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43 회 -- >
“계속 이대로 이 일을 하기는 확실히 좀 문제가 있다고 봐.”
“응? 무슨 말이야?”
“쯧쯧, 마음에도 없는 말은 하지 말고. 민우씨가 제안한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어때?”
“DS에서 취업하라고 한 거?”
“응, 나보고도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어차피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기에 정식이 아니면, 아르바이트 형식으로라도 해주겠다고 했어. 물론 급료는 정식 직원에 준하는 대우를 해준다고 했고.”
“그렇다면 수연, 너는 민우씨가 한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야?”
조수연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야. 그냥 이걸 빌미로 해서.......”
민우씨와 밀당을 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란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다만 제니퍼가 아주 눈치가 없지는 않았다.
“대충 알만하다. 결국 내 입장을 고려하다면 현실적으로 DS 입사를 한 후에 일을 하는 것으로 하자는 이야기군.”
“그렇지. 그러면 아무래도 지금 하는 연구에 필요한 지원도 쉽게 받을 수가 있잖아? 더욱이 이런 단순 연구뿐이 아니라, 이 DS 문자와 관련되어 있는 비밀에 대한 다른 연구 역시 어느 정도 관여를 할 수도 있겠지. 내가 추측하기에 아마도 드러나서는 곤란한 실험도 꽤 할 것 같아.”
“드러나기 곤란한 실험?”
제니퍼는 간단하게 반문했지만 내심마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잖아? 만약 정말 이 DS 문자와 관련이 있는 실제적인 실험이 있다면 이 연구를 진행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어!’
큰 도움 정도가 아니었다. 아마 DS 문자의 진실 된 실체를 알게 된다면 연구의 방향성 자체가 바뀔 수 있는 사실이다.
두 사람은 사실 학문적인 관점에서 계속 DS 문자를 접근해왔다.
물론 이 방법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렇게 해서는 근본적으로 많은 한계가 있다는 점은 분명했다.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한다면 평생을 이 DS 문자에 받쳐도 알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경험이 많은 제니퍼가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건 조수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제니퍼 네가 더 잘 알 텐데? 솔직히 방향만 잘 잡아도 지금 하는 연구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봐.”
“.......”
제니퍼는 난감한 표정을 한 채 입을 다물어야 했다.
마냥 대수로이 넘기기에는 쉽지가 않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민우씨를 다시 만나서 이 문제에 대해서 상의를 해봐야 할까?’
1장 DS 유전 공학 연구소 설립
제니퍼는 조수연의 조언도 조언이지만 현실적인 자신의 문제 때문에라도 DS 입사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했다.
물론 MIT 내부 일 때문에 다소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다지 크게 고민할 것은 아니었다. 답답한 것은 MIT이지 자신이 아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의 우선적인 판단은 아주 간단했다.
조민우에게 전화를 해서 약속을 정한 것이다.
-우리 만나요!
이렇게 약속이 정해진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잘 지냈어요?”
조민우는 간간히 연락을 하고 지내기는 하지만 갑자기 만나자는 연락을 해온 제니퍼가 신기해서인지 요모조모를 살폈다.
“저야, 늘 그렇죠.”
하지만 DS X 과다복용으로 인해서 한 며칠 설사를 경험한 그의 안색은 그다지 좋지가 않았다. 초췌하다 못해서 시체 같은 모습은 무시하려고 해도 무시할 수 있는 얼굴이 아니었다.
“어디 아파요?”
“네?”
“안색이 정말 좋지가 않아요. 지금 딱 봐서는 병원에 입원한 중환자 얼굴 같아 보여요.”
말을 해도 어떻게 그렇게 말을 하니!
“크흠, 사실 며칠 전에 상한 물을 먹고 배탈이 나서 그래요. 그 때문에 화장실을 자주 갔는데, 아마 좀 더 지나면 괜찮을 겁니다.”
“그래요?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는.......도가 너무 지나쳐 보이는요. 단순히 설사만으로는 그렇게까지 나빠지 않을 것 같은데요?”
걱정스러워서 한 말이다.
그런데 조민우 입장에서는 전혀 아니었다.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제 몸은 제가 알아서 지킬 테니까요.”
단호한 말.
이전과는 다소 달라진 면이 있었다.
