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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복수
만식이파는 서울 쪽에서 다른 신영광파, 대흥동파에 이어서 세 번째로 커다란 조직 폭력배였다. 다른 조직이 그렇듯이 이들 역시 단란주점이나, 건설공사 이권, 또는 이런저런 정치권의 의뢰를 주로 하는 놈들이었다.
연원 역시 꽤나 오래되어서 자금줄도 튼튼해서인지 하부 조직 역시 다른 일반 조직 폭력배와 좀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쉽게 말해서 일반 기업체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들의 하부 조직에 대한 관리는 생각보다 엄밀한 면이 있었다.
다만 이렇게 엄정한 신상필벌에 따라서 공적이 있는 하부 조직에게 그만한 배당을 했기에 하부 조직 역시 미친 듯이 지시를 잘 따랐다.
최두한은 바로 그 하부 조직 중에 하나를 담당하고 있는 이 중에 하나였다. 특히 외부 의뢰, 정치를 비롯한 다른 기업체의 은밀한 거래를 주로 담당해 왔다.
자연스럽게 상부에서는 최두한에 대해서 항상 주목을 해왔다. 그리고 유능한 조직원이 생기면 1차적으로 수혈하는 것도 그런 이유 중에 하나였다.
고등어도 어떻게 보면 그런 이들 중에 하나였다.
다크가 완전히 SF 공포 영화의 괴물처럼 행동을 보인 상황에서도 침착을 잃지 않는 것은 그런 점과는 관련이 있었다.
그저 운이 좋아서 다크의 마수(?)에서 빠져나온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두한을 비롯한 그의 하부 조직원들은 다크의 공포스러운 추격을 한 번 겪고 나서는 거의 한 달 넘게 잠적해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들이 숨은 곳은 일반적인 서울 근교가 아니었다. 놀랍게도 아예 외딴 섬 한 곳으로 도망가서는 잠적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해버리면 아무리 다크, 즉 개의 능력이 뛰어나도 쫓을 수 없다고 확신한 까닭이다.
물론 다크가 추적하려고 마음먹었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겠지만.......
다만 시간이 흘러서 한 달이 지나자 최두한 일행은 겨우 공포에서 깨어나서 이성을 차렸다.
‘휴우, 이젠 좀 살겠다!’
그 다음 수순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뢰에 대한 상부 조직에 대한 보고였다. 물론 자신의 실패한 것에 대한 보고인데.......
‘원칙대로라면 다시 시도해서 성공적인 결과를 보고해야 해. 하지만 그 괴물 같은 놈이 있다면......’
솔직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무리 자신들이 대단하다고 해도 이건 어떻게 할 수준이 아니었다.
엽총 들고 다크와 싸운다?
그건 그야말로 나무젓가락 들고 사자 우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건 아니지.’
최두한은 결국 이런저런 한 숨을 내쉬다가 도저히 답이 없자 그나마 그들에게 조차 어느 정도 인정을 받는 고등어와 함께 서울 역삼의 한 커다란 저택을 방문했다.
‘으음, 정말 돈이 많다니까.’
그는 올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거의 백여 평이 넘는 넓이도 넓이지만 뛰어난 수목으로 정원이 수려하게 가꾸어진 내부 모습에 더욱 시선이 갔다.
도저히 조직 폭력배 거점인 곳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내젓고는 한 사람의 안내를 받아서 조용한 밀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곳에는 왼 쪽에 안대를 하고 있는 한 사내가 조용히 앉아 있었다. 한국 놈답지 않게 일본도를 다듬는 모습은 영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는 살벌했다.
“애꾸 형님, 저 최두한입니다.”
애꾸는 힐끗 최두한을 잠깐 응시했다고 곧 그와 동행한 고등어를 쳐다보았다. 놀랍게도 그의 대답을 원한 눈치였다.
그런데 고등어는 눈치를 보지 않았다.
