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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님, 죄송합니다.”
정훈구 차장은 딱히 기타 부타 말하지 않았다. 다만 한 마디는 해 줄 필요가 있었다.
“뭐 내가 자네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냐.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가 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야!”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좋아.”
이 정도면 충분했다.
지금은 이 일에 대한 처리가 우선이었다.
자신도 솔직히 DS라는 회사를 믿기에 그냥 받아들인 것뿐이다.
그런데 설마 이 정도 효과인지는 몰랐다.
그는 더욱이 이미 지난 DS SX 파동에 대한 경험이 있기에 그냥 있지 않았다.
곧 바로 DS 본사를 직접 방문했다.
부르릉.
끼익.
저 멀리 보이는 DS 본사를 향해서 차량을 몰다가 한 쪽에 세웠다.
곧 바로 차량 문을 열고 나와서 자신의 앞에 펼쳐진 괴이한 건물을 보았다.
그것은 마치 중세 성벽의 모습과도 같았다.
높게 치솟은 담벼락이 완전히 건물 내의 세상과, 현실을 분리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 규모였다.
양쪽으로 쭉 펼쳐져 있는 길이만 해도 무려 300m에 가까웠다. 폭은 보이지가 않아서 선뜻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결코 작은 넓이는 아니었다.
실로 저 공사에 들어간 자재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했을 것이 분명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건물을 만들었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몰라 핵전쟁이 터지거나, 아니면 지구 종말을 대비해서 만든 건물이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
그는 당치도 않는 상황에 잠깐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자신이 과거 DS 본사로 올 때만 해도 저런 성벽(?)은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DS 본사 1층 로비.
“정 부장님, 오랜 만입니다.”
정성일 부장은 밝은 표정을 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오늘은 무슨 일로 정 차장님이 이렇게 오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늦게나마 진급 축하드립니다.”
“천만에요. 전부 DS 때문에 얻은 성과죠.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이 나이에 차장으로 승진을 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아닙니다. 그건 전부 차장님의 능력이죠.”
잠깐 안부 인사가 오고갔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걸으면서 조민우 사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여기 들어오는 입구 근처에 보니, 괴이한 건물이 있던 데, 그것은 무엇이죠? 설마 DS에서 설립한 건물입니까?”
“네, 맞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만든 건물입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높은 건물이 필요합니까? 얼핏 봐서는 무려 20m 가까운 높이던데요? 지금이 무슨 중세시대도 아니고.......”
정성일 부장은 딱 이 말을 듣자 조민우 흉내를 내서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말했다.
“그건 특급 비밀입니다.”
“........”
‘이 양반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조민우는 요즘 들어서 DS R1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는 지 확실치가 않은 탓이다.
‘시간을 좀 더 내서 효과를 실험을 해봐야 했어. 그냥 무조건 생각나는 대로 가격을 부른 것은 아니었어.’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가격 책정한 것에 대해서 후회하는 중이었다.
정훈구 차장이 들어온 것은 딱 이 무렵이었다.
“사장님, 또 뵙습니다.”
“오, 이거 오랜 말입니다.”
실로 반가운 사람이었다.
과거 DS 물을 팔 때 쉽게 도와준 사람이기도 했다.
덕분에 DS 설립 기반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쩔 일로 이렇게 저희 본사까지 오셨습니까? 급한 일이면 전화로 해도 될 텐데요?”
“하하하, 그랬다가 또 DS SX 파동을 겪을 것 같아서요. 아예 이번에는 수의 계약을 해버릴 생각으로 이렇게 나왔습니다.”
“수의 계약이라......설마 DS R1 말씀하시는 겁니까?”
“당연합니다.”
딱 여기까지였다.
일단 주제가 정해지자 두 사람 사이에는 밀고 땡기는 설전이 이루어졌다.
그런 중에 나온 것은 역시 효과에 대한 이야기였다.
“흐음, 피부에 효과가 있다고요?”
“네, 특히 여인의 피부에 큰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물론 남자의 조루에도 영약을 미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DS SX에 비해서는 약효가 떨어지죠.”
“피부라.......”
이건 생각도 못한 결과였다.
여인을 딱 대상으로 하지 않은 까닭이다. 정확히는 DS R1의 원리와, 그 효과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기에 나온 결과였다.
‘이건 완전히 소발에 쥐잡기군.’
내심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협의는 계속 되었다.
그 다음은 바로 가격과, 일정에 대한 것이었다.
정훈구 차장이 원하는 것은 안정적인 가격과, 일정이었다.
“지금 가격에서 10% 할인에, 2년간 약정으로 했으면 합니다. 대신에 보증금으로 30억을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조민우는 과거의 그가 아니었다.
“아, 그 정도 돈은 당장 우리 회사에서 필요하지 않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굳이 저희가 이마트만을 정해서 독점적으로 공급할 이유는 없습니다.”
“사장님, 저희 회사만 독점적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문제가 없도록 해달라는 이야기입니다.”
조민우도 잠깐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그도 과거 일을 감안해야 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그 쪽 이마트만큼은 원하는 대로 해드리죠.”