정확히 지난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한 일 때문에 가슴 밑바닥에 쌓여있는 불만이 나온 것이다.
제니퍼가 그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지난 일은 미안했어요.”
“아뇨, 어차피 다 지난 일이잖아요? 그리고 제니퍼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야기한 제가 오히려 문제가 있죠.”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죠.”
간단하게 말을 해서 지난 일을 대충 덮었다.
하지만 제니퍼는 이내 지난 일과, 조민우에 대한 생각을 한 번 떠올려 보자 심사가 복잡하기만 했다. 더욱이 여기에 DS 문자마저 관련되어 있는 상황.
‘휴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만약 지금이라도 민우씨 제의를 받으면, 당분간은 DS 문자 연구에만 매달려야 돼. 그런데 과연 그 일이 정말 가치가 있는 것일까?’
본능적으로 뭔가 있다는 것은 알았다. 그런데 그녀 자신의 경력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썩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결과는 역시 고민을 거듭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점점 부정적인 되어갔다.
조민우 역시 조용히 같이 걸음을 하면서도 섣불린 그녀에게 말을 걸기가 쉽지 않았다. 그녀와 섹스를 나눈 사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 이 상황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외국인이라서 그런 것일까? 그저 원 나잇 상대로 여겼기에 아예 안중에도 없고 봐야 하나?’
그런 결론이라면 정말 슬픈 일이었다. 자신은 아직 한 번의 육체적인 관계라도 쉽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은 감안하면 그러했다.
그 역시 덕분에 계속 입을 열기가 어려웠다. 그저 같이 걸음을 하면서 계속 제니퍼 표정 변화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시간은 이렇게 흘러갔다.
***
이십 분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두 사람 사이에 가라앉은 적막감이 오히려 불편해 보였다. 차라리 가벼운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보다 못한 것이다.
제니퍼도 이 때문에 머릿속이 넝마처럼 엉클어져 더욱 복잡하기만 했다. 그녀도 다시 조민우를 만나자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는 했는데, 막상 그와 같이 있자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아마 같은 회사에 다니면 간간히 민우씨와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잖아?’
그런 것을 감안하면 정말 괜찮은 남자 친구 하나는 확실히 생긴 것이다. 거기에 DS 문자에 대한 결과를 공표하기는 어렵다고 해도 그 비밀을 알면 나름 보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도 그만큼 DS 문자가 간단하지 않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얼마나 커다란 가치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그리고 그건 지금 상황에서 누구도 알기가 어려운 사실이었다.
‘사실 그 문제 때문에 지금까지 고민한 거라고 봐야겠지. 하지만 과연 DS 문자 내 인생의 몇 년을 낭비해도 될 만한 가치가 없는 일일까?’
이것이 제니퍼의 의문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걸음이 더해갈수록 여기에 대한 확신 역시 점점 굳어만 갔다. 도박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감각에 따르면 분명히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여기에 빼 놓을 수 없는 것 하나.
바로 조민우.
이 남자와 어느 정도 관계를 맺을 정도로 서로 관계를 엮어 놓고서 지켜보는 것을 고려하면 그렇게까지 손해 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마 이 남자는 생각보다 미래에 크게 성장할 것이 분명해. 따라서 그런 것까지 감안하다면 오히려 할 만하다고 봐야겠지.’
이것이 그녀의 최종적인 결론이었다.
조민우는 물론 제니퍼가 우울한 표정을 한 채 아예 입을 다물고는 묵묵히 걷기만 하자 대구 중앙로 옆으로 빠져 있는 인도를 따라서 묵묵히 걸으면서 계속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자신과 같이 있는 상황에서 저렇게까지 고민한다면 무엇일까?
추측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마 우리 회사 입사 문제 때문이겠지.’
확신이 들자 자연스럽게 그 역시 이 문제에 관해서 다시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다. 그런데 먼저 입을 열기에는 난감했다.
이미 한 번 제안했다가 퇴짜까지 맞은 상황.
쉽지가 않았다.
하지만 조민우는 남자였다. 비록 지난번에는 거절을 당했다고 해도 다시 그런 제안을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저기 스카우트 제안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이 어때요?”
그런데 제니퍼의 대답은.
“좋아요.”
그냥 한 질문인데, 설마 상대가 네라고 대답하다니!
