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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그제야 간단하게 반문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만했다.
괜히 미안했다.
“아. 그래요? 이거 제가 괜한 오해를 했나 보군요.”
“쯧쯧, 자꾸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말고, 자네 일이나 열심히 하라고.”
“휴우, 그게 뜻대로 잘 안 됩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 아니 저 연구소하고, 사옥이 건립되기 전까지만 해도 정말 힘들었습니다. 특히 제 와이프와, 애까지 대구에 내려온 마당에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걱정 말게. 그건 사장님이 알아서 다 조치를 해 줄 걸세.”
“저, 정말입니까?”
“쯧쯧, 자네는 아직 본사 사옥 중에 직원 휴게실 전용으로 당구장이나, 탁구장 등까지 만들 다는 것을 알면 꽤 놀라겠군.”
“헉, 그래요?”
이런 상황이 되자 그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른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들 저마다 개인적인 사정은 천차만별이기는 했지만 기대 반, 두려움 반 심정으로 묵묵히 연구소 공사를 지켜볼 뿐이었다.
***
한 달 후.
조민우는 실로 만감이 교차한 표정으로 새로이 신축된 DS 연구소를 올려다보았다.
‘휴우, 벌써 완공이 되다니.’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부실 공사?
그건 절대로 아니었다.
그 자신도 알게 모르게 건설 공사 현장을 수시로 방문해서 지켜보았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시공 업체가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그만이 아니었다.
다른 직원들 역시 다들 입을 살짝 벌리고는 초현대식 건물에 가깝게 만들어진 특이한 유전 공학 연구소 건물 외관을 올려다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건물은 특이하게 원 기둥 형식이었다.
그것도 위로 갈수록 지름 폭이 넓어지는 구조였다.
놀라운 것은 외부에서 봤을 때의 디자인이었다.
마치 UFO 비행접시를 층계로 별로 쌓아올린 형태였는데, 저것은 실로 특이하다는 말로 부족했다.
조민우 역시 그런 면이 다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건 넘어갔다.
‘저건 좀 이상하군.’
이보다는 건물 주위에 일정 간격의 희색 광채으로 만들어진 특이한 줄무늬였다. 모르는 다른 직원들은 그 모습을 다들 혀를 내두르면서 감탄에 여념이 없었다.
“우와, 정말 멋진 건물이다!”
“사장님, 이번 연구소와, 사옥에는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나 봐.”
“난 절대적으로 찬성이야. 사옥만큼은 누가 와서 봐도 저 정도로 뭔가 좀 있어 보여야지. 그야말로 판잣집 같은 곳에 있다면 누가 회사에 신뢰를 하겠나?”
“내가 이번만큼은 정말 사장님에게 박수라도 처 주고 싶어. 아무리 회사에 돈이 많으면 뭐해? 긍지라는 것을 가질만한 것을 좀 보여줘야지.”
“사장님, 그런 면에서 보면 좀 은근히 구두쇠지. 그건 나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이번에는 최고야!”
이런 분위기였다.
다들 찬성하는 바였다.
다만 한 사람만큼은 달랐다.
바로 김창규 과장이었다. 그는 저 건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유일한 DS 직원이었다.
‘완전히 강철 탱크로 만들어진 건물이라는 것을 알면 다들 기절하겠지. 저 건물은 미사일이나, 탱크에 공격을 받아도 끄떡도 하지 않을 거야!’
좀 황당한 생각이기는 하지만 마냥 틀린 것만은 아니었다.
실제로 DS 연구소는 탱크가 공격해도 버틸 수 있게 설계가 되어 있었다.
물론 일차 강판, 아니 장갑은 부서지겠지만 서로 겹으로 만들어져 있는 내부는 결코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
조민우 역시 묘한 표정을 생각을 거듭하던 끝에 저 내부 구조를 대충 짐작하자 좀 묘한 감정이 떠올랐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미 도둑에 된통 당한 이상 차라리 저렇게 철저한 것이 좋았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면 더욱 놀라운 것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보안카드.
삐익.
그도 이미 등록된 카드를 사용했지만 새삼 위압감을 드러내는 문을 살피면서 은근히 질린 기색이었다. 겉으로 봐도 완전히 통짜 강철로 되어 있었다.
물론 외부 도색 때문에 그렇지 보이지 않지만, 그 자신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스르르.
