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50 회 -- >
와이프는 그제야 DS 사장인 조민우가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하게 깨닫자 새삼 남편을 다시 봐야 했다.
그리고 곧 자신이 조금 전에 했던 행동을 떠올리자 오히려 무안했다.
“치이, 어서 밥이나 먹고, 출근이나 해요!”
그는 결국 툴툴거리면서 자신이 조금 전에 한 말과, 행동을 잊어버리는 와이프의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좀 알아 들었나 보군.’
***
김창규는 어느 정도 와이프를 설득하기는 했지만 아침 식사를 끝낸 후에 회사에 도착할 무렵에는 그렇게 마음이 편한 것만은 아니었다.
DS가 잘나가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회사 그 자체만 봐서는 자신이 아는 과거 조민우 사장과는 달리 아직까지 바뀌는 것이 거의 없는 탓이다.
곧 여기에 신경을 쓰겠지 라는 생각은 가졌지만 여전히 변함없는 조민우에 대한 불만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오늘은 좀 여느 날과는 달랐다.
콰르르.
포크 레인 여섯 대가 육중한 덩치를 드러낸 채 한창 한쪽 지반 공사에 여념이 없는 것을 본 탓이다.
보통 건설 공사를 하게 되면, 한 대, 아무리 많아도 겨우 두 대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저것을 해석해야 할지.......
‘설마 조민우 사장님이 지시를 한 것일까?’
의아스럽기만 했다.
그런데 이건 그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한창 지반 공사를 하고 있는 곳과 좀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직원들 역시 삼삼오오 모여서 그곳을 보면서 구경에 여념이 없었다.
“도대체 저게 뭐하는 거야?”
“내가 듣기로는 새로운 건물을 세운다고 하더군.”
“뭐? 그게 정말인가? 도대체 무슨 건물을 세우는데, 포크 레인을 여섯 대나 와서는 일을 하는 거지? 그리고 저기 있는 수십 명의 건설 기사들은 뭐야? 내가 알기로 한 공사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투입되지 않는 것으로 알아. 그리고 저 쪽에서 한창 뭔가 측정하는 사람들은 뭐고?”
꽤나 많은 질문.
듣고 있던 사람은 귀찮은 딱 한 마디로 일축했다.
“나도 자세히는 잘 몰라.”
“아참, 자네 자꾸 그럴 거야?”
“이거야 원, 뭐 원하니, 말을 해주지. 무슨 연구소를 건설한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
카더라 통신이었다.
김창규 과장만큼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 본사 사옥이 아니라, 연구소부터 먼저 세운다는 말인가?”
“아, 김 과장님.”
“됐어.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 하고, 대답이나 하라고.”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는 것은 연구소를 건립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만 들었으니까요.”
이 이야기가 나오자 이내 모여 이들의 소리는 더욱 시끌시끌해졌다.
웅성웅성.
물론 다들 불만에 가득한 이야기였다.
뭐 다들 큰 것은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최소한 조립식 저 건물 사옥만큼은 좀 다른 것으로 바꾸었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4장 DS 생체 실험
정성일 부장 역시 뒤늦게 출근했다가 이 모습을 보자 결국 한 마디 해주었다.
“사옥 건립 중이니, 어서 들어가서 일들이나 해. 내가 나중에 따로 이야기 해 줄 테니까.”
하지만 직원들은 오히려 와르르 몰려와서는 난리였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그러면 저 거지 같은 사옥은 드디어 끝입니까?”
“진담이시죠? 만약 만우절 농담이면 그냥 두지 않을 겁니다.”
“설마 모 대종사 작가처럼 유학 간다는 이야기를 1권에서 했다가 33권이나 연재한 후에 아직 멀었다! 라고 거짓말하는 것은 아니겠죠?”
“저건 진짜 아니었습니다.”
“.......”
‘어지간히 쌓였나 보군.’
정성일 부장은 기가 차기보다는 오히려 안쓰러워서 고개를 내저었다.
“자자, 그러지 말고, 그냥 가서 일이나 해. 내가 자세하게 말을 해줄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리고 간단하게나마 설명을 해주었다.
“지금 건설하고 있는 것은.......”
물론 대략적인 설명이었다.
정확한 내용에 대해서 그다지 생략을 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우중충 해진 회사 분위기를 바꾸기에 충분했다.
다만 이것은 직원 일부분에 해당되었다.
***
조민우 역시 뒤 늦게 출근하는 중에 이런 분위기를 파악하고는 다소 무안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특히 그래서 곧 바로 정성일 부장을 불러서 한 마디 해야 했다.
