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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마법사-145화 (145/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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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사업 때만 해도 다른 직원의 이야기를 같이 들었지만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이자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직원들이 자신을 믿듯이 정성일 부장 역시 동일하게 믿기에 나타난 현상이다. 아니 어떤 면에서 조민우보다 더욱 믿는다는 것이 정확했다.

‘경험 때문이지.’

그도 처음에는 이 때문에 정성일 부장과 알력 다툼을 많이 했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마음이 상한 정성일 부장은 회사가 그만 두려고 한 적도 적지가 않았다.

‘여섯 번이었던가?’

참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그래도 싸우고 나면 꼭 다시 화해를 거듭했다.

그런 경험을 몇 번 겪으면서, 회사 부도 상황에서조차 여전히 변함이 없는 모습을 보았고, 그리고 회사 부도 후에서도 여전히 일관된 태도를 경험하자 믿고, 안 믿고의 수준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진심으로 자신의 옆에 둘 수 있는 사람 정도로 생각했다.

그래서 다소 지나친 이야기가 나와도 정성일 부장만큼은 그냥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내가 인복 하나는 분명히 있는 것 같아. 거기에 능력 역시 출중하잖아? 완전히 그냥 알아서 할 사람이니, 더 할 나위가 없지.’

조민우는 이런 마음을 하고 있기에 정성일 부장이 다음 날에 바로 유전 연구소 건물을 새로 짓을 이들을 불러와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호오, 이분들이 일을 맡은 사람들입니까?”

정성일 부장은 어제와는 확연히 달라진 얼굴을 한 채 한 손으로 사람을 일일이 가리켰다.

처음에는 손짓한 이는 호남 형에 완만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보이는 사십대 정도의 중년인이었다. 비록 흰머리가 희끗하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더욱 보기가 좋았다.

“청한 건설 쪽에 일하는 분입니다. 외쪽에 계시는 분은 최성일 부장입니다.”

그리고는 바로 옆에서 그다지 표정없는 얼굴을 한 채 묵묵히 듣기만 하고 있는 다른 한 사람이었다.

“여기 나머지 한 분은 청한 쪽과 계속 디자인 거래를 하는 김성한 부장이라고 합니다. 유전 공학 연구소라는 말에 혹시 사장님이 특수한 요청을 할지 몰라서 같이 참석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정성일 부장의 소개.

나머지 같이 자리한 건축 기술자 몇 사람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청한 건설은 주로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주변 지역에서 주로 하청을 받는 건설회사인데,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대체적으로 보면 대구 내에서는 다섯 손가락에 겨우 끼인 정도였다.

다만 회사 자체가 워낙에 건실하고, 다른 건설 업체처럼 무모하게 사업을 벌려가는 것이 아니라, 주로 특성화된 건물에만 선택과 집중을 택하는 기업이었다.

자연히 태도가 다른 업체와는 남달랐다.

“전 소개받은 최성일 부장이라고 합니다. 저희 회사 특수 건설 3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조민우 역시 가볍게 인사를 하면서도 한 가지 사실에 대해서 의아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특수 건설이라 하시면.......”

“주로 일반 건물이 아니라, 보안을 특히 요구하는 은행이나, 소방서, 연구소와 같은 쪽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호오, 그 쪽은 다른 일반 건물과는 좀 달라서 그렇게 한 것처럼 느껴집니다만?”

“처음에는 저희도 일반 건설 쪽에서 담당을 했습니다. 그런데 건설하고 나면, 꼭 보안 문제 때문에 고객과 불만이 많이 접수되었죠. 결국 어쩔 수 없이 뒤 늦게 설계 변경을 해주기는 합니다.”

그는 당연히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몰랐다.

“그게 그렇게 문제가 됩니까?”

“당연합니다. 이런 설계 변경은 단순히 고객의 요구만을 들어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조민우도 ‘해당 관청’이라는 말이 나오자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하긴 그놈들이 끼면 없던 문제도 만들 놈들이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가?’

“그건 좀 그렇군요.”

“네, 거기에 일을 하다보면 항상 이런 일 저런 일이 겹치게 됩니다. 그러면 저희도 그렇지만 고객 역시 손실이 많았습니다.”

“으음, 그래서 아예 그런 쪽의 부서를 따로 전담하는 팀을 신설했다는 말입니까?”

