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48 회 -- >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CIA 본사 쪽에 다시 연락해서 답변을 기다렸다.
그 쪽에서 온 연락은
-일단 DS 감시부터 철저히 하게.
곧 바로 몇 사람을 불러 DS 본사에 대하 감시부터 일단 진행시켰다.
***
조시는 다소 암갈색 피부에 체력이 꽤나 좋은 요원이었다. 그는 덕분에 무거운 물건을 운반할 때는 적임자이기도 했다.
비록 DS 산자락이 그렇게 높은 산은 아니지만 워낙에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이라서 위로 올라가기가 쉽지는 않았다.
더욱이 고성능 카메라를 가지고 말이다.
“허억, 헉.”
숨이 턱까지 차는 것도 그런 영향이 컸다.
다만 더글러스는 이런 조시를 보고는 이죽거렸다.
“이봐, 조시, 힘들면 내가 도와줄 까?”
“시꺼!”
“쯧쯧, 뭐 그렇게 고집 부리면 내가 할 말이 없지. 하지만 늘 하는 애기인데, 허풍을 가능하면 떨지 않는 것이 좋아. 어차피 다들 곧 알게 되니까.”
조시는 숨을 헐떡이다가 힐끗 더클러스를 째려봤다.
하지만 그는 이내 숲을 통해서 내려다보이는 DS 대학과, DS 본사의 건물을 살폈다.
DS 산자락으로 둘러싸여 있는 두 곳은 실로 평화스러웠다.
곳곳에 보이는 농부들은 저마다 한창 일에 정신이 없었다.
다만 DS 대학 내부에서 간간히 오가는 관광객의 모습이 시선을 끌었다.
거기에는 단순히 한국인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놀랍게도 외국인이 오히려 더 많았다. 이리저리 몰려다니면서 카메라를 찍는 숫자만 해도 근 천여 명은 너머 보였다.
‘정말 대단해!’
이미 DS에 대한 사전 조사를 통해서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새삼 놀랍기만 했다.
더욱이 자신이 있는 이 DS 산자락이 전부 DS 소유라는 것을 알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바로 조민우 사장 때문이었다.
‘대단한 사람이야.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땅을 매입했다고 봐야 하겠지.’
***
조시는 곧 이런 저런 상념에 잠긴 채로 부지런히 위로 올랐다.
적당한 장소를 찾아야 했다.
바로 조민우 사장을 감시하기 위한 장소를 말이다.
조민우 저택은 새로 신축과, 확장을 거듭하면서 규모를 키워서 DS 산자락에서 봐도 그 위치가 훤히 눈에 들어왔다.
더욱이 자신이 있는 곳은 DS 건물이 가로 막는 반대 편 위치라도 더욱 좋았다.
마침 괜찮은 장소 하나를 찾자 곧 그곳에 가져온 망원경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근래 CIA에서 만든 최첨단의 망원경이었다.
설치 후에 망원경 렌즈에는 곧 조민우 저택의 모습이 잡혔다.
얼마나 놀라운 성능을 가졌는지, 베란다를 통해서 조민우 저택 내부 거실의 소파가 정확히 나타났다.
‘이 정도면 되었군.’
더글러스 역시 지쳐서인지 한 쪽에 퍼진 채로 나자빠져 있었다.
하지만 그건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앞으로가 더욱 중요했다.
‘카일 팀장님이 가능하면 조민우의 모든 사생활을 촬영하라고 했어. 특히 DS 시리즈 비밀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면 모두 말이야.’
힐끗 자신이 있는 쪽에서 대략 300m 정도 떨어진 곳에 햇빛에 뭔가 반짝이자 피식 웃었다.
바로 2팀이었다.
그들 역시 한창 촬영 장비 세팅에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조시는 잠깐 휴식을 취한 후에 곧 익숙한 솜씨로 자신이 메고 온 간이 텐트를 천천히 설치하면서 앞으로 일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했다.
‘일단 식량은 2주 분량이다. 하지만 가능한 빨리 조사를 끝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카일 팀장에게 또 깨질 것이 분명해.’
***
조시는 곧 잠복한 장소에서 거의 매일이라고 할 정도로 조민우 사생활 감시에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다지 특이한 것을 찾지 못했다.
그저 평범한 생활이었다.
물론 간혹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었다.
“아학, 아아, 아흑.”
바로 섹스 장면이었다.
특히 거실에서 이루어지는 섹스 장면은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였다. 여기에 상대 역시 나이가 어리고, 워낙에 몸매가 좋아서 보는 것만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좀 달랐다.
“아아, 흑흑, 아아.”
바로 파트너가 바뀐다는 점이다.
그것도 거의 하루 꼴로 해서 여자가 바뀌었다. 심지어 그들 중에는 딱 봐도 카일 팀장의 딸하고 비슷한 나이 또래도 있었다.
