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마법사-173화 (173/397)

< -- 173 회 -- >

타르릉.

특히 연발이 되어서 그 AK47의 고질적인 충격에 영향을 받을 만도 하거만 천년바위처럼 조금도 자세가 흔들리지 않는 모습,

그리고 눈에 번쩍이는 섬뜩한 광채,

절대로 혼자 죽지 않겠다는 결사의 의지.

그야말로 과거 사무라이에게서조차 쉽게 보기 힘들 정도로 무시무시한 분위기였다.

“.......”

‘정말 무섭군.’

***

무라마츠 역시 최두한 일행의 수련을 보면서 다소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수련의 강도가 줄어들기는 오히려 더욱 심해만 가자 이런 상황에는 안색을 굳혔다.

“자네들 혹시 전쟁이라도 할 셈인가?”

“네?”

“으음, 아니 지금 사격하는 모습만 봐서는 꼭 전쟁 준비를 하는 것 같아서.”

최두한은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좀 달랐다. 확실히 수하들의 분위기는 그가 굳이 뭐라고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군기가 서 있었던 것이다.

“전쟁? 아마 그 보다 더한 상황을 앞두고 있으니, 자연히 저렇게 되는 겁니다.”

“그 보다 더하다고?”

“네, 그 놈은 솔직히 다시 보기 겁날 정도로 무서운 놈이니까요.”

그는 다시 질문을 받자 다크의 그 무시무시한 위세를 새삼 떠올리고는 부르르 떨었다.

무라마츠는 이런 그의 표정을 조심스럽게 살피면서 생각을 달리해야 했다. 사실 그는 지금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AK47을 저런 식으로 무장하고도 상대에 대해서 겁을 낸다는 말인가? 도대체 그 놈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이렇게까지 겁을 먹는 거지? 이건 막말로 공포 영화에 나오는 괴물을 상대하는 것과 비슷하잖아?’

“정말 이해할 수가 없군.”

“그건 직접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아마 수하들에게 준비를 단단히 시켜야 할 겁니다.”

“허어, 내 수하들은 어떤 적이라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야말로 무사 중에 무사다. 어떤 처절한 상황에서도 적을 두려워서 도망간 놈은 누구도 없어!”

실로 단호한 기세.

도망가는 놈에게는 자신이 직접 검을 휘두르겠다는 의지마저 있었다.

다만 최두한은 이런 무라마츠의 태도에 오히려 내심 비웃음만이 나올 뿐이었다.

‘당신이 직접 경험하고 나면 그런 소리를 못할 거유!’

그렇다고 이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물론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적이 두려움이라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다른 겁니다. 최소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 어느 정도 칼이라도 휘두를 테니까요.”

“흐음, 날 얕잡아 보는 건가?”

“그럴 리가요!”

“.......”

무라마츠는 처음에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했지만 대화를 거듭할수록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입을 다물어야 했다. 도대체 이 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잘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이다.

‘짜증스러운 조센징이군!’

최두한이라고 해서 그와 대화를 하는 것이 물론 마음이 편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 역시 속 시원하게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가 믿을 것 같지가 않았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다만 그도 오해의 골을 더 만들기 싫어서라도 한 마디 해줘야 했다.

“지금 우리가 상대해야 할 놈은 바로 개입니다.”

무라마츠는 황당한 소리에 멍한 표정을 한 채 입을 살짝 벌리면서 반문했다.

“개?”

“뭐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 개 크기가 송아지보다 더 큰 놈이라면 이해가 될 겁니다.”

“허어, 그렇게 큰 개도 있다는 말인가?”

“저도 직접 보지 않았다면 믿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그 놈은 단순히 크기뿐이 아닙니다. 발톱은 얼마나  강력한 위력을 가졌는지, 승용차의 강철도 간단하게 조각낼 정도로 날카롭습니다. 거기에 힘은 차량의 강철판은 완전히 뜯어낼 정도로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죠.”

어처구니가 없는 이야기.

“그, 그걸 날 보고 믿으란 말인가?”

“뭐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얼마 있지 않으면 그 놈을 직접 상대해야 할 테니까요.”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최두한은 자신이 할 바를 다했다고 판단하는 지 더 이상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수하들을 더욱 독촉하면서 사격 훈련에 전념할 뿐이었다.

-야 새끼들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야!

바로 단 한 순간의 실수가 곧 죽음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아서였다. 아니 설사 죽지 않는다고 해도 마찬 가지였다.

‘완전히 병신이 되겠지!’

***

무라마츠는 물론 이런 최두한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저 겁이 너무 많아서 착각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이건 오히려 그 자신뿐이 아니라 수하들이 더욱 심했다.

