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52 회 -- >
<나도 마찬가지지. 그래서 시험공부 중에 겸사겸사 전화한 거야.>
<그렇구나. 너한테는 그래도 오빠가 연락도 하고 그러지 않아?>
<연락? 문자라도 하나만 주었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열 받아서 화를 내겠어?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니까. 여자 몸에 손을 댔으면, 아니, 크흠, 그래도 자신의 과 후배라면 챙겨주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전혀 없다니까!>
그냥 말을 하는 중에 실수로 나온 말이었다.
그런데 민현진은 이 말을 듣자 느끼는 바가 있어서인지 안색을 잔뜩 찌푸렸다.
‘이게 또 무슨 소리야? 설마 조 여우같은 기집애가 민우 오빠와 같이 잤다는 말이야?’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얼마나 놀랐는지 자신이 지금하고 있는 공부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면 끊을 게, 시험공부 잘해.>
최현주 역시 곧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한 마디만 남기고는 곧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런데 그녀는 전화를 끊고 나서는 일단 한 가지 사실을 깨닫자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오빠가 나만 그렇게 찬밥 취급하는 것이 아니었어.’
자연스럽게 꿀꿀한 기분이 사라졌다.
어떤 여자에게도 냉정하게 대할 수 있다는 점.
그거 하나만 높고 봐도 조민우가 자신을 냉대하는 것 정도는 넘어갈 수가 있었다. 하물면 그 상대가 자신보다 한 수, 아니 반 수(?) 위의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민현진이라면 더 할 나위가 없었다.
다만 아쉬운 것이 하나가 있다면.
‘휴우, 정말 여자에게 너무 무관심해.’
이것이 문제였다.
5장 민현진
민현진은 전화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지금 하고 있는 중간고사 시험에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최현주가 조민우와 같이 잤다는 암시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자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다만 다행이라고 한다면.
‘겨우 한 번 잤을 뿐이야. 더욱이 민우 오빠는 여자랑 한 번 잤다고 해서 집착하거나, 매달리거나 하는 남자는 아니란 거지.’
그렇다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지금 봐서는 조민우가 최현주를 유혹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최현주 조 기집애가 선량한 조민우 오빠를 유혹해서 따먹었다고 생각까지 했다.
순간 공부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신경이 쓰인 것이다.
곧 이어서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곧 바로 옷을 갈아입고는 밖으로 나와서는 택시를 잡아탔다.
“XXXX XXXX XXXX로 가주세요.”
“알겠습니다.”
부르릉.
***
DS 본사 임시 사옥 앞.
민현진은 택시를 타고는 다소 저녁이 늦은 시간에 조민우 혼자 살고 있는 집을 향해서 여자 혼자 가고는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보다는 최현주와 조민우가 같이 잤다는 생각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서 터질 것 만 같았다.
두 사람이 나신으로 서로 뒹굴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였다.
특히 최현주가 여우같이 조민우를 유혹해서 같이 섹스를 나누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을 이가 으드득 갈렸다.
‘두고 보자.’
끼익.
그런데 그녀도 곧 택시에서 내려서 조민우 집 앞에 도착하자 이런 생각을 떨쳐야 했다.
여기까지 오는 데는 자신이 마친 조민우 연인이라는 착각을 한 상태에서 최현주와 바람을 피웠다는 성급한 결론으로 분노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조민우 집에 도착하자 자신의 처지를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하아, 그리고 보니 난 민우 오빠와 아직 정식으로 사귀는 것은 아니잖아?’
순간 망설여졌다.
그냥 돌아갈 것이냐?
아니면 오늘 확실히 결론을 낼 것이냐?
그런 문제였다.
그런데 갈등은 그다지 길지가 않았다. 이미 여기에 온 이상 마음 한 구석에 확신을 한 것이다.
곧 바로 조민우 집 문 고리에 손을 살짝 대었다.
끼익.
‘어? 열렸잖아?’
***
조민우 집안.
다크는 요즘 들어서 개 주제에 소설 속에서 가능한 환골탈태를 한 이후로 자신의 늘어난 능력에 꽤나 흥미를 가지고 이것저것 해보았다.
