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37 회 -- >
물론 이 의견에 다소 불만을 보이는 이도 있었지만 반대하기에는 두목의 얼굴이 너무 단호했다. 결국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이 결정에 따라야 했다.
“알겠습니다.”
***
최두한은 수하들의 불만을 대충 느끼는 바가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차라리 확실하게 일 처리하는 것이 상부에 보고하기에 마음 편하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아는 까닭이다.
‘특히 애꾸 형님은 워낙에 불확실한 것은 싫어하는 편이잖아? 이런 의뢰를 가지고 괜히 쓸데없이 보고해서 조직을 시끄럽게 만들면 날 그냥 두지 않을 거야!’
그런 상황은 그 자신이 아니라, 과거 애꾸가 다른 소 두목 몇 사람에 대한 처리 결과를 직접 보았기에 잘 알고 있었다.
결국 그는 다른 수하들과 함께 몇 대의 승용차를 나누어 타고는 DS 임시 사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 근처에 관찰을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바로 DS 사원들의 숫자였다. 따라서 그들 숫자가 몇 명인지에 대한 조사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승용차 안에서 망원경을 통해서 관찰하면 간단히 알 수가 있었다.
‘그렇게 많지는 않군. 특히 문제가 될 만 한 놈은 그렇게 보이지 않군. 대다수가 일반 회사원 수준이야. 혹시나 걱정한 경비원이나, 보디가드 같은 보이지가 않군.’
수하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그도 한 가지 사실을 추가로 알자 놀라움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휴우, 이거 대단한 물건인 걸?”
바로 최현주를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곧 이어서 민현진 역시 곧 눈에 뜨였다.
“어라? 두 명이었어? 이거 도대체 웬 재수야! 설마 이런 곳에서 보물 두 명을 발견하다니!”
정말 쾌재를 부를 만한 일이었다. 저 정도 물건이라면 납치해서 서울 괜찮은 단란주점에 팔아먹으면 최소한 두 당 현금으로 칠천, 팔천은 그냥 챙길 수가 있다는 것을 아는 까닭이다.
물론 그 전에 두 여인을 시식을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지만.......
꿀꺽.
그것은 다른 수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록 망원경이라서 멀리서 제대로 확인이 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외모를 파악하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가장 중요한 것은 저 두 여인을 이용하면 조민우를 압박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다는 점이다.
‘흐흐흐, 이거 생각보다 더 간단하게 되었잖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하지만 준비가 좀 필요했다.
승용차로 납치하기에는 확실히 눈에 보였다. 그래서 다음 날부터는 승용차뿐만 아니라, 소형 봉고차까지 준비했다. 그것도 창문이 검은 색으로 완전히 선팅이 되어서 외부에서 아예 보이지 특이한 놈으로 따로 준비를 해두었다.
끼익.
이 정도라면 언제라도 두 여인에 대한 납치 준비는 끝나 있는 셈이었다.
수하 놈들은 다들 눈이 시뻘겋게 달아올라서 왜 자꾸 일정을 늦추는 지 독촉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역시 신중한 것이 좋아. 하나씩 분명하게 하는 것이 좋아. 괜히 여기서 실패했다가는 정말 낭패를 당할 줄 몰라. 알겠어?!”
“물론입니다.”
평소와는 달리 확실히 패기에 넘친 모습이었다.
물론 엉뚱한 생각으로 패기에 가득해 있지만.
뭐 그다지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기회를 노렸다.
***
아이러니한 것은 여기에 있었다. 일단 조민우 주변에 대한 파악할 때는 두 여인을 납치할 기회가 많았지만 막상 노리기 시작하자 상황이 좀 달라졌다. 두 여인 옆에서는 항상 다른 DS 직원으로 바글바글했기 때문이었다.
최소 숫자가 무려 3명이었다. 거기에 많이 늘어나면 10명까지 그 숫자가 커졌다. 저 정도라면 몰래 납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분명히 신고를 할 텐데.......’
그건 곤란했다.
중간에 만약 경찰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두 여인을 납치해서 파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짭새가 만만해 보여도 의외로 끈질긴 면이 있는데, 바로 눈앞에서 문제가 생긴 것에 대해서는 의외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용히 납치하고 사라진다면 자신의 흔적을 완전히 지울 수가 있고, 그러면 후환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다시 기회를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시간은 이렇게 흘러갔다.
물론 얼마 있지 않아서 드디어 기회가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최현주가 혼자 조민우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것이다.
