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33 회 -- >
놀라운 것은 다크의 그 다음 움직임이었다. 쇠창살이 자신의 발길질에 끄덕도 하지 않자 이번에는 어깨로 가볍게 들어 박은 것이다.
콰차앙.
쇠창살은 마치 폭풍우에 휩쓸리는 것처럼 심하게 앞뒤로 진동하면서 커다란 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졌다.
그 박진감.
그 전율적인 움직임.
보고 있는 그는 피가 마를 지경이었다.
사실 보통 사람이었다면 당장에 도망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그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비록 금반지에 의지한다고 해도 엄연히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마법사였다.
‘다만 서클이 불분명하기는 하지만.......’
솔직히 스스로가 보기에는 0 서클 이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요즘 들어서는 그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일반적인 룬 마법에 따라서 서클이 만들어져야 한다면 뭔가 변화가 이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은 까닭이었다.
그저 동그란 공하나.
그것도 정체가 불투명한 놈이었다.
조민우는 솔직히 자신이 마법을 사용하면서도 그게 어떤 원리로 동작하는 지, 조차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기존에 경험적으로 사용가능한 마법 외에는 아무것도 사용할 수가 없었으니.
이런 상황에서는 정말 답답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커다란 소리가 울리자 이런 상념에 계속 잡혀 있을 수만은 없었다.
차아앙.
휘이익.
콰앙.
바로 쇠창살이 다크의 육중한 움직임에 견디지 못하고 결국 앞부분이 그대로 날아가서 정원 바닥에 쓰러진 것이었다.
터어엉.
물론 워낙에 다져진 바닥이라서 그런 지 바닥에 강하게 내동댕이쳐진 쇠창살은 다시 한 번 지면에 한 번 튕겨 올랐다가 다시 내려앉았다.
꿀꺽.
조민우는 마른 침을 삼키고는 자신을 섬뜩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다크와 이제는 정면에서 마주해야 했다.
물론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가 없었다.
단 한 번의 공격이라도 제대로 막지 못하면 한 방에 훅하고 골로 간다는 것 정도는 본능적으로 느낀 까닭이었다.
더욱이 우리 문까지 박살난 상황.
사실 이제는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만약 저놈이 자신의 집에서 도망치면 그게 더 큰 난리였다.
‘제, 제길 큰일 났군.’
그는 잔뜩 긴장해서는 바로 공격 마법을 펼친 준비를 하면서 다크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었다.
한 순간의 방심도 용납하지 않다는 것은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았다.
순간 긴장감 때문인지 그의 시간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틱틱.
마치 초침이 머릿속에서 찰칵 찰칵 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그야말로 피가 바싹 말랐다.
다음 상황에 대비를 해야 하는 까닭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다크가 잠깐 동안 조민우를 쳐다보았지만 슬그머니 뒤로 다시 물러나서는 다시 자신의 우리 안으로 들어가서는 꼬리(?)로 밥그릇을 다시 툭툭 친 것이다.
탕탕.
꼭 그 기세가 하인에게 먹을 것을 가져와!
이런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
“.......”
조민우는 순간 머릿속에 급격하게 몰리던 피가 주춤한 것과 동시에, 맥이 탁 풀리는 기분이었다. 도대체 저 놈이 왜 저렇게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지 알 수가 없는 까닭이다.
지금 딱 봐서는 도망치려면 도망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다크 행동만 보면.
‘도망칠 생각이 없어?’
그건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저 정도의 야행성을 가진 동물이라면 저렇게 우리가 부서진 상황에서 계속 저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었다.
만약 저런 일이 가능하려면.......
‘설마 도망쳐봐야 다른 인간들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을 느낀 건가?’
그건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만약 정말 그렇다면 이놈은 머리가 보통 똑똑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동물 수준이 아니라, 최소한 열 살 정도 애의 지능은 가지고 있다는 의미였다.
고민을 잠깐 해보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다크의 행동만 봐서는 타협이 필요했다. 지금 당장은 그도 솔직히 저 놈과 붙어서 이길 자신이 서지 않은 까닭이다.
