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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우는 그제야 눈빛을 반짝였다.
“제가 조금 전에 충분히 설명을 했지만 어떤 상황에서 외부 침입에 대해서 막을 수가 있으면 됩니다. 당연히 보안 경비 시스템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하지만 그건 제어 장치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 경험이 많은 보안 경비원이 따로 있어야 할 겁니다.”
“호오, 그래요? 그러면 혹시 괜찮은 보안 경비 업체라도 아는 곳이 있습니까?”
“뭐 소개를 원하시면 못할 것도 없죠. 다만 그 비용에 따라서 워낙에 차별이 많아서요.”
“국내 최고 대우를 약속하죠.”
“으음, 그렇다면 상관은 없죠.”
간단하게 대답을 했지만 영 신통치 않은 김성한 부장이었다. 도대체 그가 아는 상식적인 대답과는 너무도 달라서였다. 그렇다고 마냥 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불평만 토로할 수는 없었다.
‘일단 본인이 하겠다니 하니, 원하는 대로 해 주기만 하면 되겠지. 하지만 정말 그대로 하게 되면, 건설 공사, 장비, 거기에 인력까지 포함한 전체 비용이 못해도 50억은 훌쩍 넘어갈 텐데.......’
그런데 이런 내심을 털어놓을 상황은 도저히 아니었다. 본인이 자기 돈을 가지고 저런 식으로 쓰겠다고 하는 데 뭐라고 하는 것조차 웃기는 일이었다.
2장 DS 유전 연구소 건설 공사
김성한 부장은 회의 중에 조민우 본인 입을 통해서 확인을 받기는 했지만 영 미심쩍었다. 이제까지 오랜 자기 업무 경험에 비추어봐서는 사람 말을 신뢰했다가 몇 번 당한 경험이 있기에 더욱 냉정했다.
스르르.
하지만 결국 추가 옵션이 들어간 계약서 사인이 끝나자 그렇게 생각할 수만은 없었다.
‘흐음, 설마 이 돈마저 때 먹지야 않겠지. 만약 지불 불이행이 되면 개인 부동산, 으음, 헉? 뭐, 뭐야? 100만 평이라고?’
다만 계약서에 적혀 있는 땅에 대해서 구체적인 언급은 없기에 정확한 시가는 알 수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아니었다.
일단 어느 정도 믿을만한 담보가 있다는 점이다.
회의를 끝내고 나오는 중에 최성일 부장은 이런 그를 보면서 간간히 웃음을 보였다.
“자네는 너무 까탈해서 문제라니까. DS는 자네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중소 회사와는 많이 달라. 그렇게 우습게 생각하거나, 의문을 표시하는 것은 아니네.”
“휴우, 부장님은 청한 건설 소속이니, 그렇게 편하게 말씀하시는 거죠. 저희 같은 외주 업체 입장은 많이 다릅니다. 제 때 돈을 받지 못하면 외주업체에 돈을 줄 수가 없습니다.”
“그건 나도 아네. 하지만 우리 청한 쪽에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편의를 많이 봐주는 것으로 아는데?”
김성한 부장은 부인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대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듣보잡 중소기업 같은 경우에, 이렇게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건설 같은 경우에는 망설여질 수밖에 없죠. 만약 문제가 터지면 청한 건설에서 그런 것까지 보상해 줄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쯧쯧, 이 친구가 의심은 정말 많군. 하지만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냐. 워낙에 요즘 건설 경기가 어려우니 당연하다고 봐야 할까? 하긴 요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마지막 잔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잖아.’
어느 정도 분위기를 파악하자 결국 몇 가지 사실 정도는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자네 DS에서 매달 버는 매출이 대략 어느 정도인지 아는가?”
“매출요? 중소기업이 벌어봐야 거기서 거기죠. 그런 이야기를 새삼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150억이네.”
“네? 한 달에 말입니까?
“맞네.”
한 달에 150억?
좀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중견 기업이라면 그나마 이해라도 갈 일이다. 그런데 DS는 솔직히 오늘 여기에 회의 들어오기 전까지는 전혀 듣도 보도 못한 회사였다.
“노, 농담이시겠죠?”
“농담이 아냐. 지난달에 수익은 무려 170억 정도라고 들었어. 그런데 아마 이달부터는 생산성에 좀 문제가 있어서 그렇게까지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군.”
“?”
황당한 표정으로 멍하니 그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중소기업이 한 달에 150억씩 번다는 것이 말이 되는 건가?
