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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어서 부스럼을 낸 경우였다.
지금은 교육부조차 완전히 겁을 집어먹을 지경이었으니, 자신 역시 불안하기는 매 한 가지였다. 덕분에 이 일로 한 가지 문제가 더 생겨났다.
“국내 매출이 30%나 추락했다고요?”
“네, 특히 아이를 가진 학부모들이 불매 운동까지 벌이고 있답니다.”
“그건 정말 놀랍네요. 제가 아는 여성들은 미용에 대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는데 말이죠.”
“그만큼 애들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애 미래가 불안하니, 오히려 우리 회사에서 대해서 더욱 반감이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다 좋은 데.
말하는 투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크흠, 정 부장님, 저에게 불만이 많으신 가 봅니다.”
“아뇨, 전혀 없습니다.”
그는 힐끗 입이 툭 튀어나와 있는 정성일 부장을 위시해서 다른 팀장을 한 번 돌아보았다.
물론 다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일은 꼭 집고 넘어갔으면 하는 분위기였다.
그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허심탄회하게 한 번 말들을 해보세요!”
“좋습니다. 저희도 다른 것은 사장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 특히 대학 설립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 이해가 안 됩니다. 도대체 그걸 해서 돈을 얼마나 더 벌어들일지 말입니다. 기존에 저희들이 해 왔던 일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 맞지 않습니까?”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소똥(?)이나, 말똥(?)을 처리하는 것을 싫어서가 아닙니다. 저도 이제는 나름 만족하고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자꾸 일을 만들어서 분란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장님은 도대체 왜 생각 없이 일을 벌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하소연.
생각보다 길었다.
무려 3시간에 걸쳐서 주구장창 깨기 시작한 것이다.
“.......”
그도 이번만큼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만큼은 묵묵히 수긍했다. 다만 묵묵히 들은 내용 중에서 한 가지 만큼은 확실히 느꼈다.
‘불만들이 많아!’
***
조민우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 처한 것이 자신의 불명확한 대학 설립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나마 DS AA1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어서 매출 신장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뿐이다.
최근 들어서 갑자기 국내 기존에 예약했던 물품조차 취소하면서 급하게 진행시킨 모든 일에서 피해를 보자 더욱 심각했다.
‘무려 30%가 격감이라니, 이건 좀 아닌 것 같아.’
결국 이 때문에 좀 더 선을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보면 가장 중요한 안건은 역시 기부 입학제였다. 이것의 문제는 기존 대학 입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문제는 계속 끌려가기만 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
차라리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오히려 반감을 줄인다고 보았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신청할지 확실치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확실한 숫자를 파악하기 위해서 곧 바로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단 한 번을 시켜보았다.
물론 금액은 가능하면 클수록, 그리고 그 혜택은 많을수록 좋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 명확히 했다.
-기부 입학제 요강.
1. 150억 이상 기부시 자녀 입학.
2. 단 졸업은 정규 학점을 이수하지 않으면 졸업 불가.
3. 국적 상관없음.
4. 전액 기숙사 생활.
5. 원활한 교육을 위해서 토익:800 이상(텝스, 토플은 동일한 비율이 적용됨.)
6. EQ에 가중치 부여.
7. 예상 인원 : 200명.
8. 기부금에서 60%는 기본적으로 장학금이나, 대학에 투자함.
9. 지원은 이달 말일까지만 받고, 돈은 먼저 입금시켜야 함. 불합격과 동시에 그 돈은 곧 바로 원 입금자에게 다시 반환됨.
바로 이 내용이었다.
막 공격하던 여론도 이 발표를 보자 잠깐 주춤했다.
일단 기부 입학금 자체가 오르는 것에 나름 어느 정도 공감을 한 것이다.
150억 식이나 내고 대학에 들어가겠다고 한다면 그걸 무조건 반발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것만은 아니었다.
이렇게 해서 벌어들일 수 있는 총 대학 재정은 무려 3조. 그 돈 중에서 무려 2조에 해당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장학금이나, 다른 대학 발전에 돌리겠다는 점이다.
이 돈이면 당장에 생활에 힘든 학생이나, 돈이 없어서 대학에 가지 못하는 이들에 기회가 생긴 것이다.
어떻게 보면 상위 계층의 부를 이용해서 돈 없는 이들에게 복지를 돌리는 일이었다.
당연히 다소 주춤했다.
