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31 회 -- >
그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바람 마법만 제대로 활용해도 솔직히 웬만한 상대는 겁이 나지 않았다. 그건 설사 상대가 총과, 칼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자신이 여기를 계속 지킬 수가 없다는 점이다.
다만 조민우도 여기까지 어느 정도 대안을 찾고 나자 결국에 뭔가 강한 무력을 가진 경비원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런 제안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일어났던 일을 직접 보여줄 필요는 있었다.
‘일단 정성일 부장을 불러야겠군.’
***
정성일 부장은 조민우 설명을 들으면서 그의 집 안으로 들와서 현장 구석구석을 확인하고는 새삼 놀란 표정이었다.
“으음, 이건 정말 믿기가 어렵군요. 설마 이곳을 노린 자들이 있었다니!”
“그렇죠?”
“네, 가장 큰 문제는 한 두 사람이 들어온 것이 아닙니다. 더욱이 저기 DS 생산 설비 밀봉 강판에 남아 있는 흔적만 봐서는 한 두 사람이 한 것도 아니고요. 이건 완전히 노리고 왔다는 이야기인데, 혹시 사장님에게 무슨 다른 문제는 없었습니까?”
조민우는 정성일 부장의 관심에 방긋 미소 지었다.
“아, 저는 괜찮습니다. 사실 외박 했거든요.”
“외박요?”
뜨끔.
그는 조수연과의 일을 말하기가 곤란해서는 슬그머니 돌려댔다.
“잠시 집에 가 있었습니다.”
“휴우, 정말 다행한 일입니다. 혹시라도 사장님이 큰 부상이 이라도 입었다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하하하, 고맙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봐서는 경비원을 좀 채용할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경비원요?”
“그렇죠.”
“하지만 제가 알기로 DS X 생산 설비 내부는 완전히 강판으로 밀봉한 상태가 아닙니까? 더욱이 그 비용만 해도 몇 억이 넘어갈 정도로 만만치 않았습니다. 아마 어지간한 도둑은 여기 들어와도 소용이 없을 겁니다. 그런데 저런 시설을 노리는 이들에 대해서 단순 경비원 몇 사람이 막을 수가 있을까요?”
“그건.......그렇군요.”
확실히 이건 문제였다. 어중간한 경비원 실력으로는 막기는커녕 오히려 침입자에게 당해서 큰 부상을 입을 확률이 더 높았다.
“방법이 없을까요?”
“무술 고단자를 찾아야 할 것 같은데, 그건 좀 알아봐야 할 겁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겁니다. 막상 쓸 만한 이들은 대다수가 어디 소속되어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고, 저희 같은 업체에, 더욱이 대구 외딴 지역에 오려고 하는 이들은 흔치가 않을 겁니다.”
말을 빙빙 돌리지만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조민우가 이제까지 경험한 정성일 부장의 성향만 보면 거의 어렵다는 의미와도 비슷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말인가?’
골치가 아팠다.
그런데 정성일 부장이 망설이다가 다른 의견을 내놓은 것은 바로 이 순간이었다.
“차라리 개를 키우는 것을 어떨까요?”
“개요?”
“한 대여섯 마리 정도를 키우면 웬만한 강도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겁니다. 더욱이 사장님 저택이 워낙에 넓고, 어차피 넓은 땅도 가지고 않습니까? 그거 관리 생각해보면 개를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개라.......
잠깐의 망설임이 있기는 했지만 이런저런 고민을 해보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항상 집에 오면 텅텅 비어 있는 넓은 집을 봐도 그런 면이 좀 있었고.
따라서 나올 수 있는 결론은.
“그렇게 하죠.”
***
대구 근교의 한 농장.
끼익.
조민우는 차에서 내리면서 농장 주변을 돌아보았다.
비가 오려고 하는지, 날씨는 생각보다 흐려서인지 농장 주변은 거뭇거뭇하기만 했다. 굳이 가져온 우산은 필요가 없어서인 차 안에 던져 놓고는 하늘을 잠깐 올려다보았다.
구름만 잔뜩 끼어 있었다. 농장 한 쪽 끝에는 아이들이 토란 줄기를 들고는 장난을 친다고 여념이 없었다.
정성일 부장 역시 그 모습을 따스한 표정으로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올해는 토란 농사가 대 풍년이라고 하더군요. 아마 저 아이들이 그래서 저러고 있을 겁니다.”
조민우는 역시 고개를 끄덕이면서 천천히 그의 뒤를 따라서 농장 안으로 들어섰다.
곳곳에 늘어져 있는 풀들은 자신의 허벅지까지 올 정도로 컸다. 그리고 농장 내부 한 편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쇠비름을 살짝 데쳐서 초구차장을 먹는다고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어여, 어여 먹으라고. 뭐니 뭐니 해도 먹는 것이 남는 거지!
아삭아삭 씹는 모습이 참으로 흥겨워 보였다.
