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19 회 -- >
***
조민우는 딱 이 안건을 받자 눈살부터 찌푸렸다.
뻔히 보이는 술수였다.
결국 고민을 하다가 전화기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장관님.>
<여어, 조민우 사장님이군요. 이거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그 높으신 양반께서 이렇게 전화까지 주시고 말입니다.>
시작은 썩(?)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굳이 싸울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서로 조건만 맞으면 될 일이었다.
다만 그 조건이 문제였다.
<다시 말하지만 교육부 허가는 절대로 안 됩니다.>
<그러면 땅은 바이바이 하는 겁니다.>
<정말 이러실 겁니까? 단순히 허가만 내주면 될 일 아닙니까? 그 땅에는 사람도 살지 않아요. 그렇다고 무슨 공장 부지가 건립되는 것도 아닙니다. 가능하다면 겨우 농사(?)나, 과수원 정도에요. 그게 문제가 됩니까?>
<허어, 제가 언제 그것을 문제 삼은 겁니까? 다만 여론이 너무 좋지가 않아요. 만약 우리가 조민우 사장님에게 특혜를 준 것으로 언론에서 떠들면 저희 정부 입장이 난처합니다.>
정말 이래서 정부쪽하고는 엮이기 싫었다.
그런데 그게 또 그렇지가 않았다.
자신이 구멍가게를 운영하지 않는 한은 계속 이런 식으로 엮여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다만 가능하다면 하소연을 한 번 해보았다.
<하지만 DS 대학은 제가 운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원탁의 교수 회의에서 정해요. 제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닙니다.>
<원탁의 교수요? 아, 뭐 좋다고 하죠. 흐음, 그렇다는 말이군요. 하지만 뭔가 내놓는 것이 있어야 서로 편하지 않겠습니까? 저희 입장도 좀 생각을 해주세요. 요즘 언론에서 뭐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교육부 무용론(?)을 내세우고 있어요! 다들 이것 때문에 관련 의원들은 날이 잔뜩 곤두 서 있습니다. 오죽하면 이 문제가 저에게 날아오겠습니까?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교육부 유용론이 될 정도이면 되지 않을까요?>
<그게 바로 교육부 허가입니다. 허가를 내주시면 간단히 될 문제입니다! 아니 저희 교육부에서 이렇게 애걸복걸하는데, 너무하지 않습니까?!!!>
<흐음.>
조민우도 문득 대화중에 자신이 너무 도가 지나쳤다는 것을 일부 느꼈다. 무조건 배척만 하는 것도 좋은 처신은 아니었다.
그래서 머리를 굴려 보았는데........
<좋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요? DS 대학 내에 교육부 감찰부를 신설하는 거죠.>
<감찰부요? 그렇다면 DS 대학을 감독할 수가 있는 겁니까?>
<전혀요.>
<네?>
<형식적인 거죠. 기존 DS 대학 내부 과정에 대해서 참여해서 같이 거들면서 배우시라는 겁니다. 그러면 아마 교육부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런 것을 옆에서 지켜보시다 보면 기존 한국 대학에도 다양하고, 폭 넓은 행정 서비스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여기에 한 가지 더 부언해주었다.
<더욱이 그런 노력을 옆에서 보면 교육부 역시 DS 대학에 대해서 어느 정도 관여하고 있다란 인상을 줄 수도 있죠?>
<그건.......나쁘지는 않군요.>
<네, 그러면 바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지요.>
교육부 장관은 전화를 끊고 나서는 곧 이 일을 협의에 붙였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은 의견이었다.
정치란 것은 옆에서 봤을 때 좋은 이미지만 있으면 되었다. 굳이 실권이 없다고 해도 말이다. 그게 바로 교육부가 원하는 것이기도 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DS 대학에 대해서 관여를 할 수가 없다는 점인데.......
그건 이미 늦은 버렸다.
이미 DS 대학은 도저히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 되어가고 있었던 탓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곧 바로 이런 사항은 정상적인 행정 루트를 따라서 곧 바로 조민우에게 전달이 되었다.
