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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설계가 좀 까다롭겠군.”
“그렇죠. 거기에 미관을 위해서 유리창을 넣는 경우에는 강화 유리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 될 겁니다. 다만 그렇게 사용된 방 자체는 구조적으로 완전 분리시킨 형태로 만들어 버리면 외부에서 침입자를 원천 봉쇄할 수가 있을 겁니다.”
“외부 침입자? 자네라면 저런 건물에 침입할 수가 있겠는가? 이건 막말로 통짜로 만들어진 쇠 덩어리나 마찬가지인데?”
“저요? 당연히 아니죠. 아마 이 건물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안다면 누구도 엄두를 내지 않을 겁니다. 설사 추가 보안 장비나, 경비원이 없다고 해도 말입니다.”
“좋아, 그러면 그렇게 진행하는 것으로 하지.”
“알겠습니다.”
결론이 이렇게 내리지자 우선적으로 조민우에게 곧 바로 보고서가 보냈다.
***
다음 날.
조민우는 요즘 들어서 유전 공학 연구소 설립 지시를 내린 후에 의외로 기분이 좋았다.
더욱이 이미 거기서 일할 사람까지 어느 정도 할당을 끝낸 마당이 아닌가?
‘두 사람이 완성된 유전 연구소를 보면 좋아하겠지?’
절로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런데 이건 잠깐 뿐이었다.
곧 자신의 처지가 떠올랐다.
지금은 자신의 집을 개조해서 임시 창고 식으로 꾸려나가다가 임시 사옥을 만들기는 했지만 그다지 좋지만은 않다는 느낌미이 들었다.
완전히 조립식으로 만들어져서 창고 같은 느낌을 주는 집이 좋을 리가 없었다. 설사 그 건물을 건설 할 때는 재정적인 상황이 되지 않아서 어쩔 수가 없다고 해도 말이다.
그런데 직원들은 저런 건물에서 군소리하지 않고 자신을 따라주는 것이 참으로 고마웠다.
물론 그가 없을 때도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도대체 요즘 사장님은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걸까?
-응? 그게 뭔 소리야? 조민우 사장님이 얼마나 대단한 지는 자네도 잘 알면서 그 딴 소리를 해?
-휴우, 내가 언제 사장님 능력을 비하했어. 우리 근무 여건을 가지고 문제 삼은 거지.
-허어, 이 친구가! 이 정도 사옥이 있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할 일이야.
-쯧쯧, 지난 달 매출이 170억이 넘는다고 들었어. 그런데도 그런 소리가 나와?
-응? 그건 또 무슨 개소리야?
-다들 그 이야기 듣고는 난리가 났어. 누가 입에서 나온 소리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월 매출이 무렵 170억이야. 그러면 순이익이 아무리 적게 잡아도 150억이 넘어.
-헐? 어, 엄청 나네. 그러면 인센티브나 이런 것을 주지 않아서 그렇게 불만인가 보군.
-인센티브? 이 친구가 지금 사람을 어떻게 보고 하는 소리야? 지금 받는 연봉만 해도 내가 하는 일에 비해서는 나쁘지 않아. 더욱이 DS는 자기만 큰 사고만 치지 않으면 정년이 보장 되는 회사잖아?
-하긴 그런 면이 좀 있지. 사장님이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의외로 철저하사니까. 그러면 도대체 왜 그렇게 불만인 건가?
-아니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인센티브 주지 않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가 있어. 하지만 최소한 본사 사옥만큼은 쫌 뽀대가 나와야 하지 않나? 아니 그 정도까지 바라지도 않겠어. 최소한 겨울에는 보온이 되고, 여름에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지금 보라고. 그게 가능이나 하겠어?
“.......”
그도 간간히 회사를 방문하는 중에 이런 소리를 듣게 되면 솔직히 할 말이 저절로 사라졌다. 이건 직원들을 뭐라고 할 이야기가 아닌 탓이다.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충분히 직원 복지 혜택을 줄 수도 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휴우, 이거 내가 너무 앞만 보고 달렸군.’
직원 복지 문제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봐야 했다.
조민우는 곧 청한 건설에 보내온 보고서를 받자 일단 급한 일부터 먼저 확인해야 했다.
‘일단 원하는 대로 되기는 했어.’
그런데 자연스럽게 연구소 건물 건설과 관련해서 떠오른 것은 직원들의 불만이었다.
‘이거 좀 고민을 해야겠는 걸?’
물론 이 부분은 고민을 거듭해도 답이 쉽게 나오지가 않았다.