-됐다. 준비해라. 일단 저 계집먼저 납치한다. 그리고 저 계집을 이용해서 나머지 한 계집 역시 조용히 불러내는 것으로 가고. 마지막에 저 조민우 새끼에게 두 계집으로 협박해서 필요한 물건을 챙긴다.
-그리고 저 조민우 새끼는 조용히 묻어버리면 되겠군요?
-흐흐흐, 그렇지. 어디 야산 한 적한 곳에 묻어버리면 큰 문제가 나지 않을 거야. 누구도 우리를 본 사람이 없을 테니까.
확신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이렇게 사람을 매장하는 일은 이제까지 한두 번 경험한 것이 아니기에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런데.
변화가 생긴 것은 딱 이 무렵이었다.
처음에는 다들 송아지인 줄 알았다.
워낙에 덩치가 큰 놈이라서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망원경으로 자세히 몇 번을 확인하고야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헉? 저, 저놈은 뭐죠?”
“.......”
최두한은 황당한 표정을 한 채로 입을 다물어야 했다.
그리고 이건 그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나머지 수하들 역시 곧 망원경을 서로 돌려가면서 확인을 끝낸 후에 입을 딱 벌린 것이다. 물론 다들 이렇게 입만 다물고는 침묵을 지킨 것은 아니었다.
-저, 저거 설마 개는 아니겠죠?
개치고는 덩치가 너무 컸다. 무려 높이만 해도 1.6m가 넘는 놈이었다. 거기에 길이는 솔직히 여기서는 감이 오지도 않았다.
더욱이 걷는 중에 비록 멀어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육중하다 못해서 두렵기까지 한 근육이 율동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자연스럽게 나온 한 마디 말.
-으음, 설마 호랑이는 아니겠죠? 아무리 도둑이 집에 들었다고 해도 집에서 야생 호랑이를 경비견(?) 대용으로 키우지 야 않겠죠?
가당치도 않는 말이었다. 그런데 반박을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사실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잊어버릴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새끼, 그 사이에 우리들에 대한 대비를 해 놓았다니!’
다들 눈치가 아주 없지는 않았기에 나온 추측이었다.
그리고 이들 중에 가장 침착한 고등어가 곧 한 가지 의견을 내놓았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신형 엽총을 한 번 시험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놈이 아무리 덩치가 크다고 해도 여러 명이 총을 쏜다면 죽이지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아요.”
“신형 엽총?”
귀가 솔깃한 제안이었다.
“네, 한 두 명이 겨누면 그것을 분명히 피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 명이 겨눈다면 몇 사람은 맞추지 못해도, 다른 사람은 좀 틀리겠죠?”
이런 나온 의견.
거절할 내용은 아니었다.
“좋아. 바로 준비해라.”
지시가 떨어져서가 아니라, 다들 조금 전에 본 괴물 같은 놈 때문에 두려움을 떤 이들은 곧 차량 뒤 트렁크 안쪽에 이중으로 숨겨놓은 엽총을 꺼내어서 곧 한 자루씩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탄알 일반을 장전했다.
찰칵.
그제야 미소가 흘러나왔다.
‘이제 좀 안심이군.’
고등어는 분위기가 좋아지자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설명을 해주었다.
“원래 엽총은 총기 종류에 따라서 쌍대, 반자동, 홀치기, 외대 방식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쌍대는 일반적인 외관과, 내부 메카니즘 상으로 박스락, 싸이드락, 싸이드프레이트로 나뉩니다. 특히 박스락은 몸통과, 방아틀 뭉치가 함께 결합된 상태이며, 외관상 옆파텔 부분이 반쪽으로 끊어져 있는 구조입니다.”
쭉쭉 이어진 설명.
두목을 비롯한 이들은 각자 엽총을 들고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냥 총만 쏘면 되지 왜 저런 설명을 하는 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고등어는 그런 이들의 반응을 삭 무시하고는 잘난 척을 계속했다.
“따라서 저게 가장 일반적인 많이 쓰이는 형태 메카니즘입니다. 싸이드락은 방아틀뭉치가 몸통과 분리되어 몸통개머리판의 나무속을 파내고 방아틀뭉치를 옆에서 결합하는 형태를 말합니다. 특히 이것은 방아틀뭉치가 두 개로 분리되어 있어서 각자 방아솨외 연결되어 전통적으로 방아쇠가 2개의 형태를 가집니다. 주로 고급 엽총에서 많이 사용.......”
설명이 끝도 없어 이어지자 두목이 결국 나섰다.
“야아, 고등어, 너 후라이판에 구워줄까?”
“네?”