“됐군.”
하지만 그는 용의주도했다.
이 상황을 언론에 공개적으로 누설했다.
-DS 천만 평 부지를 매입하다라고 기사를 내주세요!
그리고 이 제안은 각 언론에서 기꺼이 수락했다.
-DS 대학 설립을 위해서 추가 천만 평 부지를 평당 만 원에 매입하다!
바로 이 내용이었다.
이 기사가 나오자 다들 처음에는 뭔가 비리가 있나 싶어서 관심을 가졌다.
심지어 포털 검색 1순위에 올랐다.
다만 그 결과가 좀.
-이게 뭔 소리야?
-글세, 이게 왜 기사가 난 거지?
-짜라시 기사인가 보지. 요즘 DS 때문에 포털 순위가 시끌시끌하잖아.
-하긴.
다행히 쉽게 넘어갔다.
‘이제 됐군!’
***
쿠르릉.
불도저와, 포크레인이 몰려온 떼로 몰려온 소리는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마구잡이로 파해치는 것은 아니었다.
각자 위치가 있었다.
놀라운 것은 이와 동시에 DS 대학 입구에 걸쳐 있는 도로에서 아스팔트 도로 공사까지 같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야말로 한국에서 보기 드문 초대형 공사였따.
이창수 이장은 다른 농부들과 출근하는 중에 이런 모습을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허어, 정말 알 수가 없는 일이야.”
“조민우 사장님이 원래 그렇지가 않습니까? 전 가끔 보면 그 분 속을 도통 알 수가 없어요.”
“기인인 것만은 분명한 일입니다. 아마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한 시대를 풍미할 분이죠.”
“허어, 그참, 그러면 지금은 별 것 아니랍니까? 지금 봐서는 이 시대도 풍미하고 있습니다만.”
“크흠, 말이 그렇다는 이야기죠.”
그 역시 두런두런 거리를 이야기를 뒤로 한 채 쭉 펼쳐 진 황무지에 들어와서 건물 기초 공사를 하는 이들을 보면서 그저 놀랍기만 할 따름이었다.
다만 이런 그도 간간히, 아지 DS 본관 근처에 자주 보이는 외국인들을 보고는 그저 고개를 내저었을 뿐이었다.
‘우리가 잣대로 잴 수가 없는 사람이야. 정말 놀라운 뿐이야.’
그의 추측대로 공사는 기존 한국 일반 건물 공사와는 좀 달랐다.
기초 공사야 비슷하지만 곧 이어서 들어온 자재와, 그것을 처리하는 사람들이 말이다.
간간히 건설 현장에 나타난 이들 중에는 의외로 외국인이 많았다.
주로 미국인이 많았지만 꼭 그렇지만 않았다.
인도나, 일본 쪽의 이들도 있었다.
심지어 중국 애들도 보였다.
그리고 각 공사는 철저하게 분리가 되어 있어서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위기였다.
오로지 각 정해진 영역에만 건물을 세우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곧 몰려온 특이한 건물 자재들.
그것 역시 일반 한국의 자재와는 좀 많이 달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사가 늦어지는 경우는 없었다.
더욱이 이런 공사가 진행된다고 해서 이미 만들어진 DS 제1 연구동에서 연구 개발이 늦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들어와 있던 교수진, 그리고 어떻게 알았는지 벌써 들어온 신입생들은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깊이 몰입해 들어가기만 했다.
하지만 그들의 가슴 속에는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만 가득했다.
3장 입학식
김일식은 입학식 날이 되자 자신의 부모과 함께 DS 대학으로 향했다.
부모 역시 오늘 같은 날은 자식이 DS 대학으로 들어가는 날이라서 나름 자부심을 가졌다.
이들은 기차와, 택시를 이용해서 DS 대학 쪽으로 향했다.
교통은 생각보다 불편했다.
워낙에 대구 외각에 빠져 있었고, 그 주변은 전부 산능성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위치 자체가 아예 산골자락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DS 대학 근처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살짝 놀랐다.