“형님, 아무래도 저건 저 조센징 놈들이 겁을 잔뜩 집어 먹서 그런 거라고 봐야 합니다.”

“사네토,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

“물론입니다. 원래 조센징은 겁이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까? 그건 당연한 겁니다.”

그런데 이건 사네토만의 의견이 아니었다.

검을 구비한 다른 이들 역시 의견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을 예측까지 한 놈들도 있었다.

“조센징은 원래부터가 겁이 많았습니다. 그건 역사적으로 증명이 됩니다. 조선시대 때에 우리의 막강한 병력들이 치고 들어가자 혼비백산해서 도망간 것만 봐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한 사람만의 의견은 결코 아니었다.

“어디 그 뿐입니까? 대학 제국 시절에 보면 아예 총부리만 겨누어도 겁을 집어먹고는 무릎을 꿇은 놈들이 그 놈들입니다.”

“일제 식민지 시절에는 더했지요. 그 새끼들은 그저 총부리만 살짝 겨누어도 전부 엎드려서는 기어 다니고 했던 놈들이니까요.”

“하하하, 지금도 보면 그런 조센징이 아주 많죠?”

“저놈들이 비록 우리 조직에 소속이기는 하지만 태생은 어쩔 수가 없는 법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이었다. 글쎄, 이들의 말이 맞는 지 틀린 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할 문제였다.

***

최두한은 사격 수련에 집중하면서 간간히 무라마츠 일행에게 들리는 한국인 비하 소리를 들었지만 일단 무시해버렸다.

보다 못한 돼지가 따졌다.

“형님, 저건 너무 한 것 아닙니까? 저 쪽발이 새끼들이 사람을 아주 물로 보는 보는데, 그냥 놔둘 생각인 겁니까?”

대답은 의외로 고등어가 나섰다.

“쓸데없는 소리 마.”

“야아, 고등어, 너 저걸 보고 그 따위 소리를 하는 거야? 저 쪽발이 새끼들이 우리 과거사를 씹는 것이 보이지도 않아?”

“일단 저놈들 말이 화가 나는 것은 사실이야. 그건 너 뿐이 아니라, 한국인이라면 당연하겠지. 그런데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

“뭐? 너 완전히 미쳤구나?”

“쯧쯧, 그러면 조선시대에 왜구가 침입해 왔을 때, 당당하게 맞서서 싸운 거야?”

“그건.......”

“그렇지가 않지. 남부 지역은 그야말로 약탈, 수탈이라는 수모를 당했으니까. 만약 운이 나빴다면 정말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 모르지.”

돼지는 말을 거듭하는 중에 오히려 무라마츠 일행을 두둔하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야, 고등어! 이 개새끼가! 도대체 말을 어떻게 그 따위로 하는 거야? 너 씨발 새끼, 요즘 들어서 좀 컸다고 눈에 보이는 것이 없지? 너 이제 봤더니 완전히 쪽발이구나!”

고등어는 피식 웃었다.

“쯧쯧, 좀 웃기는 소리 마. 내가 어째서 쪽발이란 말이야?”

“그 따위 소리를 하고서 아니라고?”

“난 어디까지 맞는 이야기만 한 거야.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지.”

“중요한 게 뭔데?!”

그는 힐끗 최두한 눈빛이 자신에게 향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놈들이 싫던 좋던 그 개새끼와 상대가 하게 되어 있다는 것.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그거야.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그건.......”

돼지는 그제야 눈살을 찌푸리고는 입을 다물어야 했다.

‘하긴 그 개새끼와 정면에서 붙게 된다면.......아무리 저런 칼을 들고 있다고 해도 운이 좋으면 살수는 있겠지. 하지만 잘해봐야 반신불수라고 봐야겠지!’

이건 기본 사격이 끝나서 자리로 돌아온 이들 역시 뒤 늦게 이런 이야기를 듣고 발끈하려다가 다들 복잡한 표정을 한 채 고등어를 쳐다봐야 했다.

고등어는 이런 동료들을 위해서인지 꼭 흉계를 꾸미는 놈처럼 음흉한 미소를 한 채 한 마디 더 부언해주었다.

“흐흐흐, 아마 저놈들이 그 개새끼와 마주하게 되면 정말 볼만한 거야. 정말 지금처럼 자신만만할지. 아니면 미친놈처럼 도망을 칠지. 다만 여기서 더욱 중요한 것이 있지.”

최두한 조차 이 말에는 흥미를 느꼈다.

“그게 뭐지?”

“기회입니다.”

“기회?”

“저놈들이 가지고 있는 검은, 분명히 저놈들의 입만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지 확실치는 않지만, 진짜라는 것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그 개새끼가 아무리 무섭다고 해도.......”

