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23 회 -- >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보통 회사라고 해도 무시할 수는 없는 일.
하물면 교육부를 애먹이고 있는 DS였다.
사람 일은 알 수가 없는 법이니, 이런 시기에 빠른 처리를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했다.
더욱이 자기애도 올해 DS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일도 있는 것을 감안하면 미래를 위해서도 좋았다.
보통 때라면 밑에 직원들에게 부탁할 일이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았다.
곧 바로 미국 농산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한일명입니다.”
미국 농산물 장관 해밀턴은 뜨끔했지만 정치적인 관록을 살려서 시치미를 뚝 뗐다.
“오, 이거 반갑습니다. 작년에 미국에 왔다가 하루 만에 돌아갔지요? 정말 그 날 아쉬웠습니다. 한 며칠 있었다면 근사한 파티에도 갔을 텐데 말입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일단 이렇게 가벼운 인사를 서고 주고받았다.
둘 다 정치적인 술수에는 관록이 있어서인지 상대를 불쾌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다만 본론으로 들어가자 상황은 곧 달라졌다.
“흐음, DS에서 보내온 그 제품 허가 말입니까?”
“그렇지요. 조민우 사장이 이 때문에 난리입니다. 아니 도대체 세상 어디에 농산물을 가지고 무슨 인허가를 받느냐 구요?”
여기까지는 조민우 의견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 이야기는 좀 달랐다.
그 동안에 시달렸던 묶은 감정이 그대로 담겨 있는 멘트를 사용했다.
“이대로 그냥 놔두면 농산물 자유화 협정 때 그냥 있지 않겠다고 벼루고 있습니다!!!”
“.......”
‘농산물 자유화’ 협정이라는 말을 듣자 해밀턴을 눈살부터 찌푸렸다.
듣는 것만으로 골치가 아팠다.
“크흠, 뭔가 착오가 있나 보죠.”
“착오? 그 놈의 착오는 무슨 4개월씩이나 갑니까? 솔직히 한 번 말씀해보세요. 그건 농산물 협정 때문에 그런 겁니까?”
“제가 굳이 말로 해야 합니까?”
“그렇군요.”
“뭐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표가 나는 일을 하시면 우리 한국 정부 입장도 곤란해요.”
“무슨 말입니까?”
“우리 정부도 최근 세계 무역 자유화의 기치를 앞에 두고 열심히 농산물 자유화 협정을 위해서 지금 농부들을 설득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 쪽에서 그런 식으로 제약을 걸어버리면 저희 노력이 그야말로 삽질(?)이 되지 않습니까?”
슬그머니 자기들 자랑.
했는지 안했는지는 솔직히 의문이 가득했다.
아니 딱 봐서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항의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끄응.”
“아니, 이봐요. 해밀턴 장관!님! 좀 생각을 해봐요. 그런 식으로 편파적으로 해놓고 말입니다. 농산물 자유화라는 말을 할 수가 있어요? 세계 농산물 규제화!!!하자고 하시는 것이 맞지 않습니까?”
“아,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한일명 장관도 사실은 지금가지 농업 자유화 협정 때문에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아왔다. 그런데 지금처럼 기회를 잡은 상황에서 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지 않았다.
주렁주렁 불만을 풀기 시작한 것이다.
“아, 거기 미국은 말입니까? 정말 자유와 민주 국가 맞습니까? 규제와 탈세의 국가라고 해야 하지 않습니까?”
“아니면 말입니다. 거긴 농산물도 규제하는 나라 이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첨단 기술? 아니 쌀을 검사하는데, 4개월씩이나 걸리는 나라에서 무슨 놈의 첨단 기술입니까? 쌀 검출 기술 정도 수준이 안 되는 나라가 말입니다!”
“.......”
해밀턴 장관도 계속 듣다 보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런데 지금은 참아야 했다.
다만 시간이 거듭될수록 자신이 과거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도 깨달았다.
물론 가해자는 자신, 피해자는 한일명 장관이었다.
‘빌어먹을 놈, 뒤 끝 한 번 더럽군.’
***
한 시간 후.
“크흠, 아 참, 이거 더하고 싶어도 제 목이 쉬어서 아쉽네요.”
“끄응, 제가 다시 한 번 확인해보겠습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입니다. 쓸데없는 수작 부리시면 제가 이번 안건 미국 NBC 뉴스에 흘릴 생각입니다. 그러니 가능하면 적당히 처리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알겠습니다.”
뚝.
그제야 상대의 전화가 끊어졌다.
하지만 한일명 장관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제까지 저놈들 때문에 쌓인 것이 일시에 풀리는 기분이었다.
‘가만 미국만 아니었잖아?’
곧 바로 떠오른 것은 일본, 중국, 유럽, 남미 쪽 애들이었다.
이번 기회에 그냥 둘 수는 없었다.
일일이 전부 전화를 걸어서 조금 전에 했던 이야기를 하고, 또 하고 계속 했다.
“이봐요, 당신들, 맨날 그놈은 독독는 자기 땅이라는 소리는 그만 아닥 하고, 지금 쌀 인증 검사나 제대로 통과시키란 말입니다. 아니 쌀 검사조차 못하는 나라에서 무슨 놈의 독도에요. 독도. 머리에 돌만 들었습니까? 그러니 쪽발이(?) 소리를 듣는 겁니까?”
이런 식으로 말이다.
“.......”
일본 농산부 장관은 그냥 듣기만 했다.
속이 불이 나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었다.
‘만약 DS 농산물이 한국 농부들에게 전부 퍼져서 전부 DS R1을 재배해서 공급하면 악몽이야. 지금은 일단 참는 것이 최선이지.’