***
조민우가 청한 건설에서 온 보고서와 더불어서 직원들의 고민을 알게 되자 이내 고민에 빠져 들어갔다. 이대로 진행하면 무슨 문제가 생길지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탓이다.
그렇다고 보고서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었다.
‘흐음, 나쁘지는 않아. 아니 정확히는 내가 원한 대로 충실하게 반영이 되었어. 하지만 이 유전 공학 연구소 건물이 먼저 올라가게 되면, 직원들에게 욕을 많이 먹겠군.’
그건 곤란했다.
결국 다시 정성일 부장을 불렀다.
“정성일입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아, 잠깐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혹시 유전 연구소 건설 때문입니까? 하지만 그건 이미 결정이 난 상황입니다만?”
눈치는 참 빨라요.
“크흠, 그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업체 쪽에서 최종 검토 요청이 들어와 있는 보고서를 보면 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갑니다. 1차적으로 들어가는 비용만 해도 벌써 20억 정도이니까요.”
그런데 정성일 부장은 의외로 무덤덤했다.
“비용이 좀 들어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DS X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또 다른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해서 투자하는 것이니,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조민우는 그렇게 반대하던 사람이 이렇게 자신을 저렇게 옹호하는 표현을 하는 것을 보자 수긍이 잘 되지가 않았다. 다만 그렇다고 입만 다물고 있을 수는 없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 짚고 넘어갔다.
“정말 뜻밖이군요. 며칠 전에는 그렇게 반대를 하던 분이 이런 식으로 태도를 싹 바꾸시다니요. 솔직히 좀 실망입니다.”
“하하하, 그거야 제가 사장님을 오해한 것뿐입니다. 사장님의 뜻을 안 이상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누가 뭐래도 사장님의 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까요.”
아예 대놓고 금칠을 하자 무안하기 그지없었다.
“크흠, 좋아요. 그렇다면 그 부분은 그냥 넘어가죠. 다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비록 연구라고 하지만 이렇게 고가의 건물을 건설하는데, 사옥은 그냥 오두막집이나 마찬가지여서 말입니다.”
정성일 부장은 그제야 조민우가 왜 자신을 호출했는지 금방 알아챘다.
“아, 신사옥까지 세우자는 말입니까?”
조민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바로 그것입니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서 같이 하나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어요. 더욱이 사옥이야 그렇게까지 보안이 필요하지 않으니, 일반 건설 구조를 따르면 지금 연구소 비용에 비해서 십분의 일도 채 안 들어가니, 부담은 없죠.”
“하지만 연구소와는 달라서 규모 자체가 커서 둘이 비교하면 비용은 비슷할 텐데요?”
“그게 문제이기는 합니다. 혹시 자금 사정에 문제가 있습니까?”
“아, 그건 아닙니다. 이달까지 최종적으로 들어온 순이익만 해도 200억이 넘습니다. 따라서 그건 문제가 안 됩니다. 다만 서울에 어느 정도 부동산 가치가 있는 곳이 아니라, 이런 변두리에 그런 건물을 짓는 것이 좀 그렇습니다.”
“왜요? 부동산 값이 오르지 않을 것 같아서요?”
“하하하, 솔직히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요즘 들어서 보면 사장님이 잘 이해가 안 될 때가 좀 있습니다. 제가 사장님이라면 차라리 서울 쪽에서 부지 좋은 곳에 아예 사옥을 매입해서 부동산 시세 차액만 노려도 괜찮아 보이니까요.”
조민우도 지난 사업할 때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는 피식 웃었다.
“그건 이미 지긋지긋하게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그렇게 해서 얻은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공기 맑고, 경치 좋은 곳에서 새로 사업을 시작한 것이니까요.”
그의 말은 꽤나 의미심장했다.
굳이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좋다.
어느 정도 좀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다.
이런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이건 과거에 그렇게 치열하게 살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부분이었다.
정성일 부장은 누구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에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 사장님이 아직 전 사업부도의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그러니 수익이 생겨도 사업 규모를 키우는 것 보다는 차라리 그것에 안주하면서 윤택한 생활을 하려는 것 같아.’
문득 떠오른 생각.
그런데 과연 이것이 마냥 부정적일까?
그렇지는 않았다.
서울 좁은 도시 한 복판에서 다닥다닥 사람에 치여서 사는 곳보다는 이렇게 한적한 곳에서 신선노름하면서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실제로 직원들 중에 적지 않은 이들이 처음에는 반감을 가졌지만 지금은 만족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
심지어 그래서 근처에 아예 서울에 있는 가족들을 데려오기 위해서 새로 집을 알아보는 이들 마저 있었다.