비록 덩치는 작아졌지만 그 능력은 과거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래서 더욱 자신의 몸에 흥미를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자신이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근본적인 한계는 어쩔 수가 없었다.
개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그다지 많지가 않았다.
더욱이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드러낼 상황도 아니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봐야 겨우 인간들에게 단순 구경거리로 전락한다는 것은 스스로 잘 알았다.
결국 자신의 변화에 고무된 것도 잠시 뿐.
슬픈 일이지만 그저 지금 현 자리에 만족해야 했다.
다만 그도 한 가지 자신의 변화 이후에 매일 얻을 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미안해서라도 조민우가 원하는 정도는 들어주었다.
‘경비견 일인가?’
피식.
자신이 겨우 집지키는 개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국가적인 낭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뭐 나쁜 것은 아니었다.
특히 일전에 자신에게 공포에 떨었던 그 놈들.
‘결국 운 좋게 도망쳤지?’
하지만 다시 걸리면 그냥 놔둘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따라서 다크는 평소에 조용히 자신의 우리 안에 처박혀서 매일 빈둥거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았다.
항상 귀를 열어 놓고는 조민우 집 주변 감시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 그의 귀에 한 여인의 걸음소리가 들린 것은 운과는 무관했다.
‘흐음, 처음 들어보는 발걸음 소리잖아? 현주는 분명히 아닌데.......’
***
다크는 이상함을 느끼자 곧 바로 우리에서 벗어나서는 가볍게 문 위로 살짝 뛰어올랐다.
파악.
무려 이미터가 넘어서 거의 삼 미터에 가까운 담장이었지만 그다지 대수로울 것이 없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점프력이었다.
그리고 곧 그의 눈에 한 여인.
민현진이었다.
그녀는 뭘 그리고 고민하는 지 계속 망설였다.
다크는 묘한 표정을 한 채 민현진을 유심히 살폈다.
딱히 봐서는 도둑 같아 보이지 않았다.
‘저렇게 예쁜 인간 여자가 도둑일 리는 없겠지? 민우와 아는 사이인가?’
개 주제에 이제는 별생각을 다 하는 다크였다.
머리가 점점 좋아지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생각을 할 줄 알게 된 것이다.
물론 이것은 아직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지만.......
그건 조민우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었다.
다크는 잠깐 고민을 하는 중에 민현진이 문을 여는, 아니 이미 열린 문고리를 잡고는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쯧쯧, 인간이 칠칠치 못하게 입구 문도 안 잠그고 들어가다니!’
슬쩍 조민우를 일단 비웃어주었다.
그런데 이건 조민우를 비난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사실 그는 집에 누군가 침입하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들어왔다가 다크에게 얼마나 부상을 입을 지는 걱정하는 입장이다.
잡아먹히지만 않으면 다행이다?
이런 정도였다. 그도 당연히 요즘은 문 잠그는 것도 대수로운 일이었다.
다크가 이런 조민우 심정을 알 리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안으로 들어온 여자에 대한 조치가 문제였다.
‘어떻게 하지? 민우를 깨워야 하나?’
그는 잠깐 고민을 해보았지만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들어서 조민우가 뭘 잘못 먹었는지 자신만 보면 괴이한 표정을 짓는 것을 몇 번이나 본 탓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저 여자를 조민우에게 안내해주는 것이 옮다 보았다. 마음을 먹자 곧 바로 민현진 뒤 쪽에서 사뿐히 내려섰다.
착.
“?”
민현진은 안으로 들어서면 다소 어두컴컴한 조민우 집 뜰 때문에 조마조마한 상황이라서 그런지 귀가 굉장히 예민했다.
그런 그녀의 등 뒤로 뭐가 휘익 하고 지면에 내려서는 소리를 듣자 의혹과 동시에 두려움이 몰려왔다.
‘뭐, 뭐지?’
그녀도 조금 전에 들어올 때만 해도 아무것도 보지 못한 상황이기에 한 생각이다.
짙은 어둠으로 가득한 정원 속에서 혼자 있는 것만 해도 두려울 일이기에 조심스럽게 천천히 몸을 돌렸다.
