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42 회 -- >
확신할 수는 없었다.
다만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추측일 뿐이었다.
그는 이 때문에 더욱 작업을 서둘렀다. 다크의 변한 몸을 보자 자신 역시 그런 식으로 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까닭이었다.
특히 다크의 흰색 털은 촉감도 촉감이지만 근본적으로 그 빛깔이나, 광택 자체가 많이 달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려 일반 DS X 30개에 해당하는 DS X를 단숨에 만들 수는 없었다.
더욱이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 정신을 더욱 집중해서 일을 진행하는 상황이라서 생각보다 좀 씩 느려지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그가 조제를 끝낸 것은 대략 두 시간 정도가 다 지났을 무렵이었다.
“됐다!”
***
조민우가 조제를 끝내고 나서는 비커 안에 들어있는 투명한 빛깔의 DS X를 보고는 커다란 기대를 한 채 물끄러미 잠깐 동안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이 DS X가 아니라, 이것으로 인해서 변해가는 자신의 몸을 먼저 떠올렸다.
당연히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그의 집중력은 더욱 올라갔고, 얼마 열중했는지 다크가 실험실 안쪽으로 들어와서는 한 쪽에 조용히 앉아서 지켜보는 것도 모를 정도였다.
그리고는 곧 바로 비커 뚜껑을 열었다.
단숨에 마시려고 할 것이다.
멈칫.
하지만 그는 이내 하는 동작을 멈추고는 다크가 이 DS X를 마시던 과정을 떠올리고는 망설였다.
‘설마 먹는 시간이나, 방법에 따라서도 DS X의 효과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
추측이었다.
그런데 그럴 듯했다.
만약 신체 세포가 제대로 흡수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연속으로 DS X를 과다 복용하게 되면 오히려 흡수가 되지 않고는 그냥 밑(?)으로 쭉 빠져버릴 수도 있었다.
조민우는 설마 그럴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괜히 일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사절이었다. 결국 다크가 한 행동을 한 번 쭉 떠올려보고는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했다.
맛이야 뭐 늘 동일했다.
‘물맛이군.’
물맛이 어디 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건 DS X의 농도가 진해졌다고 해도 다르지 않았다.
이것만 보면 한 가지 사실 정도는 확연히 느꼈다.
‘확실히 마나소가 사람 미각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 같아. 그런데 이런 특성만 봐도 마나소가 일반적인 영양소와는 좀 다른 면이겠지.’
물론 확신할 수는 없었다.
다만 자신이 지금 하는 일 자체가 마나소를 복용하는 것이라서 자연스럽게 연상된 것뿐이다.
‘그나저나 이거 정말 은근히 짜증나네, 꼭 이런 식으로 고양이처럼 마셔야 하나?’
그러면서도 동작은 변함이 없었다.
홀짝홀짝.
그렇게 시간이 흘러만 갔다.
***
한 시간 후.
조민우도 만약을 위해서 조금씩 마셨지만 무려 한 시간이나 지났다는 것을 알고는 기가 찼다.
‘쯧쯧, 정말 한심하군.’
하지만 이내 이런 상념을 털어버렸다.
지금은 중요한 것은 이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아는 탓이다.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다만 좀 남아 있는 양은 겨우 오 분의 일도 채 안 되는 양이라서 이제는 굳이 처음처럼 할 필요는 없었다.
꿀꺽꿀꺽.
단숨에 들이켰다.
목구멍을 따라서 내려가는 맛 때문에 짜릿함 정도는 느낄 것 같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그냥 역시 물맛(?)이었다.
“흐음, 하긴 너무 이상한 기대를 하는 것이 이상하지. 나도 모르게 자꾸 콜라를 마시고 있다는 착각을 자꾸 한다니까.”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혼자 계속 시간 때우기만 할 수는 없었다. 지금 자신이 한 실험에 대한 확인이 우선이었다.
조민우는 이내 자신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일단 조용히 실험실 한 구석 소파에 앉았다. 아니 은근히 등을 기대고는 눈을 살짝 감았다.
다크에게 일어난 변화를 따라서 추리해본다면 자신의 몸에도 동일한 변화가 생겨야 한다고 확신했다.