‘그건 아무래도 사장님의 뜻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해서라고 보는 것이 맞겠지.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뭐, 사장님의 그런 생각에 대해서 저도 처음에는 좀 썩 좋게 보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반대입니다. 덕분에 아마 2-3개월 후부터는 제 가족들도 대구로 내려올 생각입니다.”
조민우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헐? 그래요?”
“네, 와이프를 설득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는데, 내려와서 살기로 협의를 봤습니다.”
“하지만 애들 교육이 문제가 될 텐데요?”
“애들요? 휴우, 요즘 중, 고등학교가 어떤 아십니까? 겁이 나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가 힘듭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이 근처 조용한 곳에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다 봅니다.”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자라나는 아이들이라면 최소한 서울에서 생활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저도 그런 부분에 고민을 좀 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 생각하면 대구 시내 근처의 중, 고등학교에 보내면 되겠죠.”
그도 여기까지 듣자 마냥 그의 의견에 반대을 위한 반대만 내놓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는 말씀은.......”
“네, 솔직히 DS만 봐도 지금처럼만 꾸준히 2-3년 유지한다면 그렇게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물론 안주하는 것이 다소 부정적이기는 합니다.”
“그런 점은 지적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제가 그 부분을 딱히 걸고 넘어지지 않은 것은 당연히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처럼 DS 유전 연구소를 만들어서 시간을 두고 꾸준히 연구를 거듭한다면 오히려 그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말로 DS X2나, X3에 대응되는 신제품만 나와도 회사 매출은 몇 배로 커질 테니까요.”
“.......”
이건 그도 어느 정도는 생각해보기는 했지만 사업적인 관점에서 치열하게 고민한 것은 아니라서 입을 다물어야 했다.
양심이 꽤나 찔린 것이다.
사장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고민이었다.
X2? X3? X4? X5?
그런 것은 아예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 보다 정확했다. 당장에 진행하려는 것은 어디까지나 DS X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큰 요소였다.
‘다크의 환골탈태 때문에 연구소를 설립하려고 했다고 봐야겠지?’
그런데 문제는 이것뿐이 아니었다.
지금까지도 보면 너무 목적 없이 일을 진행했다고 봐야 했다.
물론 처음에는 그렇지가 않았다.
조민우도 이 때문에 자신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야 비로소 곧 그게 언제부터인지 떠올릴 수가 있었다.
‘DS X 양산 마법진에 실패하면서 부터인가?’
바로 사업 부도라는 큰 실패 후에 또 다른, 비록 작다고는 하지만 실패로 인해서 자신이 실의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그는 그제야 이런 사실을 뒤 늦게 깨닫자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했다. 자신의 일도 일이지만, 주변에 같이 딸려 있는 식구들을 감안하자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일단 사내 복지의 일환은 직원들 자식에 대한 교육 문제도 좀 생각을 해봐야겠어. 정 안 되면 아예 사립 교육 기관을 하나 만드는 것도 괜찮겠지!’
“휴우, 알겠습니다. 그러면 일단 본사 사옥 건물 역시 같이 신축하는 것으로 하죠. 그건 바로 청한 건설 쪽에 보고서를 보낼 때 요청을 하시기 바랍니다. 건물 구조는 외관적으로 봤을 때 유전 연구소와 동일한 구조로 요청하면 나머지 검토 과정이 많이 줄 겁니다.”
여기까지 일단 결론을 내리고는 곧 바로 조금 전에 자신이 미안함을 떠올리고는 몇 가지 직원들을 위한 의견을 내놓았다.
“일단 사옥에 6층-9층까지는 가능하면 직원 복지 시설을 둘까 합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요?”
조민우는 다소 부드러워진 눈길로 정성일 부장을 쳐다보았다.
“미덥지 못한 저를 믿고 여기 외딴 곳에까지 와서 일을 다시 한 직원들을 위해서 편의시설을 만들겠다는 이야기입니다. 기본적으로 당구장, 족구장, 탁구장, 영화관과 같은 시설을 말하는 겁니다.”
“하,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그는 손짓으로 그의 입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이것이 끝나면 사내 직원들을 위한 아파트 하나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것 외에 따로 다른 편의 시설은 건의를 받아서 이 근처에 설립하는 것으로 하죠. 땅은 충분하죠? 백만 편인데, 설마 부족하겠습니까?”
“.......”
정성일 부장은 복잡다단한 표정을 한 채 입을 다물어야 했다. 조민우의 마음은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도 조민우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고를 고개를 내저었다. 조민우가 고집을 피우면 소용이 없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휴우, 직원들이야 좋아하겠지. 하지만 이런 식으로 방만하게 돈을 사용하게 되면 DS가 과연 제대로 성장할 수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