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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마법사-233화 (233/397)

< -- 233 회 -- >

9장 DS 제약

최창일 차장은 최근 들어서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얼마나 나쁜 지 자신의 와이프조차 그냥 있지 않고 뭐라고 할 정도였다.

“여보, 당시 요즘 들어서 왜 그래요?”

“아? 별 것 아냐.”

하지만 그녀가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남편이 사회 생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받는 스트레스가 뭔지 알았다. 그럴 때는 차라리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았다.

계속 설득했다.

곧 그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회사가 조직 구조가 개편 되면서 그만둔 사람이 많아. 이전에 신설되었던 ‘확 깬다!’ 시리즈 역시 매출이 별로였어. 그 때문에 그 쪽 사업부 쪽은 전부 그만뒀지. 당시도 아마 기억할 거야. 집들이 할 때 잠깐 온 조 부장 말이야. 그 양반도 그만뒀고.”

“그건 정말 문제네요.”

“응, 그래서 나도 이직을 해야 하나 고민 중이야. 그런데 딱히 회사를 옮겨도 마땅히 보이는 것이 없어. 그래서 골치야.”

“다, 당신 설마 아예 회사 그만두고 사업할 생각이에요?”

“내 나이가 벌써 45이야. 회사 다녀봐야 얼마나 더 다닌다고 그래? 그래서 그런 것도 고민이야.”

“하, 하지만 아직 정년은 멀었잖아?”

“당신 참, 순진도 하다. 요즘 정년까지 다니도록 그냥 두는 회사가 어디 있어? 중간에 갖은 술수를 다 써서 잘라버리지. 차라리 빵빵한 신입 애들 뽑는 것이 회사에 더 이익이거든.”

싸늘.

그녀의 안색은 이내 딱딱하게 굳었다.

남편이 하는 말이 그냥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결코 그렇게 둘 수는 없었다.

“당신, 우리 정환이 이제 고등학교 올라간 것 몰라야? 더욱이 희진는 이제 겨우 중학교 올라갔어. 개들 과외로 들어가는 비용만 200만원은 족히 넘어요. 그것도 한 달에.”

“나도 알아.”

“아뇨. 당신 혼자만 생각하지 말고요. 가족도 좀 생각해주세요. 이직 생각하는 다른 회사가 지금 회사처럼 복지가 좋다고 말을 못하잖아? 괜히 잘못했다가.......”

“아하,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만 좀.”

“아뇨, 제가 딱 한 마디만 하죠. 제가 보기에 어딜 가나 다 비슷해요. 차라리 지금은 힘들어도 한 번 끝까지 가보세요. 그러면 그만큼 당신을 인정해 줄 겁니다.”

“생각해 볼게.”

일단 이렇게 넘어갔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이게 또 쉬운 것이 아니었다.

더욱이.

“최 차장님, 저도 이번에 그만 두게 되었습니다.”

“이봐, 최 과장, 도대체 자네가 왜 그만 두는 건가? 자네는 그래도 회사에서 잘 나가잖아?”

“잘 나가면 뭐해요. 지금 회사 꼴이 어떤지 모르시고 하는 말씀이세요? 올해 흑자폭이 많이 줄었어요. 더욱이 조직 개편과 더불어서 우리 사업부 쪽에는 투자를 줄인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당연히 감원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고.”

“그건.......”

“최근에 인수 합병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뭐, 저, 정말?!”

“네, 그 때문에 다들 요즘 난리였다. 어차피 인수 당하고 나면 그 사업부는 당연히 구조조정 하지 않겠어요? 그러면 결과는 뻔하죠. 그러니 차라리 더러울 꼴 보기 전에 나가는 거죠.”

“.......”

‘설상가상이군.’

***

최창일 차장은 묵묵히 있으면 회사를 그만두는 이들이 많아지자 정말 혼란스러웠다. 자신도 괜히 남아 있다가 잘리는 꼴을 당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와이프가 한 말이 계속 귀에 와 닿았다.

“아뇨, 제가 딱 한 마디만 하죠. 제가 보기에 어딜 가나 다 비슷해요. 차라리 지금은 힘들어도 한 번 끝까지 가보세요. 그러면 그만큼 당신을 인정해 줄 겁니다.”

‘정말 그럴까?’

선뜻 믿기가 어려웠다.

솔직히 자신도 지금 상황에서는 도저히 장담할 수는 없었다.

워낙에 변수가 많았다. 일단 자신이 속한 사업부를 인수할 이가 누구인지에 따라서 회사 분위기가 결정이 날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그게 정해지지도 않는 상황.

결국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만큼은 일단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와이프 말을 믿어보자.’

그렇다고 해서 사직 행렬이 멈추지는 않았다.

심지어 자신이 속해 있는 팀장마저 그만둬 버렸다.

“나머지 일 잘 좀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이때가 제일 고비였다.

이제 자신의 팀에 남은 사람이라고 해봐야 과장 두 사람, 대리 한 명, 평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자신 팀은 오히려 양호 했다.

다른 팀은 아예 해체되어서 없어지다시피 한 경우도 있었다.

‘정말 견디기 힘들다.’

***

최창일 차장이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도 주변에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는 좀 달랐다. 회사에 출근하면 마치 유령 회사 같았다.

조용한 적막감.

그것이 회사 분위기를 대변했다.

그런데.

변화가 생긴 것은 바로 이 무렵이었다.

바로 인수 관련 이야기가 드디어 밝혀진 것이다.

상대는 바로 DS 시리즈로 유명한 그 DS였다.