더욱이 지금은 경기가 점점 나빠져서 IMF 이래로 최악의 상황이라는 이야기가 종종 나오지 않는가?
간간히 나오는 이야기는 미국 부동산 모기지론 여파 때문에 세계 경제 전체가 큰 영향을 받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마저 들리는 상황.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였다.
최성일 부장 역시 현실을 모르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어느 정도 공식적인 경로를 통했기에 그나마 알고 있는 것뿐이다.
‘솔직히 지금 생각해보면 의혹이 가는 부분이 많지.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이미 정성일 부장 그 친구 통해서 확인까지 한 마당인데.......’
“그건 정말 믿어도 좋네. 정 그래도 의심이 가면 내가 이 말에 오만 원을 걸지! 물론 공평성을 위해서 자네도 걸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겠지?”
거금 오 만원(?)을 걸다니!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믿지 못할까?
그건 아니었다.
“으음, 정말 믿기지가 않는 군요. 월 매출이 150억이나 하는 중소기업이 있었다니.”
“더 놀라운 것이 뭔지 아나? 그 비용 중에 순이익이 무려 130억이 넘는다는 거야.”
“헐? 저, 정말입니까?”
“DS X가 어떻게 보면 물을 파는 장사네. 다시 말해서 그것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이라고 해봐야 얼마나 되겠나? 거의 들어가지 않지. 그러니 그 쪽에 문제가 생길 것을 걱정하는 것보다는 자네 회사를 더 걱정하는 것이 맞을 거야. 그러니 이번 기회에 최선을 다해서 한 번 제대로 실력 발휘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
김성한 부장은 어느 정도 설득을 받자 곧 바로 자신의 회사로 돌아와서는 보고를 해야 했다. 물론 이 안에 대해서 사장에게 따로 설득을 시켜야 했는데, 쉽지만은 않았다.
-야, 병신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할 것 아냐? 이게 상식적으로 있을 수가 있는 일이야! 김성한, 너 회사 다니기 싫어?!!!
처음으로 욕설을 들었지만 어느 정도 인내를 가지고 설득을 한 끝에는 반응이 좀 달랐다.
-이봐, 김성한 부장, 진작 그렇게 알아듣도록 말을 했어야 할 것 아닌가!
“.......”
‘그런 기회나 먼저 주고 욕을 하던지!’
내심 부아가 치밀었지만 이내 이런 감정을 털어버렸다.
***
김성한 부장은 어느 정도 공식적인 사장 승인까지 받게 되자 곧 바로 DS 연구소 건물 공사 일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가 있었다.
물론 경비를 비롯한 모든 부분에 있어서 조민우가 요청한 것을 따라주는 것은 당연했다.
특히 보안 장비의 경우에는 과거 은행에서 적용이 처음으로 되었던, 레이저를 이용한 첨단장비까지 사용하였다.
사람을 구분하는 것도 단순히 지문만을 채택한 것이 아니라, 안구, 음성, 보안 카드, 여기에 지문까지 포함해서 입체적인 보안 시스템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하드웨어적인 문제만으로 끝낸 것이 아니었다. 소프트웨어 적으로 이런 장비와 연동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거기에 건물 구조 자체는 이미 최성일 부장이 따로 그 사양을 보내어야 했다.
워낙에 두꺼운 강철판을 많이 사용하기에 건물 미관 자체가 문제가 되는 까닭이다.
‘이건 정말 문제가 될 것 같군.’
***
최성일 부장은 이미 DS와 사전에 조율도 조율이지만 생각보다 정성일 부장이 보내온 계약금 지급 내용에 관한 보고서를 보고는 꽤나 만족했다.
‘이번 일은 확실히 다른 일에 비해서 빠르군. 확실히 수익이 짭짤하기는 하지.’
워낙에 조민우가 비용에 신경 쓰지 말라는 주의를 받았기에 중간에 남는 수익도 다른 일반 건설에 비해서는 월등한 탓이다.
다만 그도 디자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만한 유전 공한 연구소의 보안 요청 기준 자료에 따른 김성한 부장이 보내온 보고서를 받고서는 다소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생각보다 일이 만만치 않겠군.’
자연스러운 생각이었다. 중간 중간에 강판을 더 대어 놓은 부분 때문에 건물 디자인 전체에 영향을 불가피하다는 것을 곧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첨부되어 문서에도 그런 부분에 관해서는 세세하게 나와 있었다.
따라서 이 부분은 건설 시공 전에 반드시 선결되어야 했기에 다른 실무자를 불러 곧 바로 여기에 대한 협의를 거쳐야 했다.
