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30 회 -- >
그는 참을 수가 없었고 이내 이를 악물고는 조금 전보다 더 강하게 후려쳤다.
까아앙!
실로 나지막하면서 끔찍한 저음 소리가 낮게 깔려서 울려 퍼졌다.
“크으윽.”
그리고 쇠망치는 지독한 고통에 몸을 부르르 떨면서 뒤로 열 걸음이나 물러나다가 결국 벽면에 부딪히고야 몸을 진정할 수가 있었다.
턱.
찔끔.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두목조차 조금 전에 쇠망치가 전력으로 휘두른 결과를 보고는 놀라서 몸을 떨었다.
‘어, 엄청나잖아?’
그런 정도가 아니었다.
그렇게 강하게 후려쳤는데, 강판은 다소 움푹 들어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까지 크게 바뀐 것은 아니었다.
옆에서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던 다른 일행들 역시 이 황당한 결과를 보고는 다들 입을 살짝 벌린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두목 역시 사람이고, 쇠망치가 걱정되어서 결국 한 마디 해줘야 했다.
“괜찮으냐?”
“.......”
쇠망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직도 진정이 되지 않아서인지 몸이 말을 듣지 않은 것이다. 다만 그는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망치를 그냥 지면에 내동이치는 것을 불만을 표시했다.
터엉.
두목 역시 모를 바는 아니지만 무조건 그를 비난할 수밖에 없었다. 쇠망치의 손아귀가 터져서 흘러나온 피를 본 것이었다.
“자식, 정도껏 해야 할 것 아냐? 딱 보면 두께가 꽤 나온다는 것 몰라? 그럴 때는 그 느낌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지. 그렇게 무식하게 후려치면 되냐?”
“.......”
쇠망치는 어이가 없어서 이를 다물었다.
하지만 두목은 이런 그의 시선을 슬그머니 피한 후에 다른 수하들을 돌아보면서 소리쳤다.
-야아, 용접기 사용해!!
***
치이익.
그냥 봐도 일반적인 용접기와는 좀 많이 달라 보이는 놈이었다. 정확히 무슨 메이커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흘러나오는 불꽃이 보통이 아니었다.
따라서 이 정도면 기대를 해볼만하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것이 착각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치이잉!
보통 용접기를 대면 강판이 다소 녹아들어가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런 현상을 기준으로 보면 분명히 표면의 강철이 녹아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이 작업을 계속 진행해서 무려 5cm 가까이 작업이 끝난 것이 무려 새벽 6시가 되어갈 무렵이었다는 점이다.
주르르.
치이익.
녹아내린 쇠 물이 밑으로 흘러내리는 모습은 사뭇 간단해보이지 않았다. 용접을 하고 있는 이 역시 땀을 홍수처럼 흘리면서 조심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그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는 결국 흘러내린 땀을 수건을 닥으면서 뒤로 물러난 채 질린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두, 두목님, 이거 도저히 되지 않겠습니다.”
“무슨 말이야?”
“겉으로 보는 것처럼 단순히 10cm, 20cm 두께가 아닙니다. 어느 정도 강판 두께라면 외부에서 녹게 되면, 어느 정도 표가 납니다. 그런데 이놈은 아예 변화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수하는 답답했지만 아직도 지나치게 집중한 작업 휴우증 때문에 몸을 떨었다.
“이건 통짜의 두꺼운 강판으로 만들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일정 두께의 강판을 겹으로 해서 아주 두껍게 작업을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전자는 아마 무게 때문에 어려웠을 겁니다. 그 정도라면 이곳이 통째로 내려앉아 버렸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강판을 서로 겹으로 해서 만들었다는 말이냐?”
“네, 그것도 얇은 강판이 아니라 최소한 두께 10cm, 아니 20cm 이상의 강판을 그것도 한 개, 두 개가 아니 수십 겹으로 해서 만들었다고 봐야 합니다. 더욱이 지금 이곳을 보시면 알겠지만 통로 같은 것은 없습니다. 아예 완전히 용접한 후에 밀봉시켜버린 셈이죠.”
