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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이해가 안 됩니다. 아예 사지 말라고 가격을 올렸는데, 오히려 재고가 전부 소진되었다고요?”
정성일 부장 역시 곤혹스럽기는 매 한 가지였다. 그도 이제는 어느 정도 조민우가 뭘 고민하는지 알기에 조심스러웠다.
“워낙에 소비자의 욕구가 강합니다. 그 때문에 업체에서는 일단 고객이 요청만 하면 재고 물량을 생각도 안하고 그냥 막 판 겁니다. 거기에 더욱 큰 문제는 매석하는 이들까지 가세하자 더욱 재고 소진이 가속화된 겁니다.”
“매점 매석요?”
“네, DS SX가 가지는 효능에 알아본 겁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서 무려 3배나, 4배의 폭리 가격으로 막 판 겁니다.”
“어이가 없군요. 그 가격에 설마 다 팔렸다는 말은 하시는 겁니까?”
“그게 믿기지 않지만 사실입니다. 그만큼 절박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황당할 노릇이었다.
10만원도 너무 지나친 폭리였다.
그 때문에 계속 DS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서 고객의 항의가 빗발쳤다.
“그 따위로 하면 당장에 때려 치워!”
“당신들 도대체 고객을 뭐로 생각하는 거야? 완전히 봉 취급하는 거지?!”
“너희들 그러고도 회사 잘 돌아가는 지보겠다. 세상 일이 그렇게 쉽게 알 될 거다!”
이런 내용이었다.
조민우 역시 간간히 홈페이지를 확인하기에 이런 분위기를 잘 알았다.
‘그런데 그 가격에 무려 4배로 팔았다니!’
새삼 DS가 가지는 마력에 놀라운 따름이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꼭 그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할 수는 없었다. 보통 정력과 관련된 약은 부작용이 있어서 과다 복용은 금물이었다.
대다수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서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했다.
그런데 DS SX는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순수한 물이었다.
다소 불순물이 들어갔지만 말이다.
따라서 복용에 대해서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지.’
***
조민우는 실제로 드러난 고객 반응을 보고는 이런저런 고민을 해보았다. 다만 그도 여기에 대해서 고객의 요청을 들어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미 자신이 생산한 물량은 들어갈 곳이 딱 정해져 있었다.
여기서 더 생산할 수는 없었다.
‘빌어먹을 빨리 마법진에 대한 연구를 서둘러야 돼.’
다만 이게 하루아침에 되지 않았다.
결국 지금 문제를 처리할 수는 없었다.
자신이 그렇다고 계속해서 흑사 당할 수는 없었다.
이것은 기본적인 생산 때문에 자신의 마나를 쥐어짰다.
다만 놀라운 사실은 이런 극단적인 노가다 때문에 생산량이 꽤 늘어났다는 점이다.
‘휴우, 이걸 좋아할 수는 없겠지? 이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아.’
하지만 그가 그렇다고 해서 물량을 생산 후에 지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최종 물량을 억지로 생산 후에는 더욱 그랬다.
“헉헉, 이러다가, 내가 먼저 골로 가겠어!”
너무 힘든 상황이 반복되자 결국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50만원으로 인상하세요.”
“네?”
“아 저도 폭리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사실 이제는 구입을 자제하라는 의도이죠. 그래도 구입하겠다면 어쩔 수 없죠.”
정성일 부장은 다소 답답해서 잠깐 머뭇거렸다. 자신은 도대체 왜 이렇게 제약이 많은 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아서였다.
웬만해서는 넘어가려고 했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사장님, 차라리 그 제작 방법을 다른 직원에게 알려서 같이 진행하면 안 됩니까? 꼭 사장님이 혼자하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건 안 됩니다.”
“그러면 그 이유라도 알 수가 없습니까?”
“말해줄 내용이면 벌써 말했을 겁니다. 지금은 좀 참아주세요!”
확인이었다.
물론 몇 번 더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휴우, 알겠습니다.”
***
추가적인 생산 물량은 다소 늘어난 덕분인지 공급은 지장이 없었다. 역시 문제가 되는 것은 이제까지 눈이 빠지라고 기다린 고객이었다.
가격이 무려 5배까지 뛰어버리자 당연히 격한 반발이 나왔다.
“아니, 도대체 이 가격은 뭡니까? 물 겨우 한 병에 50만원이라고요? 지금 제 정신으로 이 가격에 판매를 하는 겁니까? 혹시 여기 편의점에서 폭리를 취하는 겁니까?”
“절대로 아닙니다. 정 궁금하시면 DS 홈페이지 접속해서 문의를 해보세요. 그 쪽에서 공급 수요가 문제가 되어서 이렇게 책정된 것뿐입니다.”
물론 이렇게만 설득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합리적인 추가 의견을 내놓았다.
“아니 생각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조루에 거의 탁월한 효과를 보여주고 있는 약, 아니 물입니다. 거기에 물이라서 부작용도 없어요. 당연히 가격이 비싸지 않겠습니까?”
다만 가격이 너무도 비쌌다.
설득력이 너무 떨어졌다.
과거 그 유명한 봉이 선달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여기에 당연히 반발이 나왔다.
한 두 사람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편의점을 이용하는 이들은 전부 한 마디씩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었다. 이미 DS 자체에서 공급 가액을 정해버린 상황이라서 대안이 없었다.
덕분에 판매는 주춤했다. 아무리 정력에 좋다지만 물 한 병에 무려 50만원씩 구입할 사람은 한국 전체를 뒤져봐도 많지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은 곧 바뀌었다. 누군가 DS SX를 구입한 후에 거기에 물을 섞어서 용량을 키워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물론 약효는 다소 반감되었다.
