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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식 부 군수는 굳이 지난 일을 꺼낼 이유가 없기에 이내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닙니다. 그냥 그렇게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 다시 말해서 저희는 조민우 사장님이 오로지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다만 부탁이 좀 있다면.......”
그는 그제야 눈빛을 반짝였다.
“호오, 그게 뭐죠?”
“아무래도 직원 채용 시에 저희 신안구민 중심으로 좀 부탁을 드렸으면 했어요. 이 지역 출신이 의외로 사람들이 좋습니다. 그런데 워낙에 이곳에 일자리가 없어서 놀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좀 그런 점을 감안해주셨으면 해서요.”
“아, 그런 문제가 있었군요.”
간단한 대답.
그런데 내심마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조민우도 뒤 늦게 한 가지 사실을 알아챈 것이다.
‘하긴 지금 불경기라서 취업난 때문에 난리잖아? 우리 대학 졸업생조차 힘들어서 죽을 지경인데, 이런 외딴 지역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
이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실제로 심각했다.
신안구 내에서 공식적인 조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파악된 바로 백수 비율이 무려 60%가 넘어서 다른 지역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많은 곳이었다.
신안군 군수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이 문제가 정말 아킬레스건이나 마찬가지였고, 이 때문에 거의 매일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어떤 기업도 아무런 이점이 없는 신안구에 와서 뭔가 하려하지 않은 탓이다.
조민우도 굳이 자세한 말을 듣지 않아도 이제까지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금방 추리가 가능하자 부드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분은 제가 한 번 심각하게 고민해보겠습니다.”
뜻밖의 이야기였다.
정춘식 부 군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기까지 와서 겨우 이십대 젊은이에 허리를 숙이면서까지 자존심을 꺾어야 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듣자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지, 진정이십니까?”
“하하하, 당연하죠. 몰랐다면 모르지만 안 이상 방치할 수만은 없죠. 요즘 우리나라에 청수 백수가 넘쳐나서 사회적인 물의까지 일으키는 마당 아닙니까? 더욱이 제가 능력이 안 된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지금 상황을 봐서는 또 그렇지가 않습니다. 지금 일이야 굳이 노동력이 많이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일은 꼭 그렇지가 않을 수도 있죠.”
“무슨 말씀이신지?”
조민우는 그제야 눈빛을 반짝였다.
“일자리가 필요한 일을 만들면 됩니다.”
“아, 그, 그게 정말입니까?”
“어떻게 보면 제 아버님 또래 연세의 부 군수님 아닙니까? 그런데 이렇게까지 간청을 하는데, 그걸 모른 척할 수는 없죠. 한 번 심각하게 고민해보겠습니다.”
정춘식 부 군수는 조민우의 마음 씀씀이에 두 눈을 붉히면서까지 쳐다보면서 고개를 숙였다.
“가,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간단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정춘식 부 군수의 시선이 마냥 부담스럽기만 했다.
‘빨리 여기서 쫑 내야겠어. 나이 드신 분하고 같이 있으면 이게 불편하다니까.’
그런데 부탁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혹시 한 가지 더 외람된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
‘또 있었어?’
“네? 뭐죠?”
“최근에 구입하신 땅 중에 보면 농지로 사용이 가능한 곳이 꽤 있습니다. 그런데 그곳을 계속 방치를 하시는데, 뭔가 다른 이유라도 있습니까?”
“그건 아닙니다. 정확히는 그런 것까지 신경 쓸 틈이 없죠. 제가 무슨 땅 장사하는 부동산 투기꾼은 아니니까요. 그건 왜 알고 싶으신 거죠?”
“다름이 아니라 그런 땅은 농민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어떨까 싶어서요. 그냥 땅을 그냥 놀리는 것은 영 보기가 좋지 많은 않아서요. 더욱이 지금 조민우 사장님으로 갑자기 땅 주인이 바뀌면서 기존에 있던 농부들마저 불안해합니다.”
“아.”
조민우는 감탄사를 터트렸지만 아차 했다. 최근 자신의 집 주변에 있는 농부들이 하나하나 이사를 가버려서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이런 것을 간과한 것이다.
‘아마 아직 남아 있는 농부들은 불안감을 느껴서 부 군수의 민원을 올렸나 보군. 어쩐지 부 군수가 여기까지 올 이유는 없었는데........’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지금 딱 봐서는 농부들이 자신을 마치 부동산 투기꾼처럼 취급한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이제까지 그가 한 짓을 보면 딱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투기꾼이 하는 행동과 동일했다. 그래서 아예 묻지도 않고 그냥 다들 이사를 가버린 것이었다.
그는 또한 부 군수가 안도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자신이 전문 투기꾼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한 것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여기서 분명하게 자신의 의사를 한 가지를 내놓았다.