“그런 정도가 아닙니다. 원래는 일반 건설이 8, 특수 건설이 2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것이 완전히 역전이 되었으니까요.”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일반 건설과는 확연히 다른 건설 회사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정성일 부장은 옆에서 조용히 대화에 귀만 기울인 채 흐뭇한 표정이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참 사람 하나는 딱 맞게 소개시켜줬다는 것은 아는 까닭이다.

조민우 역시 힐끗 그를 한 번 살핀 후에 곧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러면 제가 하나만 더 묻죠. 특수 건설 쪽은 어떤 점이 다르다는 말입니까?”

“제가 조금 전에도 들었습니다만 유전 공학 연구소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문 고가 장비가 당연히 많이 들어가겠죠?”

“그거야 그렇죠. 지금 구매하려고 알아보는 장비 중에 하나인 특수 전자 현미경만 해도 수십억 이상을 호가하니까요.”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 장비를 보관하는 건물은 아예 도난 방지책으로 재질도, 재질이지만 구조적으로 이동 자체에 제약을 두거나, 아니면 이동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 추가적인 설비를 해서 한계를 만들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과가 좋지가 않습니다.”

“설마 그걸 훔쳐가는 놈도 있다는 말입니까?”

“저런 사장님이 정말 모르시고 있군요. 그런 장비가 있으면, 경비를 기절시킨 후에, 아예 건설 차량까지 가져와서 아예 대놓고 훔쳐가는 놈도 있습니다. 세상 쉽게 보시면 절대로 안 됩니다.”

“.......”

조민우도 여기에 정말 뜬금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세상에 전자 현미경을 훔쳐가는 놈이 있다니.

만약 그렇다면 건설 문제도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 정도라면 훔쳐가기 쉬운 것은 더할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만약 DS X나, 문자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에 그것을 외부에서 훔쳐가는 놈이 있다면.......’

그건 정말 치명적이었다. 지금이야 몇 곳이 되지 않으니, 그나마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그런데 DS 유전 공학 연구소가 설립된 후에 본격적으로 시제품이 솟아져 나오면 상황이 달랐다.

분명히 세상의 관심이 몰린 것이 분명했다.

아니 그런 정도가 아닐 것이다.

‘세계적인 제약 회사나, 기업에서 DS를 노리게 될 수도 있어.’

억측일까?

그렇지 않다고 봐야 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

DS X만 놓고 봐도 사실 문제의 소지가 다분했다.

지금 L 그룹에서 조차 어느 정도 DS X에 대한 사실 일부를 파악하자 어떻게 해서라도 원천 기술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가?

아직은 인지도가 알려지지 않았기에 이정도일 뿐이다.

만약 본격적인 수출 시장이 열려서 DS X를 다른 세계의 유수 업체에서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하게 되면 상황이 많이 다를 것이다.

더욱이 DS X가 동물 세포 조직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면 인간의 수명을 늘리려는 연구와 같은 분야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했다.

‘그러면 산업 스파이를 비롯한 각국 정보 요원이 몰려 올 것이 분명해. 그리고 심지어 원천기술을 얻기 위해서 직원들을 협박할 지도 모르지.’

조민우는 그런 최악의 상황마저 염두에 두자 안색을 굳히고는 심각하게 생각을 거듭해야 했다. 그리고 이로 인한 위험성은 다양한 요소를 넣을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어.’

그는 확신을 가지자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정성일 부장을 힐끗 쳐다보았다. 과연 이런 점을 감안해서 이들을 불렀을까? 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정성일 부장은 아는 것도, 그렇다고 모르는 것도 아닌 표정을 한 채 그저 침묵만 지킬 뿐이었다. 지금 딱 봐서는 이런 것까지 감안해서 이들을 불렀을 것이 분명하다고 봐야 했다.

‘내가 이래서 정성일 부장을 좋아한다니까.’

하지만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마당.

지난 일 한 가지는 분명히 거론할 필요가 있었다.

“사실 얼마 전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네?”

상대는 깜짝 놀라서 반문하는 상황에도 무시하고는 자신의 뜻을 먼저 밝혔다.

“웃기는 것이 뭐냐 하면 그 놈들이 사용한 장비가 생각보다 괜찮을 거라는 겁니다. 그렇지 않고야 강철판을 무려 15cm 가까이 녹일 수는 없으니까요.”

“15cm 가까이 녹이다니요?”

처음에는 간단한 의문.

하지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추측에는 깜짝 놀라서 소리칠 정도였다.

“서, 설마 그러면 그 보다 더 두꺼운 강철판을 사용했다는 말입니까? 그런데도 강도가  침입해서 그것을 녹이려고 시도를 했다는 말입니까?”