“쓸데없는 소리하려면 아가리 닥쳐! 여기서 그냥 방아쇠를 당기면 되는 거지?”
고등어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지 말꼬리를 흐리려고 했지만 두목의 미간을 찌푸리자 이내 말꼬리를 흐렸다.
“그건.......물론입니다.”
-가자.
***
최두한 위시한 이들은 자신의 양손에 엽총으로 총알까지 장전을 끝내자 그제야 괴물 개에 대한 두려움을 다소 떨쳐낼 수가 있었다. 그렇다고 섣불린 나서지는 않았다.
중요한 사실은 대다수가 군대 경험이 있어서인지 엄폐 진형으로 자연스럽게 흩어져서는 언덕에 배를 살짝 깔고는 다크 일행을 지켜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짜증스러운 일은 여기에 있었다.
다크 이놈이 밖으로 나온 것은 좋았는데, 조민우가 자기 이미대로 이름 짓은 DS 개천 쪽으로 내려가면서 산책에 여념이 없었다.
최현주는 원래 자신이 다크를 몰고 가려고 나왔지만 오히려 반대가 되어서 다크에게 질질 끌려가다가 이제는 포기하는 오히려 걸음을 나란히 했다.
-다크야, 맘대로 해!
그러면서 어느 정도 다크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자 두런두런 누구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민우 오빠는 다 좋은데, 너무 사람이 메말랐어.
-최소한 나에게 꼭 사랑한다 한 마디씩은 매일 해줘야 하는 것 아냐? 정 바쁘면 전화라도 하면 돼지, 그것도 아니면 문제도 있고. 남자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기본적인 매너인데.......
-요즘은 아예 바빠서 전화는 고사하고도 쳐다보지도 않아!
“.......”
(시끄럽군.)
다크는 물론 겸사겸사 밖으로 나왔는데, 이런 잡소리(?)를 듣자 눈살을 찌푸렸다. 일단 여기서 조민우 이야기 자체를 듣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그런 사소한 일 따위는 신경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다크의 감각에 뭔가 느껴진 것은 딱 이 순간이었다.
멈칫.
그리고 쳐다본 한 곳.
바로 최두한 일행이 엽총으로 매복해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상관이 없었다.
다크는 살육에 미친 괴물이 아니었다.
배부르고, 등 따시기만 하면 일단 기본적으로 만족해하는 온순한 애완동물(?)은 아니라고 해도, 그 정도 흉내는 낼 정도의 머리가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곧 이어서 자신의 눈에 들어온 것에 있었다.
반짝.
바로 망원경이 햇빛에 반사되어서 반짝인 것이었다.
순간 이제는 자신의 기억 속에서 묻어둔 지난 아픔이 떠올랐다.
딱 저 광경을 본 이후로 어떤 일을 발생되었는지.
(부모님하고, 동생들인 전부 사냥 당했던가?)
지금은 너무 오랜 전 일이라서 기억이 가물 했다.
하지만 본능은 결코 그 기억을 잊지 않았다.
순간 주변을 두려움을 떨게 할 정도로 무서운 살기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당연했다.
-다, 다크!
옆에서 들려온 다소 겁에 질린 목소리.
다크는 그제야 힐끗 자신의 변한 분위기에 두려움에 떠는 최현주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미 지난 일이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자신은 일반적인 개가 아니었다. 그저 본능에만 따라서 움직이는 동물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도 언제부터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머리가 트인 이례로 계속 해서 지능을 굴려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영물(?)이다.
이내 분노를 다스렸다.
하지만 그 때 다시 희미하게 자신의 귀를 들리는 기계음 소리.
찰칵.
바로 탄알이 장전되는 소리였다.
다크는 순간 몸을 살짝 낮추고는 긴장했다. 자신이 본능이 느낀 바대로라면 저건 분명히 과거 자신을 사냥할 때 사용하는 ‘총의 장전 소리.’라는 것을 느낀 까닭이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기서 저런 소리가 왜 들리는 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착각했을 수도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일단은 긴장한 채 눈치를 살폈다.
***
“저, 저기 형님, 저 놈 좀 이상한데요?”
“.......”
하지만 최두한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망원경으로 멍하니 다크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분명히 이쪽을 쳐다봤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설마 저 거리에서 우리를 느꼈다는 말인가?’
그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대충 봐도 사백 미터는 얼추 넘는 거리였다.
더욱이 자신들은 언덕 위에서 굴러다니는 한 바위 밑에 살짝 매복한 상황.
그런 상황에서 느꼈다?
‘말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