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87 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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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추일은 폐암 말기 환자였다. 지금 남아 있는 생명이라고 해봐야 겨우 한 달 정도였다. 그것도 최대한 쳤을 때 이야기이다.
결국 요즘은 치료도 포기하고, 가족과 지내는 것에 집중했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역시 치료비였다.
비록 암보험에 들어서 어느 정도 메꾸기는 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차라리 지금과 같이 될 줄 알았다면 차라리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이 나았다. 자신 때문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괴로워한 탓이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이미 치료 과정에서 사용된 비용 중에는 너무 급해서 은행뿐만 아니라, 사채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자신이 죽고 나면 집안은 그야말로 풍지박살 날 것이 분명했다.
‘하아, 내가 죽일 놈이야!’
가끔 와이프의 안색이 초췌해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억장이 무너졌다. 방법만 있다면 과거로 돌아가서 바로 자살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에게 낫선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온 것은 이 무렵이었다.
<김추일 씨죠?>
<네, 그렇습니다만.......>
<아, 저는 김성낙 과장 통해서 소개를 받고 이렇게 전화를 드리는 겁니다.>
딱 이 말과 동시에 나온 내용.
만약 폐암 말기 환자가 아니었다면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자신보고 심장마비로 죽으라는 내용인 탓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는 오히려 묵묵히 인내하면서 상대의 제안을 듣기만 했다. 자신의 죽음까지 담보로 내 걸었다면 내놓은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상대의 제안은 역시 놀라웠다.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2억을 드리겠습니다.>
어차피 곧 있으면 죽을 몸.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좋습니다. 하지만 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한 후에 제안을 받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
김추일은 누가 자신에 자신에게 의뢰한 것인지 굳이 묻지 않았다. 상대가 자신의 죽음까지 걸고 하려는 일을 가리켜 줄 리가 없었다.
그는 대신 돈을 확인한 후에 오히려 상대 지시에 철저하게 따르는 것에 집중했다.
일단 자신이 원래 입원해 있던 병원 앞 편의점에서 DS SX를 구입했다. 물론 이미 심장 마비에 필요한 약은 따로 받았다.
과다 복용하면 바로 죽게 되는 특수한 약이었다.
상대는 물론 이 약의 정체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았다.
그 역시 굳이 시시콜콜 따지지 않았다.
어차피 돈까지 확인한 마당에 이제는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특히 와이프가 환하게 미소 짓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곧 병원으로 들어갔다.
***
병원 대기실은 이미 약속까지 되어 있는 상황이라서 그다지 이상한 것은 없었다. 마침 다른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곧 주변을 살폈다.
증인이 우선적으로 필요했다.
의식적으로 시선을 끌기위해서 크게 소리쳤다.
“아, 씨팔, 도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 거야?!!!!”
빽 소리치자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시선이 돌아왔다.
자신이 원한 상황이었다.
곧 바로 손에 쥐고 있는 약을 보이지 않게 입에 넣은 후에 DS SX를 들이켰다. 다른 환자들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꿀꺽꿀꺽.
이미 자신을 보고 있는 숫자만 해도 대략 20명.
증인은 충분했다.
곧 이어서 심장 부위가 욱죄어왔다.
지독한 통증이었다.
“크윽.”
자신이 비틀거리자 주변의 상황은 예상대로였다.
하지만 그는 곧 아예 호흡까지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자리에서 풀썩 쓰러졌다. 곧 자신의 주변으로 몰려오면서 수군거리는 이들을 희미하게 볼 수 있었다.
다만 지금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보고 환하게 미소 짓는 가족의 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내 할 바는 다했어.’
툭.
곧 이어서 고개가 꺾였다.
처음에는 다들 몰랐다.
하지만 곧 한 사람이 확인하자 난리가 났다.
“사, 사람이 죽었어!”
***
이곳은 병원.
당연히 사람이 죽자 정확한 사인을 찾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알 수가 없었다.
DS SX는 단순한 약물이 아니라, 물인 탓이다.
다소 독특하기만 했지만 말이다.