“.......”
두목은 기가 차서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이건 그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이들은 전부가 황당한 표정을 한 채 DS 양산 설비 제어실(?)을 한 번 쭉 돌아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니 도대체 여기에 뭐가 있기에 이토록 개념 없는 짓을 한 것일까?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이다.
두목이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도대체 여기에 무슨 천억 짜리 다이아몬드라도 있는 거야?”
“그건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조민우 그 새끼가 여기에 아주 중요한 것을 숨겨놓았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것이 결론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여기 계속 있을 수가 없었다.
날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휴우, 어쩔 수 없다. 일단 철수 하자!
6장 보안(?) 경비
조민우는 물론 자신의 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 다만 그는 오늘 있었던 조수연과의 일을 떠올리면서 생각에 여념이 없었다.
이 때문인지 집에 갈까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포기하고는 두 여자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했다.
이대로는 스타우트는 고사하고 잘못하면 자신이 완전히 종마(?) 노릇까지 해야 하는 상황인 탓이다.
‘설마 이제부터 섹스를 한 번이라도 해주지 않으면, 아니 밤일에 소홀하면 DS 문자 해석은 아예 해주지 않겠다고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
스스로가 한 푸념.
그런데 이게 또한 그럴 듯했다.
어이가 없는 일이지만.
현실이 그러했다.
이제까지 자신이 아는 상식 수준으로 여자는 대개 최현주 수준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 사람.
이들은 자신이 아는 기본적인 여자의 태도와는 너무도 달랐던 것이다.
조민우는 이런 혼란을 추스르기 위해서라도 이런저런 다른 방안을 강구하면서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답은 생각보다 쉽게 나오지 않았다.
섹스를 그저 일회용 상대로 생각하는 여자에게서 뭔가 수단을 강구하는 것은 쉽지가 않은 까닭이다.
물론 조수연은 이런 범주에 속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해도 오늘 상대해 본 소감은 좀 달랐다.
‘만만치 않을 것 같아. 보통 여자처럼 그저 한 남자만 바라보고 해바라기 같은 생각을 가진 애들이 아냐. 잘못하다가는 나만 웃음거리가 되겠군. DS 마법진에서 막혀서 답답했는데, 이젠 여자문제까지. 휴우, 세상 일이 정말 뜻대로 안 되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확실히 DS X에 대한 비밀을 찾아서 지금까지 사업을 일구어온 것은 그야말로 천운이라고 봐야 했다.
하지만 이 때문인지 전전반측하다가 잠을 쉽게 이룰 수가 없었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자 자연스럽게 잠이 드는 것은 아마 오늘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다고 봐야만 했다.
***
다음 날.
김민우는 날이 밝기가 무섭게 간단하게 세면을 끝낸 후에 곧 바로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오늘부터 다시 반복적인 일상이 계속되는 까닭이었다.
하지만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었다.
이제는 안정적인 수익이 나온다고 해도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집에 도착하자 곧 뭔가 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흠칫했다.
‘가만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잖아? 내가 집에서 나갈 때도 이런 분위기였던가?’
그건 아니었다.
자신이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이렇게 어수선하지는 않았다.
더욱이.
스르르.
‘스르르? 응? 내가 현관문을 잠그지 않았나?’
조민우는 의아한 표정을 한 채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우뚝.
하지만 그는 이내 집 안에 펼쳐진 모습을 발견하고는 안색을 딱딱하게 굳혔다.
‘이, 이거 설마 도둑?’
혹시나 하는 마음.
당연히 긴장이 되었다. 따라서 만약을 대비해서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서야 했다.
살그머니.
하지만 그는 자연스럽게 금반지에 정신을 집중하고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만약을 대비한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투용 마법.
그것은 이미 조직 폭력배를 상대로 시험까지 한 마당이었다.
굳이 왜만한 놈들은 걱정이 될 리가 없었다.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이 있다면 기습을 당했을 경우였다.
‘그런 경우에는 확실히 조심해야겠지.’
