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7 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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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설립 요건은 여러 차례 시기를 거치면서 변화가 있었다.
한 때는 기본적인 요건만 되면 설립이 자유로웠던 적도 있었고, 다른 때는 오히려 더욱 그 요건이 강화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와서는 오히려 좀 더 강화된 면이 있었다.
4년제 일반대학 설립을 위해서는 적어도 1,200억 이상의 재원에, 학생 총 정원, 5천명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어야 한다.
거기에 학교터는 무려 10만평 이상의 규모가 되어야 했다.
다만 꼭 이 조건이 되었다고 해서 설립 허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역시 정부, 즉 교육부의 허락이 있어야 했다.
여기에는 다분히 정치적인 의미도 좀 있다.
듣보잡 회사가 대학 서립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겉으로 봐서는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현숙 교육부 기획조정실 주무관 역시 이런 공무원 성향에 준하는 공무원이었다. 하지만 그녀도 최근 알게 모르게 연락이 들어온 DS 부설 연구소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했다.
‘편법을 이용해서 대학을 설립 하겠다? 정말 웃기는 애들이네.’
자신이 아는 바로 대학 설립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교육부를 쫓아다니면서 이것저것을 알아봐야 했다. 물론 거기에는 당연히 따라야 할 것이 있었다.
바로 돈.
접대가 없으면 당연히 설립허가 따위는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연줄이 없는 이들이라면 말이다. 어떻게 보면 대다수 정재계 인물들은 서로 연줄이 있기에 그다지 어렵지만은 않았다.
즉 기득권을 가진 이들끼리 그렇다는 말이다.
아닌 이들은 어려웠다.
DS 역시 이런 범주였다.
그런데.
곧 놀라운 사실이 들어왔다.
-DS 부설 연구소에는 노벨상을 받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자 3사람을 포함한 세계 최고의 교수진을 포함하고 있다.
“?”
처음에는 의아했다.
말이 되어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터인데, 이것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노벨상 받은 교수 3사람이고? 뻥을 쳐도 어지간히 좀 해. 아냐, 이놈들을 그냥 둘 수는 없어. 이건 완전히 사기잖아?’
결국 고민을 하다가 밑에 말단 직원 몇 사람을 보내 봤다.
그런데 그 결과는.
-사, 사실이었습니다. 정말 노벨상을 받은 교수 3사람을 포함해서 무려 60명의 교수들이 있었습니다. 그 분들 한 사람 한 사람은 각 분야에서 내노라하는 교수들입니다.
“........”
그녀는 이 상황에 대해서 당혹스럽기만 했다.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다시 몇 사람을 더 보내서 어떻게 된 상황인지 조사시켰다.
그 결과는 아주 간단했다.
-DS 사장 조민우가 대학 설립 인허가를 받기 싫어서 걍 부설 연구소 형태로 허가를 받아서 가짜 대학을 운영할 생각이랍니다.
‘하아, 뭐야? 이 정신 나간 친구는!’
***
김응구 제1 차관을 보고를 받고 나서는 굳이 망설이지 않았다. 곧 바로 이 안건을 들고는 정식 회의를 소집했다.
바로 교육부 장관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그리고 여기에 대한 이야기를 차분하게 털어놓았다.
“지금 DS에서 하고 있는 짓은 어떻게 보면 가짜 대학이라고 해도 됩니다. 엄밀히 말해서 그렇게 봐야 합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그 교수진은 그야말로 세계 초일류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된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조민우 사장이 대학 설립 허가를 받기 귀찮으니, 이런 식으로 진행한 겁니다.”
조용.
순간 회의실 내부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대한민국이 건국한 이례로 교육부에서 이런 황당한 일을 다뤄본 것은 그야말로 사상초유의 일이었다.
아니 세상에 교수 초빙하는 비용만 해도 무려 몇 천억을 사용하고서 이런 식으로 일처리를 하는 조민우 사장이 사뭇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만약 이제 와서 DS에 정식 인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오히려 자신들이 비난 받을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이거 만약 여론에서 알면 그냥 있지 않을 것 같군.”
“아니 그 정도가 아닐 겁니다. 이번 빌미를 기회 삼아서 극단적인 비난을 시작할 겁니다. 이제까지 우리 교육부가 한 지난 행정까지 다 들추어서 말입니다.”
“.......”
이주민 교육부 장관은 살다가살다가 이런 경우를 또 당하게 되자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계속 그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휴우, 대안이 뭔가?”
“대학 설립 허가를 내주면 됩니다.”