다만 그럼에도 문이 열리는 것은 실로 부드러웠다.
옆에서 조용히 따르면서 손짓으로 간단하게 설명만 해주는 김성한 부장은 흡족한 표정이었다.
새삼 고생한 기억이 주마등같이 떠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출입구는 단순히 보안카드로 들어갈 수가 있지만 건물마다 들어갈 때는 좀 다른 것은 사용해야 했다.
첫 번째는 안구 검사.
조민우는 어쩔 수 없이 첫 타로 자신을 눈에 턱을 걸칠 수 있는 자리에 고정시키자 곧 자신의 안구를 스캔하는 빛이 휘익 지나갔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엄지손가락을 대주세요!
그 다음이 바로 지문 검사.
스윽.
그는 어차피 대충 알고 있기에 곧 바로 LCD 화면 정 중앙에 손가락을 대었다. 그러자 곧 화면에서 수직 줄이 쭉 내려오면서 지문을 스캔하는 모습이 잠깐 보였다.
곧 다음으로 이어졌다.
-이름을 말씀해주세요!
깔끔하면서도 공손한 기계음이었다.
-조민우!
간단하게 말을 하자 곧 뭔가 동작하는 소리기 아주 희미하게 들렸다. 바로 음성을 인식해서 분석이 끝나자 문을 열기 위해서 나머지 기계들이 동작하는 소리였다.
스르르.
그리고 부드럽게 열린 문.
“.......”
조민우는 엄지손가락을 든 채로 다소 지나치다는 말로 부족한 이 삼엄한 장치에 감탄했다.
‘으음, 정말 대단하네. 결국 이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안구, 지문, 음성이 동시에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잖아?’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음성, 안구, 지문 인식을 하는 장비들은 마치 첩보 영화 속에 나오는 장비와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었다.
김성한 부장은 그 점에 자부심을 느꼈는지 슬그머니 한 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보안 장비에는 특히 비용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수, 수고하셨군요.”
그는 다소 질려서인지 말을 살짝 더듬으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멈칫.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자 순간 걸음을 멈출 수밖에 밖에 없었다.
놀랍게도 밝고 맑은 흰색으로 도색되어 있는 바닥과, 천정이었다. 그리고 외부 유리창을 통해서 확 트여 있기에 주변 경광에 눈에 훤히 들어왔다.
그 중에는 역시 빼놓을 수가 없는 것은 한참 공사에 여념이 없는 본사 사옥이었다.
쿠르르.
-빨리 빨리 움직여! 저기 연구소 건설이 끝난 것이 안 보여? 같이 시기에 건설을 시작했는데, 이렇게 느리면 어떻게 해?!
뭐 이런 이야기들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조민우조차 이리저리 주변을 돌아보면서 현대인의 감각에 딱 부합된 내부 구조에 새삼 경탄에, 경탄을 드러냈다.
“으음, 도색이 정말 좋군요.”
“하하, 도색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특별히 이번 건만큼은 비용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흐음, 그러면 손해가 아닌가?”
“손해는 아닙니다. 다만 저희 회사 이익이 좀 줄어드는 면이 있죠. 하지만 사장님이 만족하신다면 저희 입장에서는 성공한 셈입니다.”
“흐음, 그래요?”
그는 새삼 흥미로운 눈빛으로 김성한 부장의 이모저모를 살폈다.
지금 하는 태도를 봐서는 나쁘지 않았다.
이익을 포기하고, 고객의 신뢰를 얻으려고 하는 모습.
이 정도라면 믿고 다른 일을 맡기기에 충분했다.
최성일 부장은 이런 김성한 부장의 태도에 만족해서인지 조용히 뒤에서 서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
십오 분 후.
조민우는 이런 분위기에 흥미를 가지면서 다른 직원들이 곧 안으로 들어 와서는 다들 입을 딱 벌리고 내부 인테리어 보는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다들 어때요?
-최, 최고입니다!
-여긴 비록 연구소라서 여러분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 쪽에 건립 중인 본사 사옥은 이보다 오히려 더 나을 겁니다.
-저, 정말입니까?
-당연하죠. 여긴 어디까지나 순수 연구를 위한 목적이라서 제약이 많아요. 물론 그래도 건물 층수가 10층이라서 꽤 높은 편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 쪽 본사 사옥은 좀 틀리죠. 총 건물 높이만 해도 무려 지상 15층에, 지하 5층짜리 건물이니까요.
