한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 섣불린 다른 인간의 치료제로 역할을 할 수가 없다고 확정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는 않아. 어떻게 보면 이건 DS X의 조제 속성하고 관련이 있다고 봐야겠지. 정확히는 DS 생수와, X와의 결합 효과라고 가장하면 돼. 그것이 소발에 쥐잡기 형식으로 성기능 장애에 효과가 있는 기능을 한 것뿐이야. 아마 정확한 원인만 알면 얼마든지 수많은 치료제를 만들 수가 있을 거야. 거기에는 아마도.......암 치료제도 포함될 수가 있겠지!’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존재했다.
어떻게 그렇게 할 것이냐?
어떤 과정을 통해서 그런 영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냐?
이건 결코 간단한 문제도 아니었고, 단 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끄응, 이건 정말 대책이 안 나오는군.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 혼자서는 죽었다가 깨나도 할 수가 없는 일이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즉 인재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진 것이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곧 떠오르는 사람 하나.
‘일단 제니퍼인가?’
***
부르릉.
오랜 만에 나온 대구 중앙통은 여전히 복잡했다.
차도를 지나가는 차량은 정체가 풀릴 줄 모르고 도로를 아예 임시 주차장으로 만들고 있었고, 지나다니는 수많은 행인들은 그야말로 발 딛을 틈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조민우 역시 평소에는 거의 회사 일 때문에 이곳에 올 일이 없었고, 그나마 가는 곳이라고 해봐야 대학이 다였다.
따라서 이런 상황은 다소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상대가 대구 중앙통 근처에 있는 제일 서적에서 보자는 약속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물론 여자 친구였다면 걍 무시해버릴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제니퍼는 여자 친구가 아니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반드시 스카우트를 해야 할 사람인 까닭이다.
‘휴우, 잘 될까?’
근심이 되기는 했지만 고민만 해봐야 시간만 낭비일 뿐이었다.
때문에 사층에 올라가서는 혹시라도 볼만하거나, 아니면 도움이 될 만한 전공 책을 한 번 쭉 찾아보았다.
그런데 역시 너무 갑자기 와서인지 딱 눈에 뜨이는 책은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오히려 한 쪽 구석에 꼽혀 있는 장르 소설책이 더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이것저것 유명한 책도 많이 꽂혀 있었지만 흥미를 끄는 것은 최근 나온 신작이었다.
‘바스크 영주라, 흐음, 영주 시리즈가 나쁘지는 않기는 한데.......’
하지만 역시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너무 복잡해서 잡다한 느낌마저 드는 DS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 때문이었다.
조민우는 그래도 집중을 해서 읽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오래 가지는 않았다.
‘쯧쯧, 무슨 장르소설 주인공이 이렇게 멍청하냐? 짜증나서 못 보겠잖아?’
결국 다시 책을 제자리 꽂아두고는 이쪽저쪽 책 구경만 하다가 서점 내부에 한 쪽에 책을 뽑아서 읽을 수 있도록 놓인 의자 하나를 발견하자 아무 책이나 뽑아서는 거기에 앉았다.
다행히 시간 때문인지 그다지 주변에는 많은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책을 펴보았다.
‘응? 운전면허 시험 문제집?’
급하게 뽑은 책은 전혀 자신과 관계가 없는 책이었다.
그는 결국 다른 책을 뽑으려고 딱 일어서려는 순간에 곧 자신을, 아니 자신이 앉은 의자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한 눈길을 느끼자 생각을 바꾸었다.
‘호오, 여기 앉고 싶어? 그럴 수는 없지!’
풀썩.
엉덩이를 살짝 들었던 상태에서 조용히 히프를 내려앉고는 그냥 다시 앉은 것이다. 물론 시선의 주인공은 크게 실망한 표정을 한 채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조민우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별것 아닌 일인데, 왜 이렇게 유쾌한 지.
그 스스로가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재미있는 놈이군!’