하지만 이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일명 장관은 마치 대종사작가처럼 도대체 낮술을 먹었는지, 했던 이야기를 수십 번에 걸쳐서 계속 반복한 것이다.
듣는 그의 입장에서는 실로 악몽이었다.
그리고 이런 전화는 전 세계에 걸쳐서 반복되었다.
결국 다른 세계 많은 국가들이 한일명 장관을 존나 씹었지만 다른 대안을 강구하면서 빠르게 머리를 굴려야 했다.
‘대안이 필요해!’
***
조민우는 물론 이런 외부 상황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그는 단지 최근 요청한 빨리 허가가 나오기만을 눈 꼽아 기다렸다.
아니 만약의 사태를 위해서 다른 대안을 한 번 강구도 해보았다.
바로 금반지를 비롯한 마법진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이게 마냥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결국 혼자 끙끙 앓는 중에 한일명 장관에게 직접 연락을 받았다.
“네? 한일명 장관이이라고요.”
구수하면서도 시원한 음성이 들려왔다.
“사실 자네를 찾아가려고 했는데, 여건이 안 돼서 말이야.”
“아뇨, 그건 괜찮습니다. 그런데 굳이 장관님이 이렇게 전화를 줄 이유가 없을 텐데요?”
“그렇지는 않네. 정말 중요한 일이니, 이렇게 전화를 한 거지.”
“무슨 일 때문입니까? 저희가 원한 것은 단수한 허가일 뿐인데요?”
“그건 자네 입장이고, 다른 나라 입장은 아니지.”
“네?”
“쯧쯧, 이 친구가 정말 둔하군. 하기야 나이가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어. 생각을 해보게. 지금 자네가 재배하고 있는 DS R1 말이네. 만약 그것을 우리나라 전국 농민들이 재배하면 어떻게 되겠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자신이 설사 그럴 할 수도 없지만 할 수 있다고 해도 허락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건 있을 수가 없어요.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상대가 그런 사실을 알겠나?”
“하지만......”
“솔직히 나도 자네 말을 못 믿겠어. 말은 그렇게 하고 다음 날에 새로운 신기술 개발했다고 우길 수도 있지 않은가?”
“에이, 제가 설마 그러겠습니까?”
“그걸 자네가 어떻게 장담하는가? 하다못해 자네가 오늘 밤에 자고 일어나서 아이디어를 떠올릴지 말이네.”
“그런 그렇군요.”
“그러니 말이네. 다른 나라 장관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라고. 만약 한국에서 DS R1을 대대적으로 생산해서 자국에 뿌리면 어케 되겠나?”
“그건.......문제군요.”
“문제? 그런 정도가 아니지. 잘못하면 그 나라 농산물 시장 가격에 대 혼란이 일어나. 아니 한 나라만 괜찮은데, 다른 나라 역시 그렇다고 생각해보게. 무슨 일이 생기겠나?”
“그건.......잘 모르겠군요.”
“하지만 정치하는 사람들에게는 극히 싫어하는 말이네. 바로 불확실성 말이야. 자네 같으면 어떻게 하겠나? 차라리 DS R1 허가를 안 해주는 것이 최선이지.”
“설마 그러면 지금 인허가 멈춘 것도 그 때문이란 말입니까?”
물론 여기서 그는 슬쩍 꼬리를 말았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네.”
“.......”
조민우는 그제야 상대가 말을 뺑뺑 돌리는 것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끄응, 정치적인 술수군.’
“이제 대충 알겠는가?”
“아뇨, 모르겠습니다. 이 안건에 대해서는 제가 그냥 넘어가지 않겠습니다.”
“응? 무, 무슨 말인가?”
“물론 장관님 말씀은 알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당장 우리가 피해를 보지 않습니까? 이런 식이면 정말 곤란합니다.”
“그, 그건.......자네는 그러면 혼란을 원하는 건가? 내가 만약 이런 사실을 언론에 흘리면 자네 역시 피해를 입을 거야. 자네 주변에 계속 적이 늘어날 텐데, 괜찮은가?”
“무슨 말씀이신지?”
“생각을 해봐. 외국에 농부들이 한 두 사람일 것 같아. 그런 이들이 어떻게 보면 전부 DS 시리즈 미래 고객이네, 그런 이들을 적으로 돌리며 과연 잘 팔릴까?”
“그건.......제 알 바가 아닙니다. 문제는 제가 얻는 것이 없다는 겁니다.”
“흐음.”
조민우는 계속 말이 겉돌자 심술이 나서 발끈 해서 협박했다.
“혹시라도 장관님이 괜히 연락했을 까 싶어서 말씀드리지만 이달 까지만 연락이 오지 않아도 이 안건에 대해서는 국제 사법 재판소에 제소하려고 했습니다. 관련 국가 전부 말입니다.”
한일명 장관은 깜짝 놀랐다.
“이, 이봐, 조 사장, 아니 굳이 일을 만들려고 하는 이유가 뭔가?”
“제가 언제 일을 만들려고 했습니까? 저는 어디까지나 권리를 주장하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장관님을 얼굴 봐서는 그 유예 기간을 다음 달 첫째 주까지 기회를 주겠습니다. 그 쪽에는 바로 소송 준비를 하라고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뚝.
조민우는 이렇게 해놓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하지만 그는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어느 정도 예상 못한 것은 아니지만 벌써 정치인들이 엮이는 것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거 앞으로가 더 골치네.’
뭔가 다른 대안이 필요했다. 지금처럼 DS R1과 같은 마법 제품을 마구잡이로 찍어내다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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