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6 회 -- >
6장 DS 부설 연구소
조민우도 물론 나름 생각한 바가 있었다. 하지만 그도 DS 홈페이지가 완전히 마비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러 나타난 정서일 부장을 보자 편하게 생각할 수는 없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죠?”
“전국 고등학생과, 학부모들이 난리입니다. 진학 요강 때문에요. 어떻게 해서라도 입학하고 싶은 애들이나, 아니면 자식을 넣고 싶은 부모들 때문입니다.”
“헐? 그래요? 도대체 지원자가 얼마나 되기에 그런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지금 현재 30만 명이 넘었습니다.”
“농담이겠죠?”
“정말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숫자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야말로 폭발적입니다.”
“끄응, 그건 그렇게 좋은 상황만은 아니군요.”
“아니 왜요?”
“우리가 원한 것은 부설 연구소 탈을 쓴 사립대학에요. 그런데 반응이 그렇게 좋으면 또 말이 나올 겁니다.”
“하하하, 걱정 마십시오. 어차피 여론이 저희 편인 이상 아무도 함부로 못합니다. 문제는 그들을 어떻게 뽑느냐 하고, 커리큘럼이 문제죠.”
“뽑는 거야 적절히 선택하면 될 일이고, 커리큘럼은 확실히 문제군요.”
하지만 그는 곧 한 가지 기발한 생각을 떠올렸다.
‘제니퍼가 있었군.’
“일단 이대로 진행을 해주시고요. 필요한 애들은 한 번 좀 추려 봐주세요. 아 단 무조건 집안이 좋은 애들만은 곤란합니다. 적절하게 잘 섞어서 판단하세요.”
“알겠습니다.”
***
제니퍼는 최근 조민우와 같이 섹스하고 나서는 그에게 꽤 큰 호감을 가졌다. 딱히 자신의 집안 문제 때문만은 아니었다.
섹스할 때의 느낌도 좋았지만 남자가 대범하면서 여유로운 면이 너무 좋았다.
같이 있으면 편해지는 남자는 그야말로 근 10년 만에 처음이었던 것이다.
‘민우씨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이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조민우가 찾은 것은 바로 이 무렵이었다.
“제니퍼, 부탁할 것이 있어요.”
“네? 부탁요? 제가 뭘 도와주면 되나요?”
제니퍼의 반응은 의외로 부드러웠다.
조민우가 생각한 예상을 뛰어 넘었다.
그는 곧 바로 염두에 두고 있는 말을 늘어놓았다.
“제니퍼도 알겠지만 우리 DS 사설 연구소를 설립할 생각이야. 일종의 사립대학과 비슷해. 하지만 교수가 없거든.”
“혹시 교수 스카우트 때문에 저에게 오신 거에요?”
“응, 바로 MIT 측에 아는 교수 분이 있으면 섭외를 좀 해줬으면 해.”
“그건.......”
하지만 그녀도 여기에 대해서 확실하게 말해줄 수는 없었다. 뜬금없이 아시아, 그것도 한국이라는 나라에 올 교수가 과연 몇이나 있을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그는 물론 이런 그녀의 내심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한 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연봉 3억에, 각 교수 당 년 간 기본 연구비 20억, 거기에 성과에 따른 +알파까지 포함하지.”
“......그 정도라면 당연히 알아볼게요.”
“부탁해.”
그리고 돌아서는 그녀의 등을 향해서 한 마디 더 해주었다.
“숫자는 많을수록 좋아!”
“넵, 사장님!”
***
제니퍼도 처음에는 너무 다급해서 다소 부정적이었지만 곧 이런 생각을 바꾸었다. 이미 조민우가 자신에게 해준 성금급과, 연봉이 있었다.
그것을 기준으로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역시 어려운 교수는 어렵다.
다만 전부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알력에 밀린 교수들이라면 좀 다르겠지!’
***
벨만 교수는 MIT 내에서 이론 물리학을 주로 가르치는 교수이다. 물론 꼭 그렇다고 이론적인 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과거 여러 산업체를 거치면서 실무에 대한 잔뼈가 굵었기에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빠졌다.
다만 그는 이 때문에 다소 부정적인 면도 있었다.
기존에 MIT 내에서 학술적인 성향의 교수에 대해서는 말이다.
정확히 그 자신의 성격 때문에 이들 교수를 등한시한 면이 있었다. 그렇게 심한 것은 아니었지만 교수 사회란 것이 원래 자존심으로 먹고 사는 탓에 그만 찍혀 버린 것이다.
하지만 막상 옮기려고 해도 쉽지가 않았다.
자신의 평판 때문에 다른 대학에서조차 배척하는 지경이었다.
물론 눈높이를 낮추면 갈 데가 많았지만 그건 또 쉽지가 않았다. 싫던 좋던 어쩔 수 없이 계속 여기에 붙어 있어야 했다.
제니퍼가 찾아온 것은 이런 갈등 때문에 극도로 심란해 있을 무렵이었다.
“벨만 교수님, 오랜 만입니다.”
“여어? 제니퍼잖아? 정말 반가워.”
자신이 가르친 제자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천재 중에 한 사람이었다. 더욱이 여기에 외모마저 탁월해서 더욱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 역시 이 때문에 친숙한 어조로 잠깐 안부를 물은 후에 일단 눈치부터 살폈다.
이미 한국으로 가기 전에 들은 바가 있기에 감은 빨리 왔다.
‘이거 정말 기회를 잘 잡았군.’
“혹시 다른 대학으로 갈 생각은 없으세요?”
“가고야 싶지. 하지만 막상 마땅히.......”
“연봉 3억에, 기본 연구 보조비 20억, 거기에 실적에 따라서 추가 + 알파라면 어때요?”
“......당연히 가야지!”