“타켓이 된 놈에게 정체불명의 개(?)가 있어서 실패했습니다.”
“개?”
애꾸는 뜬금없는 ‘개’이라는 말에 인상을 잔뜩 찌푸리면서 반문했다. 이제까지 이 바닥에 생활한 지 무려 이십 년 안팍이었다.
그 동안에 별의 별 해괴한 일을 다 겪었다.
애꾸가 된 것도 그런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얻은 훈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개’ 때문에 실패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보통 수하라면 일단 반쯤 죽여 놓고 시작하겠지만 고등어는 좀 달랐다.
‘이상하군. 저 놈은 호랑이 우리 안에 떨어져도 눈 하나 깜짝할 놈이 아니잖아? 그런 저 놈이 저런 해괴한 말을 할 놈이 아니지. 그런데 왜 저런 소리를 할까?’
“어떻게 된 거냐?”
고등어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천천히 한 달 전에 일어난 이야기를 하나도 빼먹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을 해주었다.
“우리가 의뢰를 받은 것까지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의뢰를 수행하기 위해서.......(중략) 그렇게 된 겁니다. 지금 말하는 것이지만 그 개는 개라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놈이었습니다. 사자? 호랑이? 이 정도라면 저도 이렇게까지 말하지 않을 겁니다. 사자나, 호랑이도 얼마든지 사냥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놈만큼은 도저히 방법이 없었습니다.”
“.......”
애꾸는 여기까지 듣고는 뭐라고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게 사실인지, 거짓인지 확인부터 해야 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고등어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금테 안경까지 한 고등어는 그다지 감정 없는 표정을 한 채 물끄러미 쳐다만 볼 뿐이었다.
“으음, 농담은 아니겠지?”
고등어는 역시 안색하나 바꾸지 않았다.
“물론입니다.”
“끄응, 그래?”
애꾸는 순간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지 고민을 해야 했다.
아무리 봐도 거짓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사실이라는 이야기인데.......’
미간이 절로 찌푸려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한 번의 확인은 더 필요했다.
“고등어, 지금 말에 네 목을 걸 수 있겠느냐?”
고등어는 기다리지 않았다.
“네.”
“으음.”
애꾸는 그제야 지금 상황이 사실이라는 확연히 알 수가 있었다.
‘고등어, 이놈은 절대로 거짓말을 할 놈은 아냐. 더욱이 과장 따위를 할 놈은 더욱 아니고, 그렇다는 이야기는 정말 그 괴물 같은 놈이 있다는 이야기가 되잖아?’
사실이 그렇다면 그냥 있을 수만은 없었다.
뭔가 이들에게 대안을 마련해줘야 했다. 그런데 거의 호랑이 이상의 강력한 힘을 가진 맹수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생각처럼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건 설사 총을 사용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정말 엽총이 소용없었나?”
고등어는 마치 준비를 해놓은 사람처럼 곧 바로 다크와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일단 놈은 생각보다 동작이 빠릅니다. 더욱이 감각이 매우 뛰어나서 총구를 겨누는 순간에는 그 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너희들이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그 순간을 느낀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비록 겨냥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도 그렇게 무차별적으로 총을 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을 겁니다. 다시 말해서 엽총 수준의 총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군용총을 사용한다면 모르겠지만.......”
“군용총이라.......”
애꾸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지금 이 이야기는 아무에게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망설여졌다.
더욱이 자기 임의대로 처리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잘 들어보면 괜히 연장 들고 덤볐다가는 사상자 숫자만 키울 뿐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렇다고 L 그룹의 의뢰를 거절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어쩔 수가 없나?’
그는 결국 곧 자리에서 일어나서 어디론 가로 사라지면서 한 마디만 남겼다.
“여기 잠시 기다리거라.”
“알겠습니다.”
***
이분 후.
다시 나타난 애꾸는 묘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딱히 당혹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썩 편한 것만은 아니었다.