“그건 절대로 아닙니다. 제가 염두에 둔 것은 어디까지나 이십만 평 내외 정도의 땅입니다. 그것도 다가 아닙니다. 그 땅 내외에서만 저희 DS 관련된 부지로 사용할 겁니다. 나머지 땅은 일단 그대로 둘 생각입니다. 다만 농사를 짓고자 한다면 저도 한 가지 조건은 있습니다.”
“네? 그게 무엇인지요?”
“구획을 좀 명확하게 나누어서 농지 배분을 시켰으면 합니다. 이곳저곳 찔끔찔끔 이런 식으로 각자 농사를 지으면 저도 관리하기가 복잡하니까요. 나중에 사후처리도 역시 문제가 됩니다.”
“아, 그 정도는 제가 다른 농민들과 협의를 해서 그렇게 하겠습니다.”
“네, 그 정도만 해주시면 됩니다.”
“가, 감사합니다.”
“아뇨, 감사 받을 일까지는 아닙니다. 오히려 미리 그런 것을 정식으로 저에게 알려주었으면 걱정 하지 않았을 텐데, 그게 좀 아쉬운 따름입니다.”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어느 정도 충분한 설명이 되자 부 군수는 꽤나 만족해서 희희낙락한 얼굴로 돌아간 것이다. 자신이 이곳에 와서는 얻은 것은 다 얻은 얼굴이었다.
***
조민우는 신안구의 부 군수와 깔끔하게 협의를 봐 준 후에 땅 문제에 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그냥 그런 가하는 일로 생각했지만 곧 생각을 바꾼 것이다.
‘가만 이곳에 농사는 짓는 농부가 있다고 했지?’
여기까지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다음 좀 달랐다.
‘어차피 내가 하려고 한 것은 DS X의 근원에 대한 것을 밝히는 것과, 그것을 응용하는 것, 그리고 DS X의 양산에 대한 실마리를 찾는 것이 목적이잖아?’
여기까지는 자연스러운 결론이었다.
다만 그는 다음으로 넘어가면서 눈빛을 반짝였다.
‘굳이 마법진을 사용하는 것을 제한된 분야에만 적용할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농산물에 DS X를 사용하면 어떨까?’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아니 기발했다.
물론 다르게 표현하면 미쳤다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한 병에 십만 원 씩 하는 DS X를 농사짓는데 사용하는 것은 확실히 좀 정신이 나간 짓을 맞아. 하지만 그 효과가 충분하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물론 여기에 대한 확신을 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 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는 일인 까닭이다.
다만 조민우는 이런 고민을 통해서 굳이 너무 협소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DS X가 분명히 다크에게 탈태환골에 가까운 변화를 주었듯이, 분명히 다른 어떤 것에는 그 효과가 극대화가 되는 것이 있다고 추측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동물 중에서는 다크 그 놈만은 예외일 수가 있지. 일반적인 개나, 사람은 DS X를 복용해도 그저 단순한 성 기능 장애나, 아니면 청량제 역할을 할 뿐이니까. 하지만 다른 식물이나, 이런 곳에서는 어떨까? 만약 DS X의 약효가 들어간 식물이라면?’
확신을 가졌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 했다.
물론 그런 중에 곧 연구소, 신규 사옥 건설 공사는 곧 시작이 되었다.
***
김창규 과장은 오늘 따라서 아침을 먹어도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지난주에 가까스로 설득을 끝낸 부인이나 애들이 대구에 내려와서 같이 여기서 살게 된 것까지는 좋았다.
그는데 영 반응이 좋지가 않았다.
‘이거 완전히 기가 푹 죽었군.’
“여보, 무슨 걱정 있어?”
“하아, 제가 걱정 안하게 되었어요? 서울에 떡하니 좋은 직장 다니던 사람들이 뜬금없이 대구에 내려온 것만 해도 황당한데, 갑자기 저희까지 여기에 내려오라고 하니까요. 애들 교육은 걱정 안 되세요?”
“하하하, 그건 걱정 마. 다 생각이 있으니, 지금처럼 당신에게 제안을 한 거지.”
“당신은 정말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하는 것 같아요. 솔직히 저희 집 밖으로 나가면 아는 사람이라도 있는 줄 알아요? 제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거에요?”
김창규는 마지막에 목소리를 바짝 올리는 와이프 기세에 꺾여서는 움찔했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옆에 있는 자식들마저 오히려 이런 와이프를 성원한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그대로 방치할 수가 없었다.
“혹시 내 급료가 작아서 그런 거야?”
“급료라뇨? 그건 아니에요. 어차피 전 회사에 비해서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그게 문제가 될 리가 없죠.”
