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마법사-250화 (250/397)

< -- 250 회 -- >

6장 제안

조민우는 물론 박용운 부장의 계책에 대해서 잘 몰랐다. 심지어 CIA 한국 지사가 화이트에 의해서 쑥대밭이 되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아니 그가 무슨 천리안이 아닌 이상은 알 수가 없었다.

화이트 이놈은 특히 표정 관리에 철저한 놈이라서 도저히 낌새를 알기가 어려웠다.

아니 강아지 한 마리가 입 다물고 있는데, 속셈을 알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느낌이 이상해서 간간히 구박했다.

툭툭.

톡톡.

화이트가 가장 싫어하는 밥먹는 시간에 이렇게 귀찮게 하면 거의 사망이다.

하지만 멍청한 주인 녀석은 좀 달랐다.

붙어봐야 겨우 본전치기이고, 뒤 끝이 많아서 자신만 손해라는 것도 아는 까닭이다.

무시.

“.......”

그는 이 때문에 CIA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이 녀석은 포기하고 오히려 DS SW의 판매 추이를 지켜보았다.

처음부터 판매는 심상치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상황은 더욱 놀라웠다.

단 1개월 만에 30만대를 돌파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

그리고 2개월 만에 무려 50만대를 돌파하더니, 불과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서 100만대를 가볍게 넘어선 것이었다.

단순 숫자상으로만 치면 무려 500억.

하지만 100만개 수량을 공급하게 되면 단가가 많이 떨어진다. 그런 것을 감안하면 무려 350억에 가까운 수익이었다.

‘대박이구나!’

물론 기존 DS 시리즈에 비해서는 수익이 작았다.

하지만 DS 시리즈는 근본적으로 공급 자체에 많은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그것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기는 어려웠다.

그렇게 보면 DS SW는 아주 고무적인 결과였다.

앞을 생각하면 말이다.

조민우는 이 때문에 더욱 기분이 좋았다. 이제는 DS 시리즈의 한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을 찾은 까닭이다.

더욱이 이런 과정을 통해서 L전자에 한 방 먹인 것도 마음에 들었다.

이제는 지켜보면서 굿이나 보고, 떡이면 먹으면 된다는 생각까지 했다.

한 사람이 찾아온 것은 바로 그 무렵.

“어? 하, 학장님?”

놀랍게도 찾아온 사람은 바로 경한대 전자과 학장이었다.

“허허허, 놀랐는가?”

“아닙니다. 다만 좀 놀랐을 뿐입니다. 설마 교수님이 여기까지 찾아올지는 몰랐습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첫 사업을 시작할 때 바로 옆에서 도와주고, 그리고 인맥을 엮어준 사람이 그인 탓이다.

심지어 정성일 부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옆에서 감회어린 표정을 한 채 조용히 고개 숙였다.

“교수님, 오랜 만에 뵙습니다.”

“하하하, 성일이구나. 그래, 정말 반갑구나. 너 얼굴이 많이 좋아졌구나.”

“그런가요? 저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늘 일만 하는 처지인지라.”

“쯧쯧, 너도 이제 나이를 생각해야지.”

“그래도 지금은 견딜 만합니다. 오히려 몇 년 전이 더 힘들었죠.”

“그래, 하지만 잔 견뎌 냈지 않더냐?”

“그건 교수님의 도움이 컸습니다. 아마 그 당시에 도와주지 않았다면 사장님도 꽤 힘들었을 겁니다.”

바로 부도가 난 후에 돈을 빌려준 사람 중에 한 사람이었다.

적은 돈이 아니었다.

무려 3억 가까운 돈을 아무런 조건도 없이 내놓은 사람이었다. 지금이야 조민우에게 껌값도 안 되는 돈이지만 당시에는 달랐다.

다만 정성일 부장은 이런 내막까지는 조민우에게 말하지 않았다. 힐끗 다시 한 번 조민우의 안색을 살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학장님이, 도와주신 분 중에 하나입니다. 사실 그 때 일은 말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밝히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조민우도 굳이 여기에 대해서는 썩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자, 그러지 마시고요. 일단 앉으시죠. 그리고 지난 일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꾸벅.

정중한 인사.

바로 과거 회사가 부도났을 때 직원들을 모아놓고 한 행동과 일치했다.

그 때와 비교해도 하나도 바뀌지 않는 모습.

김명훈 교수는 어깨를 끄덕였다.

‘내가 역시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어.’

하지만 그도 곧 해야 할 말을 떠올리자 마냥 입이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조건 입만 다물고 있을 수는 없었다.

