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17 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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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는 원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동경대학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후에 시마즈제작소에 입사했다. 정밀기기업체로 유서 깊은 이 업체는 생명공학으로 막 사업을 넓혀서 유전자, 단백질 분석기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시기였다.
그는 이 회사 중앙연구소에서 분석 계측기 연구에 종사하면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였다.
평범한 기업 연구원에서일약 세계적인 과학자 반영에 오른 것이다.
전후 세대 일본인이 노벨상을 수상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학사학위뿐이 사람이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것도 말이다.
그의 업적은 바로 자신이 하던 업에서 나왔다.
연성 레이저 이탈 기법.
바로 생물학적 거대분자 질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아픔이 있었다.
노벨상 수상 후에 여전히 평범한 길을 걷고 싶었지만 그렇지가 못했다.
학사 출신이라는 것이 문제가 되어서 다른 회사 동료에게 압박을 받았다. 이게 막상 쉬워 보여도 그렇지가 않았다.
사사건건 자신의 연구에 대해서 회사 본업과는 무관하다는 점 때문에 지적을 받은 것이다.
바로 그가 있는 중앙 연구소 소장에게서 말이다.
항의도 해보았다.
“도대체 무슨 말은 하는 겁니까? 이건 어디까지나 차세대 분석기에 사용할 기술일 뿐입니다. 이게 왜 엉뚱한 연구란 말입니까?”
“흥, 네 놈 속셈을 모를 줄 알아? 회사 자금을 악용해서 기술 개발을 한 놈이 그런 소리를 한다고? 그건 한 마디 개소리야!”
생각보다 강한 압박이었다.
하지만 상대 역시 자신이 노벨상 수상자여서인지 함부로 하지 못했다.
오히려 정신적인 공격을 계속했다.
참다가 견딜 수가 없어서 다른 연구소나, 대학을 알아봐야 했다.
그런데 그런 중에 알게 된 사실은 정말 뜻밖이었다.
‘날 채용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그런 일을 지시한 것이라고?’
정말 충격적이었다.
아니 그런 식으로 자신을 우려먹으려고 한 것이 말이다.
막상 노벨상을 받은 것은 좋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 일이나 하기가 어려웠다.
여러 가지 압박만이 만만치 않았다.
자신은 전후 노벨상을 받은 화학자.
일본 국민이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 역시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이런 것들 자체가 전부 부담이 되었다.
이 때문에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그런데 방법이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생각 같아서는 미국 쪽으로 가보고 싶을 정도였다.
이것도 이런저런 걸리는 것이 막상 실행하기가 어려웠다.
일본에서 이 정도인데, 그곳에 간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속상한 마음에 연락을 주고받은 것은 노벨상 수상자 들의 모임을 통해서 그나마 대화가 통한 스코트 교수였다.
그나마 좀 마음이 편해졌다.
그런 중에도 몇 가지 제의도 받았다.
바로 MIT 대학 교수로 말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스코트 교수와 MIT 사이에 불화가 생긴 것을 생각하면 정말 미안했다. 스코트 교수는 어디까지나 교수인지, 정치인이 아닌 탓이다.
노벨상 수상자를 소개시켜주려면 복잡한 문제를 다 감안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한 것이다.
이런 차에 들은 소식 하나.
-스코트 교수가 한국 DS 대학으로 이적하다!
바로 이 내용이었다.
좀 황당했다.
아무리 갈 데가 없어도 압박이 있지 않고서야 이루어질 수가 없는 일.
곧 바로 전화를 걸어보았다.
<어떻게 된 겁니까?>
스코트 교수는 마침 연락을 하려던 찰나.