그리고 회사 사명 역시 바로 변경되었다.

DS 제약으로 말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어차피 여기까지 온 마당에 더 이상 떨 것도 없었다.

남아 있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언제라도 회사 측의 요구에 따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자신들이 아는 바로 DS 제약은 굳이 기존의 박카스 라인이 필요가 없었다.

‘아마 남아 있는 생산 설비나, 제조 기술, 그리고 특허 같은 것들만 챙기려고 하겠지.’

그렇게 보면 자신들은 전부 필요가 없었다.

물론 회사 관리를 위한 최소 인원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리고.

드디어 조민우 사장이 나타났다.

-사장님, 이곳은 기존에 박카스 연구 사업부입니다.

이수환 실장 안내를 받아서 나타난 한 젊은이.

나이는 앳돼 보였다.

이제 겨우 이십 대 초반.

보고 나서 헛웃음이 나왔다.

이수환 실장 역시 좋아 보이는 얼굴은 아니었다. 그리고 곧 자신을 비롯해서 남아 있는 직원들 앞으로 그가 나타났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음고생이 많으셨죠?”

실로 뜻밖의 이야기. 정말 이런 말이 나올 지는 상상도 못했다.

“네?”

그는 따스한 눈빛을 한 채 자신들을 위로해주었다.

“견디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원래 조직 개편하고 나면 직원들이 다들 힘들어 하죠.”

울컥.

순간 가슴 한 구석에서 뭔가 짜르르 하고 울렸다.

이제까지 마음 고생한 것이 한 순간에 풀어지는 그 기분.

도저히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상대는 자신의 이름마저 알고 있었다.

“최창일 차장님이시죠? 지금부터는 기존 팀장에게서 이관 받은 자료를 잘 정리해서 곧 보고를 올리시기 바랍니다.”

딱 이 한 마디 말.

그리고 돌아섰다.

그런데 다시 추가 한 마디가 더 있었다.

“아, 그리고 곧 부장으로 진급하실 겁니다. 이제는 팀장 입장에서 일을 처리해주시기 바랍니다.”

“사, 사장님.......‘

그런데 상대는 여기서 한 마디 더 남겼다.

“곧 밝힐 내용이지만 지금 남아 있는 분들은 거의가 한 직급 이상씩 승진할 겁니다. 연봉은 최소 20%에서 많게는 60%까지 더 올라갈 겁니다.”

“!”

모여 있던 이들은 다들 입을 살짝 벌렸다.

정말 뜬금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는 이 말을 끝으로 곧 옆 쪽 연구팀으로 옮겨가서는 차분하게 이 쪽 저쪽을 돌아볼 뿐이었다.

가장 뒤 쪽에서 조용히 따라고 있던 김한우 기획팀장 역시 이런 모습을 보고 있다가 혀를 내둘렀다.

“휴우, 역시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더니, 그냥 나온 말이 아니었어. 난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왜 다들 회사를 그만뒀느냐 하는 거야. 쯧쯧, 그냥 있으면 다 챙겨줄 텐데, 말이야.”

고개를 절레절레 내젖는 그.

힐끗 자신을 쳐다보았다.

“이봐요, 최 차장, 아니 팀장님, 앞으로 좀 재미있어 질 겁니다. 조민우 사장님이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달라요.”

“그, 그래요?”

“당연하죠. 암튼 진급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

‘도대체 알 수가 없군.’

***

최창일 차장, 아니 부장은 곧 책임감을 가지고 남아 있는 팀 조직 정비에 집중했다. 그건 자신 만이 아니라, 다른 팀 역시 비슷했다.

비록 많은 이들이 그만 두기는 했지만 아직 소수남아 있는 이들이 말이다.

그는 그런 중에도 여전히 불안했다. 비록 회사 매출이 기존 제품 때문에 버티기는 하지만 언제까지 계속 유지될 것이라 확신 못했다.

특히 DS에서 출시한 DS SX 때문에 타격을 생각보다 많이 입었다.

강장제를 먹을 바에는 차라리 DS SX를 구해서 물에 희석 시킨 후에 먹는 것이 오히려 좋았던 것이다.

‘거기에 꿀을 살짝 타서 먹으면서 훨씬 몸에 좋지.’

자신 역시 그렇게 먹는 까닭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 자신의 팀은 존재가치가 없었다.

그런데.

곧 이어서 나온 월급 명세서.

거기에 찍혀 있는 금액은 실로 놀라웠다.

-8,954,000원?!

이게 세금 다 떼고 자신이 수령하는 금액이었다.

자신의 원래 기본금은 세금 다 떼고 나면 약 450만 원 정도.

무려 100%가 오른 것이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결국 인사팀에 문의를 해봤는데, 나온 답변이.

-최 팀장님의 경우에는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물론 혼자만 그런 것은 아니고요. 몇 분이 더 있습니다. 으음, 그만큼 회사 입장에서 믿을만한 분이라는 것이 사장님의 지침입니다. 그래서 거기에 맞는 대우를 해준 겁니다.

“.......”

그는 생뚱맞은 이 답변에 입을 다물고야 말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자신의 와이프가 한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아뇨, 제가 딱 한 마디만 하죠. 제가 보기에 어딜 가나 다 비슷해요. 차라리 지금은 힘들어도 한 번 끝까지 가보세요. 그러면 그만큼 당신을 인정해 줄 겁니다.”

‘역시 와이프 말이 옮았어!’

예나 지금이나 와이프 말이 옳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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