“성한 엄마, 도대체 저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겁니까? 이번에는 아예 DS 본사까지 처 들어가서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에요?”
“하지만 꼭 나쁘게 생각할 수는 없어요. 재성 엄마는 자식이 아예 공짜로 대학을 다닐 수가 있게 되는데, 그게 싫어요? 지금 딱 봐서는 지난번처럼 겨우 400명 모집이 아니라, 그 숫자까지 늘이려고 한 것 같아요.”
“어머, 그걸 어떻게 알아요?”
“일반 재학생 모집 요강은 아예 나오지 않았잖아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기부 입학자 모집부터 시작한 것이 그 이유 때문이겠죠. 무려 2조나 되는 돈이니, 엄청난 혜택이 가겠죠.”
“하지만 돈 있는 집 자식은.......”
“그런데 150억입니다. 그 돈이면 3대가 떵떵 거리면서 먹고 살 수 있는 돈이에요. 차라리 그런 부자가 돈을 내서 돈 없는 학생들이 도움을 얻는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더욱이 저 DS 대학(?)은 MIT 졸업과 동일한 혜택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대학이 잘 되어 있잖아요? 그런 것을 감안해줘야죠.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그런가요?”
뜻밖의 반응이었다.
정확히는 혜택을 입는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이었다.
기존에는 겨우 400명이다. 그 숫자라면 아예 자식이 저기 들어갈 가능성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그런데 그 숫자가 늘어난다면 꼭 무조건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다만 얼마가 되느냐 하는 점인데........
그것은 지켜봐야 할 문제였다.
***
조민우는 이런 결과에 겨우 한 숨을 돌리고 나서는 기부 입학 지원자를 기다렸다. 일단 몇 명이나 되는 줄 알아야 그 다음으로 넘어갈 수가 있는 일이었다.
다만 그도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이 보다는 차라리 대학 재정을 활용해서 그것을 재투자 형식으로 벌어들이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면 기존에 DS 대학은 DS와는 법인 자체를 분리시켜야 하겠지?’
이렇게 놓고 보면 그게 또 일이었다.
그래서 이 때문에 계속 골머리를 앎아야 했다.
그런 중에 곧 지원자가 점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단 지켜봐야겠어.’
***
정성일 부장은 요즘 들어서 정말 불만이 많았다.
아니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조민우를 믿고 참았다.
그런데 이건 시간이 가면 갈수록 너무 심했다.
자신의 경우에는 더욱 심했다.
지금 책상에 올라 있는 서류들은 DS 관련 업무가 아니었다. 이 보다는 오히려 DS 대학 관련되는 업무가 태반이었다.
전부 기여 입학제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과, 그것을 줄여나가는 방안에 대해서였다. 완전히 DS 대학 교무 처장 일까지 도맡아 하고 있었다.
소명석 영업 부장은 사무실을 오가다 이런 모습을 보자 툴툴거렸다.
“정 부장님, 정말 바쁘십니다.”
“이봐, 소 부장, 이죽거리는 건가?”
“아, 아뇨, 그럴 리가요. 부러워서 그렇습니다. 저는 솔직히 같은 일만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정 부장님은 그야말로 손을 안대는 일이 없습니다. 그런 점만큼은 가끔 질투가 납니다.”
하지만 이건 그만 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뒤에 쭈르르 따라 나왔던 다른 팀장 역시 다들 한 마디씩 했다.
“그만큼 정 부장님이 사장님의 신뢰를 받는 것이겠죠. 다른 직원이나, 팀장에게 어디 그런 일을 줍니까? 그렇게 보면 솔직히 정말 부럽죠.”
“.......”
그는 힐끗 이놈들을 째려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비꼬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부러워하는 것인지 판단이 잘 가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만큼은 인정했다.
‘하긴 사장님이 날 믿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
***
정성일 부장도 나름 좋게 해석했다. 그는 결국 팔자에도 없는 DS 대학 사무처장 노릇을 하면서 기부 입학제 지원자 명단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곧 이어서 나타난 결과였다.
‘어라? 벌써 80명이나 돼?’
단 이주 만에 나온 결과.
솔직히 잘 믿기지가 않았다.
한국에 부자가 이렇게 많았나 할 정도였다.
하지만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곧 이어서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 숫자는 단숨에 130명을 넘어섰다.
그리고 여기서 끝난 것도 아니었다.