DS 대학 쪽으로 향해서 나 있는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서 쭉 늘어서 있는 건물들 때문이었다.
한두 채가 아니었다.
거의 5, 7, 9층 형태의 건물이 쭈르르 늘어서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 건물들 역시 동일한 형태를 가진 것은 거의 없었다.
어떤 건물은 유럽식 형태를 딴 것도 있었다.
어떤 건물은 놀랍게도 일본 고유의 형태와 비슷한 것도 있었다.
심지어 어떤 건물은 마치 한국 경복궁 궁궐과 비슷한 형태도 있었다.
심지어 로마 고대 건물 형식을 딴 건물도 간간히 보엿다.
하지만 역시 가장 깊은 인상을 준 것은 바로 백악관(?) 모양을 본 딴 건물이었다.
기둥 굵기만 해도 무려 3m, 높이가 무려 30m 해당하는 엄청난 건물이었다.
여기에는 특별히 건물 입구에 주의 사항이 붙어 있었다.
-DS 대학에서 따로 지원한 금액이 없는 건물임.
하지만 이런 건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간간히 보이는 상점이나, 커피 숍 역시 눈에 들어왔다.
다만 그 건물 내부는 기본적인 한국 가옥과는 많이 달랐다.
마치 세계 수십 개의 나라의 고유 형식을 갖춘 형태가 많았다.
놀라운 것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내부에 들어가면 음식 역시 생판 처음 보는 것이 많았다.
스테이크 하우스.
김일식 일행은 잠깐 시간이 남아서 한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가 생판 처음 보는 건물 내부에 겁을 집어먹고는 밖으로 나서려고 했다. 그런데 입구에 있던 한 직원이 조용히 그들을 막았다.
“손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 제 자식에게 뭐라고 좀 사줄까 했는데, 여긴 가격이 너무 비싼 것 같아서.......”
“그렇게 비싼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일반 서민이 먹기에는 좀 그렇죠. 다만 오늘 입학 당사자, 가족의 경우면 좀 다릅니다. 혹시 합격 통지서가 있습니까?”
김일식은 곧 바로 자신은 받은 합격 통지서를 내밀었다. 점원은 그것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란 표정을 했다가 이내 방긋 미소 지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네?”
“하하하, 곧 아시게 될 겁니다. 올해 이 대학에 입학한 이들이 얼마나 행운아들인지요. 가시죠. 여러분에게 이곳 식당에 있는 모든 음식이 전액 무료입니다. 물론 참고로 김일식 군으로 졸업할 때까지 이곳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헤? 정말요?”
“물론입니다. 아직 DS 대학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 보군요. 일단 앉아 계시면 제가 필요한 안내 책자를 가져다 드리죠.”
“.......”
김일식 일행은 다들 입을 살짝 벌린 채 곧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다만 그들은 곧 나온 메뉴판에 가격을 확인하고는 입을 살짝 벌렸다.
‘헐? 34만원씩이나 해?’
사실이었다.
메뉴 판에 나와 있는 음식 가격은 실로 무지막지하게 비쌌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런 음식을 돈 주고 먹는 사람이 있었다.
옆에 앉아 있던 한 이들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젠장 맞을, 정말 너무 하는 군.”
“여긴 왜 이렇게 비싸? 하다못해 물 한 잔에 무슨 만원씩 받아 처먹어!”
“돈민우, 돈민우하는 말이 명불허전이야!”
그들은 이런 소리를 들으면서 곧 나온 스테이크를 먹었다. 칼로 먹기 좋도록 이 잘려서 나온 스테이크는 그냥 포크로 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점원은 간단하게 소개를 해주었다.
“일종의 갈릭 스테이크입니다. 다만 고기와, 양념이 많이 다릅니다. 이 요리는 만든 이들은 전부 이 분야에서만 무려 30년 이상 일을 하신 베테랑 분들입니다.”
멈칫.
김일식 일행은 먹다가 고기가 잘 넘어가지가 않았다.
너무 부담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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