다만 곧 CCTV 화면에 지금 장면이 찍힌 것이다.
그것은 곧 언론을 통해서 알려졌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알린 것이다.
-DS SX로 사람이 죽다!
딱 이 한 마디.
이것이 맞고 틀리고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죽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때문에 해당 관할 부서에서 DS SX에 대한 정밀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미 그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물이다!
단순히 물이 심장마비의 원인이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결국 이 일은 흐지부지되었다.
문제는 이것이 아니었다.
곧 DS SX 판매가 주춤하나 싶더니, 소비가 격감하기 시작했다.
아니 얼마 있지 않아서 전혀 팔리지 않았다.
***
조민우는 이런 사실을 언론을 통해서 나간 후에야 알았다. 그는 물론 이런 터무니없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는 어이가 없었다.
“뭐야? 이건?”
하지만 정성일 부장은 달랐다.
그는 안색을 굳힌 채 자신의 심사를 털어놓았다.
“이거 큰 일 났습니다. 아예 DS SX 판매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DS SX와 관계없다는 것이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아무래도 소비자의 인식이 DS SX에 대해서 좋지가 않습니다. 그냥 무조건 금기시하는 분위기입니다.”
“그건 골치군요.”
“네, 상황이 심각합니다. 지금 매출이 너무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건 제가 한 번 생각해보죠.”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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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우는 뜻밖의 난관 때문에 머리를 굴려야 했다.
지금 상황이 자신의 추측과는 너무 달랐다.
쉽게 해결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민을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는 결국 이런저런 방법을 강구하다가 결국 가까운 편의점에 한 번 가서는 유심히 지켜보았다.
마침 DS SX 재고가 평소와는 달리 남아 있었다.
실제로 손님 몇 사람이 들어와서는 물건을 고르다가 DS DS를 보았다.
“어? 이거 DS 잖아?”
“이젠 재고가 좀 남나 보네.”
“아마 그 사람이 죽었다는 내용 때문이겠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아. 이건 물이잖아? 물 먹고 심장마비에 걸렸다는 것이 말이 되냐?”
“나도 그 점은 잘 이해가 잘 안 돼. 하지만 그렇다고 먹기에는 좀 그렇지.”
“쯧쯧, 너 겁먹었어?”
“아니 그런 것은 아냐. 하지만 너 오늘자 신문 안 봤냐? 신문에 보면 온통 DS SX 관련된 이야기뿐이야. 아닌 뗀 굴뚝에 연기가 난다고 했잖아?”
“아, 나도 그걸 봤는데, 정말 심하더라.”
“잘 이해가 안 돼. 신문에서 그렇게까지 계속 기사화할 내용은 아니잖아?”
“그건 정말 그렇지.”
두 사람은 잠깐 두런두런 거리다가 결국 입 만만 다시고는 필요한 물건을 사서는 그냥 나가버렸다.
그는 힐끗 이런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편의점 한 쪽에 놓인 신문 하나를 구입해서 살펴보았다.
‘빌어먹을 새끼들.’
9장 반전
조민우는 딱 신문에 나와 있는 제목만 보고도 짐작이 갔다.
누구의 술수인지 말이다.
분명히 L그룹의 사주를 받아서 신문 기사를 올린 것이 틀림없었다.
이미 과거에 한 번 당해본 일이었다.
그런데 설마 지금에 와서 또 당할 지는 상상도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신문에 나와 있는 기사를 쭉 읽어보았다.
거의 DS SX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였다. 특히 놀라운 것은 조루에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직접 사용해서 확인이 끝난 상황에서 나온 기사 내용.
이건 정말 황당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혹시나 싶어서 다른 신문 몇 개를 더 확인해보았다.
거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예 도배를 해놓았다.
특히 지금 DS SX에서 아직 독성 물질이 밝혀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해당 관공서 공무원을 의심하는 기사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제대로 확인을 해서 이런 엉터리 약을 판 조민우 사장을 감옥에 넣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그제야 안색을 딱딱하게 굳혔다.
‘이거 정말 문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