‘이런 개 새끼!’
내심 욕설이 치밀어 올랐다.
좀 나이가 있는 것은 그나마 라도 이해가 되었다.
지금 하는 짓 봐서는 처녀의 씨를 말리려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말 열 받는 것은 이것이 아니었다.
“오오, 마이 가드, 오오, 고고, 더, 모얼.”
바로 백인 애도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그냥 흔하디흔한 애가 아니었다. 자신이 CIA 하면서 본 여자 중에서 거의 3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초 미인이었다.
으드득.
이가 절로 갈렸다.
설마 저렇게 아름다운 초 미인이 동양인에게 저렇게 몸을 대줄지는 몰랐던 것이다.
더글러스 역시 그런 모습을 보다가 분노했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암살해버리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그만 둬. 여기서 쉽지도 않을 뿐 아니라, 뭔가 좀 이상한 구석이 많은 사람이야. 그게 쉬울 것 같으면 벌써 시도를 했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카일 팀장이 한번 된통 당하고 나서는 뭔가 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암살해서 성공하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문제가 심각했다.
야수가 정말 무서운 것은 상처 입었을 때였다.
하지만 더글러스 생각은 달랐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 산자락에 처박혀서 계속 제대로 쉽지도 못하면서 한 놈을 감시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욱이 그는 마침 만약을 위해서 저격 총까지 가져온 마당이었다.
‘뭐 정 안되면 나 혼자라도 시도하면 되겠지. 어차피 성공하면 상관이 없어. 지금 저 조민우란 자는 너무 위험해!’
정확히는 질투심 때문이었지만.......
어쨌든 그의 입장에서는 그랬다.
***
화이트는 어미인 다크와는 달리 머리가 아주 좋았다.
하지만 그는 보통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이 보다 더욱 뛰어난 능력이 있었다.
바로 감각이다.
다크 역시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화이트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후각이었다. 그는 바람을 타고 거의 5km나 멀리서 날아오는 사람의 냄새까지 맡을 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후각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조민우에게 계속 구박을 받는 처지이기는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렇지가 않았다. 어디까지 자신의 취향 때문인 것이다.
그가 무려 일주일 동안이나 계속 자신을 감시하는 놈들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정확히는 올라간 지 바로 그 날 알아챘다.
다만 그냥 두었다.
조심스럽게 이들의 행동에 대해서 감시하기 시작했다.
아니 혼자만이 아니었다.
다른 부하(?) 들에게 팀을 나누어서 감시를 진행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냥 감시만 하면 사실 내버려두려고 했다. 지금 봐서는 뭔가 괴이한 장비 들고 계속 지켜보는데,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추측?
아니었다.
두 놈이 잠들었을 때 몰래 가서 확인까지 해보았다.
물론 그 화면에는 조민우가 질퍽하게 섹스 하는 장면을 보았다.
(카사노바!)
내심 욕설을 퍼부으면서도 일단 지켜보는 쪽으로 택했다.
하지만 그가 조민우 주인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름 주인으로 대우해주었다.
본인이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그리고 화이트는 결코 자신의 주인이 해를 입는 것을 원치 않았다.
설사 그것이 확실치 않다고 해도 말이다.
그가 본 것은 다름 아닌 더글러스였다. 이놈이 드디어 자신의 총을 꺼내서 자신의 주인을 겨냥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 위력은 화이트도 잘 몰랐다.
하지만 그 저격 총에서 나오는 살기만으로 충분히 깨달았다.
손을 쓴 것은 바로 이 순간이었다.
휘이익.
빠악.
“크악!”
가볍게 휘두른 자신의 족수(足手)(?)에 더글러스는 처절한 비명을 지르면서 벌렁 나뒹굴었다.
그리고 조시는 막 잠에 빠져 있다가 섬뜩한 비명 소리를 듣고는 곧 권총을 꺼내어서 막 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그 때 자신에게 날아온 것은 뭔가 힐끗한 그림자.
빠악.
“크악!”
풀썩.
그것이 다였다. 나름 CIA 정예 요원 중에 두 사람이었지만 쓰러지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3초를 넘기지 않았다.
***
화이트는 이놈들을 생포하고 나서는 고민했다. 그도 처음에는 이 두 놈을 주인(?)에게 데려가야 하나 생각했다.
아니 이곳에서 떨어져 있는 다른 놈들 역시 포함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는 유약하다 못해서 우유부단의 극치를 달리는 주인 성격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마 데려가면 그냥 풀어줄 것이 분명해.)
그건 정말 아니었다. 사실 말은 안 해서, 아니 정확히는 대화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이런 점은 주인에 대해서 불만이었다.
