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32 회 -- >
‘어라? 이놈들 분위기가 확실히 이상하잖아? 저런 태도는 두려워하기 보다는.......마치 두목을 대하는 그런 분위기잖아?’
틀림이 없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다른 시베리안 허스키는 계속 덩치가 큰 놈 눈치를 보면서 눈알을 굴리기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생각을 한다는 이야기였다.
거기에 간간히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괴이한 기세(?)는 일반적인 애완용 동물과는 틀렸다.
‘이건 마치 야생 동물 같은 분위기잖아?’
물론 확신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차분하게 이놈들을 살펴보고 나서야 단순히 한 놈씩 포획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 시베리안 허스키 무리를 통째로 생포했다는 느낌이 온 것이다.
‘흐음, 그렇다면.......’
좀 다른 문제였다.
이런 놈들에게 총을 겨눈다면 어떻게 될까?
그저 목을 축 늘어뜨리고 그냥 있는 다!?
그렇지는 않다고 봐야 했다.
아마 습격 정도가 아니라, 잡아먹으려고 할지 모를 일이었다.
‘정말 알 수가 없군. 하지만 못 먹어도 고라고 했잖아? 이번에는 한 번 해볼까? 뭐 문제가 되면 나중에 다시 팔아버리면 되겠지. 더욱이 내가 가진 능력이라면 이놈들을 어느 정도 길을 들일 수도 있을 거야!’
확신이 섰다.
“좋습니다. 이놈들 전부를 구입하는 것으로 하죠. 다만 저 덩치 큰 놈은 공짜인 것 잊으시면 안 됩니다.”
“물론입니다.”
***
끼익.
조민우는 자신의 집 안에 트럭이 내리자 곧 농장에서 본 인부들 몇 사람이 트럭 짐칸에 있는 시베리안 허스키를 우리 째 통째로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특히 그가 눈독을 들인 것은 역시 두목 놈이었다.
아무리 봐도 기네스북에 오른 놈보다 커 보이는 저 놈은 솔직히 좀 이상했다.
‘돌연변이일까?’
그거야 알 수는 없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두목 놈의 반응이었다.
덜컹.
이놈은 자신을 가두고 있는 쇠창살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도 눈도 깜짝 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서 다른 시베리안 허스키는 불안한 표정을 한 채 어슬렁거리는 모습인데, 그건 사뭇 비교가 되는 상황이었다.
마치 백수의 제왕인 사자의 모습.
뭐 그런 느낌이었다.
더욱이 조용히 우리 안에 앉아 있는 그 모습은 한 편으로 섬뜩하기조차 했다.
정성일 부장 역시 정원 한 쪽에 우리를 설치하는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휴우, 저놈은 정말 특이한 놈이군요.”
“그렇죠?”
“네, 뭔가 보통 개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아니 저건 개라기보다는.......”
“늑대와 비슷해 보이죠?”
“네, 그런 느낌이 좀 듭니다. 솔직히 앞에 다가 서기가 겁이 날 지경입니다.”
조민우 역시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두목 놈의 우리 설치가 끝나자 조심스럽게 그 앞으로 다가가서는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이놈의 반응이었다.
고개조차 돌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거 곤란하게 되었군. 그렇다면 음식은 어떻게 줘야 하나?’
의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는데, 인부 한 명이 곧 바로 그의 옆으로 와서는 조심스럽게 말해주었다.
“음식을 줄 때는 저 우리 창살 밑으로 넣어주면 됩니다. 그리고 옆에서 모래가 담겨 있는 저 판은 저놈이 용무를 처리하는 곳인데, 적당한 간격으로 갈아주기만 하면 될 겁니다.”
“흐음, 그렇군요. 그런데 저 놈을 그냥 밖으로 산책 같은 것은 시켜도 괜찮아요?”
이 질문에는 인부가 아예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은 사람처럼 깜짝 놀랐다.
“네? 저, 저놈을 데리고요?”
조민우 역시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저 놈들을 그냥 저 우리 안에 가둬 놓기만 했다는 말인가?’
확인이 필요했다.
“당연하죠. 그래도 가끔은 운동 삼아서 몸을 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농장에서 일하는 어떤 인부도 저 놈을 데리고 산책시키려 하지 않은 것이다. 아니 저 두목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저 두목 놈에 딸려 있는 모든 녀석들이 전부 해당되었다.
