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72 회 -- >
그 역시 겨우 한 숨 돌린 부하들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린 채 자신이 있는 곳으로 향해서 오는 두 대의 승용차 모습을 살폈다.
‘쯧쯧, 아직 멀었어. 그나저나 드디어 그 칼잡이들이 드디어 온 건가?’
***
무라마츠는 뜬금없이 조센징의 땅에 이렇게 온 것이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더욱이 자신이 감히 한국 공항에 도착했을 떼, 공항에서 마중은커녕 달랑 쪽지 하나에 도착지점만 남겨 놓은 이 조센징 새끼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만 그도 지금 한국에서 진행 중인 일이 얼마나 복잡한지는 알기에 심하게 분노할 수는 없었다.
‘빌어먹을 괜히 쓸데없이 분란을 만들었다가는 나도 어떤 꼴을 당할지 알 수가 없잖아? 일단 지금 주어진 일만 확실히 처리하라고 했으니.’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참을 만 했다. 그런데 자신이 얻어 탄 차량이 다시 무려 두 시간이 넘게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도 없는 산골짜기 깊숙이 들어가자 인내는 서서히 한계가 온 것이다.
다행이 차량이 멈춘 것은 그가 막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끼익.
<내리시지요.>
<.......>
무라마츠는 자신을 포함한 네 사람이 살기가 가득한 기운을 내뿜는 상황에서도 눈도 깜짝 하지 않는 이 특이한 조센징(?)을 보고는 입을 다물어야 했다.
이런 놈은 정말 처음이었던 것이다.
특이한 조센징, 고등어(?)는 이런 무라마츠 일행의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저희 형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런다고 해서 일이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끄응, 네 놈 이름이 고등어라고 했지?>
<네.>
<.......>
무라마츠는 의도적으로 이름으로 살짝 상대를 도발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자 정말 흥미로운 눈빛을 한 채 상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아니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정말 상대가 그렇게 무서운 놈이더냐? 네놈같이 그렇게 침착한 놈이 두려워할 정도로?>
고등어는 이내 다크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생각해봐도 솔직히 잘 믿기지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어떤 새끼라고 그런 소리를 했다면 그냥 두지 않았겠지.’
고개를 내저었다.
<아마 직접 보게 되면 그런 말은 하지 않을 겁니다.>
<이해할 수가 없군. 자네 정도라면 호랑이를 앞에 두고도 눈도 깜짝 안할 친구 같은데?>
고등어는 툴툴거렸다.
<그 호랑이를 한 방에 죽일 놈이라면 좀 다르겠죠?>
<그게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해? 세상 어떤 동물도 호랑이를 한 방에 보낼 수는 없어. 물론 특수 총이라면 좀 다른 문제이겠지만.......그렇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급소에 맞추었을 때 해당되는 소리야.>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허어, 그런데도 그런 소리란 말인가?>
<휴우, 제가 할 말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는 힐끗 그를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다시 고등어를 한 번 쳐다본 후에 한국에 까지 온 이유를 한 번 쭉 떠올려 보았다.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았다.
그 자신도 몇 단계 지시를 걸쳐서 자신에게까지 전달이 전해진 것이었다.
‘일단 이 놈들을 도와주는 것은 이차적인 문제이고, 일차적으로 DS X에 대한 비밀과, 제조 공정 기밀은 반드시 입수하라고 했었지?’
***
찰칵.
무라마츠는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곧 자신을 환영하는 최두한 일행이 쭉 늘어서 있는 보고서야 마음이 다소 풀렸다.
그는 뒤 쪽 차량에 탑승한 수하들 역시 차량에서 내려 자신의 뒤 쪽에 서자 든든한 수하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무라마츠다!”
최두한은 다소 어눌한 한국말이 그다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섬뜩한 눈빛을 번쩍이는 무라마츠 일행을 얕잡아 볼 수는 없었다.
“제가 도움을 요청한 최두한 이라고 합니다.”
간단한 인사였다.
잠깐의 소소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무라마츠는 곧 최두한 일행의 안내를 받아서 산 한쪽에 만들어진 별장 안으로 들어서면서 그들이 메고 있는 AK47 소총을 보고는 의아했다.
“가만 저건 AK 47?”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도저히 맨손으로는 어떻게 감당이 되지 않아서 저희가 사용할 총입니다. 조직에서 이미 허락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허어, 한국에서 총을 사용해도 된다는 말이냐?”
