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5 회 -- >
물론 착오는 아니었다.
***
조상환은 요즘 들어서 살만해진 탓에 따뜻한 군고구마 몇 개를 봉투에 넣어서는 집으로 향했다. 집에 있는 손자들이 아마 좋아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지금만 같으면 정말 살만했다.
한 가지 걸리는 것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휴우, 이 녀석 병은 언제쯤 나아 질 런지!’
바로 자신의 자식이 문제였다. 이미 어린 시절부터 공부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이런저런 일을 전전했다.
그런 중에 정착한 일이 바로 노가다였다.
이게 3D 업종 같아도 경험이 쌓이면 돈을 꽤 많이 받는다.
자식의 경우에는 하루 일당이 무려 25만원 정도였다.
한 달 바짝 하면 무려 750만 원 정도 벌수가 있다.
비록 남들이 보기에 힘들 일이지만 이 정도면 괜찮았다.
덕분에 결혼까지 했다.
며느리는 의외로 예뻤다.
이놈이 여자 후리는 재주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긴 것은 결혼하고 난 후에 6개월 후였다.
공사장에 작업을 하던 중에 그만 삼층에 떨어진 것이다.
-으악!
처음에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는 그렇지가 않았다.
‘하반신 마비라니!’
하지만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며느리가 자신의 남편을 뒷바라지를 하다가 참지 못하고 도망쳐버려다.
-아버님, 죄송해요!
덜렁 애 2만 달랑 남기고 말이다.
결국 자신이 애 2과, 자식 병 수발을 해야 했다.
이제 자신의 나이는 환갑을 한참 지난 나이.
내일 당장 무덤으로 가도 이상하지 않았다.
더욱이 이제는 모아놓은 돈도 거의 바닥이었다.
한 겨울에 추워서 가스를 내지 못해서 촛불로 보내야 했다.
자신이야 참을 만 했다.
하지만 손자가 추위에 부들부들 떠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었다.
돈이 수중에 생긴 이상은 경제적으로 그럭저럭 살만했다.
다만 여전히 자식의 병이 문제였다.
‘방법이 없을까?’
집에는 이미 손자 두 녀석이 학교에서 돌아와서는 한창 자신의 아비를 병 수발에 여념이 없었다. 벌써 중학교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어려움을 겪어서인지 그 나이 또래 같지가 않았다.
‘애가 애다워야 하는 법인데.......’
보고 있으면 눈물이 절로 나왔다.
“인석아, 이 할아비 왔다.”
“우와, 할아버지!”
하지만 두 녀석은 곧 자신에게 우르르 뛰어오면서 소리쳤다.
이때만큼은 또래 아이 같았다.
곧 자신의 손에 놓인 군고구마를 보자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보고 있으면 얼마나 배고팠는지 짐작이 갔다.
“인석아, 이 할아비가 라면 두 박스를 사 놓았잖아. 그거 안 먹었냐?”
“우걱우걱, 네? 그게 좀, 우걱우걱.”
“내가 돈 걱정 하지 말래지!”
시무룩한 두 녀석.
자신이 힘들어 하는 것을 아는 눈치였다.
고개를 내저었다. 곧 포기하고는 가볍게 옷을 갈아입은 후에 잠깐 머뭇거리다가 그제야 회사에서 받은 봉투가 떠올랐다.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자신이 받는 급료 정도면 자식 병수발에 애들 둘은 대학까지는 보낼 수가 있을 터였다.
다만 뭔가 싶어서 봉투를 열어보았다.
-조상환 차장 농부 인센티브 : 7,700만원!
“........”
‘이게 뭐지?’
요즘 인센티브가 8천만 원이라는 이야기는 어디에서고 본 적이 없었다.
그 대단한 오성조차 이 정도는 아니었다.
다시 몇 번이나 확인해보았다.
아니 이상해서 DS 본사까지 전화까지 했다.
<혹시 서류에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은.......>
하지만 상대의 반응은 냉랭했다.
<조상환 차장 농부님 맞지요? 인센티브 7,700만원 맞습니다. 이 용건으로 그만 전화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뚝.
<.......>
하는 행동만 봐서는 욕설이 나왔지만 이제까지 살아온 경험이 어디 간 것은 아니었다.