“사실 부탁이 있네.”

그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의아했다.

“네? 부탁이라뇨?”

“우리 대학을 좀 도와주게!”

“?”

그는 황당한 표정을 한 채 멍하니 당혹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김명훈 교수를 쳐다보았다. 다행히 그가 일방적으로 부탁한 것은 아니었다.

곧 이어서 천천히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하나하나 털어놓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여기에 온 것은.......”

***

조민우는 묵묵히 듣기만 했다. 그도 딱히 무슨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지금은 그저 듣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김명훈 교수가 당시 자신이 빚을 졌을 때 그 빚 일부를 도와줬던 사람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었다.

‘만약 그 돈이 없었다면 우리 부모님도 길바닥에 쫓겨낫겠지.’

아마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 결과는 악몽이었다.

단순히 그냥 집을 잃어버리고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모친의 병은 더욱 심해졌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최악의 경우에.

‘엄마가 돌아갔을 지도 모르지.’

생각하는 것만으로 아찔했다.

따라서 죽으라고 요구가 아니고서는 요구 조건을 들어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제안이 끝나자 곧 행동으로 옮겼다.

“알겠습니다.”

“이거 정말 자네에게 미안하네. 내가 당시에 도와준 것은 꼭 이럴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교수님, 그런 말씀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당시에 도움을 주셨으면 그것으로 된 겁니다. 제가 도와주는 것은 그냥 그렇고 싶어서일 뿐입니다.”

“고맙네.”

이렇게 일단 마무리하고 나서는 곧 김명훈 교수를 배웅했다.

하지만 그는 곧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와서는 들은 제안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했다.

‘쯧쯧, 생각해보니, 전부 나 때문이라는 이야기잖아?’

바로 DS 대학.

그 대학이 설립되고 나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물론 다른 대학 역시 알게 모르게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경한대 만큼은 아니었다.

DS가 생긴 곳은 바로 대구 한 귀퉁이.

그 때문에 경한대의 입지가 완전히 박살난 것이다.

조민우는 일단 부탁을 받고는 사실이 어떤지 알고 싶어서 곧 바로 경한대에 도착했다.

대학 모습은 달라진 것은 없었다.

과거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불과 자신이 대학 다니던 1년 전에 비해서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고가고는 대학생 숫자도 일단 많지가 않았다.

아니 그것만이 아니었다.

걸음을 옮기는 이들의 어깨는 과거에 비해서 유난히 위축되어 보였다. 그 모습은 마치 경한대를 다니는 모습에 비해서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이건 정말 심한 걸?’

자신이 DS 대학을 설립한 것은 어디까지나 여유롭게 대학 졸업장을 받고 싶은 욕구였다. 굳이 다른 대학에 대해서 피해를 줄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의 경우였다.

피해를 주는 정도가 아니라, 대학 자체에 큰 충격을 준 것이다.

물론 이건 경한대 그 자체의 문제였다.

국립대라 안주하면서 변화를 거부한 것.

이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였다.

하지만 DS 대학 기준에서 보면 꼭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다.

‘들어간 자본 규모만 봐도 비교하기가 어렵지.’

***

경한대 중앙 도서관 입구.

앞에는 꽤 많은 대학생이 끼리끼리 몰려서 이런저런 이야기에 다들 전념이 없었다.

“야아, 드디어 구했어!”

“어? 그게 뭔데?”

“바로 면접 족보야.”

“설마 DS 대학 면접 족보야?”

“당연하지. 이번에 아는 인맥을 최대한 이용해서 합격한 선배 중에 한 사람의 면접 과정을 정리한 거야.”

“우와, 같이 좀 보자.”

“허허, 이거 맨입으로 된다고 생각해?”

“이 자식이, 그럴 거면 그 이야기를 왜 우리에게 한 거야?”

“자랑이지!”

우르르.

다들 몰려가서는 이놈들을 막 두둘겨 패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곧 한 놈이 족보를 잡아서 폈다.

바로 면접에 대한 이야기가 쭉 나와 있었다.

특히 놀라운 사실은 점수 포인트에 대한 것이었다.

(1)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말 것, DS 설립자인 조민우 사장이 거짓말을 극대로 싫어함.

(2) 항상 당당하면서 자신감을 잃지 않을 것.

(3) 자신의 PR에 대해서 최대한 분명한 어조로 이야기를 할 것. 특히 조민우 사장은 남의 실적을 표절한 것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만에 하나라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 거짓말을 하면 바로 탈락이 됨.