“좋아. 대충 무슨 뜻인지는 알았어. 하지만 저 우리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 여기 오가는 사람이 많아서 만약 저걸 보게 되면 문제가 될 텐데?”
동물에게 하소연하면 어떨까?
조민우가 느끼는 기분이 바로 그러했다.
‘이거 정말 내 말을 알아듣기는 할까?’
그런데 놀라운 것은 다크의 반응이었다. 이놈은 귀찮은 표정으로 조민우를 잠깐 쳐다본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곧 쓰러져 있는 쇠창살에 양 다리를 끼어 넣고는 곧 바로 들어 올린 것이다.
번쩍.
끼기깅.
쇠창살이 얼마나 무거운지 스스로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 비틀리는 육중한 소리가 났지만 다크는 개의치 않았다.
이놈은 자신의 강력한 힘을 이용해서 쇠창살을 그대로 들고는 곧 바로 우리 양 측면을 확인해서는 익숙한 솜씨로 끼워 맞춘 것이다.
철컹.
그리고는 강하게 잡아 당겼다.
찰칵.
뭔가 서로 연결되는 소리가 들렸는데, 곧 쇠창살문은 마치 처음처럼 연결되어서 딱 고정된 것이다. 딱 이 행동을 끝낸 후에는 다시 자신의 지정 자리(?)에 떡 하니 엎드려서는 꼬리로 같은 요구를 했다.
탕탕.
“.......”
조민우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이 광경을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정말 이런 상황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안 사실은.
‘설마 처음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만약 이번이 첫 시도였다면 저렇게 익숙한 행동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우리가 저렇게 조립식(?)으로 만들었을 리도 없었다.
이미 경험이 많았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단순히 우리만으로 다크를 가둘 수 없었다는 말과도 비슷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다크 저놈은 애초부터 도망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던 것이다.
‘정말 알 수가 없는 놈이군.’
***
조민우는 결국 이런 상황이 처하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대충 다크의 무지막지한 정도로 강력한 힘과, 압도적인 속도에 대해서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라는 것은 감안을 잡았다.
더욱이 저 커다란 덩치가 조금 전에 움직일 때는 지면에 먼지조차 나지 않는 모습만 봐서는 순발력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고 봐야 했다.
‘최소한 호랑이와 같은 맹수 기준으로 잡아야 돼. 그것도 보통 호랑이 아니라, 영물에 가까운 놈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지.’
이런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결국 그는 인부에 받았던 고기 일부를 꺼내서 그의 밥그릇에 올려주었다.
우걱우걱.
와드득.
놀라운 것은 이놈의 먹성이었다. 그냥 통째로 돼지고기 일부를, 그 크기가 보통 성인 허벅지만한 것을, 그냥 한 번에 뜯어서, 뼈까지 씹으면서 삼키는 모습은 사뭇 위협적이었다.
아니 실제로 위협을 하고 있었다.
까불면 바로 잡아먹겠다!
실로 어처구니가 없는 행동이기는 하지만 무시할 수는 없었다. 자신의 순수한 힘으로 더 두꺼운 쇠창살을 얼마든지 부수고 나갈 정도였으니, 막연한 협박만은 아니었다.
잘 생각해보면 이게 참 신기한 일이었다.
결국 자기 스스로 우리에 가두고, 인간이 주는 고기를 먹으면서 편하게 지내겠다는 심보인 것이다.
‘으음, 상식을 초월한 놈이군.’
그런데 억울한 것은 지금 당장에는 이놈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자신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인에게나 가능한 것이다.
다크처럼 무지막지한 근육으로 뭉치진 놈과, 정면에서 붙었다가는 이길 수도 있겠지만, 잘못하다가는 골로 갈 것이 분명했다.
그건 정말 곤란했다.
그가 자존심을 내세워서 지금 당장에 한 번 붙어볼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일단 공격 마법을 조금 다시 다듬을 필요가 있겠어. 그래야 이놈을 어떻게 할 수가 있을 테니까.’