단호해 질 때는 단호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는 결국 고민하다가 삭초제근을 생각했다.
강아지(?) 주제에 할 생각은 아니지만.......
그리고 곧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자신의 발로 저격총의 중간에 잡고는 가볍게 눌러준 것이다.
와드득.
강철로 만들어진 저격 총이 엿가락처럼 뭉개지는 광경에는 소름이 오싹할 지경이었다.
“!”
어느 사이엔 나타난 화이트 일행에게 포박된 조시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의 저 밑에 있다고 생각하자 끔찍했던 것이다.
그는 공포에 질린 표정을 한 채 조심스럽게 정체불명의 강아지를 살폈다. 자신이 아는 그 다크와는 또 종자가 틀렸다.
‘크, 크기가 달라?’
그래서 더욱 무서웠다.
그래도 큰 놈은 덩치가 있으니, 좀 나았다.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놈은 겨우 고양이 크기 정도였다. 그런데 그 위세는 오히려 그 다크보다는 더욱 무시무시했다.
더욱이 파랗게 번쩍이는 눈빛은 마치 자신의 생각을 뚫어보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손을 들어서 손짓한 것이다.
“무, 무슨 말입니까?”
물론 대답은 없었다.
결국 이 때문에 몇 마디 이야기를 계속했는데.......
“서, 설마 저희보고 안내해달라는 말입니까?”
끄덕끄덕.
놀랍게도 이 강아지는 자신의 말을 정확하게 알아들었다.
그리고 만약 자신의 요구를 듣지 않으면.
와지직.
발밑에 깔려 있는 저격 총 모양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엄포까지 놓고 있었다.
“.......”
‘제길 강아지에게 협박을 다 당하다니!’
***
부르릉.
조시는 차를 몰면서도 백미러를 통해서 조용히 앉아 있는 화이트를 보고는 믿기지가 않았다. 아니 저 놈만이 아니었다.
그의 옆에 쭈르르 앉아 있는 세 놈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록 저 두목 강아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새파랗게 광채를 번뜩이고 있는 모습에는 절대 방심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빌어먹을!’
그도 다른 방안을 시도할까 해보았지만 이내 포기해버렸다.
화이트의 눈을 속일 자신은 없었다. 다만 옆에서 아예 사색이 된 챙 덜덜 떨고 있는 더글러스를 보자 한 숨이 절로 나올 따름이었다.
더욱이 자신의 뒤를 따르고 있는 차량 한 대의 모습을 보자 걱정이 되었다.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하는 것일까?’
***
서초 CIA 한국 비밀 지사.
로릭 경비 부책임자는 오늘 따라서 기분이 영 좋지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
바로 그랬다. 그리고 이런 그의 생각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갑자기 먹구름과 동시에 비가 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번쩍.
콰르르.
쏴아악.
마치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한 변덕스러운 날씨.
한글에 온 지 불과 3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혹시나 싶어서 주변을 한 번 돌아보았다.
차량 숫자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행인들은 빠르게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제야 안도했다.
‘내가 요즘 술을 너무 많이 먹었........’
끼익.
하지만 그는 곧 도로가에 차량 두 대가 멈추자 흠칫했다.
자신이 아는 차량이었다.
‘저건 조시 차량인데.......’
의아스러워서 조심스럽게 차량을 주시했다.
철컥.
차량 문이 곧 열렸다.
그런데 나온 것은.
강아지 세 마리였다.
희색 털이 뽀송뽀송한 놈은 놀랍게도 비를 맞아도 젖지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두 놈이 그 놈을 호위라도 되는 양 나오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다른 차량이었다.
그곳에서도 다시 두 마리가 더 나온 것이다.
흰색 고양이를 중심으로 쭉 늘어섰다.
그 상태에서 천천히 건물 입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로렌스는 의아하서 저 귀여운 고양이를 잠깐 쳐다보다가 그제야 다시 차량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마치 두 사람이 안색을 시퍼렇게 굳은 채 앉아 있었다.
바로 조시와, 더글러스였다.
그리고 보았다.
조시의 입이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을.
‘도망치라고?’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
하지만 그 때 자신의 이마를 향해서 뭔가 다가온 곳은 그 순간.
‘이, 이게 뭐?’
빠악.
이것이 다였다.
고양이 일격을 맞고는 바로 기절해버린 것이다.
화이트는 마치 제왕과 같은 포즈를 한 채 쓰러진 저 놈을 건물 안으로 끌고 들어가라고 지시한 후에 힐끗 건물을 올렸다보았다.
15층 첨단 건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스산한 미소를 한 채 방긋 미소 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건물 입구 안으로 들어섰다.
번개가 다시 친 것은 바로 그 순간.
번쩍.
콰르릉.
순간 CIA 한국 지사 건물이 섬뜩하게 번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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