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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그런데 내색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한 가지 미처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가장 성공한 사장의 공통점 중에 한 가지는 바로 신뢰를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로 직원들에게.
그리고 조민우의 말과, 행동은 과거 사업 부도를 겪으면서 잃었던 신뢰 일부분을 회복하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3장 DS 본사 사옥 건설 공사
최성일 부장은 보고서를 보낸 후에 곧 바로 연락이 오리라 생각하고 기다렸다. 그런데 이놈은 함흥차사란 말이 무엇인가 보여 주려는지 도통 연락이 없었다.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거 설마 건설 공사 취소되는 것 아냐?’
막연한 불안?
그것은 아니었다.
그가 보기에 지금 DS 유전 연구소 건설 공사는 너무 선을 넘어선 건물이라고 보았다.
이런 건물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정신이 이상하지 않고는 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 되는데, 도대체 뭐 보호하기 위해서 그런 시설을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
간간히 이런 의문도 들었지만 오래 가지는 못했다.
일단 기다리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그리고 최종 검토가 끝난 내용이 이 메일로 도착한 것은 그가 도저히 참지 못해서 전화기를 딱 들 무렵 정도였다.
‘보자, 역시 예상 대로군. 뭐 당연하다고 해야 되겠지. 어차피 DS에서 요청한 대로 충분히 반영했으니, 다만 비용 문제가 좀 걱정이 되었는데, 잘 해결이 되었나 보군.’
여기까지는 예상한 대로였다.
그런데 그 다음 상황은 좀 달랐다.
‘어라? 이건 뭔지? 추가 건설 요청 건이라니?’
최성일 부장은 이내 보고서 내용 그 다음에 추가로 들어와 있는 내용을 다시 한 번 쭉 읽어보고는 곧 이어서 깜짝 놀랐다.
‘헐? 본사 사옥 건물도 같이 신축해 달라는 말이잖아? 더욱이 규모는 500명 정도를 수용할 정도의 건물로 하라고?’
대박이었다.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는 무조건 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 보고서 나머지 내용 전부를 다시 몇 번 읽다가 한 가지 조항을 보고는 이내 안색을 잔뜩 찌푸렸다.
‘DS 사옥 건물 디자인인은 DS 연구소와 동일하게 하는 것으로 하데, 일반 건설 기준으로 해달라고?’
어떻게 보면 쉽게 하자는 취지에서 보낸 것이지만 상황은 그렇지가 않았다.
DS 유전 연구소 디자인 자체가 아예 침입자를 최대한 격퇴하기 위한 요소가 꽤 많이 들어가 있는데, 그건 일반 건설 공법으로 좀 힘들었다.
‘끄응, 골치 아프게 하는군.’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다른 건물 디자인을 가져가게 되면 이것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이 생기고, 그 차액이 꽤 발생한다는 점이다.
아마 그런 점을 부각시켜서 요청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그렇게 하면 한 가지 좀 부담스러웠다.
‘이거 괜히 긁어서 부스럼 내는 것이 아닐까? 아마 그 차액만 해도 수억 정도는 될 텐데.......’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건설 수주가 갑자기 두 개 온 상황에서 이런 요청을 하게 되면 상대가 좋아할 리가 없다는 점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다른 건설사로 바꿀 수도 있겠지.’
그건 곤란했다. 다만 이 문제는 자신이 혼자 판단할 문제는 결코 아니기에 곧 바로 보고서를 들고는 사장실로 향했다.
***
청한 건설 사장실.
“지금 DS에서 온 추가 건설 공사 관련된 내용은.......와 같은 상황입니다.”
최성일 부장 역시 김성한 부장처럼 이미 사장에게 비슷하게 깨진 사례가 있었기 때문인지 자신이 설명을 하는 중에 사장이 묵묵히 듣기만 하자 기분이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청한 건설 사장은 다 듣고 나서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좀 애매하군.”
“네, 아마 추가 차액을 요청하게 되면 아마도........”
“다른 건설사로 바꿀 수도 있다?”
“일반 건설이니, 굳이 저희 쪽에 할 이유는 없습니다. 효율적인 면만 봐도 아마 다른 건설 회사에 주는 것이 시공 일정 단축되겠죠.”
현실적인 문제를 일단 걸었다.
