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46 회 -- >
오성전자.
대한민국에 본사를 둔 전자 제품을 생산하는 다국적 기업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전자 기업이고, 오성 그룹을 대표하는 기업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실적이 좋은 기업이다.
전자 업계 서열에서도 최고 자리에 올라가 있다.
세계 시장에서 많은 소비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이 회사의 제품으로 TV, 냉장고, 세탁기 등의 가전제품을 비롯해서 하드 디스크 등의 컴퓨터,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특히 TV 부분에서 위상은 가히 독보적이라고 봐야 했다.
덕분에 냉장고는 좀 찬밥 대우를 받고 있다.
구미 오성 가전 연구소 세탁기 팀.
“지금까지 말을 했지만 현재 우리 사업부 처지가 아주 좋지 못합니다. 따라서 어떻게 해서라도 L 전자 최근 제품보다 나은 제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그것도 3개월 안에요.”
“저기 부장님, 하지만 그건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일정입니다. 어떻게 3개월 안에 신제품 하나를 만들라는 말입니까?”
“그렇지 않으면 회사에서 잘리니까요.”
싸늘.
분위기는 이내 얼어붙었다.
이미 회의 들어갈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았다.
특히 권상운 과장은 더욱 안색이 어두웠다. 그렇지 않아도 만년 과장 소리를 들을 지가 무려 5년인 것을 감안하면 말이다.
‘지금까지는 잘 버텼는데, 이거 아무래도 내가 일타가 될 것 같잖아?’
추측이 아니라, 거의 사실이었다.
일단 팀을 해체하고 나면 자르는 사람은 다 잘려 나간다. 그나마 그 중에 괜찮은 이들은 전부 다른 팀으로 데려가는 분위기이다.
그는 때문에 회의를 하는 중에도 가서 자리를 앉아도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특히 최근에 나온 L 전자 세탁기는 여러 가지 면에서 기능적으로 앞서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튼튼하다는 점이다.
잔 고장이 많은 자사 제품에 비해서는 월등히 나았다.
그나마 AS와, 대기업이라는 강점을 내세워서 버티기는 하지만 앞으로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가 않았다.
‘심각하군. 다른 회사를 알아봐야 하나?’
늘 하는 고민.
그런데 이제는 심각하게 생각해야 했다.
좋은 회사가 어디일 지는 한 번 고민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들어갈 수 있느냐가 문제이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실적과, 나이로 봐서는 쉽지가 않았다.
그나마 중소기업이라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것 역시 만만치 않았다.
급료도 문제일 뿐 아니라, 워낙에 회사 사정이 열악해서 언제 잘릴 지도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전화가 걸려온 것은 이 무렵.
<거기 오성 세탁기 연구팀이죠?>
<그렇습니다. 실례지만 누구신지?>
<저는 DS 농부팀(?)에서 일하고 있는, 아니 크흠, 하드웨어 팀에서 일하고 있는 최성민 팀장이라고 합니다. 한 가지 제안 드릴 것이 있어서 전화를 했습니다.>
아마 평소라면, 아니 다른 사람이었다면 대충 한 귀로 듣고 흘렸을 내용이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은 그렇지가 못했다.
썩은 지푸라기도 잡고 늘어져야 할 심정.
<무슨 일이죠?>
<저희 연구소에서 최근 특수한 물을 개발했습니다. 제품은 DS ww1(water washing)이라는 제품입니다.>
<세탁기에 뜨거운 물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죠. 하지만 그건 보통 사용자가 보일러에서 뜨거운 물을 아예 받아서.......>
<바로 그것입니다. 만약 사용자가 찬물만 있는 집이라면 불편하겠죠? 특히 가스 요금 때문에 압박을 받는 서민이라 면요. 아니 그들만이 아니죠. 요즘 주부들은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다면 충분히 감안할 것 같습니다만?>
<그건 그렇지만.......>
<이것은 단순히 전기만 공급하면 거의 2분 내에 물이 끓어버립니다. 더욱이 열효율 자체가 높아서 전기요금을 거의 먹지를 않습니다. 가희 획기적인 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까지 듣자 나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바로 요청했다.
<그렇다면 직접 봐야 할 것 같겠군요.>
<물론입니다. 그러면 제가 바로 찾아뵙지요.>
<네.>
***
부글부글.
딱 전기를 넣은 후에 2분이 지나자 물이 펄펄 끓는 모습은 사뭇 신기했다.
더욱이 한 쪽에서 사용되는 전기양을 측정하고 있는 연구원의 얼굴에는 믿기가 어려운 표정이었다.