그는 문득 이런 모습을 보다가 자신을 막아서는 그림자를 느끼고는 걸음을 멈추었다.
-정성일 부장님입니까?
-네.
막아선 사람은 이제 오십대 중반을 넘어 보이는 중년인처럼 보였는데, 피부는 그렇지가 않아 보였다.
피부가 앳된 모습은 마치 이십 대 청년의 모습처럼 활기가 넘쳤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따라 오시지요.”
조민우는 이런 그의 뒤를 따라서 농장 안으로 쭉 들어가다가 건물 뒤편으로 돌아서서 좀 더 들어간 후에 곧 멈추어 섰다. 철창으로 이루어진 우리가 쭉 늘어서 있기 때문이었다.
중년인, 농장 주인은 곧 손짓으로 첫 번째 우리에 들어 있는 개를 손짓으로 가리켰다.
“이놈은 흔히들 알고 있는 셰퍼드입니다. 원산지는 독일인데, 어깨 높이만 해도 대략 1m가 넘고, 몸무게는 50kg 정도 될 겁니다.”
꽤나 큰 놈이었다. 몸은 빈틈이 없는 근육질에, 꼬리는 늘어져 있는 모양이었다.
앞뒤 다리는 비교적 짧지만 튼튼하고 실팍한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거기에 주둥이는 뾰족하고, 눈을 컸다. 귀는 짧으면서 똑바로 서는 모양이었다. 털은 짧지만 목과, 가슴둘레의 털은 다시 길고 빽빽했다.
털 빛깔은 갈색 또는 검은색 등이 보였다.
농장 주인은 묘한 시선을 한 채 조민우의 얼굴을 살피면서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주로 후각, 청각이 예민하고, 동작이 민첩하여 군용견이나, 경찰견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특히 이놈은 제가 따로 훈련까지 시킨 놈들이라서 아마 사장님의 요청에 맞을 겁니다.”
조민우는 묵묵히 설명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괜찮기는 합니다. 하지만 다른 개도 좀 더 봤으면 합니다.”
“그러죠.”
그는 바로 옆에 있는 개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면서 옆으로 쭉 이동 했다. 그런 개 중에는 겉으로 봐도 만만하게 볼 수 없는 놈들이 좀 있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시베리안 허스키였다.
“이놈은 대체적으로 시베리아서 유래된 놈입니다. 여기 보면 털이 마치 모피처럼 보이죠. 특히 두 겹의 두터운 털과, 낫 모양의 꼬리, 삼각형 모양의 귀, 뚜렷한 무니가 이놈의 특징이죠.”
쭉 이어진 설명은 간단했다.
시베리안 허스키가 활동적이라는 것과, 힘이 넘치면서, 쾌활한 종이라는 것이다.
조민우 역시 자신을 쳐다보는 굵은 눈을 가진 놈의 시선을 마주하자 그 커다란 덩치에 솔직히 압도 되는 감이 있었다.
‘꼭 호랑이 같군!’
만약 이런 덩치가 커다란 놈이 대 여섯 마리가 자신의 집에 돌아다닌다?
과연 도둑놈이 쉽게 생각하고 자신의 집 안으로 들어올 수가 있을까? 경비원 보다는 솔직히 더 겁나게 생각할 확률이 높았다.
정성일 부장은 이런 그의 안색을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장님, 어떻습니까? 저 시베리안 허스키란 놈이 괜찮아 보이는데요?”
농장주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제일 끝에 있는 저놈은 정말 나쁘지 않을 겁니다. 높이만 해도 1.6m 정도에 길이는 코리까지 치면 대략 5m가 넘는 놈입니다. 저런 녀석을 아마 댁에 두시면 어지간한 강도는 줄행랑을 놓기 바쁠 겁니다.”
조민우는 턱을 쓰다듬으면서 그가 손짓으로 가리킨 철창 앞에서 가서는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한 놈이 세상만사가 귀찮은 표정을 한 채 웅크리고 있었는데, 그 위세가 장난이 아니었다.
옆에서 쇠창살에 있는 다른 개들은 귀가 죽어서 아예 얼굴조차 들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헐, 이놈은 호랑이보다 더한 덩치잖아?’
호랑이?
일반적인 호랑이보다 덩치가 더한 놈이었다. 도대체 이런 개를 어디서 구했는지가 솔직히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얼마나 그 위세가 놀라운지 그 침착한 정성일 부장 역시 그 모습을 보고는 살짝 몸을 움찔할 정도였다. 다소 겁을 집어 먹은 것이다.
조민우는 그 모습 한 가지 느끼는 바가 있자 다소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저 놈이 주인 말을 안 들으면 어떻게 하죠? 저 덩치에 만약 사람을 덮치기라도 한다면.......”
그건 아마 대형 참사가 될 것이다.
전자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올 기사였다.
-개가 집주인을 덮쳐서 중경상을 입히다!