어느 정도 마진을 두고 농도를 정한 것인데, 그것마저 알아챈 것이다.
그 정도만 해도 충분했다.
실전에서는 어느 정도 먹혀 들어갔다. 곧 이어서 주춤하던 판매량이 급격히 다시 늘어나더니 곧 바로 매진이 되어버렸다.
물론 이런 사정은 국내에서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패밀리 마트에서 대만, 일본에 실험적으로 판매한 것 역시 결과는 비슷했다.
아니 국내보다 오히려 더욱 심했다.
“백만 원 해도 살 테니, 빨리 물량이나 더 내놔!”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당연히 DS 매출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
최성환 이사는 요즘 들어서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과거 자신이 노려서 몰락시킨 중소기업 하나 때문이었다.
당시에 다시는 일어서기 어려울 정도로 완전히 망가트렸다. 심지어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서 은행에 손을 써 놓았다.
일단 자금을 마련한 길이 없는 이상에는 더 이상 우환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상황은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좀 다르게 흘러갔다.
놀랍게도 이놈이 다시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 사업 아이템을 알고는 코웃음 지었다.
‘물장사라고?’
혹시나 해서 술장사라고 착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정말 물을 판매하는 일이었다.
도저히 수익이 나올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밑에 지시를 내려놓고는 곧 잊어버렸다.
적당한 순간에 알아서 도태될 것이라 보았다.
사실 더 이상은 자신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과만 지켜보았다.
하지만 상황은 자신이 예측한 것과는 달랐다.
매출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몇 가지 술수를 사용해서 방해까지 해보았다.
그런데 그 결과 역시 좋지가 않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곧 이어서 드러난 결과였다.
‘조루 특효 물(?)이라니.’
생각도 못한 아이디어였다.
결국 전 직원까지 투입해서 철저하게 감시를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그럴 수는 없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올 예상 매출이 무려 5,000억 가까이 된다고?’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것이 아니었다.
예상 순이익이 무려 4,700억에 가까웠다.
제조업에서는 상상도하기 힘든 결과였다.
더 이상은 방치할 수가 없었다.
결국 박용운 부장을 호출했다.
거기에 한성 제약의 최명우 부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이 자신의 집무실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일단 좃나게 갈구었다.
탕.
“도대체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죄송합니다.”
“아니, 지금 내가 그 소리를 들으려고 한 것이 아니잖아? 왜 상황이 이 모양이 되도록 그냥 둔 거야. 순이익 무려 4,700억이라고 하잖아? 그 정도면 지난 회사에서 비해서도 월등히 더 성장했잖아?”
물론 여기서 끝낸 것은 아니었다.
“조민우 저놈이 어느 정도 외형적인 성장을 이루고 나면 어떻게 행동할지 몰라? 바로 우리야. 우리에게 이를 갈고 있을 것 아냐?!!”
구구절절 맞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박용운 부장은 그다지 반박하지 않았다.
그의 성격을 아는 탓이다.
괜히 쓸데없는 소리해봐야 말꼬리만 잡힐 뿐이었다.
오히려 옆에 있는 최명우 부장을 걸고 들어갔다.
“사실 지금 진행은 한성 제약 측에서 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다시 끼어들기는 좀 그랬습니다. 중요한 건 제가 이미 보고를 다 드렸지 않습니까?”
“이봐, 박 부장,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빽 지른 소리.
장난이 아니었다.
집무실 전체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였다. 최명우 부장조차 자신의 직속상관이 아니지만 이런 살벌한 분위기에는 고개를 푹 숙였다.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 다만 괜히 자신에게 화살이 날아올 것을 염려해서 그저 침묵만 했다.
박용운 부장은 옆에서 물끄러미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조용히 입만 다물었다. 다만 그도 계속 있어봐야 욕만 더 듣는 다는 것을 알았기에 머리를 굴렸다.
뭔가 방법을 찾아야 했다.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까지 해온 직무 경험이 있어서인지 곧 한 가지를 떠올렸다.
‘가만 지금 DS SX의 장점은 물이라는 점에 있어. 그 덕분에 검사를 받지 않았지. 하지만 만약 이 때문에 사람이 죽는다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가장 모범적인 해답이었다.
곧 자신의 예상대로 화살이 날아왔다.
“이봐, 박부장, 너는 왜 입을 다물고 있는 거야? 그냥 침묵만 하면 넘어갈 것 같아?!!!”
곧 바로 입을 열었다.
“방법이 있습니다.”
“응? 무슨 말이야?”
“뭐 지난 일은 솔직히 저와는 관계가 없었습니다. 이사님이 한성 제약에 넘긴 일이니까요.”
이렇게 해서 선을 그은 후에.
“다만 지금 상황에서 대처가 중요하겠죠. 지금 DS SX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물입니다. 그 때문에 보다 고객에게 쉽게 다가가는 거죠. 물론 부작용 따위는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사고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것도 사람이 죽는 일이 발생한다면?”
“뭐? 너 미쳤냐?!!”
“아, 이사님, 생사람을 죽이자는 것이 아닙니다. 몇 달 남지 않는 암 말기 환자라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더욱이 딱한 사정에 있는 이라면 더욱 좋죠. 이후 뒤탈도 없지 않겠습니까?”
최성환 이사도 그제야 목소리를 낮추었다. 제안이 썩 마음에 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대책보다는 월등히 나았다.
“흐음.”
박용운 부장은 자신의 제안이 먹혀 들어갔다는 것을 확신하자 슬그머니 마침표를 찍었다.
“거기에 저희 그룹 계열사 중에 보험 회사가 있지 않습니까? 그 쪽이라면 쉽게 대상자를 찾을 겁니다.”
그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좋아. 바로 진행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