“요건은 되고?”
“지금 DS가 소유한 부지는 무려 1,800만평이 넘습니다. 당연히 문제는 없습니다.”
“1,800만평?”
회의에 참석한 이들은 결국 입을 한 마디 씩 열었다.
“아니 도대체 그 조민우 작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 겁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아니 그렇게 많은 땅을 소유해도 괜찮은 겁니까?”
“아무리 대학 허가를 내는 것이 싫어도 그렇지, 왜 그런 식으로 하는 지 이해가 안 되는 군요. 세금 혜택이나 이런 점에서 꽤 우대를 받을 텐데........”
물론 이런 이야기 후에 나온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가서 당장에 허가를 내준다고 하게. 아 불필요하게 우리 교육부 쪽으로 올 필요는 없고, 우리가 알아서 해줄 테니, 그냥 서명만 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
이번 일은 결코 간단하지가 않았다.
비록 이런저런 일이 있지만 그래도 대학 허가였다.
더욱이 그 대학에 있는 이들이 세계적인 교수인 바.
나선 이는 바로 고경운 기회조정실 실장이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참 이런 일도 있어.”
“아마 실장님이 도착하시면 지난 일에 대해서 분명히 사과를 할 겁니다.”
“당연히 그렇겠지?”
“그럼요. 우리 교육부 기획조정실의 실장님이신데, 감히 함부로 하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보면 조민우 사장 이 친구가 하는 행동은 정말 마음에 들지가 않아. 직접 찾아와서 사정을 말했다면 당연히 들어줬을 텐데........”
“물론입니다.”
하지만 이현숙 주무관의 생각은 달랐다.
‘하지만 그런 일이 싫어서 대학 허가를 내지 않으려고 했을 겁니다.’
***
두 사람이 DS 본사로 가는 길은 그다지 어렵지가 않았다. 그리고 곧 입구에서 자신을 본 직원들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감히 교육부 기획조정실 실세에게 함부로 할 이는 없었다.
단순히 DS 직원이라서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 마음이 비슷했다.
뭐 이런 이유 때문에 거의 매 년 얻는 것이 많았지만 말이다.
‘조민우 이 친구도 직접 보면 뭔가 좀 내놓겠지?’
나름 기대도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조민우 사장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날 수가 있었다.
“저희는 교육부 기획조정실에 나왔습니다. 저는 이현숙 주무관이고, 이 분은 바로 저희 조정실의 실장님인, 고경운이라고 합니다.”
“오, 반갑습니다. 저는 조민우라고 합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되자 조금씩 이야기가 엇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대학 설립 허가를 받아서 정식으로 하시면 여러 가지 혜택이 있습니다. 특히 DS에도 많은 세금 감면이 뒤 따를 겁니다.”
“정식 허가라? 하지만 꼭 받을 필요는 없겠지요?”
“그건 그렇습니다. 하지만 허가를 받는 것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아니 됐습니다.”
“네?”
“허가를 받지 않겠다고요.”
“무, 무슨 말씀인지요? 서명만 해주시면 나머지는 저희 쪽에서 다 알아서 하겠다고 이미 말을 했습니다만 그런데 왜 허가를 받지 않겠다는 말입니까?”
“귀찮습니다.”
“네?”
조민우는 계속 같은 말을 몇 번해야 하는 것이 불편한 지 목소리를 올렸다.
“우리 DS 연구소는 대학 설립 허가를 받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말을 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알아들었겠지요?!”
그리고.
시작된 이야기.
“조, 조 사장님,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아니 DS에 무조건 이익입니다.”
“정식으로 대학 설립하게 되면 재산 사회 환원 측면에서 여러 가지가 유리합니다. 특히 시민들에게도 DS에 대한 평판이 좋아집니다.”
“향후 정식 허가 때문에 교수를 충원하거나, 학생을 더 증원하는 것도 편하고요.”
쭉쭉 이어진 설명.
바로 대학 설립의 당위성이었다.
하지만 조민우의 태도는 변치가 않았다.
“하지 않겠습니다!”
“........”
결국 두 사람은 입을 다물어야 했다.
지금 분위기 봐서는 무슨 말을 해도 먹히지가 않았다.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도대체 이 사람 제 정신이야?!’
물론 주변에 있는 다른 DS 팀장 역시 억척이 없기는 매 한 가지였다.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조민우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말이다.
***
두 사람이 떠난 후 DS 임원 회의실.
“사, 사장님, 도대체 왜 그러신 겁니까?”