<하하하, 이거 잘 되었군. 자네에게도 연락을 하려고 했었는데, 이렇게 연락을 주다니 말이네.>
<무슨 말입니까? 연락을 하려고 했다니요?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아니 도대체 거긴 왜 가신 겁니까? 전에 하버드 대학으로 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물론 그랬지. 그런데 하버드 대학도 요즘은 옛날 같지가 않아. 거기도 이런저런 문제가 생각보다 많아. 나 같은 경우에는 거기 들어가면 아주 난감해질 수가 있거든. DS에 온 것은 이유가 있지.>
<이유라 하시면.......>
<편하거든. 마음이 말이야. 이곳은 터치하는 사람도 없고, 간섭하는 이도 없어. 아 물론 조민우 사장 이 친구가 가끔 구박하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MIT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거든.>
<흐음, 놀랍군요.>
<하하하, 그 뿐이 아니야. 여긴 기본적으로 투자를 많이 해.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하고 싶은 연구를 얼마든 지 할 수가 있어. 그게 가장 좋지.>
<그건 정말 흥미롭네요.>
<그거에 더욱 흥미로운 것은 다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어. DS 부지만 해도 무려 2천만 평이네. 그야말로 전원이 어울린 곳에서 연구에만 전념할 수가 있거든.>
<매력적인데요?>
<괜찮지? 맞아. 정말 괜찮아.>
<정말 인상적입니다.>
<자네라면 내가 보기에 지금은 연봉 대략 4-5억은 족히 받을 거야. 아 인센티브는 빼고 말이다. 더욱이 연구 보조금만 해도 40억은 무탈하게 사용할 수 있을 거야. 물론 이건 지금 기준이고, 향후에는 좀 더 달라질 거야. 아마 2-3배 이상 늘어나겠지.>
<농담이시겠죠?>
<진담일 걸. 그렇지 않으면 내가 이 처음 들어본 한국이라는 나라에 올 이유가 있겠나? 그만한 매력이 있으니 온 거지.>
<으음.......>
잠깐 머뭇거리는 다나카.
너무 뜬금없어서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런데.
곧 이어서 나온 제안 하나.
<참 혹시 여기 올 생각 없나?>
<네? 저요?>
<그래, 어차피 지금 DS 설립이 막 시작되는 찰나라서 DS 교수 의원회 역시 만들어질 거야. 자네 자리도 준비가 되었거든. 일테면 원탁의 교수라고 해야 할까?>
<원탁의 교수라......>
웃음이 절로 나오는 말이었다.
하지만 웃지는 않았다.
다나카는 오히려 잠깐 고민을 해봐야 했다.
다만 선뜻 결정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자신이 이미 이곳을 떠날 것이라고 마음먹은 오래 전부터였다. 남은 것은 어디로 갈 지에 관한 것뿐이었다.
더욱이 어차피 스코트 교수가 있는 곳에서 공동 연구를 해보고 싶던 찰나.
<좋습니다.>
<훌륭한 선택일세, 그러면 한국에서 보지.>
<네.>
그리고 이런 일은 단순히 다나카 교수만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마당발 스코트 교수는 전 세계 이쪽저쪽을 계속 찝쩍거렸다.
물론 반말도 만만치 않았다.
<스코트 교수님, 미친 겁니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DS 대학 같은 곳에 가신 겁니까? 아니 좋아요. 그것 까지는 그렇다고 하죠. 그런데 왜 조용히 있는 저를 걸고넘어지시는 겁니까? 설마 MIT에서 한 사기를 저에게까지 하겠다는 말은 아니겠죠?>
<알았네.>
이런 이들도 있었다.
사람 마음이 모두가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의외로 이 일에 대해서 차분하게 진행을 거듭하였다. 결국 이런 노력 덕분인지 세계적인 석학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수가 있었다.
물론 이런 노력은 DS 대학 재정에 단기적으로 부담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 않았다.
교수 명단 내용이 바뀔 때마다 한국 전역에 뿌린 것이다.
심지어 이 정도에서 끝내지 않았다.
다른 미국이나, 영국 쪽의 신문에도 같이 누설했다.
아예 대놓고 광고 질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 향후 입학 예정자 중에서 출신에 대한 것도 아예 대놓고 흘렸다. 특히 주목을 받는 이들은 미국, 영국, 인도,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층의 직계가 꽤 많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생각보다 적지 않은 파란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마감이 끝났지만 기부 입학 지원자는 계속해서 늘어가기만 했다.