다만 그는 의혹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두 사람에게 딱 한 마디만 남기고는 뒤돌아섰다.
-따라와라.
“?”
두 사람은 특이한 애꾸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하면서 천천히 그의 뒤를 따랐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가 걷는 방향이었다.
밖이 아니었다. 바로 저택 지하실로 통하는 입구 쪽으로 천천히 들어간 것이다.
철컹.
끼이익.
지하실 철문은 특이하게도 두껍기도 두꺼웠지만 열리는 소리만 봐서는 그 무게가 보통이 아니었다. 녹이 슬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겉으로 봐서는 그냥 자연스럽게 나오는 소리처럼 보였다.
최두한은 이제까지 조직에 있으면 이런 모습을 처음이었기에 호기심으로 눈빛을 반짝였다.
‘으음, 이런 곳도 있었나? 하긴 나 같은 경우에는 조직에서 본래 무슨 일을 하는 지, 조차 모르는.......’
이건 그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만식이파 상부 조직은 생각보다 철저한 베일에 싸여 있어서 그 정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다만 있다고 하면 중간 관리자 중에 몇 사람이라고 보면 정확했다. 바로 하부 조직 관리자 중에 한 사람인 애꾸 역시 그런 사람 중에 하나였다.
아니 그 조차도 부분적인 것만 알지 조직 전체적인 것은 잘 모른다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했다.
최두한은 이 때문에 애꾸와, 만식이파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만식이파와, L 그룹사와의 관계였다.
‘사실 의뢰를 받기 시작한 것도 L 그룹에서 의뢰를 직접 한 것이 아니라, 상부 조직을 통해서 명령이 처음에 내려왔지. 그 다음에는 어느 정도 안정이 되자 내가 관리를 맡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이 점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조직 폭력배와, 한국 굴지의 대기업과 관계가 있는 지가 말이다.
그 자신이 조직 폭력배라고 해도 만약을 대비해서 이런 점에 대해서 이제까지 호기심을 느끼고 면밀하게 조사를 해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안 결과는 아주 간단했다.
‘관련 고리가 없어!’
그건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도 보면 의뢰를 맡는 중에 의뢰금 일부를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것에 불과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맡은 의뢰 내용을 다 합치면 그 의뢰금액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렇다면 따로 의뢰비용을 추가로 받는다는 이야기가 되겠지? 그건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는......’
-멈춰라.
멈칫.
최두한이 곧 들린 한 소리 때문에 멈춘 것은 바로 이 순간이었다. 그는 밀실을 통해서 들어온 통로 한 쪽 구석은 너무 짙은 어둠이 깔려있어서 바로 코앞도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찰칵.
번쩍.
불이 들어온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형광등 불빛이었지만 워낙에 갑작스러운 상황이라서 그런지 다들 손으로 눈빛을 가려야 했다.
그리고 곧 익숙해지자 눈을 뜰 수가 있었다.
다만 그는 곧 자신의 눈 앞에 드러난 상황에 어리둥절했다.
‘저게 뭐지?’
지하실 창고 한 쪽에 놓여 있는 것은 나무 박스 수십 개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물론 곧 그 정체는 알 수가 있었다.
애꾸는 자신의 뒤를 따르던 다른 그의 수하에게 손짓을 하자, 곧 그놈은 박스 하나를 열어서 꺼내 놓은 것을 받아서 잠깐 이리저리 보여준 것이다.
찰칵. 찰칵.
‘총?’
물론 그 정체는 곧 알 수가 있었다.
“바로 AK47이란 놈이지.”
“AK47?”
그는 묘한 표정을 한 채 마치 자신의 연인을 애무하듯이 총을 부드럽게 만졌다.
“1947년에 발명된 돌격소총이다. 아마 단순함과 높은 신뢰성,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가격으로 유명하지. 어떻게 보면 20세기에 가장 많이 생산된 돌격소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내가 알기로 대략 1억정 정도 생산 되었다고 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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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삼종세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