“허어, 사옥 때문에 불만이 저렇게 많았습니까?”
“아무래도 회사가 돈이 있지 않습니까? 없다면 없는 대로 참으면 되는데, 있는데도 쓰지 않으니, 답답해서 다들 저러는 거죠.”
“그런가요?”
“네.”
“그러면 제가 전에 말해준 대로 바로 정식으로 해서 공지하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정성일 부장은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곧 바로 직원 전체에게 드디어 정식으로 지금 건설되는 건물의 용도와, 출처에 관해서 간단하게 공지를 해주었다. 이것을 보자 제대로 듣지 못한 직원들 전체가 다 듣고 나서는 한 행동은 아주 간단했다.
-만세!!!
“.......”
‘흐이구, 정말 못 말리겠군.’
***
김창규 역시 다른 직원과 같이 공지을 받았기에 정말 놀라워했다. 설마 드디어 본사 사옥을 건립하게 될지는 몰랐던 탓이다.
더욱이 그의 자리는 마침 창가 자리.
일을 하는 중에 공사 현장으로 눈이 가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얼마 있지 않으면 곧 저 신축되는 건물에 이사를 하게 되었으니.
기분이 참으로 좋았다.
그가 물론 사람이기에 건물 사옥을 따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야말로 창고와 비슷한 형태의 건물에서 일을 하는 것은 정말하기 싫었던 것이다.
그런데 곧 한 가지 특이사항을 발견하자 의아하기만 했다.
‘가만 저건 뭐지? 왜 저렇게 강철판이 많은 거야? 저건 단순히 철근이라고 보기는 어려운데?’
상식적으로 아는 철근에 사용되는 것은 어른 허벅지 몸통 정도 굵기인데, 지금 건설 중에 보인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좀 더 넓고, 좀 더 두꺼웠다.
아니 좀 더 두꺼운 것이 아니었다.
거의 네 배 가까이 되는 철근이었으니, 저건 따로 주문을 해야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연히 무게는 장난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것으로 다져진 지반에 곧 바로 기초공사에 들어간 것이다. 여기까지 보고는 놀라기는 했지만 그냥 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문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
삼 주후.
김창규도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 어느 정도 건설에 호기심을 가지자 일을 하는 중에도 계속해서 깊은 관심을 가졌다.
자신이 아는 일반적인 건축 공법과는 좀, 아니 많은 부분에서 꽤 차이가 있는 탓이다.
저런 점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뭘 건설하는 거지? 정말 우리 회사 사옥이 맞는 것일까? 그런데 일반 건물에 저런 식으로 괴이한 철근을 사용하는 건가?’
호기심이 생겼지만 이보다는 의아심이 앞섰다.
건설이 진행 중에 점점 올라가는 특이 철판 숫자가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건물의 층과, 층사이도 문제지만, 외벽과 외벽 사이 역시 촘촘하게 서로 얽기 섥기 엮어서 꼭 강철로 만들어진 건물처럼 보였다.
‘서, 설마 은행 금고라도 만드는 건가? 아니 아무리 은행금고라고 해도 그래. 저렇게 무식하게 만들어서 뭘 어쩌자는 거지?’
황당한 추측이지만 오히려 이게 타당했다.
그런데 이건 그만 그러냐?
그렇지는 않았다.
***
최학순 반장은 요즘 들어서 어렵게 맞게 된 공사라서 꽤나 만족했다.
더욱이 의뢰 업체에서 워낙에 빵빵하게 의뢰금을 지불했기에 솔직히 임금님! 하고 일을 하는 중이었다.
당연히 이전 어떤 공사에 비할 바가 없이 세심하게 신경을 기울였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도면 일부를 본 후에, 기도 안 찼다.
‘이거 뭐하자는 짓이지? 무슨 탱크를 만들자는 이야기인가? 아예 건물 전체를 강철판으로 도배한 것이나 마찬가지잖아?’
그런데 잘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교묘하게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룬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마음이 편한 것만은 아니었다.
이런 식의 이상한 건물을 짓는 것은 뭔가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했다.
그는 그래서 작업 중에 간간히 작업 진행을 확인하러 나온 최성일 부장을 보자 곧 바로 이 부분에 대해서 확인부터 했다.
“최성일 부장님, 도대체 이 건물의 정체는 뭡니까?”
“......”
최성일 부장은 일단 입부터 다물고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머리부터 굴려야 했다. 처음부터 다 설명하자니 그것도 여간 골치가 아팠다.
‘쉽게 이해할 것 같지는 않아. 더욱이 설명을 한다고 해서 받아들일 것 같지도 않고.’