‘쯧쯧, 대충 알겠군. 하긴 저 정도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는 놈이라면 일반인은 아예 근처에 가지도 않겠어!’
틀린 추측이 아니었다.
솔직히 두목 놈은 아무리 봐도 호랑이에 비해서 더욱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가진 놈이다. 즉 어떤 이도 호랑이를 데리고 산책을 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미치지 않고서는 그렇다는 말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자신이 잘못 구입했다고 생각할 일이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더욱 흡족하기만 했다.
‘길만 들일 수 있다면 내가 이놈들의 첫 주인이 된다는 이야기가 되는 건가? 그 정도라면 해볼 만한 일이겠지. 그리고 제대로만 된다면 앞으로 발 뻗고 잘 수도 있겠지.’
7장 다크
조민우가 원래 원한 것은 얼마 전에 침입한 자들이 아니라, 앞으로 있을 침입자를 막는 것에 있었다.
따라서 지금 특이한 개를 구입한 것도 그런 방안 중에 하나였다.
물론 그도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바로 지금 우리에 있는 개를 다룬 인원이 필요했다.
‘그들이 물론 무술에 대한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능력자면 더욱 좋을 거야. 지금 매달 벌어들이는 수익이 150억이잖아? 그 생산 설비를 지키는 이들인데, 그만큼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이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바로 두목 놈을 비롯한 야생에 가까운 시베리안 허스키에 길을 들이는 것이 우선이었다. 곧 채용할 경비원에게 맡겨도 되기는 하지만 한 놈만큼은 그럴 수가 없었다.
바로 두목 놈이었다.
스윽.
조민우는 호적한 주말 토요일 아침에 이들 우리 앞으로 슬쩍 다가가자 드디어 두목 놈이 머리를 드는 것을 지켜볼 수가 있었다.
단순히 머리를 처 들었는데, 그 압도적인 기세는 장난이 아니었다.
움찔.
그는 분명히 금반지를 사용한 특이한 마법적인 능력이 있었지만 오히려 본능적인 위기감을 느꼈다. 아니 그는 이성적으로 왜 그런 위험을 느꼈는지 금방 깨달았다.
‘이, 이놈이 앞발을 휘두르는 속도는 아무리 봐도 내가 금반지를 사용하는 것 보다 빠를 것 같아. 그렇다는 이야기는.......’
잘못해서 앞 발톱에 한 방이라도 제대로 맞으면 훅 간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꿀꺽.
마른 침이 절로 넘어갔다.
그런데 이놈의 눈빛이 가관이었다.
마치 자신의 내심을 알아챈 것처럼 비웃는 그런 눈빛.
피식 웃으면서 다시 고개를 우리 바닥에 처박은 것이었다.
그리고는 눈까지 감아버렸다.
웃기는 것은 그 다음 반응이었다. 몸은 손도 까딱하지 않는 상태에서 어른 팔목 굵기의 꼬리로 그릇을 툭툭 친 것이다.
탁탁.
먹을 것이나 가져와!
이런 행동이었다.
“.......”
조민우는 그제야 눈살을 찌푸린 채 잠깐 두목 놈, 아니 이제는 가칭 ‘다크’의 이모저모를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새삼 육중한 다크의 몸이 쭉 눈에 들어왔다. 쫙 펴고 있기에 그 건장한 육체가 그대로 들어난 것이다. 그리고 특히 인상적인 것은 역시나 어깨와, 등 근육이었다.
가볍게 몸을 살짝 틀 때마다 일렁이는 근육질은 마치 수십 년 동안 무술에만 연마해온 고수와 비교해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으음, 장난이 아니잖아?’
장난?
그런 정도가 아니었다.
제대로 한 방 맞으면 사람은 그냥 그대로 골로 가버린 정도로 무시무시한 근육이었다. 단순히 개과(?)로 보기에는 뭔가 좀 상리에 맞지 않는 면이 있었다.
아마 동물원 원장이 보았다면 당장에 저놈을 동물원 우리에게 가두려고 할 정도로 무서운 놈이었다.
그리고 주변 우리에 있는 다른 놈들.
분명히 일반적인, 그것도 꽤 큰 시베리안 허스키에 비해서도 다들 덩치가 컸는데, 심지어 한 배 반 가까운 놈도 있었다.