“우와, 세상에 이럴 수가 있다니.”
“왜 그래?”
“이 정도면 전기 요금으로 치면 아예 무시해도 될 정도입니다. 오히려 세탁기 모터 요금이 더 많이 먹습니다.”
물론 이런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저희도 뒤 늦게 안 사실이지만 이 물은 일반적인 것과는 좀 다릅니다. 일종에 세제를 넣은 것과 비슷한 효과를 지닙니다. 즉 물의 온도가 높을수록 그 효과가 커지고, 낮아질수록 효과 줄어듭니다.”
“그러면 세탁 세제를 넣지 않아도 된다는 말입니까?”
“아뇨, 그렇게 하면 효과 좀 많이 줄어듭니다. 다만 기존의 세탁기에 비해서 세재를 1/10 정도만 넣어도 충분히 동일한 효과가 나온다는 이야기입니다.”
조용.
회의실에서 듣고 있는 다른 이들의 안색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만약 정말 그렇다는 실로 놀라운 발명품이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주부가 가장 원하는 것이었다.
전기 절약, 세제 절약, 세탁 효과 이 세 가지 말이다.
다만 이해가 안 되는 점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왜 그렇게 되는 지는 설명을 안 해주시는 군요.>
<그건 특급비밀입니다!>
<........>
다들 이 말을 딱 듣기가 무섭게 인상부터 찌푸렸다.
하도 많이 들어서 지겨웠던 것이다.
다만 중요한 사실이 한 가지가 있었다.
<다 좋습니다. 하지만 이 발명품의 가격이 가장 큰 문제일 것 같습니다. 제가 알기로 이거 분명히 DS 시리즈의 일환인 것 같은데, 그러면 아마도 가격이 터무니없이.......>
<개당 5만원입니다.>
<5만원이라......>
나쁘지 않았다.
아니 더할 나위가 없었다.
저 DS ww1이라면 저 정도 가격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좋습니다. 일단 내부적으로 한 번 검토를 해서 바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네, 답변 기다리죠.>
***
최성민 팀장은 DS 본사로 돌아와서는 묵묵히 오성의 답변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도 이런 상황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았다.
‘휴우, 이젠 좀 어떻게 보면 본업에 충실한 건가?’
지금까지 거름을 나르고, 농사를 짓던 것을 생각하면 이 일이 너무너무 좋았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아니 그렇다고 조민우 사장을 미워하는 것은 아니었다. 받는 연봉이 이미 2억이 넘은 이상, 그저 고마워해야할 일이었다.
다만 자신의 경력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이 안쓰러운 따름이었다. 그나마 기술 영업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일을 한 것에 대해서 나름 자부심을 느꼈다.
박조영 과장은 이런 그가 안쓰러운 지 툴툴거렸다.
“팀장님, 기분이 정말 좋으신 가 봐요?”
“츳, 날아갈 것 같아.”
“크크크, 하긴 이제까지 고생을 많이 하셨죠.”
“뭐 딱히 난 회사에 대해서 불만이 없어. 다만 아쉬울 따름이죠.”
“하긴 그건 다른 분들도 다 비슷하더라고요.”
“사장님은 누가 뭐래도 해도 끝까지 챙겨주시는 분이야. 난 그걸로 족해. 다만 너무 이상한 방향으로 챙겨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지. 원래 여기는 평원이잖아? 그런데 산으로 가서 고구마를 잔뜩 챙겨주니 황당할 뿐이지. 하지만 그 정도면 족하지 않을까? 요즘처럼 사람을 막 잘라내는 세상에서 말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그가 전화를 받은 것은 바로 이 순간.
<여보세요?>
<여긴 오성 세탁기 연구팀입니다. 일전에 보여주신 샘플요, 일단 시제품 생산을 해야 하니, 100개만 납품을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딱 전화를 끊고 나서는 쾌재를 불렀다.
“성공이네!”
“축하합니다.”
***
일단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이렇게 시제품 생산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는 곧 바로 그 다음으로 진행이 되었다.
완전히 새로운 제품은 시간이 많이 걸리니, 기존의 라인업에서 가장 수정하기 좋은 놈으로 골랐다. 그리고 거기에 DS ww1을 넣는 작업을 곧 진행했다.
기존에 이미 만들어진 세탁기에서 온수에 대한 것과, 전기 배선에 대한 것만 추가하면 되었다.
나머지는 중앙 세탁기 제어기에 연결만 하면 되었다.
비록 손으로 일일이 작업해서 보기 흉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작업하는데, 그렇게 많이 걸리지는 않았다.