‘다른 친구들이 전화했나 보군.’
결국 다시 봉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너무 기뻐서 흘리는 눈물이었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조민우 사장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조상환은 다음 날 아침이 밝기가 무섭게 후다닥 DS 본사로 향했다.
인센티브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상황은 정말 뜬금없었다.
-인센티브 문의 사절!
“.......”
그는 결국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옆에 있던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들 사실이라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그들은 결국 조민우 사장이 있는 DS 본사 사옥을 향해서 가볍게, 그리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후에 곧 어제 하던 일을 하러 갔다.
하지만 기분은 정말 좋았다.
‘항상 오늘만 같으면 참 좋을 텐데........’
무려 8천만 원의 인센티브.
이제는 경제적인 짐을 들었다.
덕분에 두 아이들도 이제는 얼굴에 웃음이 돌아왔다.
계속 자신이 이것저것 잔뜩 먹이자 눈치를 챈 것이었다.
두 녀석은 물론 자신의 부친 병수발에 지극했다.
그런 시간이 계속 흘러만 갔다.
이제는 더할 나위가 없다고 생각했다.
한 가지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자식을 병원에 입원시켜야 할까?’
그건 아니었다.
과거 경험을 봐도 병원에서 자식의 병을 치료할 정도는 아니었다. 목돈이 생겨서 이런저런 방안을 강구해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차라리 손자를 위해서 남겨놓은 것이 낫다고 보았다.
자식은 손자를 위해서 반쯤 포기한 것이다.
하지만 자식에게 변화가 생긴 것은 대략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다.
“끄윽, 끄, 아, 아버, 아버지, 죄 죄송해요.”
“!”
깜짝 놀랐다.
눈만 겨우 깜빡깜빡하던 자식이 입을 연 것이다.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벌써 병수발만 횟수만 10년이 넘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입을 열다니.
곧 병수발을 담당한 두 손자를 쪼았다.
“어, 어떻게 된 거야?!”
“아버지요? 그건 저희도 잘 모르겠어요.”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
아직은 나이가 어린 탓이다.
조상환은 결국 손자 심문을 포기하고는 잠깐 며칠 회사에서 쉬면서 손자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도대체 뭘 하는 지 말이다.
거의 특별한 것은 없었다. 간간히 마사지를 해주는 것이 있었지만 그건 10년 전의 결과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한 가지가 있다면 두 녀석이 지 아비의 입에 DS R1으로 만든 쌀죽을 조금씩, 그것도 억지로 먹인다는 것이다.
‘가만 쌀죽이라고?’
느낌이 왔다. 자신 역시 인센티브를 무려 8천씩이나 받았는데, 저 물건이 간단치 않다는 것을 눈치 챘다. 회사 내부에서도 농사를 짓고 나서 DS R1 반출에 제한을 둘 정도인 탓이다.
곧 여기에 호기심을 가지고 DS R1 양을 좀 더 늘리기 시작했다.
기존에 비해서 먹는 양을 늘린 것이다. 물론 쌀죽은 아예 회사에 부탁해서 따로 농도를 좀 더 진하게 만들었다.
기존의 DS R1과는 근본적으로 많이 특제 R1이었다.
물론 제대로 먹지 못해서 밷아 내는 양이 대부분이었지만 끈질기게 매달렸다.
-인석아, 제발 억지로도 먹어!
입을 간간히 여는 것을 제외하고는 변화가 그다지 없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조상환은 무려 한 달이 지나도 더 이상 진전이 없자 이제는 포기하려고 했다. 덕분에 회사를 너무 많이 빼먹어서 급료 역시 조금씩 깎인 상황인 것도 문제였다.
‘쫀쫀하기는.’
하지만 그도 곧 한 가지 변화를 보자 그럴 수가 없었다.
“아버지, 죄송해요. 크흑, 저 때문에 이렇게 고생을 하게 하다니!”
“!!!”
자신은 충격에 입을 딱 벌렸다.
“우와왕, 아버지!”
하지만 두 손자의 반응은 달랐다. 이놈들은 그제야 자신의 아버지 변화를 눈치 채고는 부친의 가슴에 매달렸다.