청한 건설 사장 역시 이미 이전 수주 건 때문에 김성한 부장과 협의한 바가 있기에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이 친구 일 처리가 이렇게 대단했던가? 다른 친구와는 좀 틀리군. 일 처리하는 것도 생각보다 원만하고, 나쁘지가 않을 것 같아.’
“자네 생각은 어때?”
최성일 부장은 곧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지금 DS에서 하는 것을 봐서는 단순히 이 두 개의 건물 시공으로 끝낼 분위기는 아닙니다. 아마 곧 이어서 주렁주렁 새로운 건물을 만들 상황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 사옥 건설 관련해서는 저희가 좀 양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해서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죠? 일반 다른 건물 건설에 비해서는 역시 수익이 꽤 크니까요.”
“호오, 그래?”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만나 본 DS의 조민우 사장은 나이가 젊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뛰어난 점이 많은 친구입니다. 그런 것을 감안해서라도 적절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이 맞다 봅니다.”
“좋네, 그렇게 진행하게.”
“알겠습니다.”
최성일 부장은 뜻밖에도 사장의 허락을 쉽게 구하자 더 머뭇거리지 않았다.
곧 실무자를 전원 소집해서 이 두 가지 건설 관련해서 바로 진행을 시킨 것이다.
-공사는 다음 날부터 바로 진행하지. 외주 업체 쪽에도 그렇게 지시를 내려서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전하고.
꽤나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곧 다음 날부터 바로 반영이 되었다.
***
조민우는 청한 건설에 보고서를 보낸 후에도 이런저런 자질구례한 일로 좀 바빴다.
거기에는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는 것은 역시 대학 강의였다.
다만 이전과는 좀 태도가 많이 달랐다.
-야아, 오늘도 좀 부탁 하자.
-선배님, 이거 대리 출석도 하루 이틀이지, 이건 좀 너무한 것 같습니다.
꼭 이런 소리 하는 놈이 있었지만.
-그러면 너는 나중에 내가 한턱 쏘는 파티 할 때 열외다. 그 때 다른 미대 쪽에 연락해서 괜찮은 애들로 꽤 많이 부를 생각인데, 뭐 싫다고 하니 어쩔 수가 없지.
-자, 잠깐만요.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자식, 내가 후배들에게 해준 것이 그다지 많지 않잖아? 그래서 한 턱 쏘려고.
-아이, 선배님, 제가 언제 대리 출석을 안 하다고 했습니까?
-그래? 그러면 해줄 거지?
-물론이죠.
이렇게 간단히 해결이 가능했다.
그리고 곧 바로 회사로 향했다.
물론 항상 옆에서 자리를 같이하는 최현주는 이러지 못했다. 두 사람은 결국 발만 동동 구르면서 강의를 들어야 했다.
조민우는 그런 모습을 보았지만 의도적으로 모른 척하고는 곧 바로 본사로 가서 밀려 있는 잡다한 업무 처리를 해야 했다.
뭐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올라온 보고서에 대해서 사인을 해주는 일이니까.
그런데 이것도 은근히 생각보다 많았다.
처음에는 자신도 꼼꼼하게 서류를 보았지만 규모가 1억 이하 거래는 아예 내용도 안 보고 그냥 사인하는 것으로 바꾸는 것도 그다지 이상한 것만은 아니었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만 갔다. 그리고 건설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주변에는 어떻게 된 것인지 조민우를 찾는 사람은 없었다. 그건 한성 제약이나, 다크에게 된통 당한 조폭(?)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런 바쁜(?) 일상에 빠져 있는 그를 찾는 사람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었다.
“호오, 이 신안구 부 군수님이시라고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가 바로 정춘식 부 군수라고 합니다.”
조민우는 힐끗 정춘식 부 군수의 이모저모를 살피기 시작했다.
보통 부 군수라면 어떻게 보면 군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사람을 뜻한다. 당연히 거기에 부합되는 오만함이나 이런 면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정춘식 부 군수는 그렇지가 않았다.
그는 그다지 내색우지도 않았으면서 그렇게까지 고개를 숙이는 사람은 아니었다.
나이가 대략 오십대 초반 정도이기에 어떻게 보면 당연한 모습일 수가 있지만 꼭 그렇게 생각할 수만은 없었다.
권력의 속성이 사람을 어떻게 변하게 하는 지 누구보다 잘 아는 까닭이다.
‘흐음, 대구 한적한 군의 부 군수라서 그런 것일까? 권력자가 가지는 그런 면이 보이지 않아서 좀 신선하네.’