하지만 문제가 좀 있었다.
“다만 장소가 한국에 있는 DS란 회사에요. 그건 괜찮으시겠죠?”
“DS?”
당연히 듣보잡 회사였다.
따라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제니퍼가 마치 이런 사실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인터넷을 통해서 간단하게 소개를 해주었다.
벨만 교수는 다 듣고 나서는 깜짝 놀랐다.
“이게 정말이야?”
“물론 이죠. 제 연봉이 교수님이 받은 만큼 된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즉 교수님 연봉은 지금 받는 것이 최소한 그 정도이고, 실적에 따라서 전혀 다를 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죠. 조민우 사장님은 거의 연구원에 대해서 터치를 안 합니다.”
“진작 애길 했어야지!”
“호호호, 죄송해요. 참 혹시 다른 교수님 중에 아는 분은 없으세요? 과는 화학, 물리, 생명공학, 고고학 정도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당연히 있지.”
“그러면 소개 좀 시켜주세요.”
“하하하, 알았어.”
이렇게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
이렇게 시작된 스카우트 작업. 벨만이 소개시켜준 다른 교수들 역시 그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웃기는 것은 이들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스코트 교수같은 경우가 그러했다.
그의 경우에는 딱히 무슨 알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보다는 자신의 친구 필립스가 문제였다. 그가 계속 문제를 끙끙 알고 있는 상황에서 스카우트 제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당연히 필립스는 한국행을 선택했다.
지금 자신의 나이에 유일한 죽마고우인 그가 떠난다고 하자 그냥 있지 않았다.
“나도 가지.”
“어머? 교수님이요? 하지만 교수님은......”
바로 노벨 생물학상을 받은 고수라는 것이 문제였다.
아마 대학에서 그냥 놔두지 않을 것이 분명할 터.
그런데 스코트 교수의 태도는 의외로 냉정했다.
“걱정 마. 그렇지 않아도 이놈의 MIT 대학 놈들이랑 사이가 안 좋았으니. 이번에 아예 끝을 내지. 그리고 한국이란 나라 구경도 좀 하지.”
“.......”
그녀는 좀 망설였다.
그런데 지금은 별 도리가 없었다.
어차피 교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알았어요. 참 혹시 교수님이 소개해줄만한 교수님은 없으세요?”
스코트 교수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마침 내가 아는 놈들이 좀 있지. 특히 MIT에 대해서 이를 갈고 있는 놈들이!”
이렇게 해서 시작된 MIT 내부 교수 스카우트.
물밑에서 잠잠하게 진행되었다.
그다지 티가 나지 않았다. 제니퍼를 비롯한 교수들 역시 굳이 너무 시끄럽게 해봐야 좋지 않다는 것을 아는 까닭이다.
물론 이들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끝나자 일시에 사직서를 내었다.
-그만 두겠네.
-네?
물론 MIT 관계자는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그들은 이들이 행동으로 옮기기도 전에 곧 바로 한국으로 줄행랑을 놓았다.
***
조민우는 제니퍼가 자신이 생각한 보다는 더욱 빨리 한국에 나타났다는 말에 의아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자신이 초빙한 교수들을 임의 회의실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 곧 정성일 부장과 동행해서는 회의실에 들어갔다.
그런데.
웅성웅성.
시끌시끌.
모여 있는 교수들 숫자가 좀 많았다.
대충 예상한 숫자는 10명 내외.
그런데 눈에 보이는 숫자는 무려 60명이었다.
한 사람당 3억씩 계산하면 무려 180억.
연구 시설비만 감안해도 1,200억.
합치면 무려 1,400억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이게 인건비가 그렇다는 말이다.
그는 대충 딱 이 내용만 떠올렸다.
그리고 하나 더.
-숫자는 많을수록 좋아!
바로 자신이 한 말이었다.
순간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제길 제니퍼에게 상한 숫자를 말해주지 않았군.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많이 데려 오면 어떻게 해!’
지금 사업 규모로는 어느 정도 충당은 되지만 그다지 좋을 리는 없었다.
‘이건 아무래도 DS 과실, DS R1 생산량을 좀 늘어야겠어. 거기에 수출까지도 좀 하고.’
일단 그렇게 마음먹었다.
제니퍼가 마침 곧 바로 그의 앞으로 나타나서는 한 사람씩 소개해주었다. 물론 다들 대단한 교수라는 것은 여지가 없었지만 그 중에 몇 사람은 좀 달랐다.
“이 분은 2년 전에 노벨 생물학상을 받은 스코트 교수라고 합니다. 특히 인체 노화 현상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이기도 합니다.”
“반갑네, 난 스코트 교수라고 하네.”
“아, 전 조민우라고 합니다.”
말을 반사적으로 대답했지만 내심은 좀 달랐다.
‘끄응, 돈 깨지는 소리가 나는 군.’
하지만 스코트 교수 한 사람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곧 이어서 소개받은 교수들 하나하나는 실로 쟁쟁하기만 했다. 특히 물리, 화학, 생물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들이기도 했다.
다만 좀 성깔이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뭐 어차피 내가 터치할 일은 없을 테니, 상관은 없겠지.’
다만 문제는 앞으로 투자비용이 문제인데, 그것 역시 그다지 문제될 것은 없어 보였다. 좌우지간 이렇게 해서 일단 교수진만큼 세계 초일류를 자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어차피 이들에게 들어갈 비용이 있기에 각각의 프로필을 받아서 곧 바로 전국 고등학교 진학 상담 담당자에게 뿌렸다.
-DS 사립 연구소 교수진 프로필.
“!”
각 진학 담당 교수는 이 내용을 보자 곧 입을 딱 벌리고야 말았다.
‘세, 세상에 노벨상을 받은 교수가 무려 3명이나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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