“그러면?”
“아무래도 회사가 좀 인지도가 작고, 거기에 중소기업이잖아? 더욱이 이런 대구 근교 외딴 곳에 사옥이 있는 곳인데, 솔직히 미래가 있겠어요?”
끄떡끄떡.
놀라운 것은 자식들의 반응이었다.
의외로 와이프 의견에 공감을 표시했다는 점이다.
김창규는 피식 웃으면서 한 가지 사항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어야 했다.
“당신 우리 DS 지난 달 매출이 얼마인지 알아?”
“매출요? 한 달 매출이라고 해봐야 중소기업이 얼마 되지 않겠죠.”
관심 없다!
이런 적극적인 표현.
그 역시 마치 화가 잔뜩 난 말괄량이를 보는 기분을 느끼고는 조심스럽게 한 까지 사실을 털어놓았다.
“지난달 매출이 정확히 170억이야. 그런데 그 중에 순이익이 150억이고.”
아무리 가정주부라고 해도 매출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지는 않았다.
더욱이 겨우 한 달 매출이 170억이라니.
아니 여기까지는 그냥 넘어가자.
그런데 순이익이 150억이라고?
솔직히 믿기가 어려운 일이었다.
“헉? 저, 정말요?”
“당연하지. 아마 이달 월 매출로 꾸준히 간다고 보면 될 거야. 지금 봐서는 200억까지는 늘어난다고 보면 년 간 매출이 대략 2,400억이지. 그런데 다른 회사와는 좀 다른 점이 있다면 순이익 비율이야. 얼추 2,200억 정도 예상하면 될 거야!”
“!”
와이프는 밥을 깨작깨작하다가 이내 입을 딱 벌렸다.
다만 애들은 뭔가 싶어서 멀뚱한 표정을 한 채 두 사람을 이리저리 살피기만 할 뿐이었다.
(아빠가 도대체 뭔 소리 하는 거야?)
(바보야, 보면 몰라? 그냥 회사 돈을 많이 번다 이 말이잖아?)
(누나, 그건 좀 이상한데?)
(시끄러워! 누나 말이 곧 진리야!)
김창규는 자식들이 투닥거리는 모습을 힐끗 쳐다보았다가 아직도 놀람을 추스르지 못한 와이프를 보고는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믿기지 않지? 아마 제조업 기준으로 치면 대략 2조 정도의 매출을 가진 중견기업, 아니지 거의 대기업과 비교해서 큰 차이가 나지 않아. 더욱이 우리 회사 직원 숫자가 전부 합쳐봐야 이십 명 내외이니, 한 사람당 100억씩 순이익을 벌어들인다는 이야기가 돼.”
“그, 그게 정말이에요? 다, 당신이 이제까지 그런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잖아요?”
김창규는 이내 쓸쓸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알 수가 없었어.
“그러면 당신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는 말이에요?”
“응, 다만 조민우 사장님이 워낙에 대단하신 분이라는 것을 믿고 다시 DS에 재입사한 거야. 그리고 그 결과가 제대로 나온 것은 지난 달부터였지.”
“.......”
와이프는 입을 다물고는 멍하니 이 어벙한 남편을 쳐다보기만 했다. 자신의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그녀는 생각을 거듭하던 끝에 곧 한 가지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설마 이 이도 완전히 도박을 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DS에 입사한 것이 잘못될 수도 있었다는 말이잖아요?”
“그건 아니지. 사장님을 믿었으니까. 그 분이라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범주보다는 더욱 완벽한 미래의 청사진을 만들 것이라 확신했지.”
“아.”
그녀는 그제야 남편의 말을 알아듣고는 경탄사를 터트렸다. 그녀도 남편이 처음에는 좀 멍청해 보이는 것처럼 말을 했지만 그 속에 무엇이 담겨 있는 지 금방 깨달은 것이다.
‘조민우 사장님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 내가 기억하기로는 전 회사를 말아먹었다 뿐이잖아?’
김창규는 피식 웃었다.
“물론 우리 사장님이 회사 부도를 경험한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근본적으로 사장님은 생각하는 것보다는 정말 훌륭한 분이셔. 아마 직접 겪어 보지 않았으니,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야. 그리고 솔직히 월급쟁이란 게 그런 것이 있어. 믿을 수 없는 회사에 있게 되면 정말 미래가 보이지 않거든. 잘 생각해 보라고, 우리 회사 지난달 매출만 봐. 그 정도라면 미래가 창창하잖아? 그런데 사장님이 워낙에 인품이 있는 분이라서 그렇게 수익이 난 것을 직원들에게 알게 모르게 다 돌려준다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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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 회차는 좀 힘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