‘일단 잠이 오겠지? 다크 녀석은 누가 엎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이 잠에 빠졌잖아?’
이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가 않았다.
***
한 시간 후.
조민우도 처음에는 변화가 없는 것이 사람과 개의 신체 생리적인 차이로 인해서 충분히 그럴 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변화가 없자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잖아? 뭔가 좀 느낌이 있어야 해. 이렇게 전혀 변화가 없다는 것은 상리에 맞지가 않아.’
당연한 결론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는 그렇게 당연해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문제였다.
그는 결국 자신의 예측한 것과는 그다지 맞지 않는 상황에 당혹감을 가지고는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했다. 전혀 변화가 없다는 것은 정말 말이 되지 않았다.
‘최소한 뭔가 변화 정도는 와야 해. 하다 못해서 뭔가 부작용이 일어나도.......’
콰지직.
그 때 들린 이상한 소리.
‘콰지직?’
조민우는 언짢다 못해서 불쾌하기까지 한 소리에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내 자신의 몸 어디에서 난 소리인지 알고는 화들짝 놀랐다.
‘서, 설마 설사?’
그 때 다시 들린 소리.
콰지직.
이번에는 소리만 나오지 않았다. 자신의 팬티 근처까지 살짝 나와서 아슬아슬하게 묻기까지 한 것이다.
하지만 그 불쾌감은 이루 설명하기 어려운 것.
“!”
조민우는 경악을 하고는 조심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야 했다. 지금 딱 봐서는 그야말로 그것이(?) 팬티로 막 솟아질 분위기였다. 하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더욱 좋지가 못했다.
콰지직.
또 다시 한 번 심한 소리와 함께 아주 찔끔 새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악물고는 괄약근에 힘에 집중해야 했다.
그야말로 젓 먹던 힘까지 다 동원했다.
그리고 어기적거리는 걸음걸이를 한 채 화장실로 걸음을 옮겨야 했다. 그런데 그게 또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조금만 실수해도 그냥 주르르 흘러내릴 것 같아서였다.
아마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야말로 악몽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럴 상황은 절대 사절이었다.
그는 결국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밍기적거리는 이상한 걸음걸이를 한 채 화장실 족으로 계속 걸음을 옮겼다.
실로 처절한 상황이었다.
뭐 모르는 사람은 잘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겠지만.
한 번 당해본다면 충분히 알 수가 있는 일이었다.
‘비, 빌어먹을!’
***
십분 후.
조민우는 놀랍게 자신의 놀라운 인내력을 사용해서 가까스로 화장실 안까지 별 탈(?) 없이, 아니 조금은 새어 나온 상태에서 도착한 후에 겨우 한숨을 내쉬었다.
‘사, 살았다.’
그리고는 곧 바로 엉덩이를 좌변기에 걸치고는 이내 괄약근을 풀어버렸다.
콰지지지직(?).
좀 심하게 말하면 화장실 전체가 다 흔들릴 정도로 심할 정도의 소리와 동시에 좌르르 뭔가(?) 흘러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물씬.
그리고 지독한 냄새가 화장실 사방을 벗어나서는 밖으로 까지 퍼져나갔다. 물맛일 때는 전혀 냄새를 풍기지 않던 놈이, 이번에는 아예 독약과 비슷할 정도로 악취가 끔찍했다.
‘지독하군.’
그 스스로가 코를 막을 정도로 심한 악취에 일차적으로 좌변기 안에 가득 든 물건(?) 내리기 위해서라도 일단 좌변기 밸브를 일단 눌러 버렸다.
찰칵.
콰르르.
그나마 일차로 나왔던 것이 좌변기 속으로 해서 일시에 빠져나가자 냄새가 좀 사라졌다. 그리고 냄새는 확실히 이전에 비해서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조민우는 그 상태에서 겨우 안도하고는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손으로 닦아냈다. 이마에 가득한 땀방울을 봐서는 단순히 설사 수준 정도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복통도 있어야 했는데, 그나마 그것이 없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하지만 새삼 실소가 절로 나왔다.