물론 시선의 주인공은 한 이십대 후반의 청년이었는데, 자신이 고소하다는 눈빛을 한 것을 보자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눈치 챈 것이다.
하지만 그다지 신경 쓸 바는 아니었다.
때문에 곧 운전면허 시험 책자에 시선을 모았다.
정말 웃기는 것은 바로 이 책자는 눈에 좀 들어왔다는 점이다.
‘쯧쯧, 정말 알 수가 없군.’
하지만 굳이 운전면허 책자를 계속 볼 필요는 없었다.
지이잉.
지이잉.
곧 이어서 들린 핸드폰 진동음 때문이었고, 곧 목소리를 통해서 누구인지지 알 수가 있었다.
제니퍼였다.
<어디 있어요?>
<아, 제일 서적 4층에 있어요.>
<4층이라면.......아, 여기 계단이 있네요. 제가 올라갈게요.>
조민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뇨, 제가 내려가죠. 굳이 여기에 계속 있을 것도 아니거든요.>
<아, 저는 3층에 잠깐 들려서 뉴욕타임지 신문을 좀 사야 해요. 마침 수연이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기에도 판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4층에 있으세요. 제가 계산하고 바로 올라갈게요.>
<알겠어요.>
그는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곧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이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자신에게 눈총을 받은 그 젊은 친구였다.
그는 마침 기다리는 친구가 오자 부드럽게 끌어안고는 난리였다.
바로 여자 친구였던 것이다.
그런데 나쁘지는 않았다.
비록 키가 그렇게 큰 편은 아니지만 단발머리에 눈이 커서 귀엽게 생긴 아가씨였다.
다만 짜증나는 점이 있다면 자신의 여자 친구를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이 자신이 앉아 있는 책상 쪽으로 와서는 두런두런 자신을 씹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하여간에 요즘에는 별의 별 놈들이 다 있어.)
(응? 자기야,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보통 여자 친구 없는 놈들이 성격이 지랄 같아서 별 것 아닌 것을 가지고 사람 자존심을 건드려서 열폭하게 하잖아!)
(킥킥킥, 원래 그런 면이 좀 있잖아? 대개 소심해서 그런 것이니, 자기가 이해를 해야지.)
(그런데 떡하니 코앞에서 그 지랄을 하니, 화가 날 수밖에 없지.)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청년은 이내 턱짓으로 조민우를 힐끗 가리키면서도 표 나지 않게 한 후에 두런두런 거렸다.
(정말 짜증난다니까!)
(아하, 그런 거야? 아이 자기가 이해를 해야지. 원래 여자 없는 애들은 좀생이 같은 기질이 있어. 딱 봐서는 그렇게까지 이상한 면은 없어 보이기는 해. 하지만 사람은 사귀 봐야 알 수 있으니.......)
“.......”
조민우는 졸지에 좀생이로 취급 받자 기도 안 찬 표정이었다.
아니 자신이 겨우 자리 눈치를 본 것이 저놈은 그렇게까지 짜증이 났다는 말인가?
정말 생각 같아서는 당장에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자신을 힐끗힐끗 쳐다보는 여자 때문이었다.
딱 봐서는 완전히 여자 친구 하나 없는 맹추로 취급하는 모습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것은 조금 후에 저 커플이 보여주는 엽기적인 행동만 봐도 알 수가 있었다.
부비적부비적.
슬쩍 몸을 맞댄 채 온간 엽기적인 포즈는 다 취해보이는 커플이었다.
조민우는 물론 그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운전면허 책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계속 들이미는 엽기적인 커플 때문에 그것도 쉽지만은 않았다.
아마 이대로 계속 갔다면 그도 화를 냈을지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민우씨?
자신을 부른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 작품 후기 ============================
이야기가 산이 아니죠?
크크.
1. 그렇다.
2. 아니다.
3. 기타.
ps. 지금 아니었다면 조민우와 다크는 좀 더 다른 모습으로 만나겠죠. 다크가 가지 능력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