그리고 그는 이런 상황을 유도한 후에 다시 조민우를 찾았다.
‘이 친구가 꽤 좋아하겠지?’
나름 조민우를 생각해서 한 일이었는데.......
***
조민우는 요즘 일이 통 손에 잡히지 않았다. 잘못하다가는 학위(?) 하나 받으려고 한 일이 한국 교육 전체에 뒤 집어 업는 상황이 발생한 탓이다.
물론 지금은 슬쩍 한 발 물러나서 자신의 책임 회피론을 폈지만 꼭 그렇지는 않았다.
DS 대학 소유주가 그인 탓이다.
그리고 대학이 있는 곳 자체가 DS 건물 바로 옆인데, 이건 아예 눈 가리고 멍멍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이 때문에 오히려 다시 욕만 잔뜩 들었다.
-무책임한 조민우 사장, DS 대학에서 손만 떼고 나서는 뒤에서 조작 질을 하고 있다!
바론 이런 이야기였다.
이제는 그냥 있어도 욕하는 분위기였다.
덕분에 원래 하려고 했던 일은 아예 시작도 못하고 있었다.
‘제길 하던 마법 연구도 마저 해야 하는데, 아직도 이 모양이라니. 금반지를 아예 쳐다보지도 못하고, 마법진 연구는 또 다시 지지부진이라니.’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중심을 지켰다.
‘학위도 받아야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게 된 것이다.
자신이 DS 대학에 입학하게 되면 말 정도가 아니라 매도를 당한 판국이었다.
더욱이 시험 쳐서 들어갈 엄두는 아예 나지 않았다. 경쟁률이 무려 6만대 1이라는 소리를 듣자 걍 포기하고야 말았다.
결국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기부 입학이었다.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스코트 교수가 자신을 찾은 것은 바로 이 무렵.
<네? 교수를 더 충원하겠다고요?>
<물론이네. 지금 숫자로는 솔직히 감당이 안 돼. 연구 쪽으로 진행만 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학생을 받고 나면 그렇지가 않거든.>
<으음, 확실히 그런 문제가 좀 있군요.>
잠깐 말을 한 후에 보통 교수를 받을 때의 비용을 한 번 떠올려보았다.
DS AA1 이 다시 판매호조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그렇게 걱정할 것은 아니었다.
거기에 DS R1도 곧 미국을 비롯한 유럽 쪽에 정식 판매를 준비 중인 상황에서 말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무역 제약이었다.
농수산물 같은 경우에는 특히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최근 정부에서 이것을 풀려고 하고 있고, 농민들은 결사반대를 하는 일까지 엮여 있었다.
‘하지만 이 일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아. 그렇다는 이야기는.......’
“좋습니다. 아 그런데 미리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만 교수 임용에 관해서는 가능하면 교수 위원회를 통해서 결정을 해주세요. 전 확인만 하는 것으로 할까 합니다.”
“허어, 그래도 되겠나?”
“아, 물론 저도 봐야 한다는 것은 압니다. 그런데 시간이 없습니다. 더욱이 저는 다시 대학을 입학.......크흠, 아닙니다. 뭐 어쨌든 DS 대학은 가능하면 자율적으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입시 요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너무 심한 적자는 곤란합니다. 그런 것은 좀 감안해주셔야 합니다.”
“하하하,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아, 그리고 이왕이면 논문 숫자 좀 적당히 맞춰 주세요. 질도 중요하지만 창피스러운 경우는 아닙니다. 그런 것만 신경 써 주시면 됩니다.”
“알겠네.”
***
스코트 교수는 자신이 이미 예상한 일이지만 곧 바로 손을 확실히 털어 버리는 조민우 사장의 배포에 혀를 내둘렀다.
자신이라도 저렇게 쉽게 결정할 내용은 아니었다.