그리고 울고 또 울었다. 자식은 뜻밖의 상황에 의아했다가 그제야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는 소리쳤다.
“내, 내가 말을 했어? 내가 말을 했어. 크흐흑, 내가 말을 하다니, 흑흑흑!”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쌀죽의 양을 점점 더 늘려갔다. 입이 열리자 자연스럽게 사지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몸의 회복이 더욱 가속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2장 DS 마트
조민우는 요즘 들어서 정말 피곤했다. 다름 아닌 농부들 때문이었다. 아니 딱히 그들을 위해서 특별히 예외로 처리한 것 아니었다.
지금 기존에 DS R1 수익을 통해서 들어온 것을 베푼 것뿐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마치 자신을 예수를 대하듯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아 정말 기절하겠군.’
정말 부담스러웠다.
자신이 원한 것은 이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일에 열심히 하면 되었다.
그게 다였다.
그런데 꼭 이런 식으로 티를 내니 환장할 지경이었다.
마침 같이 빌딩 입구에 들어온 정성일 부장을 보자 그냥 있지 않았다.
“휴우, 정 부장님, 미치겠네요. 제발 각 건물에 공지를 다시 내려주세요.”
“하하하, 사장님이 좋아서 그런 겁니다. 그냥 그런가 하고 받아들이셨습니다.”
“전 그런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하지만 그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DS 본사 건물 입구에 갑자기 한 노인이 후다닥 뛰어와서는 조민우를 향해서 오체복지를 한 것이다.
“사,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
조민우는 너무 얼척이 없고, 부담스럽기만 해서 노인을 부축하려다가 후다닥 도망치고야 말았다.
다행히 정 부장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는 노인 곁으로 가서는 곧 그를 일으키면서 다독거려주었다.
“어르신, 자꾸 그러시면 저희 사장님이 힘들어하십니다.”
하지만 곧 이어서 나온 이야기.
그것은 실로 충격 그 자체였다.
“.......‘
정 부장도 멍한 표정을 한 채 입을 다물어야 했다.
‘DS R1을 장복하면 반신불수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고?’
***
DS 사장 집무실.
조민우는 먼저 안으로 들어와서 조금 전에 일을 잊어버리려고 노력했다.
우와, 이건 정말 아니었다. 나이도 지긋한 어르신이 무슨 중세시대도 아니고, 자신에게 아예 절까지 하는 모습은 말이다.
하지만 한 편으로 가슴이 푸근했다.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살아가는 보람 정도는 느꼈다.
자연스럽게 지난 시절이 떠올랐다.
한창 호기에 받쳐서 사업하던 시절.
잘 나갈 때는 그야말로 앞뒤 돌아보지 않았다.
하지만 몰락은 생각보다 쉽게 찾아왔다.
‘너무 앞만 보고 갔었지.’
그 때 그 시절의 아픔 때문에 최근 자신의 사업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어쩌면 DS 군(?)에 집착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한 편으로 자신의 어려운 시절을 돌아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만 나만 그럴까?’
그렇지는 않았다.
아마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자연스럽게 한 가지가 떠올랐다.
‘그들에게, 바로 신용불량자에게 나처럼 한 번 기회를 주는 것은 어떨까? 으음, 보자 그러면 DS 마트를 만들어서 DS 제품을 전국에 공식적으로 보급하는 것은?’
딱 상념이 여기까지 이르렀을 때 정성일 부장이 들어왔다. 그리고 조용히 조금 전에 자신이 들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결국 반신불수 환자에게 DS R1이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그도 이 이야기를 듣고는 조금 전에 하던 사업구상에 대한 생각은 일단 접었다.
‘도대체 내가 뭘 만든 거야?!’
정말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자신이 한 것은 기존 자신의 마나 흐름을 보고 만들어진 마법진을 이용해서 마나 물을 만든 후에 그것으로 다시 DS R1을 만든 것이 다였다.
만약 DS R1이 반신불수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면 마나 물은 그보다 더해야 했다.
아니 기존의 DS X는 이보다 효과가 월등해야 했다.
그러데 그렇지가 않았다.
기존에 DS X는 그런 효능은 없었다.
심지어 DS SX 역시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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