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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것이 아니었다.
‘만약 어느 수준 이상의 무술 고수가 날 노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운으로라도 내가 처음에는 이길지 몰라. 하지만 과연 그 다음에도 그러 수가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고 봐야 했다.
자신의 마법 비밀이 드러난다면 오히려 딱 실험물로 제격이었다는 말이다.
안색이 이내 딱딱하게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제야 새삼 자신의 처지가 얼마나 위험한 지 깨달은 것이다.
‘으음, 심각하군.’
조민우는 자신의 처한 현실을 깨닫자 이전과 같이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태도를 포기하고는 자신의 공격 마법에 절박하게 매달려기 시작했다.
그도 처음에는 계속 바람 마법을 주로 사용했다.
다른 마법에 비해서 그다지 눈에 뜨이지 않는 장점이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그럴 이유는 없었다.
몇 가지 조합을 이용하면 효과를 생각보다 올릴 수가 있었다.
바로 미끌 마법이었다.
순간적으로 사용가능한 미끌 마법은 생각보다 상대에게 꽤 혼란을 주었다.
(미끌.)
단순히 실험적으로 PT 병에 마법을 걸었지만 그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휘이익.
티잉.
PT 병이 그대로 지면에서 미끄러져서 나뒹군 것이다.
당연히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었다.
그건 다크라고 해도 변치 않는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었다.
‘쯧쯧, 피해버리면 곤란하군.’
그도 새로운 마법 관련해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은 가능했다. 그런데 꼭 몇 가지가 막히자 짜증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일단 최선을 다 해보자.’
8장 새로운 마법
조민우는 딱히 마법을 새로 만들어 내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일단 다른 향후 문제를 별개로 하고라도 다크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했다.
아니 자존심 때문이라도 저놈은 그냥 둘 수가 없었다.
‘남자 체면이 있지. 겨우 개 새끼(?) 한 마디 때문에 위축 될 필요는 없겠지.’
이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그다지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다만 이 때문에 본의 아니게 회사 일이나, 대학 강의에 소홀히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이런 모습은 그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별 것 아닌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조민우가 하는 일에 대해서 대충 알고 있는 정성 부장 같은 경우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솔직히 사장님이 없어도 DS 회사 일은 잘 돌아 가니까. 뭐 좀 출근 안한다고 해도 문제될 것이 없겠지.’
이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
DS 내부 직원 역시 조민우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물론 이유는 있다. 일반 회사라면 이런 분위기 자체가 허용되지 않다고 봐야 했다. 사장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조민우 경우는 달랐다. 바로 DS X가 가지는 특성, 확고한 영업망이 이미 견고하기 때문에 딱히 비난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것이 아니었다.
조민우가 솔직히 DS에 없어도 회사는 생각보다 아주 생생하게 잘 돌아간 것이다.
“우와, 김위정 대리님, 오늘부터 DS X 분량이 100개에서 다시 90개로 줄였다고요? 지난달에도 10개를 줄였는데, 이거 정말 너무 한 건 아닙니까?”
김위정 대리는 원래 전공이 전산학과 출신에, 다소 수줍고, 말이 적은 성격이었다. 실제로 DS에 다시 입사 전까지만 해도 소심했다.
그런데 지금은 좀 달랐다. 바로 DS X 때문에 영업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말발이 늘어난 것이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업체가 늘어나자 결국 기존 공급 업체에 수량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강단이 있으면서도 단호한 음성.
어지간한 남자에 비해서 떨어지지 않는 면모였다.
당연히 마트 직원은 안색을 잔뜩 찌푸렸다.
‘이건 또 무슨 술수야? 설마 가격을 또 올리겠다는 것은 아니겠지?’
십 만원에서 가격을 더 올린다?
아마 난리가 날 일이었다.
지금도 고객들의 항의는 생각보다 심했다.
아니 물병(?) 하나에 무슨 10만원씩 한다는 말인가?
그것도 크면 이해라도 가지.
겨우 500mL에 십만원이라고?