“설마 너는 저놈들이 그 괴물을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고등어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면 정말 좋죠. 하지만 제 생각에는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딱 봐서는 자신들이 호랑이 우리에 맨 놈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어리석은 놈들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말고자 하는 바가 뭐냐?”

고등어는 힐끗 살벌한 눈빛을 한 채 무라마츠 일행을 힐끗 쳐다보았다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저놈들이 그 괴물의 시선을 끌게 되면, 약점이 많이 나타날 겁니다. 뭐 제 생각 같아서는, 저놈들과 그 괴물이 같이 섞여 있을 때 총을 쏘는 것이 가장 최선이기는 하지만.......”

“으음, 그건 곤란해. 만약 그런 사실을 조직에서 알게 된다면.......”

“네,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건 어렵겠죠. 현재로는 저들이 그 개의 시선을 끌어서 드러난 약점을 최대한 이용해서 공격하는 방법입니다. 아마 AK47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겁니다.”

“으음.”

최두한은 그제야 신음 소리를 토하면서 고등어의 제안을 고민해봐야 했다.

‘방법은 나쁘지 않아. 하지만 과연 그런 방법이 잘 먹힐까?’

그런데 이것 그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이들 역시 섬뜩한 고등어의 지략에 복잡한 표정을 한 채 잠깐 쳐다봐야만 했다. 비록 일본인이라고 해도 자신의 동료마저 미끼로 사용하려는 그의 술수에 새삼 놀란 것이다.

‘독한 새끼!’

***

무라마츠는 이런 최두한 일행의 분위기를 잘 알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검술과, 그리고 수하들의 실력을 오히려 더욱 믿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수련이 끝나서 드디어 목표물을 향할 때도 이런 마음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다만 그도 완전히 바보는 아니기에 최두한 일행이 한 이야기가 다소 걱정이 되기는 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말이 안 돼. 아무리 개가 힘이 있다고 해도 송아지만할 수는 없어. 아니 설사 그런 놈이 있다고 차량을 종이처럼 찢어버릴 수는 없는 일이지.’

이것이 그의 이성적인 판단이었다.

다만 그도 최두한 일행이 저렇게 처절하게 사격 훈련하는 것을 보자 본능적인 불안감을 배제한 것은 아니었다.

‘뭔가 있다는 이야기인가?’

문제는 바로 패기만만한 수하의 이야기를 듣자 상황은 달랐다는 것이다.

“형님, 너무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저희들 숫자가 무려 여덟 명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곤란합니다. 더욱이 천명류(天明流) 직계 제자만 해도 여기에 네 명이나 있습니다. 설사 호랑이라도 해도 두려워 할 이유가 없습니다. 기껏 개새끼 한 마리를 염려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틀린 이야기가 아니었다.

무라마츠도 이런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자 처음에 느낀 불안감을 곧 떨쳐 버렸다. 설사 괴물 같은 개 한 마리가 있다고 해도 자신의 믿음직한 수하를 더욱 더 믿었던 것이다.

“알겠다.”

***

무라마츠 일행이 이처럼 최두한 일행을 결국에 무시하고는 자신의 능력을 믿기 시작하자 그들의 태도는 실로 점점 오만방자해졌다.

-역시 조센징은 겁이 많습니다. 우리 일본 대제국의 무사들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법인데, 지금 사격하는 자세만 봐서는 언제라도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

이게 하루 이틀이 아니라 수련 중에 계속 반복이 되자 짜증스러운 일이었다.

최두한 일행이 만약 저들이 먼저 다크를 상대하지 않는 상황이었다면 그냥 두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참지 못해서 간간히 발끈하는 애들이 있기는 했지만.......

-야아, 그만 둬. 저 쪽바리 새끼들이 있어야 그나마 우리들이 덜 다쳐!

이런 분위기.

결국 두 일행 사이는 다크 습격하기 전부터 갈등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이 그렇다고 무라마츠 일행을 결코 가볍게 볼 수만은 없었다. 저들이 취하는 검술 자세가 결코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특히 간간히 보이는 대련 모습은 도저히 대수로이 넘길만한 것이 아니었다.

한 일본인이 취하는 동작이 그렇다는 말이다. 그는 왼발을 앞에 두고, 검을 등을 위로해서 명치부분까지 쭉 당겼다. 그리고 검 끝의 높이는 바로 상대 화개혈 위치 높이에 정확히 위치해 있었다.

이 상태에서 왼발을 수평으로 쭉 미끄러지면서 앞으로 쭉 내 민 일 검은 그야말로 바위조차 단숨에 관통할 정도의 기세였다.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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