대략 한 달 만에 결과가 나온 것이다.
부글부글.
딱 온수 스위치를 누른 후에 불과 2분 만에 물이 끓는 현상은 참으로 신기했다.
하지만 이보다 놀라운 것은 숟가락으로 반 정도 분량을 넣는데도 불구하고 세재의 효과가 극대화가 되었다는 점이다.
회전을 하는 세탁기 내부는 온통 거품으로 가득해 있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거품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와, 이거 정말 짱입니다. 이렇게 세탁 효과가 탁월하다니!”
“헐? 이거 뭐야 얼룩까지 다 제거가 되잖습니까?”
이것만이 아니었다.
기존에 잘 빠지지 않는 기름 떼까지 말끔하게 빠져 있었다. 도대체 이런 효과가 어떻게 가능한 지가 의문스러웠다.
최성민 팀장 역시 어느 정도 결과를 예측하고 있었지만 더한 결과에 혀를 내둘렀다.
‘정말 신기하다니까.’
***
조민우는 곧 오성 측에서 제안한 물량 보고서를 쭉 읽으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10만개를 제안 요청을 받았다고요?”
“네, 오성이 이번 DS ww1에 완전히 뽕 간 상황입니다. 다들 좋아서 죽으려고 하더군요. 그래서 기존에 수정이 가능한 라인에 전부 이 DS ww1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납품가가 5만원이니, 50억이군요.”
“네, 기존의 저희 DS 시리즈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것은 경우 시작일 뿐입니다. 만약 초도 제품의 반응이 좋으면 추가 주문이 엄청나게 늘어날 겁니다. 그 쪽에서 제안한 결과에 따르면 대략 천만 개 물량입니다.”
“그렇다면 5천억?”
“네, 특히 이건 단순히 오성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세탁기 업체나, 아니면 온수 업체를 비롯해서 다양한 업체에도 공급이 가능합니다. 그런 것을 전부 감안하면 외형적인 매출은 오히려 DS 시리즈보다 월등히 낫습니다.”
조민우 역시 그제야 만족했다. 바로 자신이 원한 바였다.
“좋군요. 바로 진행을 하세요. 아, 다만 L 전자는 당분간 열외입니다.”
“하지만 그 쪽도 판매 수량이.......”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일단 뒷통수를 한 번 친 후에 반응을 보는 것으로 하죠.”
“끄응, 알겠습니다.”
이런 결론.
그리고 곧 DS ww1은 오성 측에서 납품이 되었다. 오성 세탁기 쪽은 이미 전자 내부에서도 상당히 좋지 않은 상황이기에 이 일에 죽으라고 매달렸다.
연구소는 거의 24시간 풀가동으로 작업을 진행시킨 것이다. 그리고 곧 얼마 있지 않아서 신형 세탁기인 DS SW(Super Washing)가 출시되었다.
***
이미정은 전업주부이다. 그녀는 당연힌 들어오는 돈이 딱 정해져 있기에 다른 주부처럼 절약이 생활화가 되어 있었다.
비록 10억 호가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런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어떤 면에서 보면 서민보다 더욱 철저했다.
전자 제품 같은 경우에 정말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필수였다. 그런 그녀의 눈에 DS SW가 들어온 것은 운이 아니었다.
‘어라 DS에서 세탁기도 만들어?’
그런데 알고 보니.
“어머, 이거 오성 세탁기잖아요?”
“그러게 말이죠. 오성이 도대체 왜 이런 이름을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뭐가 이유가 있는 건가요?”
“아마 기능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인 것은 같은데, 잘 이해가 안 되죠.”
“기능이라뇨?”
“아, DS ww1이라는 새로운 기능이 들어갔는데, 이게 3가지 절약이 가능하다고 해요. 하나는 세제, 다른 하나는 전기, 나머지는 세탁 효과입니다.”
“자세하게 좀 설명해주세요.”
점원은 그제야 매뉴얼을 보여주면서 지그 보고 있는 제품의 장단점에 대해서 쭉 나열해 주었다.
그 결과는.
“이거 구입하겠습니다.”
“탁월한 선택입니다.”
바로 이 결과였다.
그런데 이런 결과는 단순히 이곳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대한민국 전역의 대리점에서 비슷하게 적용되었다.
초도 물량이 10만대가 나왔지만 판매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주일을 넘기지 않았다.
하루에 무려 만사천대 꼴로 팔렸다는 이야기였다.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당연히 이 결과는 다른 업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특히 L 전자 세탁기 판매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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