***
조민우는 결국 다크 녀석을 길을 들이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자신이 가진 공격 마법에 대한 것이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그것도 어중간한 것은 소용이 없었다. 다크처럼 강하게, 빠른 놈을 상대하려면 그야말로 직관적인, 아니 반사적인 수준이 공격 마법이 필요했다.
비록 지금 자신이 가진 마법이 일반인에 비해서는 월등한 것은 사실이지만 다크와 같은 놈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만약 앞으로 일도 문제야. DS 마법진에 관한 것에 대한 외부 침입자의 침투가 가속화될수록 결국 내가 위험해질 수가 있다는 이야기잖아?’
물론 일반적인 관점이라면 여기에 대한 해결책은 아주 간단했다.
‘보디가드겠지? 차라리 나도 특수 전문 보디가드를 알아봐야 할까?’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이었다.
만약 자신에게 금반지가 없다면 이런 방향으로 추진했을 것이 틀림없었다. 차라리 연봉 1억을 주구라도 정말 고수 소리 들을 만한 보디가드를 고용하는 것이 오히려 리스크를 줄일 수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자신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굳이 자신의 능력을 가진 상황에서 굳이 불필요하게 보디가드를 구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지금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은 DS 마법진에 해석이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이와 관련된 자신의 마법 경지를 올리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었다.
조민우는 결국 이런 결론이 내려지자 곧 바로 자신의 집 안으로 들어가서 자신의 공격 마법을 다시 한 번 다듬어야 했다.
물론 시작은 역시 누구나 예상이 가능한 것이었다.
(손바람.)
파직.
가볍게 휘두른 손길에 바위가 부서지는 모습은 언제 봐도 나쁘지가 않았다.
그런데 오늘 따라 보이지 않던 문제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휴우, 너무 느리군!’
처음에는 이런 생각을 가지지 못했다. 과거에는 오히려 빠르지는 않다고 해도 자신을 대하는 상대에게는 오히려 공포감마저 주었다. 실제로 조직 폭력배 몇 사람은 완전히 폐인으로 만들기까지 했다.
하지만 다크에게는 어림도 없었다.
자신이 이런 동작을 펼치기 전에 저놈은 몸놀림으로 가볍게 피한 후에 자신의 신체를 저 치명적인 위력이 담겨 있는 앞발로 후려칠 것이 분명했다.
‘아마 그런 상황이 펼쳐진다면......’
자신의 뼈뿐이 아니라 근육역시 부서질 것이 분명했다. 최악의 상황에는 자신이 조직폭력배같이 사람구실 못할 정도로 망가질 수도 있었다.
‘휴우, 이거 심각하군.’
하지만 꼭 나쁘게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전만 해도 자신에게 목표가 없어서 어영부영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다크란 놈.
저 놈이 자신의 일차적인 목표였다. 물론 최종적인 지향점은 역시 어떤 이라도 자신을 넘볼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무력을 보유하는 것이었다.
조민우는 결국 자신의 바람 마법 공격력을 키우기 위해서 고민을 해야 했다. 물론 속도 역시 기존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록 금반지를 활용한 마법이라고 할지라도 응용적인 부분에서 보면 간단한 의미만은 아니었다.
따라서 그 결과는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았다.
(회오리바람.)
휘이익.
콰앙.
회오리바람 마법은 확실히 일정 간격을 두고, 원거리에서 공격하기에는 좋았다. 그런데 보는 사람 눈에 확실히 너무 튀었다.
마치 자신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바람, 겉으로 보기에는 투명한 기운이 일렁이는 것처럼 보였는데, 모습을 제 삼자가 보면 확실히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이 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너무 단조로워!’
만약 다크였다면 어떨까?
그냥 저 마법에 얼굴을 그대로 들이밀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저놈이 지금 한 행동을 봐서는 오히려 이 회오리바람 마법을 피한 후에 자신을 역습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보면 역시 한계가 있었다.
조민우도 이제까지는 자신이 가진 금반지 마법 때문에 어느 정도 자신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막상 다크같은 놈과 싸운다고 생각하지 이것은 자만이라는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