(4) 성실한 모습을 보일 것. 조민우 사장님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능력 차이는 없다고 생각함. 있다고 하면 경험적인 차이만 좀 있다고 봄. 결국 얼마나 태도가 성실한 지가 관건임.

“!”

그는 보고 나서는 깜짝 놀랐다.

아주 제대로 족보를 건진 것이다.

하지만 옆에 있는 이들도 곧 이 사실을 알게 되자 난리가 났다.

서로 막 먼저 보려고 한 것이다.

도서관 입구에는 한 동안 이 때문에 시끌시끌했다.

하지만 이런 중에 그만 DS 족보를 놓쳤는데, 마침 불어온 바람에 휘익 날려서 한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휘이익.

탁.

마침 그것을 받은 사람은 조민우였다.

조민우는 족보에 나와 있는 내용을 쭉 한 번 확인하고는 혀를 내둘렀다.

‘쯧쯧, 기가 차는 군. 설마 이런 것을 만들어서 돌리다니 말이야.’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무시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요즘 들어서 경한대 내부에는 이는 특이한 현상 중에 하나가 바로 DS 대학 편입 시험이었다. 다들 학과 공부는 하지 않고, 오로지 로또를 뽑는 심정으로 DS 대학 공부에만 빠져 있었던 것이다.

***

이희정은 요즘 정말 꿀꿀했다.

기껏 같은 대학에 들어와서는 이제까지 당한 복수를 하려고 한 사람이 뜬금없이 다른 대학으로 편입해서 도망가 버린 것 때문이었다.

정말 황당했다.

‘현주 언니가, 설마 DS 대학에 떡 붙어버리다니!’

충격이었다.

비록 조민우와 만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한 편으로 부끄러웠다. 자신이 최현주에 비해서 뒤처진다는 것이 말이다.

그녀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DS 대학 편입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웬걸.

이건 자신만이 한 생각이 아니었다.

전부 생 난리였다.

요즘 중앙 도서관에 가면 전부 들고 있는 것이 바로 DS 대학 편입 시험 공부였다.

‘이것을 읽으면 DS 대학 입학이 보인다!’, ‘DS 대학 편입 요령 10가지.’ ‘이것만 지키면 무조건 DS 대학 들어간다.’ ‘DS 대학 인생의 성공에의 길!’

먼 이런 내용 들이었다.

요즘 들어서 서점에 막 쏟아지기 시작한 책들이었다.

작년 까지만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던 이들은 요즘은 아예 하던 전공마저 팽개치고 DS 대학 편입에 열중한 것이다.

그녀도 이런 모습을 보게 되자 한 편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 우울했다.

자괴감이 든 것이다.

그녀가 이런 상념에 빠진 채 공부하던 중앙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 한 사람을 보았다.

바로 조민우였다.

‘어라? 오빠가 여기 웬일이지?’

곧 바로 후다닥 뛰어갔다.

“민우 오빠, 여기 무슨 일이야?”

조민우는 그제야 아는 사람 하나를 보자 피식 웃었다.

“아 겸사겸사 잠깐 놀러 왔어.”

“헤에, 그래요?”

“응.”

하지만 그녀는 감각이 뛰어난 여인.

그냥 있지 않았다.

“그러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 봐요.”

“무슨 말이야? 솔직 하라니?”

“쯧쯧, 오빠 얼굴에 근심이 다 쓰여 있어요. 그러니 그걸 숨긴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에요.”

“그런가?”

“네, 오빠는 걱정하면 안색이 굳어져서 펴지지 않거든요. 그래서 딱 그런 경우에는 조심하죠.”

“.......”

그는 묘한 표정을 한 채 입을 다물었다.

설마 자신의 표정까지 관찰할지는 몰랐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일단 자신의 눈으로 먼저 돌아보고 싶었다.

‘직접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겠지.’

중앙 도서관 열람실.

보통 취업 때문에 과거에는 주로 TOEFL이나, TOEIC 위주였다.

그런데 지금은 좀 달랐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것은 거의가 DS 대학 관련 편입에 관한 내용이었다.

간간히 전공 공부를 하는 이들도 보이기는 했지만 그건 극소수였다.

이희정은 옆에서 이런 모습을 지켜보다가 그제야 눈치를 채고는 툴툴거렸다.

“사실 DS 대학만 들어가면 취업 고민 없죠? 그러니 졸업해서 다른 회사 취업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죠. 당연한 선택이죠.”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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