농장 주인은 망설이다가 결국 시인했다.
“사실 그게 고민이죠.”
“네?”
“사실 덩치가 너무 큽니다. 그래서 아무도 저놈을 사려고 하지 않죠. 그런데 그냥 패기 처분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놈이에요. 저놈이 생각보다 영리한 면도 있으니까요.”
그의 말 때문일까?
조용히 얼굴을 파묻고 있는 놈이 살짝 눈을 뜬 것은 그 순간이었다. 눈 크기도 컸지만 그 속에 조용히 담겨 있는 그 깊이는 확실히 일반적인 개와는 좀 다른 면이 있었다.
뭔가 좀 강렬한 카리스마라고 해야 할까?
차라리 사자와 비슷하다고 봐야 했다.
출처가 사실 꽤나 의심스러운 놈이었는데.......
“저기 저런 개를 어디서 구한 겁니까?”
그런데 주인장 태도가 가관이었다.
“크흠, 아, 뭐, 이 일을 하다보면 알게 모르게 아는 이들이 많이 있죠. 그런 사람을 통해서 돌다보니 저런 놈이 생기더군요. 저도 처음에 덩치에 훅해서 구입했는데, 오히려 그게 마이너스가 되더군요. 더욱이 이놈은 하루에 먹는 고기도 많아서 사실 지금 데리고 있는 것만 해도 부담이 되죠.”
‘쯧쯧, 밀수를 했나 보군.’
물론 추측이었다.
그런데 이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저렴하게 구입하기 좋다는 이야기이다.
“저도 구입은 하고 싶은데, 역시 부담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군요.”
농장 주인은 의외로 펄쩍 뛰었다.
“네? 저, 정말입니까? 만약 구입을 하시겠다면 제가 반값 아니, 그 이하로도 드리죠.”
조민우는 다소 과장스러운 농장 주인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했다.
‘좀 이상한데? 왜 이렇게까지 저놈 파는 것을 좋아하는 거지. 혹시 무슨 문제라도.......’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물론 농장 주인은 눈치가 좀 있었다. 상대 반응이 이상하다는 기미를 보이자 지금과 같은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사실 한 달 안에 저놈을 팔지 않으면 최악의 결과를 고민해야 합니다. 죽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놈이 먹는 하루 음식 양이 너무 많습니다. 그냥 데리고 있는 것만 해도 제 입장에서는 손해이니까요.”
여기까지는 단순에 자신의 처지를 말 한 후에 잠깐 생각하는 가 싶더니 주변 우리를 가리키면서 간단하게 말해주었다.
“그래서 혹시 다른 시베리안 허스키 몇 마리를 함께 구입하시면 저 놈은 그냥 드리죠.”
“호오, 저놈은 그냥요?”
“네. 집에 시베리안 허스키, 한 서, 너 마리만 키워도 아마도 도둑놈은 근처에 오지 않을 겁니다.”
확신에 가득한 말이다.
정성일 부장이 끼어든 것은 바로 이 순간이었다.
“하지만 엽총이나, 독이 들어있는 음식을 사용하면 저놈들을 처리하는 것은 간단히 되지 않겠습니까?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만?”
“엽총요? 하하하, 저놈들에게 엽총을 쏜다고요? 설마 저놈들이 총을 쏘는 느낌을 받으면 목을 내밀고, 어 쏘아라, 난 표적이다! 이런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다소 비아냥되는 농장 주인의 태도였다.
이상하게 화를 낸 것이다.
조민우가 어쩔 수 없이 중재 식으로 끼어들어야 했다.
“아니 저희 정부장님, 이야기는 저 놈들을 무시하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멀리서 엽총을 겨누게 되면, 아무래도 피하기가 어렵지 않습니까?”
“그건 잘못된 상식입니다. 저도 저놈들이 정확히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훈련을 받았는지, 아니면 야생에서 오래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총을 겨누면서 피합니다. 그리고 오히려 공격을 하려는 이를 거꾸로 습격까지 합니다.”
그는 상식을 벗어난 말에 곧 바로 반문했다.
“네?”
“저도 저놈들이 다른 시베리안 허스키에 비해서 이상하게 머리가 좋은 것이 좀 이상하게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 그 원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더욱이 독이 들어 있는 음식을 주면 아예 쳐다보지 조차 않을 겁니다. 단적인 상한 음식, 그것도 곰팡이 살짝 핀 음식을 이전에 준 적이 있었는데, 당시 사정이 생겨서 어쩔 수 없이 사 일을 굶었는데, 먹지를 않더군요.”
“.......”
조민우는 그제야 쇠창살 안에 있는 커다란 놈 외에 주변에 있는 놈들이 일반적인 시베리안 허스키와는 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는 입을 다물었다.
아니 조심스럽게 그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저놈들의 특징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좀 달랐다.
놀라운 사실 하나가 있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