“하하하,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마 시가지 같은 경우라면 난리가 날 일입니다. 하지만 그 놈이 있는 DS는 워낙에 외진 곳이라면 그렇게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호오, 그래?”
“물론입니다. DS가 있는 위치 자체가 대구 근교에서 한참 떨어진 곳입니다. 더욱이 최근에 와서 거기 살던 농부 대다수가 떠난 곳이라 서요. 따라서 총 소리가 나도 그 소리를 들을 정도라면 꽤나 멀리 떨어진 곳이라서 분간하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꽤 편하겠군.”
“네? 무슨 말씀이신지?”
무라마츠는 잔인한 미소한 함께 가장 뒤 쪽에서 바짝 붙어서 커다란 박스 하나를 들고 오던 한 사람을 힐끗 쳐다보았다.
“사카이!”
“하이!”
“나누어 주거라!”
그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박스 안에서 검은 색 천으로 둘러싸인 것은 꺼내서 동행한 일행에게 그것을 한 명씩 나눠주기 시작한 것이다.
“?”
최두한은 처음부터 일본인 냄새가 풀풀 풍기는 무라마츠 일행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런 광경을 보고는 의아 했다.
‘도대체 저게 뭐지?’
자연스러운 의문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생각보다 빨리 드러났다.
무라마츠 역시 한 개를 받아서는 가볍게 이리저리 휘두르자 둘러싸고 있는 천이 밑으로 천천히 떨어져 내린 것이다.
‘검?’
다소 암갈색으로 만들어진 특이한 형태의 검이었다.
검 집에 새겨져 있는 무늬만 놓고 봐도 그냥 가볍게 볼 수 있는 검은 아니었다.
더욱이 곧 검 집에서 빠져나온 검 날은 저녁놀에 살짝 반사가 되어서 그 섬뜩한 위용을 그대로 드러내 보고 있었다.
새파랗게 날이 서 있는 검 날에서 품겨 나오는 기운은 동물뿐이 아니라, 인간의 신체는 단숨에 토막 낼 정도로 강렬한 광채를 뿌리고 있었다.
“어떤가?”
“네, 네?”
“흐흐흐, 이 카타나는 아마 자네가 본 것일 수도 있어. 하지만 이놈만큼은 아주 특수하게 따로 만들어진 것이라서 사람의 신체는 그야말로 두부 자르듯이 자를 수가 있지!”
휘익.
휘익.
가볍게 카타나가 허공을 가로지를 때마다 주변에 퍼지는 검의 기운은 단순한 아마추어 수준의 능력으로 보이지 않았다. 최소한 몇 사람을 살인을 해본 것으로 보일 정도로 견곤한 움직임이었다.
“.......”
최두한은 묘한 표정을 한 채 카타나의 검을 이리저리 휘두르면서 위세를 떨치는 무라마츠를 쳐다보면서 입을 다물었다. 생각보다 심사가 너무 복잡한 것이다.
‘도대체 이놈들이 어떻게 저런 검을 국내로 가져올 수가 있었을까?’
일단 떠오른 의문이었다.
다만 그 역시 조직 내부에서 일본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배운 바가 있기에 그 내용을 쭉 떠올렸다.
그 내용은 간단했다.
일차적으로 일본 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기본적인 기병문화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는 것.
그리고 일본 무사는 목적지까지 말을 타고 간 후에, 내려서 싸우는 보병전술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대륙 쪽에 다양한 민족을 적으로 싸워온 우리와 달리 섬나라 안의 영주들 싸움이 대부분이기에 엄청난 수의 군사로 전쟁을 한 적은 만치가 않았다.
해서 칼 자체도 보면 이런 환경에 크게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바로 말위에서 쓴다거나, 전쟁터에서 쓰기에는 모양이나, 형태가 한중일 3국 중에서 가장 특이한 형태를 가진다는 말이다.
이런 성향을 대표하는 가장 대표적인 검이 바로 카타나이다. 약간 휘어진 형태의 찌르기와, 베기를 겸용으로 하는 양손 검이다. 즉 타격범위가 전부 상체로 한정이 되어 있고, 상체 베기에만 주로 특화가 되어 있는 것이다.
만약 상태가 호구를 차지 않고, 창이 아니라는 전제하에서 대결을 펼칠 경우 승리할 확률이 굉장히 높으면 칼을 뽑아 상대를 치는 속도를 높이기 위하여 제일 적당한 길이로 만들어져 있었다.