결국 가장 쉬운 방법은 역시 한 가지였다.
거짓말이었다.
“내가 듣기로 이 건물은 DS에서 현금 보관용 금고로 사용할 거라도 들었네. 그래서 이런 식으로 해달라고 하더군.”
“금고요? 그런데 무슨 금고이기에 건물 통짜를 강철판으로 도배까지 해서 건설하는 겁니까? 하려면 한 층이나, 한 블록만 해도 되지 않습니까?”
“크흠, 난들 알겠는가? DS 사장이 그렇게 해달라고 하는데, 그렇게 해줘야지. 자네가 그렇다고 돈을 적게 받은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건 아닙니다. 다만 이 건물이 혹시 엉뚱한 용도로 불법 사용되는 것 아닌가 싶어서요.”
“엉뚱한 용도?”
“테러 같은 거 말이죠. 지금 보시면 지하 오층까지 파내려가서 거기서부터 강철판으로 도배를 하는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됩니까?”
테러 같은 소리 하고 있군.
“이봐, 최 반장, 이상한 생각 말고, 빨리 작업이나 진행하라고. 저 옆에서 내가 말한 DS 사옥 건설 기초공사 들어가는 것을 봤지? 저것도 빨리 진행을 해야 돼.”
“휴우, 저놈도 이것과 비슷한 겁니까?”
“아, 저건 아냐.”
이런 식이었다. 약간 자잘한 문제가 있었지만 공사가 진행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따라서 건물이 올라가는 것은 생각보다 빠르게 올라갔다.
청한 건설에서 어차피 지금 경기가 좋지 않아서 놀고 있는 장비와, 기술자를 전부 이곳에 한 번에 투입한 까닭이다.
***
김창규 과장은 이런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지켜보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 건물 뼈대가 나오고, 대략 팔층까지 올라가자 멍하니 그 모습을 쳐다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도대체 저 건물의 용도가 무엇이기에 저런 식으로 만든 거지?’
결국 참다못해서 정성일 부장을 찾았다.
“부장님, 저도 이미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솔직히 말씀을 좀 해주셨으면 합니다. 도대체 지금 짓고 있는 건물 말입니다. 무슨 용도로 만드는 겁니까?”
“무슨 용도라니?”
“하아, 제 경우에는 저 건물이 설립할 때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다 보았다는 말입니다. 도대체 일반 건물에 무슨 강철판으로 도배를 다 합니까? 저건 막말로 옆에서 원자 폭탄이 터져도 문제없을 것 같아요.”
“끄응, 자네가 그것을 어떻게 아는가? 건물 건축 시에 텐트로 다 막아서 외부에서 볼 수는 없을 텐데?”
“제 자리에서는 텐트 간격이 벌어져 있어서 다 보였습니다. 이제 사실을 말씀 해주시죠. 설마 무슨 이상한 일이라도 벌이려는 것은 아니겠죠?”
“휴우, 그건 아냐. 뭐 어차피 자네만 봤다고 하니 내가 미리 이야기는 하는데,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정말 곤란해.”
“물론입니다.”
“저긴 사실 DS 유전 연구소 용도로 만들어지는 건물이네. 다른 건물은 본사 사옥이고.”
김창규 과장은 생뚱맞은 소리에 깜짝 놀라서 입을 살짝 벌리고는 크게 소리쳤다.
도대체 이 무슨 산으로 가는 이야기란 말인가?
“네? 유전 연구소요?”
“으음, 말은 그런데 사실 아마 DS X 응용 분야 연구라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겠지.”
“DS X 응용 분야 연구요?”
“일테면 DS X의 조성을 변화시켜서 다른 분야 쪽에 사용하는 것을 말해. 지금 자네도 알다시피 DS X 생산량은 딱 고정되어 있어. 그런데 여기서 자꾸 불량은 계속 나오고, 그것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도 아마 사장님이 그런 쪽으로 고민을 하시나 봐.”
‘아, 그냥 말만 유전 연구소로 만들었나 보군.’
하지만 그렇다고 의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굳이 그 연구소를 만드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습니까?”
“침입자가 있었네, 물론 운이 좋아서 사장님에게 그다지 별 문제가 없지만 그런 일이 이제부터 계속 생긴다고 봐야 해. 그래서 저렇게 도가 지나치게 건설한 것은 그런 문제까지 감안해서 공사를 한다고 보면 돼. 물론 지나친 면도 있지만 그래도 기술을 도둑맞아서 타격을 입은 것 보다는 낫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