“네? 그러면 다른 지역의 이마트에는 공급하지 않겠다는 말입니까?”
“공급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정훈구 차장이 알아서 하셔야 할 문제입니다.”
“으음, 좋습니다. 그건 제가 한 번 알아서 해보지요.”
“그렇게 하세요.”
정훈구 차장은 곧 바로 본사 측에 연락해서 지금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DS에서 새로운 나온 R1은 피부에 절대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딱 이 한 마디면 충분했다.
과거 이마트 본사 측에서는 미적미적 거렸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미 패밀리 마트에 한 번 된통 당한 적이 있는 까닭에 곧 바로 내부 회의에 들어간 것이다.
“이번에 또 그놈들에게 당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만만치 않습니다. 한 포대에 600만원이라는 이야기는 100포대면 무려 6억입니다. 더욱이 10,000포대 정도라면 무려 600억이에요. 결코 가벼운 금액은 아닙니다.”
“설마 그러면 패밀리 마트 쪽과 우선 계약을 하게 놔둘 생각입니까? 저번 DS SX 파동 때 물량을 구하지 못해서 매출이 격감한 것은 잊은 겁니까?!!”
딱 이 한 마디면 족했다.
사실 내부적으로 기존에 있던 알력 때문에 반대 의견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대로 뒀다가는 잘못하면 그대로 자신이 당할 수도 있었다.
이런저런 협의가 나와도 결국에 반대한 이가 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할 상황이었다.
과거의 경우와는 좀 달랐다.
결국 이렇게 해서 나온 최종 결론은 2년 계약에 20,000포대였다.
금액으로 환산하며 무려 1,200억.
계약금은 10%로 감안해서 120억이었다. 하지만 워낙에 DS에게 된통 당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그 금액을 상향했다.
무려 300억으로.
계약 위반이면 무려 900억을 토해내야 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정훈구 차장 곧 연락을 받자 이 사실을 조민우에게 전달해주었다.
“2년 계약에 20,000 포대입니다. 계약금은 300억!”
조민우는 물론 이 제의를 듣고 나서는 헛웃음만이 나왔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쉽게 풀려가는 지 솔직히 스스로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은 돈 벌기입니다!”
조용.
정성일 부장을 비롯해서 회의실에 참석한 이들은 다들 입술을 씰룩씰룩한 채 입을 여는 이들은 한 사람도 없었다.
너무 어이가 없었고, 얼토당토않아서였다.
하지만 정말 이 일만큼은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 전화 한 통화면 이제 통장에 300억이 들어오는 상황이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은 것이다.
그는 이런 팀장의 모습을 보다가 툴툴거렸다.
“왜 다들 불만들이 있으세요?”
“그건 아닙니다.”
“아마 여러분들은 농사를 직접 해보지 않으시니, 그런 표정들인 겁니다. 이 일은 사실 어떻게 보면 DS R1를 수확해주신 분들 때문이죠.”
“그건 맞는 말씀입니다.”
“좋습니다. 여러분도 크게 반대하지 않는 상황이고, 어차피 이마트 쪽은 과거 거래 실적을 감안해서라도 이번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하죠. 더욱이 이 계약을 통해서 들어온 돈 중에 일부는 바로 고생하시는 어른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으로 하죠.”
여기에 대해서 잠깐 반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다.
자신들도 생각해 달라 이런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번 일만큼은 어르신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으로 합시다. 회의는 여기서 끝내죠.”
이창수 이장 아니 이제는 DS 부장 농부는 자신의 사진이 떡 하니 찍혀 있는 신분증 카드로 긁고는 성벽을 나서면서도 기분이 묘했다.
그는 이미 과거 대기업에 있는 동안에 수십 년 동안이나 한 경험인 탓이다.
다만 나이가 들어서 다시는 이런 일을 하게 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상황이 바뀐 것이다.
힐끗 조민우가 있는 DS 본사를 한 번 쳐다보았다.
심사가 복잡했다.
한 편으로 너무너무 고마웠다.
사실 이제 자신은 무덤으로 갈 시간만 헤아리고 있었다.
미래에 대한 희망 따위는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진 것이다.
‘세상일은 참 알 수가 없어.’
집으로 도착해서는 가볍게 식사를 하고 나서는 오늘 회사에서 받은 봉투를 열어보았다.
‘도대체 이게 뭐지? 기타 부타 말도 없이 그냥 배분만 하다니.’
최소한 무슨 말을 해줘야 알 텐데, 가끔 보면 이상한 구석이 있는 DS였다.
하지만 그는 곧 봉투 안에 들어있는 문서 하나를 확인하다가 처음에는 잘못 보았나 싶어서 눈을 비비고는 다시 보았다.
-이창수 부장 농부 인센티브 : 6,700만원!
“........”
그는 봉투를 들고는 무려 십 분 동안이나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다. 도대체 이놈의 회사는 상식적인 것이 하나도 없었다.
‘조민우 사장 이 친구가 미친 건가? 아니면 무슨 서류 착오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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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 연참을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