바로 상시 휴대라는 용도에 맞게끔 발전한 칼이라고 보면 정확할 것이다.
그리고 무라마츠가 들고 있는 검은 이런 특징을 아주 잘 반영하고 있었다.
‘저 검을 제조한 방법이 접쇠단조법이라고 했던가?’
접쇠단조법은 쇠를 접고, 또 접으면서 망치로 단조하여 제작하는데, 대량 제작에는 적하지 않아서 전쟁용으로 발달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만드는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성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수 백 명이 엉켜 싸우는 전쟁에서 쓰기에는 칼 자체가 너무 아깝다는 의미이다.
어떻게 보면 사무라이 계급의 성장은 이런 면과도 관련이 있었다.
최두한은 카타나에 대한 기억을 하나하나 떠올리면서도 새삼 조직 내에서 왜 이런 일본 문화에 대해서 교육을 시키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기분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무라마츠는 이런 최두한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 지 자신의 애검을 검집에 넣고는 쓰윽 그의 어깨에 살짝 걸친 채 섬뜩한 눈빛을 번뜩였다.
“어떤 놈이라도 일 검이면 족하지!”
“.......”
그는 물론 곧 바로 입을 열 수는 없었다. 다만 내심으로는 무라마츠에 대해서 비난을 퍼부을 뿐이었다.
‘그거야 두고 보면 알 일이겠지!’
***
무라마츠는 처음에는 최두한 일행을 무시했다. 일단 자신을 마주하고 있는 태도만 봐서는 너무 형편없어 보인 것이 가장 컸다.
더욱 자신을 포함한 수하들의 검술은 단순히 수련용이 아니라, 살인술에 가까웠다. 그저 보기 좋은 검술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자신이 지시를 받은 내용 역시 이런 것과도 관련이 있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물건을 회수하라고 했었지? 어떤 사태라도 나머지는 조직에서 알아서 해 준다고 했었지?’
이런 상황이었다.
따라서 그는 지금 자신에게 맡겨진 일의 의미를 잘은 모르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만 완수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다만 그도 처음에는 최두한 수하들이 너무 어설퍼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최두한 수하들이 이후에 보여주는 긴장감이 가득한 사격 모습은 이런 그의 생각을 바꾸어야 했다.
탕탕.
마치 전쟁에서 적을 상대하는 절박감.
그리고 전율감이 흘렀다.
단 한 발이라도 놓치면 자신은 죽을 수 있다는 처절함 역시 같이 하고 있었다. 그건 한 편으로 사무라이의 일격필사의 일도와 통하는 면이 있었던 것이다.
‘흐음, 이상하군. 도대체 이 자들이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설마 우리 때문에 긴장해서 의도적으로 이런 모습을 한 건가?’
그렇지는 않았다.
그건 그만의 착각일 뿐이었다.
최두한 일행이 비록 무라마츠 일행을 보고 깊은 첫인상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아니 그들이 다크를 만나기 전이었다면 경악했을 지도 몰랐다. 그런데 지금은 과거와는 많이 달랐다.
‘그 개새끼와 비교하면.......’
애교나 마찬가지였다. 다크가 당시에 보여준 공포감, 그 치열함은 벌써 한 달이 지난 지금에도 밤에 종종 악몽을 꿀 정도로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아무리 승용차 표면 강철이 약하다고 해도 그렇게 두부처럼 잘려나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특히 승용차 외각 뼈대는 그렇게 쉽게 휘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그건 다르게 표현하면 다크가 가지고 있는 힘이 그만큼 무시무시하다는 의미였다.
‘만약 내 몸이 그놈의 발톱에 스치기라도 했다면.......’
생각하는 것만으로 등 어림에 소름이 오싹했다.
최두한 수하들이 잠깐 무라마츠가 보여준 카타나를 보고 놀란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승용차를 종이처럼 구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이 무라마츠 일행에 대해서 그다지 이런 점을 내색하지 않는 것은 당연히 이유가 있어서였다.
바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AK47 소총에 대해서 조금씩 확신을 한 것이다. 특히 무라마츠 일행이 보여준 검술을 보자 더욱 경쟁심을 가지고 사격 수련에 깊이깊이 매달렸다. 당연히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사격은 단순히 수련용과는 좀 달랐다.
타타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