그가 오히려 황당해서 반문했다.
“네?”
“그 제안 받아들이겠어요.”
“.......”
조민우는 순간 지금까지 자신이 마음 고생한 것을 떠올렸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지금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따지기도 난감했다.
이유야 어쨌든 좋게 결론이 난 상황.
나머지 일은 그저 마음속에 묻어두는 것이 좋았다.
‘정말 생뚱맞군.’
***
조민우는 적지 않게 마음고생을 한 후에야 비로소 제니퍼를 스카우트 할 수가 있었다. 원칙대로라면 아주 좋아서 난리쳐야 할 일이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다.
‘김이 다 빠져서 그런 지 너무 맛이 밋밋하군.’
스스로 생각해도 맥이 다 빠지는 기분이다.
다만 그도 이렇게 제니퍼 공략에 성공하자 곧 자연스럽게 한 가지를 더 떠올릴 수 있었다.
‘제니퍼가 DS에 들어오겠다고 한 상황이잖아? 그렇다면 조수연 역시 오케이 하지 않을까?’
연역적인 사고였다.
논리적으로 라면 맞는 것이 확신했다. 그런데 그 자신의 이전 경험에 비추어보면 사람 일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건 시도를 해봐야 알 수가 있겠군.’
그는 마음을 굳히자 곧 바로 조수연에게 전화해서 간단하게 대학 캠퍼스 내에 휴게실 근처에서 보기로 했다.
“민우씨, 안녕!”
“저야 늘 그렇죠. 수연씨는 어때요? 잘 지내죠.”
“네, 덕분에요!”
조민우는 가벼운 세미 정장을 했지만 그렇게까지 딱딱해 보이지만 않았다. 은근히 옷맵시를 이리저리 흐려서 그런 경직 감을 없애놓은 것이다. 이것만 봐도 옷에 대한 감각이 있었다.
이런 것 외에 수수한 표정만 봐서는 뭔가 심란한 고민에 빠져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딱 제니퍼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역시 제니퍼가 이야기를 했나 보군.’
그렇다면 그 자신도 말하기가 편했다. 물론 지금 당장에 말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비록 한 번 뿐이라고 해도 천리장성을 쌓은 마당이 아닌가?
최소한 그 지난 감정을 한 번 쯤 떠올리게 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 텀을 두는 것이 바람직했다.
휘이잉.
오늘 따라서 대학 중앙로를 따라서 불어오는 바람은 이런 마음을 더욱 은근하게 했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
삼십 분 후.
조민우는 다시 말없이 조수연과 걸음을 계속 했는데, 자연스럽게 말이 두 사람 사이에 말이 없어지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어떻게 된 것인지 두 여인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원래 여자들은 다 이런 건가?’
그거야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두 사람의 상황을 보고 다른 여인 역시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다고 유추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보았다.
“저기 수연씨, 제가 한 스카우트 제안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어떻게 보면 생뚱맞은 질문일 수도 있었다.
지금까지 만나서 한 이야기라고 그저 단순한 안부 묻는 것에 불과했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질문.
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조수연의 반응은.
“좋아요.”
그는 마치 두 여인이 짠 것과도 같은 이 동일한 반응에 놀라서 말을 다소 더듬었다.
“그, 그래요?”
“네, 사실 지금 하는 이야기지만 조민우씨가 한 제안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봤어요. 만약 일이 나빴다면 아마 거절했을 것이 분명해요. 설사 그것이 조민우씨 제안이라고 해도 다른 것이 없어요. 그런데 DS 문자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도전해볼만한 것이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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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날도 더운데, 정말 징하게들 보시네요.
한창 무더위 때문에 불쾌지수가 높은 날입니다.
다들 즐겁게 웃으면서 더위 잊으시기를.....
쩝.
참고로 글을 재미있게 쓰려면 저도 머리가 돌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머리가 안 돌면 그냥 개연성을 따라서 글이 흘러가요.
볼만은 한데,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죠.
그래서 지루한 부분이 나오면, 대종사 더위 먹고 뇌 가사 상태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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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글이 좀 바뀌었죠?
하루 최대 조회수가 2,700정도 나옵니다.
예전에는 이게 2,000정도 나왔습니다.
무려 45%가 늘어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