“저는 이미 아시고 게시겠지만 조민우라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로 부 군수님이 이렇게 누추한 곳까지 오셨는지요?”
“허어, 이곳까지라뇨. 어떻게 보면 우리 신안구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일을 하시는 분이 아닙니까? 제가 이렇게 먼저 인사드리는 것이 당연합니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다.
자신이 신안구에 무슨 혜택을 주었다는 말인가?
“그건 알 수가 없군요. 저 같은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 그렇게까지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하하하,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이 구역에는 일절 일을 할 만한 곳이 없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이 이곳에 사옥을 세우고, 임시 공장을 세우면 서서히 일자리를 만들지 않습니까?”
‘일자리라.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군. 하긴 이곳에 계속 있게 되면 아무래도 점점 채용하는 직원 수가 늘 수도 있겠어. 하지만 아직은 아닌데.......’
“지금 당장에는 계획에 없습니다.”
“물론 그렇겠죠. 하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당연히 사람을 채용하려 할 것이고, 그러면 공장 규모 역시 늘어나겠죠?”
조민우 역시 이런 점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시간이 지나서 어느 정도 자본이 축적되면 자연스럽게 이런 수순으로 흘러간다는 것 정도는 예상이 가능했다.
중요한 사실은.
‘사실 그것을 감안해서 지금 땅을 구입한 것도 있지. 이 주변에 아예 대규모 DS 연구 단지를 만들 계획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이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그건 아마 지금은 아니라고 해도, 앞으로 그렇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것과 부 군수님과 무슨 관계라도........”
“하하하, 저희 지역에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공장이 늘어나게 되면 덩달아서 이 지역에 사는 구민들은 당연히 좋아하겠죠. 그러면 저희 입장은 더욱 인정받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결과적으로 보면 저희 입장에서 DS 공장을 이곳에 유치한 것이 되니까요.”
“그렇다는 말씀은.......”
“네, 혹시 저희가 도와주거나, 아니면 애로 사항 같은 것을 미리 말씀 해달라는 이야기입니다. 가능하면 그 모든 것은 DS에 유리하도록 해드리겠습니다.”
“흐음, 그래요?”
조민우는 그제야 부 군수가 왜 자신을 찾았는지 알아채고는 턱을 쓰다듬었다. 설마 이런 경우를 경험하게 될 지는 그도 미처 몰랐던 것이었다.
‘서울이나, 경기 쪽만 해도 공장 하나를 설립하려면 인허가를 모든 받아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장난이 아니지. 아니 있던 절차조차도 교묘하게 비비 꼬아서 그것을 이용해서 돈을 뜯어 먹으려고 했잖아?’
비록 지난 일이기는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공무원이라면 치가 떨리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완전히 그와는 반대였다.
오히려 어떻게 해서라도 허가 과정을 줄여줄 수 있다는 태도였다.
심지어 필요하면 아예 직원을 여기에 파견해서 일처리를 도와주겠다는 태도였으니.
‘으음, 이 지역에 터를 얻은 것이 이런 장점이 있었다니!’
조민우는 참 뭐라고 설명할 길이 없어서 힐끗 같이 옆에 자리한 정성일 부장을 힐끗 쳐다보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 역시 꽤나 기묘한 표정을 하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그는 서울 쪽으로 처음에 사옥이나, 공장을 배치하자는 의견이었는데, 이런 상황을 접하자 생뚱맞은 표정이었다.
부 군수는 갑자기 그가 입을 다물어버리자 눈치를 살폈다.
“저기 혹시 제가 무슨 잘못 말한 것이라도?”
“아, 그건 아닙니다. 다만 좀 너무 생각도 못한 일이라 서요. 신안구에서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 줄지는 몰랐습니다.”
“허어, 무슨 말씀입니다. 이미 이곳 주변에 백만 평의 부지를 매입하신 땅 갑부인 조민우 사장님 아닙니까? 당연히 편의를 봐드려야죠.”
“어? 그것도 알고 계셨습니까?”
“하하하, 당연합니다. 무려 백만 평 가까운 거래인데, 저희가 모를 수가 있겠습니까? 계약을 하실 때 그 내용이 전부 저희 신안 구청 쪽으로 다 올라옵니다. 그리고 솔직히 저희가 편의를 봐주지 않았다면 그렇게 쉽게 계약 진행이 어려웠을 겁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