조민우는 정성일 부장이 처음으로 항의하는 모습을 보았지만 느긋하기만 했다. 아니 그는 커피 한 잔의 여유마저 즐겼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네? 아니 대학 설립을 교육부에서 알아서 해주겠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걸 거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입니다.”
“정 실장님.”
“네?”
“대학 설립이 그렇게 중요합니까?”
“그건.......”
그는 힐끗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이미 교수 초빙과 더불어서 진행되었던 부설 연구소의 모습이 있었다.
높이는 대략 8층 정도였다.
그런데 그 넓이가 장난이 아니었다.
대략 2천 평은 족히 넘어갔다.
문제는 이 건물이 다가 아니었다.
바로 옆에는 다시 또 다른 건물 2동 건설 중이었다.
한 쪽에는 이미 완공된 건물 안으로 다양한 설비가 들어가고 있었다. 교수들 역시 자신들이 직접 주문한 장비가 들어오자 손수 나와서 작업한다고 여념이 없었다.
간간히 DS 농부들 역시 퇴근하면서 이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는 모습도 있었다. 입을 딱 벌리고 지켜보는 모습에는 의혹만이 가득해 보였다.
조민우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은 후에 곧 정성일 부장을 돌아보았다.
“아직도 모르겠습니까?”
“네, 전 정말 이해가 안 됩니다.”
“정부의 간섭 때문입니다.”
“네?”
“대학이 되면 아무래도 교육부를 통한 정부의 입김이 있을 겁니다. 차라리 아예 시작하기 전에 정치 쪽하고는 엮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정성일 부장 역시 만만치 않았다.
“하아, 사장님 정말 답답합니다. 혹시 무슨 암 질환을 치료하는 치료제나, 아니면 에이즈 치료제, 심지어 노환을 방지할 수 있는 기적의 약이라도 만들 생각입니까? 그건 너무 앞서간 생각입니다.”
“만약 그렇다면요?”
“네?”
“방금 말씀하신 에이즈 치료제나, 암환자 치료제 같은 제약을 개발하면 어떻겠습니까?”
“그건.......”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아니 설마 그런 식으로 조민우가 생각하고 있을지는 몰랐다.
조민우는 피식 웃었다.
“지금까지 우리들이 제조한 DS 시리즈는 어떻게 보면 생명과도 좀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그런 길을 쭉 따라 가다보면 자연스럽게 하는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만약 정치 실세들이 그런 사실을 알면 그냥 있겠습니까?”
“하,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대학이 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지금이야 아니라고 하겠지만 대학 허가를 받고 나면 대학 행정을 제가 다 일일이 간섭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에는 정치적으로 압박 받은 상황이 생깁니다. 그런 일은 아예 원천부터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끄응, 정말 답답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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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답답한 것은 정성일 부장만이 아니었다.
교육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니, 조민우 이놈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휴우,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하기에 저런 행동을 하는 지 알 수가 없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머리 뚜껑을 열어봤으면 할 정도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는 나왔다.
그런데 아무리 회의해 봐도 결론은 비슷했다.
지금 이대로 DS 부설 연구소로 놔뒀다가 만약에라도 노벨상을 받는 한국인이 저기서 나오면 교육부는 정말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었다.
-당장 다시 가서 조민우에게 허가 서명을 받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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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조민우 반응은 역시 그다지 큰 차이가 없었다.
“아니 이봐요, 제가 싫다는 애기를 도대체 몇 번이야 해야 알아듣습니까? 지금 저랑 말장난하자는 겁니까? 도대체 나이가 오십대 중반이나 대신 분이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진짜 우리 한국말 모르니까? 그러니 교육부가 시민들에게 욕 얻어먹는 겁니다. 한국말에 좀 투자를 하시란 말입니다.”
“솔직히 정말 미안합니다. 나이가 두 배 이상 되는 분에게 막말하는 것이 말입니다. 그런데 저 좀 살려주십시요!”
“.......”
박준호 감사관을 비롯한 교육부 제1 차관, 제2 차관은 그저 입만 다물어야 했다.
물론 속에서는 부글부글 끓었다.
총이라도 있으면 저놈의 숨통을 당장에 끊어놓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습니다.
“조 사장님, 제발 좀 부탁합니다.”
“저희 좀 살려주십시오.”
애걸복걸.
안절부절.
“.......”
정성일 부장을 비롯한 다른 팀장들은 이 광경을 보면서 관자놀을 지끈지끈 눌렀다.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정말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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