“네, 강철판을 서로 덧대는 방식으로 엇갈리게 해서 15장 넘게 사용했죠. 전체 두께가 아마 2m, 아니 3m 정도는 족히 넘을 겁니다.”

“.......”

기가 차서 입을 다물어야 했다.

그런데 이건 그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정성일 부장 역시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새삼 놀라워했다.

“사장님, 저도 강철판을 사용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설을 보호하는 보안 철판 두께가 2m가 넘었다는 말입니까?”

조민우도 이 부분에 관해서는 자세하게 사정을 설명 해주었다.

“당시 정성일 부장님은 일 때문에 왔다 갔다 하셨지 않습니까? 그러는 동안에 좀 변경이 있었습니다. 원래는 통짜 강판을 그대로 사용하려고 했는데, 무게 때문에 도저히 안 된다고 하더군요. 그건 사용하면 너무 무거워서 지반이 내려앉는다고 하던가요?”

지반이 내려 앉는다니.

도대체 얼마나 무게가 나오기에 저런 말이 나오는 것일까?

“.......”

정성일 부장은 뒤 늦게 진실을 알고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를 멍하니 쳐다봐야 했다.

당연히 옆에서 듣고 있는 건설 담당자 역시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니 도대체 얼마나 중요한 것이 있기에 그렇게 무식하게 밀폐를 시켜버리고 하는 거지?’

솔직히 아무리 생각해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원칙대로라면 고객에 물을 내용은 아니지만 호기심을 살짝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더욱이 지금 봐서는 고객의 요청 또한 까다롭기 그지없었다.

“저기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까지 보안을 요구하시는 겁니까? 아 물론 기업 보안 사항이라면 말씀 안하셔도.......”

조민우는 딱 부러지게 결론 내려 주었다.

“그건 말할 수가 없습니다.”

“네?”

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오히려 상대의 질문 의도에 의혹을 드러냈다.

“기업 보안, 아니 특급 기밀이니까요. 따라서 그런 기준으로 연구소 자체를 만들면 됩니다. 도대체 그걸 왜 알고 싶어 하시는 거죠?”

“끄응, 정확히 어떤 기준인지 모호해서요.”

“기준요? 아주 간단합니다. 전투기, 아니 핵미사일이 바로 옆에서 터져도 무사할 정도면 됩니다. 따라서 용접기나, 절단기 따위로 뚫을 수 있는 정도의 설비면 곤란합니다.”

이게 결론이었다.

하지만 옆에 같이 자리한 김성한 부장은 눈살을 찌푸린 채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 했다.

물론 조민우의 요구가 이해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어떤 고객이라도 이미 특수 건물을 만들려고 하는 상황이면 어마어마하게 값비싼 물건을 보관하려는 용도인 것이 분명한 까닭이다.

‘하지만 이건 도가 너무 지나치군. 그럴 정도의 건물이라면 비용도 꽤 많이 들 텐데.......’

당연한 생각이었다.

그냥 추측 정도로 끝내지는 않았다.

“물론 조민우 사장님의 생각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그걸 가지고 저희 건설 측에서 왈가왈부 할 문제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뭘 알고 싶은 거죠?”

“다만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면 비용 자체가 적지 않게 들어갑니다. 아예 초기부터 그런 식으로 설계하려면 일반 건물에 비해서 두꺼워지는 문제부터 시작해서, 전체적인 하중까지 감안해야하기에 지반 공사 역시 성격이 좀 다릅니다. 아마 지금 확신할 수는 없지만 기존 동일 건설 공사에 비해서 적어도 10 배, 심하면 20배 가까운 비용이 들어갈 겁니다. 그런데 하시겠습니까?”

조민우는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물론이죠!”

“하지만 그 비용은 중소기업에서 대기가 좀.......”

그는 은근히 기분이 나빠서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제가 건설 회사 하청 경비를 떼먹을까 걱정을 하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다만 건설 중도에 문제가 생기면 저희는 이 건설 때문에 들어가는 초기 비용조차 제대로  회수를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야 알아듣기 어려운 말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좀 상황이 달랐다.

“하하하, 걱정 마십시오. 우리 DS 그렇게 만만한 회사는 아닙니다. 여러분이 걱정하는 일은 절대로 생기지 않을 겁니다. 뭐 정 불안하면 그건 계약서 옵션 조항으로 넣어줄 수는 있습니다. 다만 제가 요청하는 조건 몇 가지는 철저히 지켜만 주신다면 말입니다.”

“조건이라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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