처음에 나온 반응은 다들 비슷했다.
-와우, 우리가 지금 만화에나 나오는 마징가 Z를 위한 거대 지하 비밀 기지라도 만드는 겁니까? 여기에 지하에 헬기장까지 만들고, 지면에서 상하로 열리는 장치가 설치하면 딱 입니다!
최성일 부장도 피식 웃으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이왕이면 시범으로 본 조민우표 강판으로 덮여 있는 DS 생산 설비도 잠깐 볼 수가 있었는데, 그 부분에 관해서도 설명을 해주었다.
“DS의 조민우가 사장이 원하는 것은........이런 것이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네. 그리고 추가적으로 DS 생산 보호 설비는.......형태로 되어 있었네. 솔직히 나도 그걸 보고는 좀 놀랐지.”
당연히 설명을 듣자 나온 반응은 놀람이었다.
“네? 전체가 3m 두께가 나오도록 강판을 서로 덧대어서 만들었다고요? 저희들 보고 그 말을 믿으라는 말입니까?”
“믿어야 하네. 내가 직접 봤으니까.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설비를 뚫기 위해서 강도가 직접 작업까지 했다는 것이 중요해. 물론 실패를 했지만.......아니 성공할 리가 없었겠지. 다시 말해서 누군가 DS의 보안 자료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 성립이 되네.”
“.......”
순간 회의실 안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잘 들어보면 논리에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이런 것을 감안하면 정확히 어떤 용도의 건물을 만들자고 하는 것인지 조차 의아스러웠다.
결국 견디다 못한 한 사람이 다시 질문했다.
“혹시 우리가 청와대 내부의 보안 설비를 만드는 것은 아니겠죠?”
“그건 아니네, 일반 회사의 연구 시설물이 맞아. 다만 그 쪽 사장 생각하기에는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뿐이네!”
간단한 결론이었다.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었다.
다들 황당해하던 실무자들 역시 이 말을 듣자 다들 머리가 아픈지 골치 아픈 것은 털어버리고 결국 자신이 해야 할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결국 문제는 이렇게 두꺼운 강판이 건물 중간 중간에 들어가는데, 그것이 미관을 해치지 않도록 해 달라는 요구이군요?
-그런 셈이지.
이렇게 나온 결론.
처음에는 몇 가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그 의견은 결국 한 가지로 좁혀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지금 DS 요구하는 사양을 최대한 활용해서 디자인하는 것은 어떨까요?”
“호오, 그게 무슨 말인가?”
실무자 한 사람은 개요만 간단하게 스케치한 그림의 이곳저곳을 우선적으로 손을 보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그림은 둥근 원기둥 모양이었다. 다만 위쪽으로 갈수록 오히려 폭이 넓어지는 특이한 형태의 건물 구조였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유가 있었다.
“이런 식이 되면 외부에서 벽을 타고 침투하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곧 바로 원기둥 모양의 건물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보이는 단면을 가지고, 직경 형태로 동일하게 선을 그었다.
“자 여기 보시면 이런 식으로 해서 두꺼운 강철판을 덧대는 방향으로 가는 겁니다. 여기에 다른 건물에 필요한 단열제 같은 것들을 넣으면 되겠죠? 다만 이렇게 해놓으면 철의 특성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있으니, 서로 엇갈리게 해서 어느 정도 공기가 통하도록 하면 되겠지요.”
최성일 부장은 뭔가 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겉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좀 거부감이 들었다.
“그런데 외부에서 보게 되면 마치 두꺼운 강철로 각 건물 블록을 나누어 놓은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그러면 위화감이 생기지 않을까?”
“그건 상관이 없습니다. 도색 칠을 할 때 효과를 좀 다르게 주면 됩니다. 그러면 외부에서 본 사람 입장에서는 단순히 현대식 건물 디자인이라는 측면에서만 받아들이게 될 겁니다.”
“흐음, 그런가?”
그는 턱을 잠깐 쓰다듬으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 했다.
‘그렇게 나쁜 것 같지는 않군. 저 친구 말대로 현대식 건물로 최대한 위장 효과를 내면 충분히 강철판 문제로 인한 효과를 해결할 수가 있겠군. 거기에 강철판 역시 통짜가 아니라, 중간 중간에 서로 엇댄 방식이잖아? 따라서 보안 설비나 이런 면에 대해서는 내부 설계 시에 용이하겠군.’
만약 이렇게 해서 어느 정도 작업 진행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나머지 콘크리트 사용하는 것은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