3주 만에 200명을 넘어선 것이다. 이런 결과가 알려지자 그제야 망설이는 이들이 너나나나 할 것이 없이 지원하기 시작했다.
단숨에 300명을 지나서 500명을 넘어서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지원자의 명단이었다.
곧 신청자 가족 프로필을 쭉 확인하는 중에 떠오른 이름은 장난이 아니었다.
한국 30대 대기업은 기본이었다.
그 다음 정재계 장관은 선택이었다.
심지어 법조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거기에는 현직으로 일하고 있는 이들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이들만이 아니었다. 미국, 일본, 영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외국들이 지원한다는 점이다. 그 숫자까지 합쳐지자 지원자 숫자는 무려 1,000명을 단숨에 넘어가버렸다.
‘뭐, 뭐야?’
곧 마감 날짜가 딱 지나자 이 결과를 들고는 조민우를 부랴부랴 찾았다.
***
DS 사장 집무실.
조민우는 습관처럼 관자놀을 톡톡 치면서 지금 자신이 당면한 문제를 고민해야 했다. 처음에는 그냥 아니다 싶은 사람은 적당히 추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럴 수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 몇 사람은 골치였다.
‘설마 현직 대통령마저 지원하다니.’
아무리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해도 이건 좀 그랬다.
그런데 문제가 뭐냐 하면, 당신 자녀 입학이 힘듭니다! 이런 경우였다. 그러면 대통령이 ‘네, 알겠습니다.’하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정치적인 압박이 있겠지?’
그런데 이런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니었다.
심지어 미국 국무 장관을 비롯한 이들의 자녀 역시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건 정말 손을 어떻게 대야 할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도대체 이들은 왜 지원을 한 것일까? MIT에서 다니면 될 텐데.......’
이게 참 의아스러운 부분이었다. 특히 외국인 지원자 중에는 지원 동기조차 불분명한 것이 꽤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답변은 생각보다 쉽게 추측이 가능했다.
“아마 정치적인 이유 때문일 겁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스코트 교수를 비롯해서 DS 대학을 이끌어가는 핵심 3인방 노벨상 수상자들은 자신의 앞에 놓인 DS A1를 습관적으로 와삭와삭 씹으면서 잠깐 말을 멈추었다.
‘맛도 좋아요!’
다만 그런 중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망설였다.
“여기 보면 일본의 전전대 수상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들 자녀가 이곳 한국에서 공부를 하려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바로 하버드 대학의 경우와 비슷합니다.”
“하버드 대학요?”
“하버드 대학이 세계적인 명문이 된 것은 아주 간단합니다. 그 대학 내에 미국을 움직이는 자녀들이 꽤 많기 때문입니다. 아니 심지어 그들과 인맥을 맺고 나서는 자연스럽게 그 대열에 합류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당연히 끼리끼리 통한다고 자연스럽게 유명해진 겁니다.”
“으음, 그렇다면 지금 이 DS 대학 생활을 통해서 인맥을 쌓기 위함이라는 말이군요. 하지만 우리나라에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을까요? 딱히 자원이 많은 것도 아니고, 뭐 하나 특별한 것이 없는데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세계적인 흐름에서 보면 한국은 반도 국가입니다. 바로 해상 세력과, 육지 세력이 딱 맞물려 있는 곳입니다. 더욱이 여긴 기후도 좋고, 여러 가지 면에서 지정학적인 위치가 좋습니다. 지금까지야 하버드 대학 같은 풍토가 한국에 없었지만 DS은 전혀 다릅니다. 당장 우리 DS 대학의 교수지만 봐도 알 수가 있는 일입니다.”
“흐음.”
조민우를 비롯한 다른 DS 관련자들은 모두 골치가 아픈지 인상을 찌푸렸다. 이젠 생각하는 것도 피곤해서였다.
그 역시 계속 고민을 하다가 이건 단순히 자기 맘대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랬다가는 내가 총 맞아!’
결국 대안으로 내 놓은 것은 바로 한 가지였다.
손을 떼는 것이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향후 DS 대학 일은 스코트 교수님을 비롯한 10인의 DS 대학 위원회에 의해서 결정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훌륭한 판단입니다.”
스코트 교수는 의외로 방긋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는 뜻밖의 칼자루를 잡게 되자 이 일에 대해서는 이전과는 달리 한 번 적극적으로 생각해보았다.
‘흐음, 이거 나름 흥미롭잖아.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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