여기까지 하고는 곧 김성한 부장에게 계속 들었던 한 마디를 슬그머니 표절했다.
-비용을 아끼지 않았죠!!!!
-우, 우와!
아직 본사 사옥 건물 짓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자세한 사정을 잘 모르는 직원들은 입을 딱 벌리고는 놀라워했다.
그런데 확실히 놀라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는 이보다는 본사 사옥을 가졌다는 것에 즐거워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오히려 더욱 기꺼울 뿐이었다.
‘그나저나 현주도 중간고사 끝나고 와서 보면 꽤 놀라겠지?’
미소가 절로 나왔다.
***
최현주는 요즘 들어서 중간고사 기간이 시작되자 아르바이트 시간도 줄여가면서 도서관에서 거의 살다시피 해야 했다.
바로 장학금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어중간하게 공부해서는 정말 장학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런 위기감 때문이었다.
그녀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바로 조민우였다.
감히 자신의 처녀지신을 가지고 간 주제에.
중간고사를 한다고 하면 마땅히 자신에게 와서 챙겨주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코빼기도 보이지 않자 짜증만이 쌓일 뿐이었다.
그런데 한 편으로 솔직히 부러웠다.
‘민우 오빠에게 몇 번 이야기하기는 했어. 그런데 지금 하는 짓을 봐서는 이번 학기는 완전히 포기한 것 같아. 중간고사는 아예 준비하지 않는 것을 보면 분명해. 하긴 한 달에 그 정도 벌면 나라도 휴학 내고 말겠다!’
그녀는 특히 간간히 전화를 해보았지만 그 때마다 뭐가 그리 바쁜지 항상 통화 중이라서 연락하기도 쉽지가 않았다.
더욱 괘심한 것은 자신이 연락하면 분명히 전화번호가 찍힐 텐데, 그 흔한 답장, 그냥 문자 하나만 보내줘도 되는데, 없다는 사실이었다.
‘정말 열 받아!’
이건 완전히 찬밥 신세였다.
***
혹시나 싶어서.
‘설마 이 계집애랑 바람 난 것은 아니겠지?’
민현진에게 연락까지 취해보았다.
<나야.>
<어? 현주잖아?>
<그래, 요즘 재미 좋다면서?>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갑자기 재미가 좋다니?
<휴우, 현주야, 좀 솔직하게 말하면 안 될까? 그런 식으로 말하니, 좀 기분 나쁘다.>
<치이, 계집애가, 아직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이 정도 말하면 딱 알아들어야지.>
<아, 민우 오빠 말하는 거구나. 그거라면 내가 솔직히 말해줄게.>
<어? 정말?>
<당연하지. 숨기고 말 내용이 없어. 솔직히 요즘 들어서 그냥 민우 오빠 포기할까 그런 생각도 들어.>
쾌재가 절로 나왔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괜한 소리해봐야 오히려 이상한 오해만 쌓을 수 있다고 보았다.
<어? 갑자기 왜?>
<뭔 통 연락이 되어야 할 것 아냐? 뻑하면 바쁘다고 하고, 뻑하면 시간 없다고 하고, 뻑하면 귀찮다고 하고, 뻑하면 뭐라고 하더라? 우와, 정말 너무 한 것 아냐? 난 그런 남자는 태어나서 처음이야!>
뜻밖의 이야기.
최현주가 다른 것은 몰라도 감각이 있기에 이것이 진심이라는 것 정도는 금방 알아챘다. 내심 좋아서 미칠 지경이었지만 참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확실히 그건 민우 오빠가 좀 심했네. 현진이 너도 정신 빨리 차리고, 다른 남자는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이렇게 해서 찰거머리 하나가 떨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웃기는 것은 상대의 어처구니가 없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나도 민우 오빠 이해를 하지. 요즘 들어서 정말 더 바쁜 것 같더라, 그런 상황에서 내가 뭐라고 하겠어?>
오히려 상대에 대한 이해까지.
‘휴우, 이 기집애는 정말 못 믿겠다니까.’
<그래?>
<응, 솔직히 나만 해도 최근 들어서 중간고사 시험 준비 때문에 거의 삼주나 회사에 못 갔잖아? 너도 마찬가지 아냐?>
살짝 말꼬리를 바꾸어버리자 최현주는 내심 부글부글 끌어 올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이야기를 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