‘정말 바보 같아. 사람이 개와는, 다크 같은 돌연변이와는 틀리잖아? 몸에서 흡수할 수 있는 양을 벗어나면 당연히 무리가 갈 것이고, 설사 같은 형태로 나타나겠지.’
뒤늦은 추측이지만 거의 사실에 가까웠다.
DS X를 무조건 많이 마신다고 해서 신체가 전부 흡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
조민우는 뒤 늦게 DS X를 과다 복용하고서야 그 문제를 실제로 몸으로 깨닫자 한숨을 내쉰 채로 화장실 밖으로 나섰다.
자신이 한 행동이 너무도 한심스러웠다.
그런데 거실에 들어가는 순간에 한 가지를 보자 걸음을 일단 멈추었다.
우뚝.
바로 다크였다.
다크는 거실 한 쪽에 떡하니 여유로운 태도를 한 채 물끄러미 조민우의 이모저모를 살피고는 묘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딱 봐서는 비웃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
조민우는 이내 부아가 치밀어 올랐지만 일단 참아야 했다. 괜히 섣불린 지금 건드려봐야 자신만 손해를 본다는 느낌이 왔다.
그건 단순히 느낌이 아니라, 너무도 급격한 변화를 거듭해서 분위기가 바뀐 다크와 같이 있어보면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이다.
비록 신체는 줄어들었다고 해도 일반적인 개에 비해서 월등히 큰 등치가 가볍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도 곧 다크가 자신의 코를 양손으로 붙잡고는 미간을 찌푸리는 모습을 보자 창피스러운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딱 봐서는 냄새 때문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가 있었다.
다크는 이런 그의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는 냄새가 심하게 난다고 판단하자 곧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휑하니 거실을 나가버렸다.
바로 자신의 우리로 가버린 것이다.
그는 멍하니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미간을 잔뜩 구긴 채 이를 으드득 갈았다.
‘빌어먹을 놈.’
하지만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조민우는 다크보다는 곧 자신에게 생긴 문제에 더욱 집중을 해야 했는데, 바로 DS X의 부작용이었다. 지금 자신에게 나타난 결과만 봐서는 쉽게 다크와 같은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그렇다면 뭔가 좀 체계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봐야 할까? 일테면 마나소가 신체에 어떤 과정을 거쳐서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의 양을 복용해야 하는 지, 그것도 어떤 간격으로 하는 것이 맞는지, 심지어 유전적으로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해서도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
제니퍼는 요즘 들어서 거의 조수연 집에 털어 박힌 채로 DS 문자에 대한 연구에 여념이 없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방향을 잡았기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녹록치가 않았다.
‘휴우, 또야? 이거 알 수 없는 문자가 너무 많아. 이대로라면 도대체 언제 작업이 끝날지 알 수가 없잖아?’
생각할수록 당혹스럽기만 했다.
물론 이 일에 대한 페이가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더욱이 여긴 한국이라서 그런 지 미국에 있을 때와는 세금 자체가 달라서 그런 것을 감안한다면 미국에서 중간 정도의 기업체에 일을 한 것과 비교해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자신이 이 일에 전념하는 연구 강도를 고려한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한다면 연구 결과가 자체가 DS에 전부 넘어가고, 비밀에 묻힐 확률이 너무 높아. 그렇게 된다면 내가 한 일은.......’
완전히 없어질 것이 분명했다.
돈을 둘째치고라도 경력적인 면에서 따져보면 MIT에서 일하는 것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당연히 고민이 되었다.
조수연 역시 그녀와 같이 일을 하면서 항상 얼굴을 마주하기에 이런 모습을 보자 그냥 넘기지 않았다.
“제니퍼, 괜찮아?”
“아, 별 일 아냐.”
“쯧쯧, 그런 소리는 하지도 마. 딱 보면 얼굴에 쓰여 있는데, 그런 말을 해? 지금 하는 일 때문에 그러지?”
“하아, 잘 모르겠어.”
답답한 한 숨.
딱 자신의 심사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일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현실적인 여러 문제가 발생하자 그것이 아쉬운 따름이다.
조수연 역시 MIT에서 제니퍼와 같이 일을 했고, 지금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그녀의 처지를 모르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