대다수 이런 이야기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이야기를 이마트 통해서 압박을 하면서도 정작 DS 직원에게는 뭐라고 못한다는 것이다. 괜히 지금 물건도 구입하지 못할까 염려한 것이다.
그녀 역시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그런데 저희 회사 방침이 그래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물론 귀사에서 DS X 매입 가격을 좀 더 올리겠다고 하면.......”
“.......”
마트 직원은 기가 차서 입을 다물었다.
차마 미안해서 가격을 올리겠다는 이야기는 대놓고 하지는 않은 채 은근히 강요하는 말투.
정말 여자만 아니면 한 대 후려치고 싶었다.
“하아, 미안합니다.”
“아뇨, 뭐 그런 이야기를 들을 입장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점이 뭐냐 하면요. 도대체 왜 생산 수량을 늘리지 않을 겁니까? 지금 말이죠. 고객들은 줄을 서서 이 DS X를 구입하려고 난리입니다. 물건을 내놓기만 하면 그야말로 초대박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DS가 하는 행동을 도통 이해가 안 됩니다.”
그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이런 이야기는 어디 한 번 두 번 들어야지.
업체 갈 때 마다 계속 들어서 이제는 신물이 다 나서, 토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게 안 됩니다. 저도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기술적으로 안 되나 봐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죠. 그렇게 쉽게 만들 수 있는 물건이라면 그런 효과를 가질 수가 있겠어요?”
틀린 이야기가 아니었다.
솔직히 이성적인 판단이었다.
DS X와 같은 물건을 찍어서 막 판다?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다.
“하아.”
한 숨만 나올 뿐이었다.
그리고 이런 사정은 대부분의 업체가 다 그랬다.
고객들 역시 계속 불만을 토로했지만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최선을 다해서 나오는 물량을 어떻게 해서라도 구하는 것이 최선이었던 것이다.
물론 간간히 이 DS X를 사재기 하는 업체가 나오기는 했지만 그건 오래가지 못했다.
워낙에 DS에서 탄탄하게 업체 관리를 하기에 발각이 되면 바로 그 업체에 대한 판매 자체를 중지시켜 버린 것이다.
***
조민우도 당연히 보고를 통해서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요즘 들어서 마법에 대해서 깊이 빠져 있기에 실로 대 환영할 만 한 것이었다.
그것은 다른 일을 돌아볼 정도로 자신의 마법이 간단한 것이 아닌 탓이다.
그런데 몇 몇 사람에게는 그렇지가 않았다.
특히 조민우와 깊은 관계를 맺은 최현주는 더욱 그런 경우였다. 그가 회사에 잘 나오지 않자 결국 집으로 찾아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먼 거리는 아니었다. 그 거리는 불과 오 분도 채 걸리지 않았던 까닭이다.
“민우 오빠, 도대체 회사에도 안 나오고.......”
하지만 그녀는 이내 입을 다물고는 정원 한 쪽에 쭉 늘어서 있는 시베리안 허스키를 보면서 당혹감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놀란 것이다.
그런데 이놈들이 생각보다 뽀대(?)가 있었다.
겉으로 봐서는 험악한 면도 있었지만 그걸 다른 관점에서 보면 카리스마가 넘쳤다.
그녀는 특히 좀 장난기가 많고, 겁이 그다지 없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호기심을 느끼고는 시베리안 허스키 우리 쪽으로 다가가서는 천천히 그들을 살폈다.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우와, 오, 오빠, 이거 도대체 뭐에요?”
그는 물론 정원 한 쪽에서 반쯤 눈을 감고, 마치 득도한 고승(?) 흉내를 내는 중에 이런 방해을 받자 그다지 기분이 좋지가 않았지만 별 도리가 없었다.
“도둑 때문에 구입한 개야!”
“하지만 이거 너무 많지 않아요? 무려 다섯 마리가 되잖아요?”
“도둑(?)이 좀 많거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 숫자에 맞춘 거지.”
“?”
최현주는 시베리안 허스키 우리 앞에서 이들의 이모저모를 살피다가 뒤에서 들리는 이 어설픈 이야기에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래서 그녀는 아예 조민우를 무시하고는 시베리안 허스키 우리를 살폈다.