더욱이 DS 대학과 같은 곳이라면 말이다.
그는 결국 여기에 의외로 깊이 만족했다. 딱히 조민우를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DS 대학에 나름 애착마저 느꼈다.
곧 하던 나머지 연구(?)마저 때려치우고 이 일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DS 교수 위원회를 열어서 다시 기부 입학을 비롯한 학생 선발 요강을 발표한 것이다.
바뀐 내용이 좀 있었다.
일단 그 숫자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기부 입학 정원 숫자는 다시 300명으로 늘어났다.
즉 무려 4조 5천까지 대학 자금을 키웠다.
다만 일반 전형 학생의 숫자가 무려 2,700명까지 늘인 것이다.
즉 돈 있는 상류층의 재산을 기부 받아서 그것으로 하위 학생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선택한 것이다.
여기에 처음에 걸었던 몇 가지 조항을 좀 줄여야 했다.
연봉 6천 같은 경우에는 너무 심하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결국 월 400만 원 선으로 동결하는 것으로 정했다.
아파트를 비롯한 나머지 혜택 역시 축소가 불가피했다.
다만 대학에 들어와서 그만큼 높은 성과를 내 이들에 대한 혜택과, 대학의 투자는 그만큼 강해졌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곧 바로 한국 고교, 아니 전 세계 고교에게 전달이 되었다.
“.......”
하지만 이번에는 다들 말이 없었다.
조민우가 벌인 일과는 달리 이번에는 꽤나 형식을 많이 갖추었고, 여러 가지 항목에 있어서 꽤 투명성이 높았다.
중요한 것은 한 가지가 더해져 있었다.
*필요에 따라서 언제든지 수정됨.
***
정일식은 강원도 산골 마을 출신이다. 그는 이곳에 태어나서 그다지 교육적인 혜택을 받지 못했다. 결국 받은 것이라고는 자신의 담임선생을 통한 1:1에 가까운 교육뿐이었다.
하지만 실망하지는 않았다.
자신만 보고 사는 부모 때문이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 노력에 노력을 더했다. 덕분에 고등학교는 그나마 좀 산골에서 떨어진 곳에 다닐 수가 있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거리였다.
무려 42.195km.
딱 마라톤 코스만 한 거리였다.
하지만 그는 이 거리를 뛰어서 다녔다. 간간히 오가는 차량을 발견하는 날이면 그야말로 심봤다는 말을 절로 했다.
결국 공부하는 것은 그에게는 오히려 꿀 같은 휴식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면서 했지만 그 자신은 달랐다.
필사의 정신으로 임했다.
덕분에 성적은 상위권을 달렸다.
하지만 그에게 안 될 일이지만 학교가 너무 외진 곳에 있어서 내신 자체에 대한 불이익이 있었다. 단순하게 형식적으로 그다지 큰 차이가 없지만 실제적으로 그렇지가 않았다.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렇게 되자 갈 수 있는 대학은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학비 때문에 국립대학을 가야할 입장에서는 말이다.
DS 대학에 들은 것은 바로 이 무렵.
그리고 진학 상담실에서 그 요강을 보았다.
처음에는 이게 꿈인가 싶었다.
자신이 딱 가고자 한 이상적인 대학 바로 그곳이었다.
그는 결국 목표를 정하자 죽으라고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영어 회화를 할 방법이 없어서 아예 사전을 전부 달달 외웠으면, 영화 수십 편 대사를 전부 다 외워버렸다. 심지어 그 억양 톤까지 전부 다 암기해버렸으니, 그의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 지 알 수가 있는 일이다.
놀라운 것은 그 결과였다.
-DS 대학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
이 통지를 받고는 거의 3일을 계속 울고 또 울었다.
믿어지지 않는 결과였다.
그리고 그건 자신의 부모 역시 마찬가지였다.
“흑흑흑, 일식아, 정말 고맙구나. 우리는 그저 내가 자랑스러울 뿐이다!”
‘엄마, 걱정 마, 난 반드시 세계적인 과학자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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