그런 놈들조차 다들 다크를 쳐다보면서 눈치를 계속 살피는 모습이었다.
‘휴우,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조민우는 뜻밖의 상황에 골치가 아팠다. 대충 간단하게 시도를 하면 쉽게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그 결과는 그렇지가 못했다.
그렇다고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어이, 네 이름은 이제부터 다크다.
스윽.
당치도 않는 소리에 졸지에 다크란 이름을 가진된 놈은 다시 커다란 얼굴을 슬그머니 들어올렸다. 그런데 그 표정이 좀.......
기분이 나쁜 듯 보였다.
눈빛이 달라진 것이다. 이전에는 그저 무관심했다면 지금은 섬뜩할 정도로 한기가 가득한 모습이었다.
번쩍.
조민우조차 깜짝 놀라서 다시 한 걸음 물러나고서야 이를 으드득 갈았다.
‘뭐, 뭐야 이놈은! 기분이 나쁘다는 건가?!’
“크흠, 이름이 마음에 안 들어?”
하지만 다크는 잠깐 그를 쳐다만 볼 뿐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조용히 얼굴을 파묻고는 다시 자신의 밥그릇을 툭툭 쳤다.
아가리 닥치고, 밥이나 내와!
이런 의미 정도?
‘어이가 없군.’
그는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굴려야 했다. 설마 이런 상황이 벌어질 지는 그 자신도 상상을 못한 탓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오는 답은 없었다. 일단 뭔가 대화가 되어야 그 다음에 뭐라고 할 텐데, 지금처럼 아예 서로 동 떨어진 상황이라면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시도는 다시 해 보았다.
“어이 다크!”
조용.
하지만 이제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놈이었다.
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는 법.
결국 또 다시 시도를 해봐야 했다.
“여어, 너무 그러지 말고, 이쪽으로 좀 와 봐. 우리 대화나 좀 하자고.”
“너무 그렇게 배짱 튕기면 너 좋은 것 없을 텐데?”
이렇게 시작된 대화.
별별 잡답한 이야기가 많았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태도가 별로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다음 말은 좀 달랐다.
“자꾸 그러면 한 일주일 굶을 수도 있어!”
스르륵.
자리에서 곧 몸을 일으킨 것이다. 그것은 마치 커다란 산이 움직이는 모습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었다.
압도적인 기세.
전율적인 압박감. 그리고 정원 전체를 환하게 밝히 정도로 공포 영화 속에서, 그것도 아주 간간히 볼 수 있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안광까지.
이건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그 기세가 얼마나 살이 떨리는 지 옆에 조용히 있던 다른 시베리안 허스키들이 아예 우리 바닥에 사지를 바짝 처박고는 일어나지 못한 것이다.
꿀꺽.
조민우 역시 순간 자신의 마른침이 넘어가는 것도 잊은 채 다크를 정면에서 마주해야 했다.
‘무, 뭐야? 도대체 이놈은?’
도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은 것이다. 딱 봐서는 당장에라도 우리에서 치고 나올 분위기였다.
아니 그런 정도에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다크가 우람하다 못해서 어른 허벅지만한 앞발로 우리를 강하게 후려친 것이다.
차앙.
강한 흔들림.
다크가 갇혀 있는 우리는 마치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앞뒤로 크게 흔들렸다.
조민우 역시 그 상황에 화들짝 놀라서 뒤로 물러나서는 몸을 낮추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양손을 펴서는 마법을 펼칠 준비를 시작했다.
일단 익숙한 것은 역시나 바람 마법이었다.
하지만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확실치는 않지만 다크의 몸놀림이 가볍지 않다는 것을 느낀 까닭이다.
더욱이 간단하게 휘 젓은 동작에 우리가 부서질 듯 크게 흔들렸으니, 얼마나 그 힘이 강한 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제길 이거 괜히 자극했나?’
후회가 들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다크 처리가 문제였다.
일단 우리를 부수고 나올지 확실치 않는 상황.
그리고 만약 부수고 나왔을 경우에는 생길 수 있는 문제까지 고민해야 했다.
만약 우리를 뚫고 나와서 이 집을 박차고 나가는 상황이 생긴다면? 그리고 혹시라도 주변 마을 사람이 다크로 인해서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건 정말 끔찍할 일이군.’
조민우는 처음 태도와는 달리 안색을 딱딱하게 굳힌 채 다크의 모습을 살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