조민우는 특히 자신의 등 뒤에서 노릴 수 있는 공격을 대비하면서 조심스럽게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오래 가지 못했다.
집 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곧 확인한 탓이다.
그런데 그의 눈에 곧 들어온 것은 역시 엉망이 되어 있는 거실이었다.
구두 발자국이 거실에 수북했고, 거기에 간간히 흙까지 묻어있는 상태였다.
심지어 농이나, 서랍 같은 곳은 대다수가 훤하게 열려 있어서 누군가 무엇을 급하게 찾았다는 것을 금방 짐작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의 머리에 떠오른 것은 이것이 아니었다.
‘가, 가만 설마.......’
후다닥.
조민우는 급하게 DS 마법진 양산 설비가 있는 방 쪽으로 뛰어가서는 문을 열어 재꼈다.
딸칵.
“어?!”
물론 그 방에 늘려 있는 상황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입을 열었다. DS 마법진 설비를 막아놓은 강판이 일부 녹아서 바닥에 흘러내린 상태였는데, 곳곳에 뭔가 강한 것으로 내려 친 자극이 그대로 남아 있는 탓이다.
그는 정신없이 다가가서는 곧 그곳을 살펴야 했다.
하지만 곧 자신의 눈에 들어온 것은 강판 일부가 녹아버린 것과, 나머지는 그다지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휴우, 다행이군.’
생각보다 자신이 의뢰를 맡긴 일.
좀 지나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 밀봉 작업 때문에 침입자들이 시도하다가 실패했다는 것을 안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내 안색을 찌푸렸다. 도대체 누가 이곳을 침입 했는지 알 수가 없는 까닭이었다. 물론 짐작하지 못할 바는 아니었다.
‘아마 L 그룹이 제일 유력하겠지?’
이건 바로 떠오른 생각.
하지만 곧 이어서 추가적으로 생각 난 곳은 이곳이 아니었다.
‘설마 한성 제약에서 한 것일까?’
조민우는 지금 상황에서 알 수가 없었다. 증거가 없는 까닭이었다. 문제는 이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우려한 최악의 상황이 일어났다는 것이 보다 중요했다.
처음에야 단순히 피해를 입지 않아서 안도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만약 이곳을 침입한 자들이 좀 더 철저한 준비를 한 자들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보다 향상된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면 상황이 좀 달랐을 것이다.
저 과장해서 말하면 미국 CIA가 그렇다는 말이다.
‘그랬다면.......이 방비책도 문제가 없어. 비록 강판이 두껍다고 해도 최첨단 레이저 장비를 활용한다면 꼭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잖아?’
이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자연스럽게 우려가 생겨났다. 지금 이대로의 대응만으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
조민우도 대충 자신의 집을 침입한 자들이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굳이 그들을 잡는데,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결과만 놓고 보면 그렇게까지 염려가 되는 이들은 아닌 까닭이다.
문제는 이것이 아니었다.
그가 이보다 더 우려하는 것은 좀 더 큰 조직에서 이곳을 노린 경우였다. 사실 그런 경우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보다 정확했다.
‘만약 그래서 DS 마법진에 대한 비밀이 새어 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자신을 잡아서 생체 해부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마치 실험실의 쥐 마냥 다양한 실험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정말 곤란했다.
따라서 대안책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솔직히 최첨단의 장비를 갖추 조직이 밀고 들어오는 상황이라면 어떤 방비책을 만들어도 위험하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금 상황을 타개할 것이 분명한 까닭이다.
결국 관점을 바꾸어야 했다.
고민을 했다.
바로는 떠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머리를 굴리다가 나온 결론은 간단했다.
바로 어떤 장비나, 방지책이 아니라, 내부로 침입하려는 이들을 막는 방안을 생각한 것이다. 일단 순수한 직관적인 시도였지만 그 결과는 나쁘지가 않았다.
‘나인가? 나정도 능력을 가진 이가 24시간 경비를 쓴다면 상관이 없겠지.’
확신이었다.
그리고 마냥 틀린 것만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