처음에는 다크가 워낙에 우리 바닥에 파묻고 있어서 발견을 못했는데, 한 마리 한 마리 살피다가 결국에는 뒤늦게 발견하고야 말았다.
-우, 우와, 오빠, 이, 이거 뭐에요?!!!
실로 경호성이 가득한 소리.
당연한 반응이었다.
거의 송아지만한 개를 보고 나면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 정상적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다음 최현주의 반응이었다.
처음 네 마리를 보고는 어느 정도 이 시베리안 허스키가 마음에 들었는지 다크 우리 앞 쪽으로 천천히 다가간 것이다.
조민우는 그 모습을 보고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위, 위험해!
하지만 최현주는 오히려 조금 전에 그의 무성의한 태도에 반감을 느꼈기 때문인지 이런 협박을 무시하고는 바짝 우리 쪽으로 다가가서는 다크의 우람한 모습을 이모저모 살필 뿐이었다.
‘우와, 정말 멋지다!’
멋질 수밖에 없었다. 송아지만한 개인데, 당연히 여자 입장에서 보면 든든하기 짝이 없는 놈이었다. 그녀는 더욱이 애완용 동물을 꽤나 좋아하는 편인데, 거기에는 당연히 개도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다크같이 개(?)를 애완용이라고 하기는 좀 아니기는 하지만.......
“안녕!”
간단한 인사.
하지만 그 말속에 담겨 있는 것은 의외로 상대에 대한 진한 애정과 감정이었다. 다크는 이 때문에 반사적으로 과거에 헤어졌던 동생을 떠올렸다.
(살았을까?)
물론 알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는 이 신기한 동물(?)이 참으로 신기했다. 그래서 물끄러미 눈을 뜨고는 자신을 쳐다보는 아름다운 최현주의 자태를 보고는 눈빛을 반짝였다.
(예쁘군!)
개 주제에 별 생각을 다하는 다크였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감정.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최현주에게서 진한 정을 순간적으로 느낀 것이다. 물론 조민우에게도 그와 비슷한 감정을 일부 알았지만 그보다는 더욱 진했다.
자신은 다른 시베리안 허스키에 비해서 월등히 뛰어난 지능이 있기에 이곳을 탈출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 지 누구보다 본능적으로 잘 알았다. 최선의 방법은 인간 무리 속에 섞여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여기도 나쁘지 않았다.
더욱이 최현주와 같은 여인도 같이 라면.......
툭툭.
그 커다란 꼬리로 애교삼아서 간단하게 흔들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지가 않았다.
투드득.
우리 전체 간헐적으로 흔들린 것이다.
그녀도 깜짝 놀라서 움찔했지만 다크에게서 그다지 자신을 위협하는 기세가 없자 오히려 더욱 이놈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소리쳤다.
-오빠, 이쪽 우리 안에 있는 개 좀 만져보면 안 될까?
당연히 조민우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아, 안돼.......
툭툭.
그런데 다크 동작이 더 빨랐다. 그 우람한 꼬리로 우리 문 한쪽을 가볍게 후려친 것이다.
타앙.
물론 그 소리는 좀 달랐다.
우리 전체가 다시 흔들린 것이다.
끼기잉.
그리고 놀라운 것은 천천히 우리 문이 조금씩 열렸다가 멈춘 것이다.
최현주도 그 소리에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너무 빠르게 일어난 일이라서 그 자리에 멈춰야 했는데, 우리 문이 열리자 마냥 신기한 눈으로 다크를 쳐다보았다.
-오, 오빠, 애 사람 말을 알아들어요?
-.......
조민우는 물론 아예 입을 다물어버렸다. 설마 저런 식으로 우리 문을 가볍게 열지는 몰랐다.
‘끄응, 생각해보니, 저 우리 쇠창살을 통째로 부술 수도 있는 놈이니, 당연한 건가? 이거 내가 너무 저 놈을 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는 최현주가 다크 우리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는 기겁했다.
-혀, 현주야,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