물론 이상한 것이 있다면 바로 도망칠 준비까지 한 상태였다.
그 때 보인 괴이한 물체.
흰 이를 살짝 드러내면서, 차가운 광채를 번뜩이고는 있는 다크였다.
다크 나름 어느 정도 숙녀에게 부드러운 표정을 한 것이지만.......
민현진 입장에서는 그렇지가 않았다. 그야말로 마늘하늘에 흡혈귀가 떨어진 것과는 비슷한 충격을 맛 본 것이다.
“으음.”
풀썩.
그 결과는 바로 기절이었다. 놀랍게도 그 흔한 비명 소리 하나 없이 조용히 뻗어버린 것이다.
“.......”
다크는 자신의 멋진 얼굴을 보여주면 최현주처럼 자신을 귀여워 할 것이라는 추측과는 전혀 다른 결과에 어이가 없어 입을 다물었다. 설마 이런 상황이 벌어질지는 몰랐던 것이다.
‘겁이 정말 많은 인간 여자군.’
긁적긁적.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해야 했다.
그런데 딱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바로 조민우에게 알리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렇다고 그녀를 이렇게 정원 바닥에 그대로 둘 수는 없기에 가볍게 그녀의 옷자락을 물고 들어 올려서 등을 살짝 걸쳤다.
타악.
비록 무게가 그렇게 무거운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서 월등히 근력이 강해진 다크에게는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다만 다크는 안으로 들어가서 조민우에게 어떻게 말을, 아니 알려야 할지 고민스러운 따름이었다.
‘으음, 알아서 이해를 하겠지!’
***
조민우 집 안.
조민우는 물론 거실에서 정신없이 일에 빠져 있었다.
정성일 부장이 올려준 전자 현미경 몇 가지를 놓고, 어떤 것을 구매를 해야 할지 아직도 판단이 잘 서지가 않았다.
다른 장비들은 겨우 천만 원 대 정도라서 그나마 어느 정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런데 전자 현미경은 좀 달랐다.
‘이거야 원, 가장 비싼 놈하고, 싼 놈하고 가격 차이가 4억이나 나다니!’
골치가 아팠다. 솔직히 용어를 뭐라고 잔뜩 쓰 놓았는데, 알아볼 수조차 없었다.
금반지를 활용해서 조금 찾아보기는 했지만 그래봐야 골만 아플 뿐이었다.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는 금반지 능력으로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자기 대학 중간고사 시험 문제처럼 그냥 무조건 찍기도 그랬다.
그렇다가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 하나.
‘가만 내가 굳이 이런 일까지 고민을 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일은 그냥 제니퍼에게 맡기는 것이 맞지 않을까?’
이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그리고 이게 자연스러웠다.
그는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자 곧 바로 그 다음 생각으로 넘어갔다.
‘생각해보니, 유전 공학 연구소 건물까지 완공이 되었잖아? 이제 두 사람 보고 저 연구소에 와서 일을 하라고 하는 것이 맞겠지. 아마 보면 깜짝 놀라겠지?’
조민우는 순간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곧 자신이 왜 쓸데없이 연구소 내부 장비까지 고민하려고 했는지 좀 한심스러웠다.
다만 이제 알았으니, 상관이 없었다.
긴장이 풀리자 자연스럽게 졸음이 왔다.
“아함. 오늘은 가서 일찍 자야겠다.”
하품을 하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몸을 돌려서는 안방으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곧 깜짝 놀라서 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멈칫.
“뭐, 뭐야?!”
바로 다크였다. 다크가 묘한 자세를 한 채 물끄러미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웃기는 것은 이놈이 이제는 개 주제에 짓지 조차 않는다는 것이다.
당혹스러워서 자연스럽게 튀어 나온 말.
“다크, 갑자기 뭐야??”
다크는 놀랍게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름을 알아듣고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턱짓으로 거실 내부의 한 곳을 가리켰다.
바로 거실 소파였다.
거기에 한 여인이 정신을 잃은 채 누워 있었다.
바로 민현진이었다.
“어? 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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